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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쓸쓸한 삶과 죽음을 대하는 고귀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연애감정
작성일 : 20-09-27 21:33     조회 : 369     추천 : 0     분량 : 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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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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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아프니? 그 다크 서클 뭐야?”

  “......... 주문, 도와 드릴게요.”

  카페 마감시간을 삼십 분정도 남겨두었을 때 그가 찾아왔다. 얼마 전부터 알바생이 한 명 빠지는 바람에 그 시간을 메우려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카페로 향해야 했다. 최근 그는 커피를 마시러 곧잘 이곳에 오곤 했는데 늦은 시간에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아메리카노.”

  그는 커피 주문을 마치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카페 안에 있던 손님들은 하나둘 가게를 나서고 있었고 난 마감준비에 바빴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부쩍 는 카페 손님에 끼니도 제대로 챙길 수 없었던 나는 마감을 마치고 어서 빨리 내 방으로 달려가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야!”

  출입문 창가 쪽에 여전히 그가 앉아 있었지만 난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카페를 나섰다. 몸으로 문을 밀고 나가려할 때 그의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야! 기다린 사람 안 보이냐? 너무하는 거 아니야?”

  그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아......... 나 기다린 거야?”

  “참 나, 보면 모르냐? 진짜 둔하네.”

  그는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지만 난 대꾸할 힘도 없어 열어놓았던 문틈으로 그냥 몸을 들이밀었다.

  “야, 송연희! 기다려!”

  그는 나를 부르며 가방을 챙겨 따라 나왔다. 난 천천히 집을 향해 걸었고 그도 어느새 내 옆에서 걷고 있었다.

  “많이 피곤한가보네........ 밥은 먹었어?”

  그가 물었다. 난 대답하지 않았다. 말할 힘도 없었다.

  “밥 먹고 들어갈래? 사실......... 나도 못 먹었거든. 배고픈데..........”

  “밥 때문에 기다린 거야? 휴........ 난 지금 밥보다 잠이 우선이야.........”

  그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배고픔을 내게 호소했지만 난 진심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일하고 왔거든! 너만 졸리고 피곤한 건 아니라고......... 그러니까 밥이라도....... 같이 먹고 가자. 내일 어차피 토요일인데.........”

  그는 처음엔 날 원망하듯 말했다가 내 눈치를 보며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 때 그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여왔다. 난 걸음을 멈췄다. 그도 멈췄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보낸 뒤 앞장섰다.

  “그냥 따라오긴 했는데, 라면이 뭐냐? 맛있는 거 사주려고 했는데.......”

  난 집 근처에 있는 24시간 영업하는 분식집에 들어갔다. 라면 두 개를 주문하면서 난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날 마주하고 앉으며 궁시렁댔다.

  “다른 거 먹고 싶으면 시키든가.”

  난 테이블에 젓가락을 세팅하며 그에게 말했다. 잠시 주저하던 그는 사장님을 불렀다.

  “사장님! 여기 공기밥 두 개 추가요!”

  “난 밥은 안 먹을 건데?”

  “누가 너 먹으래? 내가 먹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잠시 후 라면과 공기밥, 그리고 김치와 단무지가 테이블에 놓였다.

  “맛있겠다! 맛있게 먹어라.”

  그는 내게 말하고 밥 한 공기를 자신의 라면에 쏟아 부었다. 그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슬쩍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나를 힐끗 보며 눈웃음을 치고서 라면 한 젓가락을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그가 먹는 걸 잠시 바라보다가 나도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말없이 식사에 집중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야! 그거 알아? 우리 이거 다 먹는데 5분도 안 걸렸어!”

  그의 그릇은 비어 있었고 내 것에도 국물만 조금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난 웃음이 나왔다.

  “하하........ 안 먹을 것처럼 그러더니.”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안 먹으려고 한 게 아니고 빨리 쉬고 싶었을 뿐이야. 나도 배고픈 건 사실이었는데 뭘.”

  “이것 봐. 사람이 배고플 때랑 부를 때가 이렇게 다르다!”

  그는 나를 보며 계속 웃어댔다.

  “그럼 됐지? 이제 가자. 피곤해.”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는 계산을 하고 나를 따라 나왔다.

  “가끔........ 이렇게 같이 저녁 먹을까?”

  “........ 왜?”

  다시 집을 향해 걷다가 새로운 제안을 하는 그를 난 힐끗 보았다. 그는 앞을 보고 걸으며 말했다.

  “너도, 나도....... 그렇지 않으면 저녁 챙겨먹긴 그른 것 같아서. 나 한 달 사이 살이 3키로나 빠졌다.”

  “넌, 왜? 뭐하는데?”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하지, 나도....... 가구공장 아르바이트. 시급이 꽤 짭짤해서 시작했는데 학생이라 시간이 넉넉지 않다보니, 잡일이 많네.”

  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이 정말 힘들어 보였다. 조금 전엔 몰랐던 땀 냄새도 좀 나는 것 같았다.

  “그래........? 힘들겠네........ 그러자.”

  난 그의 모습을 잠시 훑어보고 나서 말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밥....... 먹자고. 가끔. 같이 먹을 사람 없으면.”

  난 걸으며 말했다. 그는 얼른 나를 쫓아와 다시 내 옆에 나란히 걸었다. 우리는 곧 집 앞에 도착했다.

  “배부르다. 잘 자!”

  그는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조심히 가.”

  내가 말했다.

 

  용준이와 나는 그렇게 가까워졌다. 늦은 저녁을 함께 하며 서로 하루 일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고단함을 씻어냈다. 그는 날 좋아한다고 고백도 했다. 푸르름이 절정을 이루고 여름이 가까워짐을 느끼게 하던 오월의 어느 날, 우린 월급날 기념으로 분식집 대신 삼겹살을 먹었다. 물론 소주도 한 잔 하면서.

  “요즘은 재영이랑 왜 같이 안 다녀?”

  그가 내게 물었다.

  “같이 다녀. 점심도 가끔 같이 먹고....... 아무래도 내가 바빠지니까 예전 같진 못하지만.”

  난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바빠진 것도 이유가 될 순 있었지만 재영이는 확실히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오전 수업에도 제일 먼저 와서 내 자리까지 맡아놓곤 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아슬아슬하게 수업시간을 맞춰 오거나 지각하기 일쑤였다. 나와 점심을 함께 먹긴 했지만 가끔은 약속이 있다며 다른 친구들과 먹기도 했다. 평소 그녀가 뒤에서 흉을 보던 아이들과 함께이기도 했다. 오후 수업이 끝나면 물론 난 카페로 직행해야 했기에 당연히 그녀와 함께 있을 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지는 느낌이었던 건 맞다.

  “걔, 나 모른 척 하더라? 저번에 교양수업 때 마주쳐서 인사했더니 모른 척 하고 지나가더라고. 뭐, 나도 다시 인사하려다 그냥 말았지만.”

  그가 말했다.

  “그래.......?”

  난 의아했다.

  “그럼....... 이제부턴 나랑 다니면 되겠다! 자! 그럼 이제부터 우린 단짝인 걸로!”

  그가 소주잔을 치며들며 말했다. 우리는 잔을 부딪치고 동시에 술을 넘겼다.

  “나........ 너 좋아해!”

  소주를 단번에 마시고 그는 다시 고기를 구우며 뜬금없이 말했다.

  “........... 하긴.......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난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뭐, 아예 예상치 못한 일도 아니었기에 담담한 척 말했다.

  “무슨........ 무슨, 고백을 하는데 그런 반응을.........!”

  그는 고기를 굽다 멈칫하며 나를 보았다.

  “그럼, 뭐........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 깜짝 놀란 척이라도 해야 돼? 얼굴 빨개지고 수줍어 하면서? 그러는 넌, 삽겹살에 소주 마시면서, 그것도 고기 뒤집으면서 고백을 하냐?”

  내가 말했다. 그는 할 말을 잃고 다시 묵묵히 고기를 구워 내 앞에 쌓아 놓았다.

  “먹어!”

  “왜 다 날 주니? 내 건 내가 먹을 테니까 너나 먹어!”

  우리는 다시 먹는 데에 집중했다. 얼마 만에 먹는 고기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먹는 동안, 입에서 녹는 듯한 궁극의 삼겹살 맛을 느끼고 있는 서로의 표정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러면........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는 법이라면....... 너도 그렇다는 거야? 너도 내가 싫지 않다는.........”

  그는 빈 잔에 소주를 채우며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흠....... 좋을 대로 생각해. 난 원래 너처럼 직접적으로 말 못해. 이건 알아둬야 할 걸? 난 겉과 속이 아주 다르거든. 마음은 안 그래도 표현엔 서툴러. 놀라울 만큼.”

  어렵게 얘기했지만 그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길 바랐다. 그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내 말을 듣고 있었다.

  “풉! 큭........ 하하! 알았어, 알았어!”

  “왜 웃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는 듯한 소리를 내며 대답하는 그가 난 왠지 기분 나빴다.

  “미안, 미안........ 네 말이 웃긴 게 아니라....... 흠! 좋아서 그래, 내가. 기뻐서.”

  그는 계속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억눌렀다.

 

  배도 꽉 찼고 뭔가 마음도 꽉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어느새 나의 집 앞까지 와 있었다. 그는 그저 내 옆에서 함께 걸으며 늘 했던 것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오늘 하루 있었던 학교 얘기나 가구공장에서 자기가 만든 가구가 어떤 가구인지, 작업하다가 위험했던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 등.

  “이제 가. 피곤할 텐데.”

  난 대문 앞에 멈춰서며 말했다.

  “큭....... 알았어. 오늘 저녁, 진짜 맛있게 먹었지, 그치? 배불러 죽겠다.”

  그는 다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후....... 그래. 나도 배불러.”

  어색할까봐 나도 웃었지만 그게 더 어색했다.

  “하하, 그럼 이제 우리 사귀는 거 맞지? 응?”

  “.......... 말했잖아. 나 원래 직접적으로.........”

  “알았어, 알았어! 그래, 그럼 내가 하지 뭐! 너랑 나, 연인이다. 오늘부터! 큭........”

  그는 몹시 신이 나 보였다. 실은 나도 속으론 그랬다. 그를 와락 안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싱글벙글 웃고 있는 그에게 난 말했다.

  “그만해! 닭살 돋으려고 해.”

  난 양팔을 움츠려 손으로 내 팔뚝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우린 약 5초간 가만히 있었다. 그의 품은 따뜻했다.

  “흠! 잘 자! 나, 갈게. 문 잘 잠그고 자!”

  그는 나를 놓으며 말했다. 표정과 목소리를 가다듬고 뒷걸음질을 치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자....... 잘 가.”

  나도 그에게 인사했다. 그는 뒤돌아서서 계속 나를 확인하더니 모퉁이를 돌기 전 뒤돌아서서 내게 들어가라 손짓했다. 난 고개를 끄덕이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문틈으로 그를 보았다.

  “빨리 들어가! 방에 불 켜지는 거 보고 간다!”

  그가 소리쳤다.

  “알았어! 너나 빨리 가. 동네 시끄러!”

  난 얼른 방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잠시 책상에 걸터앉았다. 정신이 아득하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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