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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잉홈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쓸쓸한 삶과 죽음을 대하는 고귀한 삶과 죽음에 대하여.

 
갈비의 기억
작성일 : 20-09-27 21:28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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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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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봄. 난 드디어 4학년을 맞이했다. 직장생활 도중에 결심한 대학 공부였기 때문인지 유달리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대학생활이었다. 난 활동적이거나 적극적인 성격이 못되어 서클 활동을 한다든가 친구들과 맘껏 어울려 논다든가 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급우들은 모두 나보다 어린 동생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잠깐 들렀다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카페로 직행했다. 저녁 여섯 시부터 카페가 영업을 마무리하는 시간까지, 대여섯 시간정도를 일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어 겨우 귀가하곤 했다. 특별할 것 없는 늘 똑같은 일상이 내겐 평화롭기도 했고 고역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혼자라는 것과 지겨운 일상에 대해 맘 놓고 불평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은 지친 육체를 더욱 지치게 하는 것이었다.

 

  중 3때까지 난 부모님이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왔다. 그 평범함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는 걸 이듬해인 고 1이 되면서 깨닫고 말았지만. 내가 고등학생이 되던 해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엄마는 그 때 내가 대학을 갈 때까지 만이라도 참으려 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고 만 것에 대해 무척 미안해 하셨다. 아빠는 당시 집을 떠나면서 ‘공부 열심히 해라.’, ‘엄마 말 잘 들어라.’ 라고 얘기해 주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는 연락이 없으셨다. 엄마와 단 둘이 산지 일 년 정도가 지났을 때 엄마는 내게 말씀해 주셨다. 아빠는 오랫동안 만나온 여자와 살고 있다고 그래도 내 용돈과 생활비도 보내주시고 가끔 연락해서 안부도 묻곤 하신다고 했다. 아마도 소식 없는 아빠를 내가 궁금해 한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물론 엄마의 착각이었겠지만. 엄마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와 단 둘이 지냈던 일 년 동안의 시간이 내게 알려 주었다.

  아빠가 생활비를 보내 주는 건 사실이었지만 엄만 늘 돈 때문에 힘들어 하셨다. 집에 와 보면 항상 세금 고지서와 영수증 같은 걸 가득 쌓아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한숨을 쉬고 있곤 하셨다. 나에게 용돈을 주거나 책, 옷가지들을 사는 일에도 엄마는 내 눈치를 보셨다. 언젠가 부터는 외출하셨다 늦게 들어오시곤 했는데, 그런 날 밤엔 어김없이 내가 자러 들어가면 혼자 소주를 안주 없이 드시다가 울며 잠드셨다. 새벽에 잠이 깨어 몇 번 목격했던 엄마의 모습니다.

 

  “연희야, 엄마랑 오랜만에 외식할까? 엄마 밥하기 귀찮은데.........”

  일요일 오후, 혼자 방에서 멍하니 앉아있을 때였다. 엄마는 내 방에 슬며시 들어오시더니 뜬금없이 외식을 제안하셨다.

  “외식? 웬 일로?”

  난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웬 일은....... 그냥 그러고 싶은 거지. 딸이랑 둘이.”

  엄만 태연하게 말했지만 표정은 낯설었다.

  “그래!”

  난 군 말없이 엄마를 따라 나섰다.

  “뭐 먹고 싶어? 딸?”

  엄마는 내 팔짱을 끼며 다정히 물으셨다. 엄마의 그런 표정을 언제 봤었나 싶었다.

  “음........ 아무 거나 말해도 돼?”

  난 잠시 생각하다 엄마에게 물었다.

  “응! 너 먹고 싶은 거 아무 거나. 네 맘대로 정해.”

  “음......... 고기! 고기 먹어도 돼?”

  난 일부러 뜸을 들이고 말했다.

  “그래라! 무슨 고기 먹을까? 돼지? 소? 소고기 먹을래?”

  엄마는 시원하게 말했다.

  “그래!”

  나도 시원하게 대답했다. 뭔가가 있구나 싶었지만 불안하거나 궁금해 미치겠다거나 하진 않았다. 우리는 동네 밖으로 나와 상점가를 돌아다니다 ‘수원 본 갈비’ 라고 쓰여 있는 커다란 간판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여기요! 소갈비 2인분하고........ 너 밥도 먹을래?”

  엄마가 주문을 하다 말고 묻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밥 두 개 주세요!”

  엄만 주문을 마치고 내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소주도 한 잔 해!”

  내 제안에 엄마는 고개를 가로 저으시며 물을 마셨다.

  “훤한 대낮부터 무슨 술이야? 엄마 술 잘 못하는 거 알잖아.”

  엄마의 대답이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근데 고기는 왜 먹자고 한 거야? 무슨 일 있어?”

  나도 물을 마시며 물었다.

  “엄마........ 취직했어! 내일부터 일 나가.”

  뜻밖의 엄마의 말에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뭐? 엄마가? 엄마........ 한 번도 일 같은 거 해 본적 없잖아! 아르바이트도 하나 안 해봤다면서?”

  “안 해봤다고 못하라는 법 있니? 나 아직 마흔도 안 됐거든? 아직 젊은데 뭘.......”

  “무슨 일인데? 힘든 거 아니야?”

  난 엄마가 조금 걱정 되었다.

  “엄마 친구가 일하던 회산데, 식품회사야. 음........ 국수나 떡....... 뭐 이런 거 만드는 작은 회산데 엄마 친구가 얼마 전에 결혼 했거든. 임신을 해서 조심해야 된다네. 그래서 회사 그만 둔다고 나한테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덥석 한다고 했지!”

  엄마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그래? 힘든 일이 아니라면 다행이긴 한데........ 잘 할 수 있겠어? 그래도 처음 하는 일인데.........”

  내 걱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를 넌 바보로 아니? 엄마가 대학은 못 갔어도 학교 다닐 때 공부도 꽤 했어! 어려운 일은 아니래. 경리도 보고 사장님 비서 역할도 좀 하고....... 복잡한 일은 아니야. 걱정 말지, 딸!”

  엄마의 얘기가 끝날 때쯤 주문했던 소갈비와 밑반찬들이 상 한가득 놓여졌다.

  “월급이 많은 건 아니어도 우리 둘이 생활하긴 괜찮을 것 같아. 엄마가 내일부터 너 아침 대충 준비해 놓고 나갈 테니까 꼭 먹고 가고, 학교 다녀와서도 알아서 잘 챙겨먹어! 여섯 시 퇴근이긴 한데 처음이라 시간이 얼마 더 걸릴지도 모르니까.”

  “엄마야 말로 날 바보로 알아? 엄마보다 낫거든!”

  난 엄마의 잔소리가 길어질 것 같아 얼른 대답했다. 오랜만이 아니라 난생 처음, 엄마와 단 둘이 외식을 했던 그날, 다행히도 그녀의 웃는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서 난 좋았다. 그러고 보니 갈비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난 불안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엄마가 구워주는 갈비를 먹으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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