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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아일랜드
작성일 : 20-09-27 20:57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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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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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회사를 그만두었다. 공연을 비롯해 곡(‘버닝러브’의 곡 외 의뢰 곡 등)을 만드는 일, 간간히 들어오는 방송 섭외까지, 본업에 충실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오랫동안 해온 우유배달을 그만둔 데에 대한 서운함이 컸지만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좋았다. 또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 때가 그립기도 했다.

  나는 내 자신을 잘 알아도 모른 척 했거나, 잘 모르는데 아닌 척 한 것이었다. 그가 그새 내 안에서 사라질 리 없었다. 만약 그의 마음을 알았다면 지금 난 모른 척, 아닌 척은 안 해도 되었을 텐데, 난 끝내 그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했다. 사실은 늘 그랬었는지도 모른다.

 

  말자 누나랑 은수와 싱글 발매시기와 공연 등 공식 일정에 관련된 일들을 상의했다. 뭐, 그렇게 바쁜 건 아니었어도 딱히 쉬는 날도 없이 일해 온 건 사실이었다. 말자 누나는 여러 가지 변화에도 불구하고 늘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난 그것이 포커페이스라고 단정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은수는 그야말로 격변의 캐릭터였다. 가끔 그녀에게서 은복이의 모습이 겹쳐지곤 했다.

 

  “언니, 12월이면 좀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 건이도, 저도 이미 곡 작업은 후반만 남겨두고 있고....... 언니만 잘 하면 되는데.......”

  말자 누나의 눈치를 슬슬 살피며 은수는 능청스럽게 말을 꺼냈다. 꼭 은복이의 모습이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

  말자 누나가 기타를 튕기며 말했다.

  “우리 거의 일 년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요. 뭐, 내가 힘든 건 아닌데....... 건이 좀 봐요. 전보다 더 말라가지고....... 혈색도 없고....... 우리 건이, 딱해 죽겠어.”

  볼수록 신기했다. 은수의 처세랄 수 없는 저 능청이 나를 당황하게 했다.

  “건아! 넌 좀 쉬어. 그나마 날씨 좋을 때 여행이라도 좀 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도 하고....... 다음 달 중순까진 스케줄 안 잡을게.”

  말자 누나가 내게 말했다.

  “언니....... 은복이가 지난여름 휴가 때 못 쉬었다고....... 이번에 이틀 휴가 냈대요. 같이 놀아달라고 전화 왔었는데....... 저도 그럼 휴가 갑니다!”

  은수가 말했다.

  “걘, 걘 왜....... 너한테 놀아달라니? 미친년....... 아휴, 미친년들!”

  말자 누나가 말했다.

  이렇게 우리는 일 년여 만에 각자의 휴가를 가지기로 했다. 은수는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음악이 딱히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탓인지 휴가가 내게 어떤 의미가 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는 것, 난 이 시간을 어떤 생각과 행동들로 채워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눈이 가는대로, 발 길이 닿는 대로 갈까 생각했다.

 

  그 동안 번 돈을 털어 아일랜드 행 티켓을 예약했다. 여행은 처음이나 다름없다. 말자 누나가 허락한 한 달이라는 시간, 난 여전히 연습실을 오가며 가사를 쓰고 편곡하는 일을 하며 며칠을 보냈다. 허나 아무래도 한 달 동안을 이대로 견딜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늘 동경했던 곳, 그곳에 가면 지금과는 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배낭과 간편한 캐리어, 그리고 기타. 말자 누나와 은수에게 문자 메시지로 돌아올 날짜를 알려주고 나서 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 티켓팅을 하고, 오후 12시 40분, 마침내 난 아일랜드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설레기도 하면서 기분이 묘했다. 이륙 전 창밖으로 보이는 공항 대낮 풍경이 평범했지만 벌써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사실, 이국적이라기보다는 꿈결 같았다.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꿈, 또는 현실. 비행기는 서서히 이륙을 시도하며 활주로를 향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내달리며 떠오르기 시작하는 비행기로부터 내다보는 바깥풍경과 기내에서 들려오는 안내방송, 차분히 앉아 잠을 청하기 시작하거나 신문과 책을 펴는 승객들. 저들은 각자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누구를 만나기 위해, 혹은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까.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이 생소하다가도 문득 그의 표정, 그와 함께였던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칠 때면, 마치 실컷 꿈을 꾸다가 발을 헛디뎌 움찔거리며 잠이 깨듯 꿈과 현실을 유리문 하나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난 아예 꿈을 꾸기로 마음먹고 잠을 청했다. 깨지 않기를 바라며.

 

  잠이 깨고 나서 생각하니, 꿈속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장시간의 비행이 생각보다 지겹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열 두 시간이 지나 있었고, 곧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처음 밟는 낯선 땅. 낯선 간판들과 냄새,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많은 사람들, 그 낯섦에 난 열 세 시간 전 그곳에 두고 온 나를 회상했다.

  히드로 공항에서 환승을 해, 다시 한 시간여를 날아 마침내 더블린에 도착했다. 그 순간부터, 자동적으로 내가 예전부터 상상해오던 그곳과 지금 이곳을 대조하고 있는 나를 깨닫고 곧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흔들었다. 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왔는가를 상기했다. 용기 내어 뭐든 부딪쳐 보리라 다짐했다.

  공항을 나오니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의 광경은 분주하면서도 안개 탓인지 공기는 회색을 띠었고 축축했으며, 그 배경 속에 오가는 사람들도 모두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한 쪽엔 캐리어를 한 쪽 어깨엔 기타를 매고 안개비를 맞으며 택시 승강장 앞에 서 있었다. 입구나 출구, 택시 승강장임을 알리는 표지판들과 간혹 들려오는 강한 억양의 영어, 그리고 택시의 모양과 색깔이 나를 조금은 긴장하게 만들었다. 깊은 숨을 뱉었다. 뿌연 입김이 흩어졌다. 하얀 물감이 번지듯 난 그 배경 속에 스며들었다.

  곧 빨간 색 택시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온갖 무채색의 배경 속에 가로등 조명을 받은 택시는 유일하게 색채감을 띄었고 나는 그 안에 몸을 실었다. 이렇게 난, 꿈 같이 희미한 이 공간을 꿈이 깨듯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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