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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곽사장의 버닝 러브
작성일 : 20-09-27 20:56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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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 러브’ 공연의 열기는 그에게도 전해졌다. 하지만 그 열기와 감동을 고스란히 맘에 담고 잠시 이곳을 떠나 있는 멤버들과는 다르게 곽 사장은 식은 냄비 속 외롭게 남은 조개껍질 신세였다. 그에게 고요와 고독은 친구가 되기도 했으나 부쩍 날씨가 추워진 몇 일간은 그렇지 못했다.

  꼭 첫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회색 하늘이었다. 썰렁하리라 예상했던 탓이었을까, 가게로 들어서니 차가움보다는 뭔가 따뜻한 공기가 느껴졌다. 곽 사장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차디찬 두 손을 비비며 혼잣말을 했다. 가게 안의 난방을 먼저 켜 놓은 후 그는 테이블을 정리하고 바 안으로 들어갔다. 음악을 켰다. 이장희의 ‘그 애와 나랑은’.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 선곡이었다. 군데군데 가사를 따라 부르며 그는, 바 안의 구석구석을 닦고 기물들과 술을 정리했다. ‘한 잔의 추억’, ‘잊혀진 사람’, ‘편지’....... 그가 선곡해 놓은 이장희의 곡들이 차례로 흘러나왔다.

 

  “음악 좋네요.”

  곽 사장이 오래되어 잘 쓰지 않는 잔들을 정리하며 음악에 심취해 있을 때였다. 그는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에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목소리가 겹쳐졌다.

  “........ 아, 어서 오세요.”

  그는 급히 몸을 돌렸다. 훤칠하고 말끔한 차림의 손님은 곽 사장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제가 오랜만에 왔죠? 한동안 좀 바빴어요....... 사장님은 여전하시네요.”

  “아, 네.......”

  그의 인사에 곽 사장은 멋쩍게 웃었다.

  “어........ 날씨도 꾸물거리는데....... 맥주 한 잔 하고 가려고요, 괜찮죠?”

  그는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요. 얼마든지요.”

  곽 사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바로 차가운 맥주를 꺼내어 그의 앞에 놓았다.

  “괜찮으시면, 사장님도 같이 하시죠? 오늘은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은데.”

  그는 금세 분위기를 눈치 챘다. 곽 사장은 잠시 고민하는 척 했지만 곧 맥주 하나를 더 꺼내어 들고 말했다.

  “지난번 선물로 주신 양주, 좋아하는 친구랑 잘 마셨어요. 이건 답례로 제가 대접할게요.”

  “아....... 선물로 드린 걸 잘 드셨다니 제가 기분 좋네요. 네, 그럼 잘 마실게요!”

  두 사람은 건배를 나누고 맥주를 마셨다.

  “좋아하는 음악인가요? 이장희....... 맞죠?”

  가게로 들어선 그를 확인하자마자 곽 사장은 볼륨을 줄였지만 여전히 이장희의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네. 평소엔 제 취향대로만 선곡할 순 없거든요. 보통 이곳에 오는 손님들의 연령대와 취향을 고려하죠. 말씀하신 대로 오늘은 좋아하는 곡 맘껏 들어도 되는 날 같아서요.”

  곽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저도 좋아해요. 오래전 곡들이라 잘은 모르지만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나 ‘한 잔의 추억’같은 유명한 곡들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으니까요.”

  “어, 정말요?”

  그의 반응이 곽 사장은 반가웠다.

  “듣고 싶은 음악 있으면 말씀하세요. 오늘은 그래도 되는 날이니까.”

  두 사람은 그동안 많은 대화를 나눠 보지는 못했지만 제법 말이 잘 통했다. 서로의 취향을 이야기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해가며 그들은 처음으로 술자리를 함께 했다.

  “아, 잠깐 화장실 좀........”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곽 사장은 생각했다. 뜻하지 않게 느껴보는 새로운 기분이었다. 다채롭지 못한 자신의 삶에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는 그였지만 잔잔한 일상에 불쑥 찾아 온 반가운 손님처럼 그는 그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눈 와요, 밖에! 첫 눈이에요!”

  자리를 비웠던 그가 들어오며 말했다.

  “그래요? 아직 11월인데........ 때 이른 첫 눈이네요.”

  그는 몸을 웅크리면서도 아이처럼 기뻐했고, 곽 사장은 11월의 첫 눈이 신기했지만 담담히 반응했다.

  “괜찮으시겠어요? 더 드셔도.......”

  곽 사장이 그에게 물었다. 그는 흥분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곽 사장은 맥주 두 병을 더 가져왔다. 두 사람은 다시 건배를 나누었다.

  “사장님.......”

  그가 넌지시 불렀다.

  “..........?”

  곽 사장은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자신을 부르는 그에게 눈짓으로 대꾸했다.

  “제가, 여기 몇 번쯤 왔나요?

  “음..........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진 자주 오셨었죠.”

  곽 사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오늘이 열 번째예요.”

  “아, 그런가요? 와, 정말 기념할 만한 날이네요. 첫 눈까지 와 주고.......”

  곽 사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앞으로 자주 와야겠다고....... 여기가 아주 맘에 들었었거든요. 음악도 분위기도 다 좋았지만 굳이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고요.......”

  그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제가 쇼핑몰 유통 일을 하고 있어서 밤 시간에 주로 일해요. 이런 곳에서 여유롭게 술을 마시는 일도,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제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럼에도 여기는 꼭 다시 오고 싶었죠. 이곳에 오는 날짜와 횟수를 기억해 가면서....... 제가 양주를 선물해 드렸던 그 날도 기억해요. 6월 17일이었죠.”

  그가 말했다. 얼굴에 약간의 홍기를 띠었고 말투는 차분했다. 그리고 온화한 표정으로 말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곽 사장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그랬군요.......”

  곽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도 얼마 전에 계획해 놓았던 날이긴 하지만....... 뭘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에요. 고민하실 필욘 없어요. 무언가를 원하는 간절함보단 저도 배려가 우선이라는 건 잘 아니까요.”

  그의 말투는 믿음직스러웠다.

  “그렇군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어쩌면 다행이네요....... 얼마 전 누군가에게 내가 겁쟁이라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오늘 손님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조금 알겠어요. 겁쟁이가 아니라 비겁쟁이였다는 걸....... 무언가를 원하는 간절함 때문에 겁쟁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려 했었나 봐요, 제가. 그건 비겁한 거죠. 배려가 우선이라는 말씀이 절 깨닫게 하네요....... 전....... 겁을 내서가 아니라, 비겁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미 저에겐 배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것들이 우선인 것 같아요.”

  곽 사장은 말했다.

  “후후........ 그래도 기분은 괜찮네요. 사장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시라니.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 중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었거든요. 다들 자기 욕심이 우선이었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어쩌면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계실 텐데, 제가 모르면 안 되죠. 그럼, 전 사장님을 우선 배려해 드린 거고....... 그래도, 여긴 계속 올 겁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버닝 러브, 딱 제 마음이 그렇거든요. 다 태울 때까진.......”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훗....... 죄송하다거나 감사하다고 제가 말씀 드려도 될까요? 선물도, 마음도 다 그렇네요, 받기만 하고.......”

  “음....... 전 감사만 받고 싶은데요. 왜냐면....... 제가 감사하니까, 사장님한테....... 어차피 난 또 여기 올 거고.”

  “얼마든지요. 어쨌든 ‘버닝 러브’는....... 좋은 거죠.”

  그의 말에 곽 사장은 웃으며 맥주를 치켜들었다. 두 사람은 건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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