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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내가 우리에게 하지 못한 한 가지
작성일 : 20-09-27 20:55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4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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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개관식 참석차 광주에 다녀왔다. 난 여전히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2주 동안 우린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 가기로 했던 공연에도 난 가지 못했다. 나의 일상이 다시 한 번 변화하는 시점이었다.

 

  10월 18일. 그는 ‘버닝 러브’의 공연을 무사히 마쳤을 것이다. 하루 종일 그에 대한 온갖 추측뿐이었지만 그만해야겠다고 마음먹으려고 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 여겨버리고 멈추려 했다.

  [잠깐 볼 수 있어요? 잠깐만....... 보고 싶은데.]

  그에게서 문자가 온 건 오후 5시경이었다. 그를 만나러 가는 내내 불안하고 두려웠다. 불안과 두려움의 이유는 나에게 있었다. 그럼에도 잠깐 보자는 그의 말에 난 허겁지겁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를 마주하고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없었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초조한 발걸음으로 둔치를 향해 내려갔다. 일요일 저녁이라서인지 바람은 싸늘했고 뒤쪽으로는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으며 강물은 잔잔했다. 평소에는 운동이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잘 모이는 곳이지만, 바람을 쏘이러 온 듯 보이는 노인 몇 분과 개를 산책시키는 장년의 부부만이 눈에 띄었다. 둔치를 내려오며 주변을 살피다가 그를 발견했다. 강가에 놓인 기타 케이스, 그 옆에 그는 앉아 있었다. 난 조용히 그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공연........ 못 갔어. 미안.......”

  난 두근거렸고 조심스럽게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그는 앞만 바라보며 말했다.

  “후....... 제가 기다렸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

  그의 물음에 난 말문이 막혔다.

  “기다렸어요....... 그래도 오실 줄 알았거든요. 알고 있으니까, 언제 어디서 내가 공연을 하는지....... 온다고 했으니까 오겠지.......”

  “........ 미안........”

  그는 말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겨우 이 한마디였다. 내가 너무 초라하고 바보같이 느껴졌다.

  “왜인지는 안 물을게요. 형도 모를 테니까....... 그래도....... 그래도 그러면 안 되잖아....... 다른 사람은 다 그래도 형은........ 당신은....... 나한테 그러면 안 되잖아!”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제야 난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내 시선을 느끼고는 뺨에 흐르던 눈물을 훔쳤다.

  “당신한테 바란 건 아무 것도 없었어. 당신이 착각한 거야....... 아, 아닌가? 내가 착각한 건가......... 그런가보네, 참........ 이제야 알겠네, 오늘 보니까........”

  그는 설움을 억누르며 말했다. 난 여전히 아무 말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 난 고개를 숙였고 그는 이런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는 울고 있었다. 말은 나오지 않고 변명도 핑계도 아닌 짜디짠 눈물이 눈에 고이기 시작했다. 나를 보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벙어리가 된 나는 얼른 그의 손목을 잡았다. 놓을 수도 없었고, 뭐라 말 할 수도 없어서 그저 고개만 떨군 채 있었다.

  “앞으론 그렇게 고개 숙이고 울지 마요. 겨우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하면서!”

  손을 뿌리친 건 그였다. 내 손을 풀어 놓고 그는 기타를 짊어지고 가버렸다. 난 그의 뒷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가 사라질 때까지 난 그를 끝내 보지 못하고 그 뒷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잡았던 그의 손목의 체온만이 내게 남아 있었다. 그는 아니, 나는 그렇게 그를 놓쳤다.

 

 

 

  맑은 하늘과 공기에서 겨울이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로수에 드문드문 걸려 있던 무채색 잎들도 거의 사라졌다. 하품을 하니 하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이렇게 추운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일은 드물었다. 밤을 샌 건 아니지만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지난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느라 애먹었다. 그 덕에 피곤은 오히려 더했다.

  ‘버닝 러브’가 5년 만에 여는 첫 단독 콘서트, 최초 결성 이후론 15년 만이다. 집을 나와 공연장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때만 해도 눈꺼풀이 무거웠는데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니 떨림과 설렘에 발길을 떼기도 힘들었다. 현실감이 느껴졌다가 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오전 9시부터 리허설을 시작했다. 첫 공연이라서인지 말자 언니와 이건이도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긴장했던 것일까, 우린 대화도 없었고 표정은 모두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 전장 같은 분위기로도 우린 소통이 가능했다.

  오래도록 준비해왔던 정규 2집을 이번 공연에서 소개한 후 발매를 시작한다.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그동안 단단하기만 했던 내 의지와 자신감은 힘없이 흐물거렸다. 왜 그랬을까. 꿈에서나 가능했던 믿을 수 없는 이 순간에 내가 약해질 거라고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지금 여기 서 있는 게 나인가....... 저들은, 내가 알던 말자 언니와 이건이가 맞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버닝 러브‘는 어떤 팀일까.......’

 

  과연 온정신은 아니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그 느낌은 그대로였다. 조금 전까지의 상황이 정말 꿈같았다. 작은 공연들은 수없이 해왔지만, 큰 무대에서는 관객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모두 우리를 위해 있어준 사람들이지만 내 눈앞엔 아무도 없었다. 벅찬 감정과 함께 허무함이 밀려왔다.

  “정신 차려! 네가 무얼 기대했건, 그 이상도 그 아하도 아니야. 우리가 뭘 기대했건 딱 그만큼 인거야. 어차피 한 곳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은 아니잖아. 우리. 목적도 목표도 없었다고. 그냥 순간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으면 터트려! 아끼지 말고.......”

  말자 언니는 정신을 놓고 있는 나와 이건이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언니의 목소리도 무척 상기되어 있었다.

  “그럼, 언니는 오늘 심장 터트렸어요? 정신이 차려 지던가요?”

  난 말자 언니를 보며 말했다.

  “응,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내 심장에선 우주 대폭발이 일어났지, 멍청이들....... 그러니까 정신을 차리라는 거야. 제 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으면 되겠어? 그래서 다시 찾아올 평온을 만끽할 수 있겠냐고!”

  언니는 조금 흥분하며 말했다. 난 이건이를 보았다. 얼어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수천 명의 관객 앞에 서 있던 우리는 ‘버닝 러브’였고, 지금 이 낡은 연습실에 남아있는 세 사람도 ‘버닝 러브’였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웃었지만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똑똑똑’

  그 때, 우리 셋의 웃음소리를 뚫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웃음을 멈추고 일제히 문 쪽을 바라보았다. 삐그덕 소리를 내며 천천히 문이 열렸다.

  “....... 역시, 여기 있었네.”

  은복이가 서 있었다. 난 순간 낯선 사람으로 착각했다. 약 5초간의 정적이 흐른 다음 은복이가 말을 했다. 불량스러운 회색 뻗침 머리도, 푸석하고 깨 많던 얼굴도, 트레이드마크였던 후드 티셔츠와 계절을 넘나들던 반바지에 양말, 운동화도 아니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청바지에 단화, 포근하게 상체를 감싼 아이보리색 니트에 목에 두른 양모 목도리, 갖춰지진 않았지만 뽀얗게 정리한 메이크업과 검은 중장발의 머리카락. 망설이는 듯한 말투마저 낯설지만 분명 은복이가 맞았다.

  “미친년.......”

  말자언니가 그녀에게 말했다. 은복이가 문을 닫고 들어오면서 씩 웃었다. 난 그런 은복이에게 다가가 와락 그녀를 끌어안았다.

  “야........ 뭐야.......”

  은복이는 내 머리를 감쌌다.

  “미친년도 전염이 되나보다, 참.......”

  말자 언니는 우리를 보며 말했다.

  “이제 그만 해.......”

  은복이가 나를 떼어내며 말했다. 난 그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금 전보다 더 큰 소리로 웃어댔다.

  “이런, 미친년!”

  말자언니는 나를 향해 말했다.

  “못 알아봤어, 넌 줄....... 혹시, 오늘 공연 왔던 거야?”

  이건이가 은복이에게 말했다.

  “멋있더라. 너무 멋있어서 이렇게 보는 게 다 떨린다, 야.......”

  은복이는 쑥스럽게 웃으며 이건이의 말에 대꾸했다.

  “야! 미리 연락을 하지! 보러 온다고. 그랬으면....... 더 잘했을 텐데.”

  난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지난번엔 연락 못해서 미안해.”

  “오오....... 네가 미안하다는 말도 할 줄 아네, 이제? 하하하.”

  은복이가 내게 한 말에 말자 언니는 놀라며 말했다.

  “멋있더라, 정말 멋있었어. 너무 잘했어. 대박이었어.......”

  내친 김에 은복이는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양손의 엄지를 치켜 올리며 말하는 은복이의 눈시울이 붉어져 보였다. 잠시 흐른 정적이 어색했다. 말자 언니는 구석으로 가더니 음악을 틀었다. 10초 후쯤, ‘연인’이 플레이되기 시작했다. 말자 언니와 나, 은복이가 만나 처음 만들어졌던 곡이다.

  “하하하, 언니 완전 주책이야.”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자 은복이는 쑥스러움에 손뼉을 치며 웃어재꼈다. 그녀가 어색해 하자 이건이는 노래를 따라서 흥얼거렸다. 곧 나와 은복이도 합류했다. 말자 언니는 오디오가 있는 그 구석에 기대어 우리를 지켜보았다. ‘연인’은 지금 들어도 풋풋하다 못해 촌스러움이 느껴지는 곡이다. 가사도 리듬도 귀엽고 따뜻했던 ‘버닝 러브’의 몇 안 되는 분위기의 곡이다.

 

  큰 공연 후, ‘버닝 러브’에는 잠깐의 평온이 찾아왔다. 앨범이 발매되었고 우리는 그 반응을 확인하는 똥줄 타는 일을 하는 대신 잠시 각자 사적인 시간을 갖기로 했다. 말자 언니는 욕심은 금물이라 강조했다. 아무리 그래도 앨범을 내놓고 방관할 순 없는 일이었다. 난 나름 노력했지만 시간의 간격을 두고 앨범 판매량과 음원 수요 등을 확인했다.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어도 실망스럽지 않은 정도의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좀 더 솔직 말하자면, 공연 전이었으면 만족스러웠을 테지만 그 이후의 반응이라고 하기엔 살짝 실망스러움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뭐, 이 바닥의 생리를 몰랐던 게 아니었으니 크게 연연하진 않기로 했다. 말자 언니와 이건이도 그랬을 거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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