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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행복해지자
작성일 : 20-09-27 20:53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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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영태가 떠난 지 다시 한 달 쯤 되었다. 햇볕은 아직 따스했지만 피부에 닿는 공기는 메말라 있었다. 출근길과 퇴근길의 공기도 이젠 달랐다. 변치 않을 듯해도 변하고, 그대로인 듯 보여도 생겨나거나 사라졌다.

  ‘버닝 러브’는 정규 2집 앨범 준비에 들어갔다. 얼마 전 홍대 언더그라운드 레이블을 소개하는 한 TV 프로그램에 ‘버닝 러브’가 소개되었다. 이건이는 수줍음이 너무 많은 나머지 끝까지 방송 출연을 고사하려 했다고 한다. 결국 주변의 여론에 떠밀려 나가게 되었는데, 그 때 나도 그 여론에 동조했었다. ‘버닝 러브’의 곡들과 그들의 연주 실력이 한정된 곳에서만 보여 지기엔 아깝다는 판단이었고 음악팬으로서 좋은 곡들이 널리 들려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폭발적이기 까진 아니었어도 방송을 탄 이후로 여기저기 입소문이 돌아 홍대와 그 권역을 벗어난 이곳저곳에서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광주 출장을 갔을 때 광주 터미널 근처에서도 그들의 노래가 들려왔다. 또 며칠 전에는 라디오에서 그의 목소리도 들었다. 신기했다. 좋은 반면 그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줄었다는 것이 조금 맘에 걸리긴 했다. 두 번째 정규앨범 준비와 동시에 크고 작은 공연과 간혹 방송 스케줄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우유 회사일도 쉬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지만 그래도 내게는 자주 연락했다.

  내가 회사에 있을 때 가끔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보고하거나 내 끼니를 챙겨 묻곤 했다. 늦게 퇴근 해 집에 도착할 즈음이면 그는 전화를 걸어 목소릴 들려주었다.

  내 생활은 별다를 게 없었다. 아침마다 그가 주던 신선한 우유가 아닌 우유나 커피로 아침을 때운다는 것 말고는 일은 늘 바빴고, 어쩌다 여유 있는 주말이 되면 영태를 만나 술 한 잔 하거나 이건을 만나거나 하는 대신 예전처럼 집에서 그냥 쉬는 일이 전부였다.

  이건은 이런 내 생활을 마치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나를 챙겼다. 짬이 날 때마다 내가 먼저 그를 그리워하기 전에 내게 연락을 해 왔다.

 

  얼마 전 추석연휴동안 우리는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간 난 일박이일 부모님을 뵙고 왔고 이후로 쭉 회사에 있었다. 삼사년 전부터 명절 때 집에 다녀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기도 했고 휴무와 관계없이 잔업이 남아있기도 했다. 그리고 명절이 지나자마자 그는 내게 공연소식을 알려왔다.

  “집엔 잘 다녀오셨어요?”

  우린 오랜만에 만났다. 그가 집으로 찾아왔다. 전화나 메시지로만 지내다가 얼굴을 보니 기분이 새로웠다.

  “응.......”

  난 대답했다.

  “형 부모님들은....... 어떤 분들이세요?”

  그가 물었다.

  “우리 부모님? 음....... 그냥 평범하셔. 두 분 다 60대 초반이시니까....... 뭐, 그 나이대에 맞는 그냥 그런 사고, 생활방식........ 왜?”

  나는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그냥요. 그냥 궁금해서요. 어떤 분들인지.......”

  난 그에게 커피를 가져다주고는 마주 앉았다.

  “다음 주부터 언제까지라고 했지?”

  난 그에게 물었다.

  “뭐가........ 아, 공연. 다음 주부터 2주간이요. 금, 토만 4회 공연이에요. ‘버닝 러브’ 내부공사 때문에 대관한 거예요. 올 거죠?”

  그가 내게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었다.

  “응, 물론이지. 지난번 광주 일....... 개관 행사가 있긴 한데, 잘 피해 볼게.”

  내가 대답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어서인지 잠시 어색했다.

  “그럼, 광주 일은 다 마무리 된 거예요?”

  그가 물었다.

  “그렇지.......”

  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기겠네요. 뭐 늘 바쁘지만, 형은.......”

  “나보다 네가 더 바쁘지. 요즘은. 난 지금도 여유 많아. 칼 퇴근 할 때도 있고, 주말도 곧잘 쉬고....... 너야말로 공연에, 방송에, 곡도 쓰고....... 정신없는 것 같은데? 아, 저번에 곽 사장님이 그러시던데, 팬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내가 말했다.

  “‘버러’에 오셨었어요? 근데 왜 나한테 전화 안 했어요? 저, 방송은 어쩌다 몇 번이고 공연이나 리허설 아니면 연습실에 쭉 있는데........”

  그가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 너 없는 시간이었어. 잠깐 들러서 맥주 한 잔 하고 바로 왔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난 말문이 막혔다.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닌데 그 때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이유를 순간 나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그는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마셨다.

  “형, 커피 맛있네요. 딱 내 스타일이에요. 향이........ 꼭 형 같아요.”

  그가 말했다. 그는 수줍어했고 그의 말에 나도 쑥스러웠다. 그러다가 그는 잔을 내려놓고는 갑자기 내게 다가와 입을 맞췄다. 난 순간 눈을 감았다. 놀라기도 했지만 난 잠시 그의 숨결을 느꼈다. 그러자 그는 입술을 열어 더 깊게 내게 다가오려 했다. 난 그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떼었다.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잠시 그가 멈춰 있다가 천천히 앉았다. 또 한 번의 침묵이 흘렀다.

  “미안........ 내가 조금 있다 나갈 일이 있어서....... 내일은........ 바빠? 내일 같이 저녁이라도 먹을까?”

  난 급하게 말했다. 그는 얼어 있었다. 아무 대꾸 없이 앉아 있다가 쓰고 있던 모자의 캡을 눌러 다시 썼다.

  “응? 어때? 맛있는 거 먹자, 우리.”

  난 다시 그에게 물었다.

  “내일....... 그래요. 이것만 마시고 일어날게요.”

  그는 말했다.

  “아냐, 천천히 마셔도 돼.”

  “아뇨, 저도 가봐야 돼요. 형 볼일 봐요. 내일........ 봐요, 그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을 신는 그의 손을 난 잡았다.

  “내일....... 보자, 전화할게.”

  그는 내 말을 듣고 나서 씩 한 번 웃고는 문을 나섰다. 그가 나간 현관문을 난 한참 바라보았다. 뭔가 잘못된 기분에 사로잡혔다. 조금 전 닿았던 그의 입술의 온도와 숨결을 떠올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시 조금 전, 당황한 듯한 그의 표정과 문을 나서기 전 지었던 그의 미소를 떠올리자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를 대했던 나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불연 듯 무슨 낯으로 내일 그를 만나야 할지가 걱정되었다.

  ‘내가 그렇지, 뭐........’

  얼마만인지,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있는 자신을 나는 또 느끼고 있었다.

 

  그 날 밤, 밤새 자책했다. 그가 그렇게 가버린 후,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내 마음이 자괴감에 머무르자, 그 때부터 자리를 잡고 터를 넓히기 시작했다. 별 일 아니라고 넘겨버리려고도 했다. 오늘 그를 만나 아무 일 없듯 밥을 먹고 평소 하던 이야기들을 나누면 되겠지....... 라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아침을 맞았지만 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일요일 오후를 맞았다. 저녁을 먹자고 제안한 건 나였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는 그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난 망설여졌다. 어제의 상황이 자꾸만 떠올라 난 계속해서 헛되이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오후 4시가 넘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애먼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난 전화를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밝게 그에게 말하려고 했다. ‘만나서 술을 마셔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미안해요. 연습이 잡혔어요. 나중에 밥 먹어요.]

  순간 나도 모르게 큰 한숨이 나왔다. 안도감인지 불안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타들어가던 마음은 잦아들었지만 다시 한 번 한숨이 나왔다. 어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두근거렸다가 또 다시 부끄러웠고 불안했다. 그리고 자책했다.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다를 거라고 믿었었다. 내 자신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했었고. 힘겹게 걸어온 험난한 그 길이 너무도 허무하게 끝나 버리는 느낌이었다. 앞길은 평탄하리라 믿었던 기대도 허상이었다. 이렇게 끝난 것인지, 난 다시 걸어 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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