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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다른 삶을 산다는 것
작성일 : 20-09-27 20:52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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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세 번, 매일 아침 그를 만나는 일은 늘 설레었다. 난 신선한 우유를 사고 가끔 여유가 있을 때마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그와 함께 하기도 했다. 그는 공연이 있을 때마다 내게 알려주었지만 회사 때문에 매번 가지는 못했다.

  그 날도 우린 편의점에서 만나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팀장님, 뭐하세요?”

  난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어? 세홍씨....... 뭐하긴........”

  사무실 후배가 어느 샌가 내 뒤에 서 있었다. 난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우유와 샌드위치를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매일 일찍 나오시더니, 여기서 식사하시는 거였구나.”

  후배는 날 마주하고 있던 이건을 힐끔 보며 말했다.

  “아, 고마워. 잘 마실게.”

  난 얼른 이건에게 말하고 발길을 돌렸다.

  “세홍씨, 다 샀어? 가자, 그럼........ 수고해요!”

  난 후배의 등을 떠밀며 편의점을 나왔다. 뒤돌아보니 이건은 그대로 서 있었다. 뒤통수가 뜨끔했지만 회사로 향하며 후배와 일 얘기를 나누었다.

 

  그가 옆에 있음으로 다시 난 평화를 찾은 듯 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게 느껴지지도, 회사일이 마냥 피곤하게만 느껴지지도 않았다. 일주일에 세 번의 아침은 물론이고 매일 잠들기 전에도 그는 어떤 식으로든 지친 나를 위로해 주려고 했다. 밥 때를 챙기는 말과 잘 자라는 뻔한 말들이었지만. 때론 말 대신 음악을 선곡해 보내 주기도 했다. 그의 세심함은 늘 나를 뉘우치게 했다. 꼭 단조로운 일상의 활기가 되어 주는 것보다는 거울 볼 새도 없는 내게 거울을 들이대 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남들은 볼 수 있지만 정작 나만 못 보는 나를 보게 해주는, 그는 내게 그런 존재가 되어 있었다.

 

  9월이 되자,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영태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지난번 일로 잠시 광주를 내려가는 길이었다.

  “어디야?”

  영태는 내게 대짜고자 물었다.

  “일 땜에 광주 내려가는 길이야. 서울 왔어?”

  “광주? 어! 잘 됐네. 나 장성에 있어. 광주에서 가까워. 너 있는데 어딘데? 내가 갈게.”

  영태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그래? 어....... 거기가....... 백마산이라고, 그 근천데........ 언제 오려고?”

  “지금 가면, 음....... 한 시간쯤 걸릴 것 같은데?”

  “음....... 그럼 시내에서 보자. 현장 갔다가 가면 지금부터 서너 시간쯤 걸려.”

  “알았다. 기다릴게!”

  녀석과의 통화를 마치고 약 십여 분 후 광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영태도 나도 서로 반가웠기 때문일까, 꼭 오랜만에 그를 만나서가 아니라 그와의 만남이 왠지 기대 되었다. 현장 일을 마치고 충정로로 향했다.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좀 기다렸겠네.”

  녀석을 보자마자 내가 말했다.

  “아냐, 천천히 왔어....... 그나저나 서울이 아닌 데서 보는 건 두 번째다. 그거 생각하고 있었어. 고1 여름방학 때, 둘이 일탈이랍시고 무전으로 가평에 갔다가 거의 노숙하고 거지꼴 돼서 왔던 거 기억 나냐? 하하.”

  영태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러네. 그런 적이 있었네.”

  영태가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내자 난 그 날 일이 떠오르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충정로의 오래된 갈매기집을 용케도 찾아 나를 기다리면서 홀로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있었다. 그는 잔에 소주를 채웠다. 우리는 건배를 나누고 첫잔을 원샷했다. 시원하고 달큰한 맛이 났다.

  “하늘은, 날았어?”

  내가 물었다. 녀석을 가만 보니 조금 야위어 보이기도 했고 피부도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처음엔 패러글라이딩으로 시작했지........ 처음엔 그냥 서울을 벗어나고 싶어서였는데....... 갇혀 있는 기분이었거든. 나고 자란 곳이어서 몰랐을 뿐이지, 어쩐지 답답해서 보니까 내가 있는 곳이 딱 새장 같더라고. 그래서 확 스친 생각이, 날아야겠다는 거!”

  녀석은 날개 짓까지 해가며 얘기했다.

  “평소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닌 거야. 패러글라이딩을 해 보니까. 욕심이랄까, 욕망 같은 게 막 솟구치더라고. 그래서 경비행기를 탔지! 내가 맘은 약해도 기계엔 강하잖아. 후....... 처음엔 좀 무서웠는데 이제는 눈 감고도 탄다....... 강호야....... 내가 지금 파일럿이 된다면 다들 비웃을까?”

  그는 신이 나서 얘기하다가 말끝을 흐리며 내게 물었다.

  “파일럿? 음........”

  내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눈동자는 흔들렸지만 난 잠시 생각했다.

  “내가 널 비웃지 않는 한, 아무도 널 그렇게 보지는 못할걸? 새끼....... 파일럿이 뭔데? 네가 좋으면, 하겠다고 하면 하는 거지, 뭐. 파일럿 할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못하게 말릴 사람도 없는데. 소심한 놈.......”

  난 어린 아이 나무라듯 그에게 말했다.

  “하....... 그래서 내가 오늘 너한테 온 거야. 자식아!”

  그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우리는 다시 잔을 부딪쳤고 또 원샷을 했다.

  “넌? 넌, 인마....... 나도 없는데 잘 지내는 거야? 가만 보면, 혈색이 좀 좋아진 것 같기도 한데.......”

  영태는 내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사실 난 망설임 없이 가장 친한 친구에게 모두 얘기하겠노라고 오면서 다짐했었다. 굳이 녀석이 묻지도, 눈치 채지도 못하더라도 아무도 모르는 또 다른 ‘나’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었다.

  “요즘은 지낼 만 해. 살 만해. 힘들지도 피곤하지도 외롭지도 않아.”

  난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러자 영태는 팔짱을 끼더니 벽에 몸을 기대고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이려 했다.

  “묻지 않네? 어떤 여잔지.......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에게 내가 말했다. 그리고 또 술잔을 비웠다.

  “................”

  영태도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자식,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 그래. 좋다........ 꿈같다! 꿈같은데 현실인 거....... 뭐든 처음엔 그런 거겠지 싶었는데, 그래서 혼란스럽고 무지 망설여지고 그랬는데, 휴........ 나도 모르겠어. 좋으니까, 좋아. 그냥.......”

  난 내게 집중하고 있는 친구의 눈치를 조금은 살폈지만 어느새 내 입가엔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미친 놈....... 미쳤구나, 아주.”

  영태는 침묵을 깨고 말했다. 난 놀라 그를 보았다.

  “네가 나한테 했던 말이다, 자식아! 뭘 그렇게 놀라?”

  난 잠시 멍하다가 갑자기 지난 기억이 스쳤다. 영태가 처음 내게 수연씨를 소개했을 때 내가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 난 웃었다.

  “웃음이 나오냐? 으이구....... 어쩌려고 그러냐....... 이런 말은 하지 않을게. 나도 사실 설마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그냥 말 줄 알았어. 그 때, 설마 하고 있을 때만 해도 속으로 별 생각을 다했다, 나. ‘진짜 저 자식이 미쳤구나.‘, ’빨리 제정신이 돌아와야 할 텐데.‘........ 사실 좀 걱정했었어.”

  영태가 말했다.

  “그런데?”

  내가 물었다.

  “내가 네 친구이긴 하지만 널 그렇게 판단할 자격은 없잖아. 나도 그랬듯이. 물이 아래로 흐르겠다는데 막을 이윤 없지. 흘러서 고이면 썩는 거고, 계속 흐르다 보면 강이 되고 바다가 되기도 하는데. 난 고인물이 되었지만....... 사랑이잖아. 그 따뜻함 때문에 생겨나는 물을 어떻게 막을 거며, 어떻게 흐르지 못하게 하겠어. 휴....... 그래도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생겨난 맘, 그냥 흐르게 둬야지.”

  녀석은 이렇게 말하고는 ‘크.......’하고 소주를 넘겼다.

  “강호야.”

  영태가 날 불렀다. 그의 차분한 말투에 난 왠지 긴장이 되었다.

  “우리........ 잘 살자. 행복하게. 무얼 하든, 어디서 누구와 있든. 눈치 보지 말고. 불편한 건 좀 벗어 던질 줄도 좀 알고, 편하면 좀 욕심도 부려보고. 좀 그렇게....... 행복해 지자고. 아프면 아파하더라도 미련하게 참지도 말고, 그리우면, 만나진 못하더라도 그립다 말하면서....... 강호야.”

  이렇게 말하는 영태는 떠나기 전보다 확실히 야위어 있었다. 피부도 푸석해 보였다. 녀석은 아픈 것이었다. 그립다 말하고 있었다. 불편함을 벗었지만 욕심 앞에서 망설이며 행복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지난 행동에 대한 후회도 아니었다. 우리를 둘러쌌던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대한 불만도, 어쨌든 하게 된 내 선택에 대한 원망도 아니었다. 그런 것들에 의해 우리는 진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변화한 것일 거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감정을 제어하고 다스리는 데만 썼던 것 같다. 문제는 그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동안 얼마나 우리의 감정에 충실했나, 또는 소중하게 여겼나 하는 것이었다. 하물며 그것들이 우리를 괴롭게 했더라도 그 사실이 우리의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깨닫는 과정 중에 영태와 난 있었던 것이다.

  영태는 우선 서울로 올라가 정리를 할 거라고 했다. 혜정씨와 살던 집을 처분하고 어머니에게도 말씀드리고 나서 거처를 정하겠다고 했다. 정리가 끝나면 다시 지방으로 가서 파일럿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할 거라 했다. 가능한가, 불가능한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준비를 시작하게 되면 당분간 서울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그는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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