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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강호와 이건
작성일 : 20-09-27 20:48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1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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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

  클라이언트는 어떻게든 휴가시즌이 되기 전에 시공 단계까지는 완료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러길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은 나 일 것이다. 회사로 복귀할 여유도 없었고 서울보다 독하다던 이곳의 더위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매일 현장과 사무실을 왔다 갔다만 했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겨우 7월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마무리 될 것 같았다.

 

  “마누라가 폭발 직전이야....... 겨우 휴가 맞춰 놨다고 다음 주까지 안 오면 죽여 버리겠다네요!”

  후발로 합류했던 후배가 아내와의 통화를 마치고 오면서 내게 말했다.

  “그렇겠지....... 결혼하고 첫 휴가 아냐?”

  내가 물었다.

  “네. 휴........ 난들 안 가고 싶겠냐고요! 안 그래도 죽겠는데 살인 협박까지 하니....... 에휴!”

  동료는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며 내게 말했다.

  “선배님은 결혼, 잘 생각하고 하세요. 할 거면 일을 때려치우고 하시든가........”

  그가 담배 한 모금을 빨고 연기를 내뿜으려 말했다.

  “그 정도 모르겠어? 아예 안 겪어 본 것도 아니고........ 난 그래서 결혼을 포기했어. 연애도 안 되던데 결혼은 무슨.......”

  난 한 모금 남은 커피를 마저 비우고 종이컵을 구기며 말했다.

  “어?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하하....... 언제 이렇게 비관적이 되셨어요? 우리가 뭐, 설마 만날 이렇겠어요? 열심히 하다보면 상황도 나아지겠죠?”

  그는 말했다.

  “한대리가 너무 낙관적인 것일 수도 있어. 한대리 말대로 직업을 바꾸면 모를까....... 하긴, 그것도 장담 못하지. 이 일도 애초엔 몰랐잖아. 차도 포도 다 떼고 멋진 일일 줄만 알았지. 그게 이상과 현실의 차이잖아. 일도 결혼도 연애도 생활도....... 뭐든 모든 건 실체가 분명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볼 줄도 모른 채 뛰어든다는 거야. 그러니까 시행착오도 겪고, 괴로워도 하고, 깨닫고....... 나빠졌다 나아졌다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그냥 살짝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데미지를 줄일 주 있지 않을까....... 하는 거지.”

  내 말에 동료는 한 마디 툭 던지고는 담배를 종이컵에 넣고 문질렀다.

  “좀 겁이 많으신가 봐요.......”

  “..................”

  난 대꾸하지 못했다.

  “.........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내일 회식은 참석하시죠?”

  “글쎄....... 컨디션 봐서........”

  “그 동안 고생한 게 있는데....... 딱 회포만 풀고 올라가시죠?”

  동료의 제안에 난 대답 대신 그냥 웃어보였다. 한 달의 시간이 일일이 기억하지 못 할 만큼 훅 지나갔고, 오늘 마무리가 되었고, 내일은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밖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생각이 문득 스쳤다.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꺼내어 나도 모르게 뭔가를 뒤적거렸다. 무의식처럼 찾고자 하는 무언가의 흔적은 없었다. 내일 서울로 돌아가 쉴 수 있다는 안도감 뒤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쳤다.

 

  구름은 잔뜩 끼어 그야말로 가마솥 속 같은 토요일 오후였다. 일을 할 때와는 느낌이 다른 더위였다.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 안.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너른 좌석이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선배님, 서운해요. 말도 없이 가버리시고.......]

  후배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미안, 한 대리. 내 몫까지 실컷 즐기다 돌아와. 먼저 가서 기다릴게. 그 동안 고생했어!]

  회식 참석은 애초에 생각도 없었지만 후배가 간절히 원하는 것 같아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 한 대리의 메시지를 확인한 후 난 이전 메시지를 뒤졌다. 스크롤을 한참을 내려서야 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20분쯤 걸려요.]

  [그럴래?]

  시간은 그곳에 멈춰져 있었다. 난 그 때의 상황을 머릿속에 다시 그렸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을 따라 쭉 지나와 한 달 후 지금, 다시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은 내 모습을 보았다.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머리 위를 스치며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난 휴대폰을 만지작댔다. 저장되어 있는 그의 번호를 확인했다. ‘이건’이라고 되어 있는 그의 번호를 확인하고는 혹시라도 통화버튼을 실수로 누를까 얼른 주소록 창을 닫았다. 난 그냥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창밖을 보았다. 버스가 곧 출발했다.

  광주 터미널의 풍경은 여름 휴가철과 토요일 오후임을 증명해 주는 듯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많은 버스들이 들어오고 나갔다. 사람들의 몸짓과 표정에서 날씨가 느껴졌고 주말의 여유로움 따윈 없었다. 난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해서 머리 위의 냉방구를 닫았다. 그래도 찬바람은 새어 나왔다. 난 다시 냉방 조절 버튼을 오프 상태로 돌려놓았다. 이내 한기가 사라지더니 비로소 편안함이 느껴졌고 난 눈을 감았다.

 

 이건

  설레었다. 사실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 처음 참석해 보는 페스티벌이라서 인지 널따란 무대와 관객석을 보니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리허설을 위해 무대 위에 올랐을 땐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말자 누나는 담담해 보였고 은수는 표정도 생각도 없는 인형처럼 잔뜩 경직되어 보였다. 미리 작업해 온 MR을 음향에 맡기고 라이브 연주와 맞춰 보는 1차 리허설이었다. ‘버닝 러브’는 신예 참가팀으로 오프닝 무대 중 하나를 맡게 되었고 세 곡을 부를 예정이었다. 음향 리허설이 비교적 순조롭게 끝났다. 남모르게 말자 누나가 많이 애 쓴 흔적이 보였다.

  연초에 발매 되었던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 두 개와 밴드 추천 곡 하나를 선곡했다. 잔뜩 경직되었던 은수가 조금 걱정이었지만 막상 리허설이 시작되니 그녀는 돌변했다. 문제가 되었던 건 오히려 나였다. 생각보다 무대가 커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 않던 실수들이 나왔다. 은수는 미안해하는 내게 다가와 베이스를 맞춰 주었다. 그녀는 충분히 멋져 보였다.

  이렇게 우리는 1차 리허설을 마치고 우선 연습실로 돌아와야 했다. 본 공연은 이틀 후, 내일은 다시 공연장으로 가서 2차 리허설을 한 후 다음 날 공연을 준비해야 했다. 평소 좋아했던 국내외 밴드들을 내일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좀처럼 신이 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스스로 나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연습실에 남아 노래 연습을 했다. 말자 누나는 체력소모를 걱정하며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숙소로 바로 향했고 은수도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며 일찌감치 집으로 갔다. ‘하필이면 오늘........’ 이라고 생각하며 연습실에 혼자 남았다. 혼자 있기 싫은 날이었다. 연습에 집중하기가 힘들 것 같아 리허설 때 고전했던 ‘기다려’를 쉬지 않고 반복해서 불렀다.

 

  공연 당일 오후 7시. ‘버닝 러브’의 공연 순서가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셋은 이미 화려한 무대와 수많은 관객들의 열기에 압도되어 긴장할 틈도 없이 앞 무대를 넋 놓고 보고 있었다. 그 때 진행요원의 싸인이 들려왔고 곧 무대를 준비했다. 그 때부터 공연을 마칠 때까지 약 20여분의 시간이 찰나처럼 느껴졌다. 황홀했다. 무대를 내려왔을 때, 잠깐 졸면서 꾼 꿈처럼 시간이동을 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나는, 우리 셋은 무사히 페스티벌을 마쳤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한 동안 그 반짝이던 무대와 관객들의 함성이 떠나질 않았다.

 

  파란 하늘에 농도 짙게 떠 있는 뭉게구름들은 한여름임을 증명하듯 움직이지도 흐트러지지도 않았다. 진녹색의 도심 속 나무들은 마치 대형 스피커 마냥 도시매미들의 울음소리에 그늘이 아닌 소음의 원천지가 되어 있었다. 북적였던 홍대 거리에는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만 몇몇 보일 뿐이었다. 8월 5일 일요일.......

  난 어젯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아침이 되길 기다렸다가 카페가 문을 열 때쯤 홍대 거리로 나와 늘 사람들이 가장 많던 골목의 한 카페에 홀로 앉았다. 아침을 간단히 먹을 작정이었지만 막상 주문을 하려니 소화가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우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카페는 이제 막 영업 준비를 하는 중이었고 사장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 창가 맨 구석자리에 앉아 있었다.

  “더우시면 에어컨 틀어 드릴게요.”

  뜨거운 커피를 호오........하고 불고 있는 나를 보시고는 사장님께서 물으셨다. 이른 아침이라 습도가 좀 느껴질 뿐 난 덥지 않아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아, 음악만 좀 틀어 주실 수 있으세요?”

  내 부탁에 인상 좋으신 사장님께선 미소를 지으시며 스태프 룸에 들어가셨다. 곧 음악이 흘러 나왔다. Randy Rhaods의 ‘Goodbye To Romance’.

 

  중학교 1학년 때 새로 알게 된 친구를 따라 기타를 배우러 다녔었다. 현식이라는 친구였는데, 현식이의 대학생 형이 동네 아이들 몇 명에게 주말마다 기타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 당시 유일한 단짝이었던 현식이를 따라 방과 후면 그의 집 지하실에 있는 형의 작업실에서 기타를 연습하곤 했다.

  형은 그 당시 대학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평일엔 늘 귀가가 늦거나 집에 잘 붙어있지 않는다 했다. 형은 행정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했다. 현식이 말로는 공부도 꽤 잘 했지만 대학을 간 이후로는 공부는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1학년 때는 성적관리도 엉망이었고 심지어 재적 위기까지 겪었다고 한다. 현식이는 그런 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미친 듯이 공부해서 대학을 들어 가 봤자 저렇게 아무 쓸모없는 시간만 보내게 되니 자기는 차라리 일찌감치 대학을 포기하고 돈과 시간을 아끼겠다고 말하곤 했다.

  형은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런 것까지 현식이가 얘기해 준 것은 아니지만, 주말에 형에게 기타 레슨을 받으러 갈 때마다 가끔 보게 되는 광경은 그와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가 껄끄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한 번도 대화하는 걸 본 적이 없었고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간혹 난 그의 아버지가 형을 노려보는 표정만 몇 번 목격했을 뿐이었다.

  현식이네 집은 부자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의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시고 할아버지가 경영하시던 지업사를 물려받아 30년 동안 개미처럼 일만 하시며 자수성가하신 분으로 그 동네에서 유명하셨다. 그의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 조신하게 내조를 해오신 모범적인 아내로 정평이 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야말로 ‘가정’이라는 의미에 기준을 제시하듯 여러모로 모범적인 가족이었다. 현식이도 그랬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예의바르고 신중한 아이였다.

  처음에 그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주말이어서 부모님이 모두 계셨다. 내가 그들에게 인사를 하니 온화한 인상으로 날 맞아 주셨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지하실에서 형과 함께 있을 때는 달랐다. 형의 아버지는 형을 몹시 못마땅해 하셨다. 나 때문이었는지, 말씀을 하시진 않으셨지만 가끔 인기척 없이 지하실 문을 덜컥 여시고는 크게 헛기침을 하시거나 무서운 표정으로 혀를 차시거나 하시며 말없이 문을 열어놓고 나가시곤 했다. 처음엔 몹시 놀랐었는데 거의 갈 때마다 그러셨고 형과 현식이는 아랑곳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나도 곧 아무 내색하지 않게 되었다.

  형은 무척 열심히, 그리고 세심히 나와 현식이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었다. 평소 좀 어두워 보이는 성격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꽤 다정하고 재미있는 형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난 기타가 너무 재미있었고 매주 일취월장했다. 형은 많이 칭찬해 주었다.

  “오......... 대단한데? 이걸 어떻게 다 외웠어?”

  처음 들어보는 팝송을 형이 코드만 가르쳐주고 연습했었는데 일주일 만에 외워서 완곡을 연주해 보였더니 형이 처음 이렇게 칭찬해 주었다. 특이할 것 없는 칭찬의 말이었지만 그 때 형의 놀란 표정과 말투는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만날 이 노래만 흥얼거리고 맨 손가락으로 코드 잡는 시늉하면서 다녔어, 이 새끼. 수업시간에도 멍 때리다가 혼나고....... 길 건너면서도 그 짓하다가 택시에 치일 뻔 했잖아. 그 덕에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나만 엄청 욕먹고........ 완전 미친놈이야. 얘!”

  “뭐? 하하하하.........”

  현식이의 증언(?)에 형이 큰 소리로 웃어댔다. 그 웃음은 마치, 어린 시절 미치도록 궁금하고 먹고 싶었지만 먹어 볼 수 없었던 궁극의 아이스크림을 비로소 한 입 맛보게 되었을 때의 느낌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난 황홀했다.

  그 때였던 것 같다. 난 형의 웃음소리, 나를 칭찬해 주던 그 목소리, 멋지게 연주하던 기타소리와 진지하게 주법을 가르쳐 주던 그 말투와 표정을 한 번도 내 머릿속에서 지운 적이 없었다.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던 피노키오 같았던 나는 그 때부터 내 머릿속을 채웠던 그것들로 생활의 활력을 얻었던 것 같다. 웃고, 달리고, 먹고 말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어쩌면 가족이 없었던 나에게 형은 ‘가족’이란 이런 것일까....... 라고 생각하게 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2003년 어느 여름 날, 방학을 맞아 난 처음으로 방학 계획이란 걸 세웠다. 학창 시절, 내게 방학은 지독한 괴로움 말고는 아무 의미도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아무도 모를 거라 장담할 수 있다.

  그 해 여름방학 처음 세우게 된 나의 계획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이었다. 기타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중학교 1학년 꼬마를 고용하는 곳이 있을 리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난 무조건 부딪치기로 하고 고용주에겐 열여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하게 된 일이 우유배달이었다. 난 운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했다. 아침 일찍 일을 하고 낮엔 현식이네 지하실에서 기타를 연습 할 수 있었다. 우유 대리점 사장님이 기특하다고 배달하고 남는 우유를 주시기도 했는데 가끔은 딸기 맛이나 초코우유를 주시기도 했다.

  가끔 다른 아르바이트가 결근을 하면 땜빵으로 연장근무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해서 모은 돈이 삼십만원 정도 되었다. 내겐 삼백 아니, 삼천, 삼억처럼 느껴지는 돈이었다.

  방학이 끝날 무렵, 난 들뜬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처음 낙원상가를 찾아 갔고 번 돈을 모두 털어 첫 기타를 구입했다. 내 덩치만 했던 기타를 둘러매고 난 한 걸음에 형을 찾아갔다. 너무나 흥분해서 형의 작업실 문을 열었는데, 그 때 형은 Randy Rhaods의 ‘Goodbye To Romance’를 연주하며 부르고 있었다.

  난 기타를 매고 한 손은 여전히 문고리를 잡은 채로 서서 형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꼼짝하지 않았다. 아름다웠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서 있었다.

 

  “어?! 언제 왔어? 안 들어오고 뭐해?”

  형의 노래와 연주가 모두 끝나고서야 난 내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뺨 위로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눈물을 훔치며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너.......?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형이 나를 보고 놀라서 물었지만 난 말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 자식, 기타 샀구나! 드디어! 역시 대단한 놈이야!”

  형은 내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기분이 좋아서 심장이 뛰었다. 형은 나만큼이나 흥분하며 내가 등에 맨 기타를 내려놓자 얼른 케이스를 열어 재끼며 말했다.

  “하하하, 이 녀석....... 잘도 골랐네!”

  “거기 있는 기타는 거의 다 쳐 보고 골랐어요!”

  내가 말했다.

  “하하, 안 봐도 알 것 같다!”

  형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반짝이는 새 기타를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튜닝을 했다. 그리고 내게 기타를 건네며 말했다.

  “자, 해 봐!”

  “뭐.......... 뭘 해 볼까요?”

  형의 제안에 난 당황했지만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내가 했던 거!”

  “..............!”

  형의 말에 난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해 봐, 어서! 눈물까지 흘리며 들었잖아!”

  난 또 한 번 당황했지만 기타를 건네 들고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조금 전 느낌을 떠올렸다. 난 조금 더듬거렸지만 천천히 연주를 시작했다. 코드가 진행될수록 온몸에 전율처럼 그 곡이 느껴졌고 점점 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형은 조용히 가사를 읊조렸고 내가 고개를 들자 그는 눈을 감고 내 반주에 맞춰 조금 전처럼 노래하고 있었다.

 

  난 그 이후로 현식이네 지하실에 매일 출근하듯 했다. 방학이 끝나서 형도 좀처럼 자주 볼 수 없었고 현식이도 기타를 배우는 것에 대한 열정이 처음만 못했다. 방과 후, 저녁 7시 전까지는 그 집에 아무도 없거나 현식이와 단둘이거나 했다.

 

  9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난 기타연습을 위해 현식이네 지하실을 어김없이 찾았다. 형은 보이지 않았고 현식이 녀석이 혼자 기타를 연습하고 있었다.

  “......... 형은?”

  유난히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아 난 현식이에게 물었다.

  “우리 형? 입대했어.”

  현식이가 대답했다.

  “뭐라고?”

  나는 놀라 말했다.

  “군대 갔다고....... 오늘.”

  “뭐? 그런 얘기 안했었는데....... 형이.......”

  “나도 어제 알았어....... 이 씨....... 자원했대. 아오....... 동생한테 말도 안 하고!”

  현식이의 말에 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서운함, 배신감 같은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이것만 놓고 갔어. 다 완벽하게 연습해 놓으래. 휴가 나올 때마다 확인한다고....... 휴우....... 난 안 할란다. 아니, 못해, 난.”

  기타 코드집과 비디오테이프 몇 개가 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등 공연실황을 담은 비디오와 국내외 유명한 기타리스트들의 연주 장면들을 모아놓은 테이프들이었다. 테이프 케이스에 직접 쓴 리스트와 날짜들이 적혀 있었고 낡아서 너덜너덜한 기타 코드집이 투명 테이프로 억지로 고정되어 있었다.

  “너 가져! 난 예전에 다 본거야. 형은 이걸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무책임하게!”

  현식이가 투덜대며 내게 상자를 내밀었다.

  “그럼....... 언제 오는 거야, 형은? 휴가는 언젠데?”

  난 현식이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입대하는 것도 말 안 했는데 그런 걸 얘기했겠냐?”

  난 그날 연습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멍해져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난 현식이가 건네준 상자를 들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 상자를 올려다 놓고 가만히 생각 해 보았다. 서운한 마음이 우선 컸지만 형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어차피 가야 할 군대였잖아. 형은 학교에도 친구들에도 별 관심이 없어 보였어. 부모님과도 그렇고........ 피하고 싶었던 거겠지. 잠시라도 도망치고 싶었을 거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난 잠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깨어났을 땐 다음 날 새벽이었다. 푸르스름한 빛이 창문에 비칠 때쯤 난 일어났고 눈을 뜨자마자 책상 위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난 상자를 내려놓고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낡은 기타 코드집을 열었다.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보았다. 형이 썼던 메모와 낙서들이 페이지들마다 빼곡했다. 반쯤 넘겼을 때 노란색 포스트잇이 눈에 띄었다.

 

  ‘건아, 현식인 이 메모를 발견하지 못할 거야. 말없이 가서 미안하구나. 현식이가 혹시 포기하더라도 넌 꼭 연습해서 언젠가 나한테 꼭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널 믿는다!’

 

  메모를 읽고서 난 그에게 서운했던 마음을 접기로 했다. 그날부터 난 기타연습에 다시 매진했고 새벽 우유배달도 다시 시작했다. 돈을 모아 비디오 플레이어를 장만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달 후, 난 비디오 플레이어를 장만했고 형이 준 테이프들이 다 늘어나도록 보고 또 보았다. 손끝이 다 터지기도 했다. 밴드 몇 장을 겹쳐 감고 또 감고도 난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2003년 12월. 겨울 방학식 날이었다. 나 또한 기타에 정신이 팔려 지각을 하거나 간혹 결석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식이의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현식이가 며칠째 결석을 했었다. 형이 입대한 후로 난 기타연습을 집에서 해왔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

  난 그저 친구의 상황이 궁금해서였다. 몇 달 만에 현식이네 지하실을 찾아갔다. 지하실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고 자물쇠에 묻은 먼지들로 봐서 폐쇄한지 좀 된 듯싶었다. 난 곧 1층 현식이네 집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다. 응답이 없었다. 몇 번을 더 눌러 보고 문을 두드려도 보았지만 여전히 그랬다. 갑자기 소낙비를 머금은 먹구름처럼 불안감이 엄습했다.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옆집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반복되는 초인종 소리와 노크 소리를 들으신 모양이었다.

  “그 집 막내아들 친구지?”

  아주머니께서 내게 물으셨다.

  “아........ 네.”

  난 대답했다.

  “다들 집에 없어....... 지방 내려갔을 거야........ 쯧쯧, 군대 간 아들이 죽었단다. 그저껜가.......?”

  아주머니는 혀를 차시며 말씀하셨다.

  “.................!”

  “에휴........ 그래, 너도 알지....... 내가 몇 번 봤어, 놀러 오는 거. 쯧쯧........ 놀랬지?”

  “......... 왜.............”

  “에이고........ 자살했대. 불쌍키도 하지....... 새파란 놈이....... 인사도 잘 허고, 착한 놈이었는데....... 으이구.........”

  아주머니는 눈가가 촉촉해 지시며 말씀하셨지만 난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에고! 얼마나 놀랬을 껴! 낼이나 모레나 올 꺼여, 이 집 식구들....... 추운데 어여 집에 가, 학생도....... 응? 갔다 다시 와........”

  난 다리에 힘이 풀려 현관문 앞에 주저앉았다. 옆집 아주머니는 날 한참을 보시다 혀를 차시며 집 안으로 들어가셨다. 난 자물쇠로 잠겨있는 지하실 쪽을 계속 바라보았다. 무엇이 현실인지 헷갈렸다. 그저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

 

  난 그 해 겨울방학부터 쭉 학교에 가지 않았다. 현식이도 그 이후 볼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와 기타연습만이 내 생활이었다. 그 때부터 홍대와 대학로 근처를 난 떠돌기 시작했다. 직업이 있는 것도 학생인 것도 아니었지만 난 잠이 모자랄 정도로 시간을 쓰려 했다.

  어느 날 아침, 우유배달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연히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현식이와 마주쳤다. 내가 그를 발견했을 때부터 이미 그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내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난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가 그를 향해 움직이려 하는 순간, 그는 날 외면하더니 돌아서 버렸다. 난 한참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잠시 후 등교 버스가 오고 현식이는 그대로 버스에 올랐다. 그것이 내가 본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렇게 난 혼자서 7년을 생활해 왔고 여전히 내 방 한 구석엔 형이 남긴 그 상자가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감춰진 것인지 나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상처로부터 7년이 지난 어느 날, 난 내가 다시 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난 우유배달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맘씨 좋은 사장님이 사정이 안 좋아지시자 다른 일을 내게 추천해 주신 적도 있지만, 사장님과 나의 생활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었다. 강남 쪽 한 구역을 맡아서 배달 일을 이어갔다.

  내가 그의 회사 앞 편의점을 처음 가게 되었던 작년 어느 여름날, 그곳에서 그를 처음 보았다. 꾸역꾸역 쑤셔 넣어 두었던 형의 기억이 툭 터져 나오듯 꺼내어졌다. 이른 아침, 편의점에서 배달을 마치고 나왔을 때, 누군가 통화하는 목소리에 놀라 난 그가 있는 쪽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냥한 말투와 나지막한 목소리, 말하는 입 매무새와 가끔씩 짓던 미소는 나를 놀라게 했다. 정신없이 바라보는 내 시선을 감지한 그가 잠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눈이 마주친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다. 난 급히 고개를 숙였지만 뛰기 시작한 심장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난 얼른 맘속으로 ‘형이 아니야!’라고 외치며 뛰는 심장을 달래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왜 그랬을까 싶었다. 난 아마도 현실을 부정하려 했었나 보다. 감당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자꾸만 자신을 속이려 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억지로 쑤셔 넣지 않고 차곡차곡 정리해 두었었더라면, 혹은 쓸 만큼 실컷 쓰고 미련 없이 버려버렸다면, 그 때 난 그를 보고도 가슴 뛰지 않을 수 있었을까. 형과의 좋은 추억을 그저 흐뭇하게 떠올릴 수 있었을까. 그 날 이후로 그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하는 내 욕망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을까....... 그 땐 어렸다고 핑계를 댈 수조차 없었다. 바보같이 자신의 상처도 수습하지 못한 채, 다칠 줄 뻔히 알면서 난 그곳을 또 지나갔다.

  어김없이 난 또 아프다. 그래도 난 여전히 모르고 있다. 어떻게 상처를 매만져야 하는지도. 내가 이런 멍청이란 걸 그는 알까.

  회색 하늘, 꿉꿉한 여름 날 아침. 난 아침으로 커피 한 잔과 마주하며 겨우 아픈 곳을 쑤셔대고만 있었다.

 

 

 강호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왔다. 집은 그대로인 게 분명했으나 낯설었다. 그래도 한 달 전 나의 행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체처럼 쭉 뻗어 있고 싶은 마음도, 땀에 젖은 몸을 개운하게 씻어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난 거실 창문을 열었다. 바람은 들어오지 않고 더운 공기만 느껴질 뿐이었다. 하늘은 회색이었다. 흩날림 없는 진녹색의 가로수들이 내려다 보였고 2차선 도로를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음이 조금 들렸다. 사람들은 잘 눈에 띄지 않았다. 눈을 감아 보았다. 잠이 오지도, 피곤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손에 잡히는 것도 없었다. 그저 허망한 느낌이랄까,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그 무언가도 흔적 없이 사라진 듯했다.

  눈을 뜨고 텅 빈 방안을 바라보니 눈앞이 흐려졌다. 곧 눈물은 또르르 뺨 위를 흘러 내렸다.

  ‘너의 마음은 비어있지 않아. 너를 가득 채워주고 있는 그토록 사랑스러운 사람을 왜 외면하려 하는 거야? 그를 찾은 건 너야. 그는 그 자리에 있었을 뿐, 너의 자리에 비집고 들어왔던 게 아냐. 그의 존재를, 그의 의미를 잘 알고 있으면서 왜 그에게, 너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는 거야........’

  내면에서 꿈틀대던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것이 나라는 것조차 인정하려 하려 하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를 난 깨닫고 있는 것일까.......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그래도 무엇보다 계속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이 그였다.

  ‘젠장.......!’

  난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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