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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모든 것이 강물처럼
작성일 : 20-09-27 20:46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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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우................”

  나는 참다못해 에어컨을 끄고 연습실의 양쪽 벽 상단에 나있는 창문을 의자를 놓고 올라가 활짝 열어 재꼈다. 연습실은 오래된 건물의 지하여서 바람도 안통하고 습도가 높았다. 아직 오전임에도 푹푹 쪄대는 날씨가 짜증스러웠다. 창문은 의자를 딛고 올라서도 겨우 손이 닿는 위치인데다가 오래된 건물이라 삐그덕대며 겨우 열렸다. 그렇게 네 개의 창문을 열어놓고 나니 바람이 들어오기도 전에 온몸이 다 끈적거리게 땀이 나고 열이 치받쳤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쌍 팔 년도에나 썼을법한 캐비넷같이 생긴 에어컨보단 나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헛짓을 했구나.......’하는 생각에 내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나 보다. 마침 이건이가 들어오면서 나를 보고는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아....... 안녕.........하지 못한 것 같은데.........”

  이건이는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러고는 양손에 쥐고 있던 아이스커피 하나를 내게 조심스럽게 건넸다.

  “고마워!”

  난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퉁명스런 말투가 내뱉어졌다. 그러자,

  “풉!” 하고 이건이가 입 안에 머금었던 커피를 내뿜었다.

  “악! 뭐야, 너! 왜 이래?! 아이 씨!”

  난 놀라 내 옷에 살짝 튄 커피 방울을 털어내며 말했다.

  “아! 미안, 미안! 괜찮아? 내가........ 큭........ 내가 닦아줄게! 풉.......”

  이건이가 마시던 커피를 테이블 위에 얼른 내려놓고 자신의 소맷자락을 잡고 내 옷을 터는 시늉을 했다.

  “됐어! ........ 으이씨........ 뭐야? 너 왜 웃어? 짜증나 죽겠는데!”

  난 이번엔 정말 짜증나는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아니....... 미안! 난 순간........ 복이를 보는 줄 알았어. 풉........ 지금까지 너 그런 표정 못 본 거 같아서.......”

  그가 내 눈치를 보며 삐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막고는 테이블 구석에 있던 두루마리 화장지를 가져와 손으로 둘둘 말아 뜯어서 내게 건넸다.

  “흐흠! 너 같으면 짜증 안 나겠냐? 아침부터 푹푹 찌는데 에어컨은 트나 마나고, 낑낑 대며 창문을 열었는데 더 덥기만 하고........ 거기다 커피 세례까지....... 의구....... 말자 언닌 또 왜 안 와! 이럴 거면 아예 오후에 하자고 하던가!”

  툴툴대는 나를 화장지를 손에 든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난 화살을 돌렸다.

  “넌........ 무슨 남자애가 한여름인데도 긴 팔만 입고 다니면서 땀 한 방울을 안 흘리니? 어휴....... 얼굴은 희멀건 해가지고....... 이러니 내 짜증을 이해할 리 없지!”

  “나........ 나도 더워.......”

  그가 기죽은 듯 작은 소리로 말하자 난 그를 노려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풉!’ 하고 뿜으며 얼른 입을 가렸다. 그의 행동에 나도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내 미소를 눈치 챈 그가 이번엔 대놓고 껄껄대며 웃기 시작했고 나도 어느새 무장 해제되어 웃고 말았다. 어느새 머리꼭대기까지 뻗쳤던 짜증이 누그러들었다. 그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아이스커피를 내게 다시 건네주었고 갈증에 몇 모금 쭉쭉 빨고 나니 몸 구석구석 흥건했던 땀도 마르는 것 같았다.

 

  “참........ 정말 그러네.”

  “뭐가?”

  짜증도 땀도 다 사라지고 나자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러고 나니 이건이가 말한 대로 조금 전의 내 모습에서 은복이가 느껴졌다. 피식 웃으며 말했더니 그가 되물었다.

  “그래....... 그런 것 같다. 은복이가 그랬었지, 늘....... 더울 때, 추울 때, 배고플 때, 새 멤버 아이가 맘에 안 들 때....... 훗........”

  난 말했다.

  “참 이상하다. 변한 듯 안 변한 것 같고 변함없는 것 같다가도 막 낯설게도 느껴지고.......”

  “뭐가?”

  이번엔 내가 되물었다.

  “그냥 다. 모든 게. 나도, 내가 아닌 것들도........”

  그가 말했다.

  “그런가? 음....... 그냥 다 변하는 거 아닌가? 다 변하는데 자신이 무얼 원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거 아닌가....... 너처럼. 변화를 원했다가, 변하지 않길 원했다가....... 사람들 마음이 수시로 바뀌니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야, 안 그래? 시간이 멈추지 않는 이상 똑같아 보여도 변한 거야. 그걸 인정해야 사는 게 편해지는 것 같아....... 그게 잘 안 되는 게 문제지만.”

  난 몇 달간 겪었던 많은 일들에 많은 심경의 변화를 느꼈다. 무의식적으로는 변치 않기를 아니, 변함이 없다고 자꾸만 규정하려 했었는지 모르겠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불쑥불쑥 나를 찾아왔을 때, 커다란 나무기둥인 줄만 알았던 내 의지는 힘없이 뿌리째 뽑히고 말았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임을 눈치 챘을 땐 앞으로 겪게 될 많은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실로 그 두려움은 이미 지난 상처에 비할 게 못 될 만큼 거대했고 그것이 나를 더욱 괴롭혔던 것 같다. 그 괴로움 속에서 허덕일 때 문득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5년째 한결 같아 보이는 말자 언니와 곽 사장님, 잠시였지만 내가 계속 머물 거라 믿었던 나무그늘 같던 이건이, 마법처럼 사라진 듯 허무하게 느껴지는 은복이의 빈자리, 그리고 ‘버닝 러브’와 계절의 변화.

  작년과 같이 7월의 낮은 찜통 같았고 연습실의 곰팡이 냄새와 눅눅함은 그대로인 듯 했으나, 시간은 그것들을 그대로 둘 리 없었다. 무심했던, 변함없길 바랐던 내 마음을 시간은 가볍게 비웃었다. 가만 보니 작년보다 지난 6월의 평균기온은 더 높았고 강수량도 많았다. 그래서 연습실의 벽 색깔은 더욱 짙은 무채색을 띄었으며 이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던 캐비넷 같은 에어컨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것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된 나는 은복이가 비운 그 자리에서 새삼 찜통더위에 안 내던 짜증을 부리고 있던 것이다.

 

  봄 시즌 공연 때였다. 나는 무척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 때에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이건이가 무척이나 신경 쓰였고 미웠다. 난 억울했다. 처음엔 그래서였고, 시간이 지나니 그 혼란스러움을 잠시 잊을 수 있어서였고, 나중엔 궁금해서였다. 내가 의도적으로 힘든 티를 내는데도 그는 차가우리만치 아무렇지 않았었기에. 난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행동이 그나마 탈 없이 공연을 잘 마칠 수 있게 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건이는 공연 연습 내내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고 열정적이었다. 원래 그런 아이이기도 했으나 공연 당일엔 여느 때와 달랐다. 그는 경험이 많지 않은 것에 비해 잘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큰 공연도 아니었다. 그는 무척 긴장되어 보였고 리허설도 여러 번 했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고 관람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어도 그의 눈은 습관적으로 한 곳을 자꾸만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신경 쓰느라 연주에 집중하지 못 할까봐 첫 곡이 끝났을 때 난 얼른 그의 시선이 머물렀던 그곳을 확인했다. 관객석이었고 구석자리에 몇 명의 남자관객이 있었던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난 후, 난 남은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난 며칠 후, 그와 연습실에서 둘만의 대화를 나누었던 그 때, 난 몰랐던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눈물까지 흘리며 내 품에 안겼던 날. 그는 나보다 많이 울었고 그를 품에 안은 나는 슬픔도 설움도 아닌 애처로움의 눈물을 흘린 적 있다. 그 후로도 그를 잊기 위한 나의 노력은 계속되었지만 그의 웃음과 평온한 일상이 조금도 밉거나 원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안정은 내게 상처를 낫게 하는 약이 되어 주었다.

 

  내 상처의 흉터가 희미해진 지금, 그는 다시 내 앞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껄껄 웃어재끼던 그가 어떤 변화와 낯선 상황을 얘기하며 다시 고개를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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