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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우정을 나눌 때
작성일 : 20-09-27 20:45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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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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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철 전후로는 호황을 누리는 음악계이지만 장마가 기승을 부릴 때 이곳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뜨거운 여름을 만끽하기 위한 크고 작은 공연들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작되기 전, 움츠린 개구리마냥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기류가 이곳에 흘렀다.

  ‘버닝 러브’ 역시 락 페스티벌 준비를 하고 있다. 갑자기 빠진 은복이의 자리를 메꾸지 못한 채 연주에 대한 고민만 늘어가는 상황이었다.

  “단골들한테 좀 물어봤는데....... 대학교 때 밴드 활동을 좀 했었대. 되게 착한 것 같던데....... 취준생이라는데 하던 아르바이트를 지난주에 그만둬서 요즘에 좀 여유가 있나봐. 더군다나 7, 8월엔 회사들도 조용할 때고....... 세션이라니까 관심을 좀 보이더라. 물론 여자아이고. 어때?”

  곽 사장은 연습하는 시간보다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이는 말자에게 물었다.

  “됐어....... 그냥 건반 없이 해 보려고....... 은수도 그러길 원하고 건이도 해보겠다고 하는데 뭘.......”

  말자가 말했다.

  “그래? 근데, 뭘 그렇게 걱정해?”

  곽사장이 물었다.

  “후....... 내가 그렇게 보여?”

  아니라는 듯 코웃음으로 대답하는 말자에게 곽 사장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휴........ 뭔 비가 이렇게 지겹게 오냐........ 작작 좀 오지.”

  말자는 화제를 바꾸었다.

  “장마잖아. 손님 없는 거 보면 몰라? 이렇게 썰렁해도 가게 습도 유지하느라 겨울보다 지출은 더 많아. 내가 일 년 중 제일 밥 먹기 힘들 때가 바로 지금, 장마철이거든!”

  곽 사장은 비교적 태연하게 선반들을 닦으며 말했다.

  “흠....... 그래. 손님도 없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뭘 그렇게 씻고 닦고 앉았냐? 이리 와서 술이나 마셔. 아! 그....... 저기, 그 때 언제 단골손님이 줬다던 그 양주....... 설마 그거 혼자 깐 건 아니겠지?

  말자는 뭔가 생각났는지 곽 사장에게 물었다.

  “뭐....... 뭔 양주?”

  곽 사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모른다는 듯 되물었다.

  “이 씨....... 어디서 모른 척이야? 언젠가 훤칠하고 말끔한 손님이 해외출장 다녀오면서 선물로 사다줬다던! 꼼수 부리지 말고 얼른 내 와! 오늘이 날인 것 같다.”

  말자가 말했다.

  “아이 씨....... 기억력도 좋아, 하여튼. 아, 대낮에 무슨 술이야? 손님 오면 어쩌라고?”

  곽 사장은 상황을 모면하고 양주를 지키려 나름 애썼지만 말자에게 한 번 알려진 이상 벌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장대비가 오는데 무슨 손님이 있겠어? 온다 해도 안 받으면 되지. 얼른 가지고 와 앉어!”

  말자의 단호함에 곽 사장은 곧 포기했다. 그는 주방으로 들어가 무언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커다란 나무상자를 들고 나왔다. 한 손으론 언더락 잔 두 개를 집어다가 말자가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이스 볼도 준비했다.

  “아이 씨....... 아까워!”

  말자를 마주하고 앉으면서 그는 못내 아쉬움을 한 번 더 표현했다.

  “쫌생이 자식.......”

  말자는 환한 미소로 잔에 얼음을 채웠다. 이어서 곽 사장이 가져온 나무상자를 열자, ‘맥칼랜 1947’이 위엄을 뽐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반짝이는 위스키 병을 보자 곽 사장은 다시 한 번 머뭇거렸다.

  “야! 아무래도 이건 안 되겠다. 미안해. 난 도저히 못 마시겠어.......”

  곽 사장이 소심하게 말했다.

  “이 새끼가.......? 아끼면 똥밖에 더 돼?”

  말자는 버럭 화를 냈다.

  “아, 그래도 이 비싼 걸 막걸리 마시듯 아무 때나 딸 순 없잖아.......”

  “그럼, 언제 딸래? 뭐, 네가 결혼이라도 할 거야? 아님, 죽을 날 기다렸다가 죽기 직전에 마시려고?”

  “그....... 그건 아니지만. 음....... 뭐 ‘버러’가 어느 날 갑자기 큰 성공을 거두는 날이 올 수도 있고........”

  “‘버러’가 크게 성공하면 그 땐 내가 이거 열 병 사줄게, 됐지?”

  말자의 말에 곽 사장은 더 이상 생각해 낼 핑계거리가 없었다. 곧 말자는 위스키를 개봉했다. 곽 사장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말자는 ‘맥칼랜 1947’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얼음을 채워 둔 잔에 천천히 따르고 나서 향을 맡았다.

  “음........ 뭔가 다르긴 한 것 같은데....... 크하........ 마오타이 같은 한 방은 없네. 뭐....... 그래도 비싼 술 먹는 기분은 좀 다르긴 하다. 좋다! 흐흐.......”

  이번엔 한 모금을 제대로 마시고 또 한 모금을 마신 말자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그리고 곽 사장의 잔을 채워 주었다.

  “크으....... 아까워서 맛도 못 느끼겠다, 난.”

  곽 사장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멍청아, 그러니까 맘 편히 마셔! 그래야 맛도 나고 기분도 나지. 으이구, 답답해가지고........”

  말자는 이렇게 말하며 곽 사장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곽 사장은 아주 조금씩 술을 넘기고 있었지만 말자가 두 번째 잔을 따르는 걸 목격한 후로는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 오늘 영업 안 하나요?”

  삐걱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손님이 들어왔다.

  “아, 죄송합니다. 오늘 내부....... 뭐냐....... 청소 때문에 휴업이에요. 다음에 오세요. 죄송합니다.......”

  말자는 살짝 꼬인 혀로 발음하며 손님에게 말했다.

  “야! 손님을 왜 네 맘대로 내쫓아?”

  곽 사장의 발음도 마찬가지였다.

  “야 인마. 혀는 꼬여가지고....... 영업하게? 음주 영업? 으이구....... 비싼 술까지 땄는데? 거기다가 커플이잖아, 손님이. 크크........”

  말자는 조금 흐느적대며 말했다.

  “에잇, 못된 할망구 같으니라구! 왜, 커플이라 배라도 아픈 거야?”

  곽 사장이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냐. 배가 아파? 참나, 그럴 리가.......”

  말자는 소리 내어 웃으면서 말했다.

  “왜? 난 가끔, 어쩌다 가끔 그럴 때 있는데.......”

 곽 사장이 멕칼랜을 자신의 잔과 말자의 잔에 차례로 따르며 말했다. 잔을 채우고 술병을 내려놓으니 이미 병에 남은 술이 반도 채 되지 않았다.

  “넌....... 참....... 생긴 건 꼭 망나니처럼 생겨가지고 맘은 여려요. 넌 그게 문제야. 아직도 넌, 걔를 못 잊은 거야. 모르겠냐? 다 아는데 너만 몰라, 너만!”

  말자는 그가 따라놓은 잔을 받아 입에 갖다 댔다가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하....... 반박 불가....... 부끄럽네,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 내가 좀 문제가 많긴 해, 그치?”

  곽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못난 놈.......”

  쓴 웃음을 보이며 힘없이 잔을 만지작대는 그에게 말자는 이렇게 말하며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뭔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잔을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 야 인마! 이거, 이거....... 이 양주 말야. 이거 너한테 선물했다던 그 단골....... 요즘도 오냐? 그 사람....... 아무래도 수상하지 않아?”

  “음........ 가끔? 뭐가?”

  곽 사장이 물었다.

  “훤칠하고 댄디하게 생겼다며? 야, 생각을 해봐. 그런 사람이, 누가 봐도 여자들이 줄을 설 것 같은 그런 사람이 망나니 같은 클럽 주인한테 이 비싼 걸 왜 선물하겠어, 안 그래? 응? 좀, 좀....... 잘 좀 해봐!”

  말자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뭐? 설마....... 잘하긴 뭘 잘해봐? 네 말 맞다나 망나니 같은 늙다리한데 무슨.......!”

  곽 사장이 정색하며 대꾸하자 말자는 더 정색하며 말했다.

  “내가, 외모가 아니라, 네 성격이 망나니면 이런 얘기 꺼내지도 않아. 한 대 툭 치면 울 거 같은 여리디 여린 마음으로 혼자 살게? 좋다는 사람 있을 때 잡아야지. 우리가 이런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 잔말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 네가 못하겠으면 내가 해 줄게!”

  말자는 진지했다.

  “참 나.........!”

  언제 취했었는지 사뭇 또렷해진 말자의 말투에 곽 사장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대꾸를 망설이는 게 자신의 이성인 건지, 술기운인 건지도 그는 헷갈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조금 전에 마시지 못한 잔을 말자는 한 입에 털어 넣고는 ‘탁’하고 내려놓았다.

  “무슨 생각하니, 너? 내 말이 맞다는 것만 알아둬.......”

  “그러는 너는? 너는 인마?”

  침묵을 깨고 곽 사장이 말자에게 물었다.

  “나? 난 뭐....... 난 너랑 달라. 난, 적어도 외롭지는 않거든. 과거에 매이지도 않고 미래가 불안하지도 않아. 난 딱 지금이 좋거든. 만족스러워. 행복해.”

  말자는 태연하게 술잔에 얼음을 채우며 대답했다.

  “행복이라........ 진심이냐?”

  자신의 잔에 얼음을 채우고 곽 사장의 잔에도 얼음을 넣어주고 있는 말자의 표정을 응시하며 그는 다시 물었다.

  “당연하지! 후....... 못 믿겠냐? 난 혼자가 아니잖아. 우리 애들....... 속 썩이던 기타, 건이 오고 올해는 좀 편해지나 싶다가 은수, 은복이........ 차례로 속을 좀 썩이긴 했지만 난 그래도 걔들이 있어서 좋아. 식구잖어. 그리고 우리는 음악을 하잖어! 어려움이 좀 있긴 해도 원하는 거 한다는 게 어디냐? 너도 나 알잖아, 고통에 무딘 거. 음악이랑 사람은 자고로 약 같은 존재인거야. 물론 병을 주는 뭐, 바이러스 같은 존재일 때도 있지만, 적어도 난 면역력이 남다르거든....... 뭐 아팠다 괜찮아졌다, 그렇게 사는 게 사는 거 아니겠냐? 그래, 그럼 그게 어디서 끝나느냐가 문제라고 하겠지? 설사 고통에서 내 인생이 멈춘다 해도 난, 지나 온 길이 후회되지 않는다면 그건 고통이 아니라고 생각해. 적어도 난 그럴 자신이 있다는 거고........ 왜? 더 이상 욕심이 없으니까. 지금이 진짜 좋으니까! 하하....... 너도 좋고, 이 술도 좋고........크아!”

  녹은 얼음에 살짝 남은 위스키가 희석된 물(?)을 마시며 말자는 말했다.

  “부럽다, 인마.”

  진지한 표정으로 말자의 말을 듣고 있던 곽 사장은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빈 두 잔에 멕칼랜을 가득 부었다. 그러고 나니 병에는 술이 한 잔 분량도 채 남지 않았다.

  “야! 이것 봐. 우리 이거 거의 다 마셨어. 와! 다 마실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까워서 어떡하냐, 이거....... 미안하다, 야. 푸우..........”

  말자의 혀가 갑자기 더 꼬여 들어갔다.

  “아끼면 뭐해? 아깝긴 뭐가? 마시라고 있는 술, 그냥 모셔놓고 보느니 마시면 이렇게 좋은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친구랑 마시는 게 최고의 가치 아니겠어? 하하.”

  곽 사장도 혀가 꼬였다.

  “그....... 그건 아닌데.......”

  말자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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