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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우린 왜 결혼했을까
작성일 : 20-09-27 20:44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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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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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저녁을 그럭저럭 때울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영태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강호가 시켜놓은 소주를 힘들게 다 마신 그는 친구로부터 들었던 충고를 떠올리는 대신에 당장 어디서 시간을 때워야 할지를 고민했다. 술에 취해 고민하는 일조차 수월치 못했다. 그는 다시 회사로 향했다. 그가 일하는 생산관리부서 옆 동에 서너평 정도의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가끔 직원들이 드나들긴 하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얼른 몸을 눕히고 싶은 생각뿐이었던 그는 3인용 소파에 드러누웠다. 이마와 등줄기에서 땀이 흘렀다. 소파에 눕자마자 조금 전까지 쏟아지던 피로와 잠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달아났다. 대자로 뻗었던 몸을 오른쪽 측면으로 틀어 움츠렸다. 어느새 취기도 사라졌다.

  그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상기했다. 강호가 쏘아붙였던 말들을 떠올렸고, 고등학교 시절 가끔 그렇게 다투었던 두 사람의 모습을 회상했다. 그 다음에 떠오른 생각은 그의 아내에 대한 것이었다. 영태는 자신이 아내의 동선을 피해 다니며 회사 휴게실에서 쪽잠을 자고 있을 그 때, 혜정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생각했다. 예측할 수가 없었다. 혜정을 떠올리니 곧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그 다음엔 수연을 생각해 보았다. 그녀 역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차오르는 그리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조금씩 구체적인 상황들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러고는 다시 강호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소주잔을 쥔 채 고개를 떨구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땀 냄새와 담배냄새가 베인 쾌쾌한 휴게실 소파에 쪼그리고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그가 결혼했을 때, 그리고 몇 년 후 수연을 만나기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때. 어떤 어려움과도 맞설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때의 기분을 다시 상기해 보려 했다. 에너지를 쏟아 보아도 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영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이 흐르는 땀에 눈물마저 흐르고 있었다. 설움을 감내하며 예상치 못했던 그 날 밤을, 그는 그렇게 때우고 있었다.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퇴근 후 집으로 온 것이.

  퇴근 시간이 채 되기 전에 집에 도착했다. 혜정은 아직 퇴근 전이었다. 영태는 자신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견딜 수 없었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었더니 더욱 그랬다. 먼저 옷을 벗어 세탁기를 돌려놓고 욕실로 향했다. 씻어도, 씻어도 계속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바디워시 한 통을 다 쓸 것만 같았다. 혹시 욕실에 남아 있을 자신의 체취를 없애려고 욕실 청소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또 땀이 났다. 샤워를 하고 또 하고를 몇 번 반복했다.

  그가 그렇게 씻고 나와 돌려놓았던 빨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세탁실로 들어갔을 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긴장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놀란 듯 보였다. 영태는 집어 들었던 빨래를 잠시 내려놓고 거실로 나와 아내를 맞이했다.

  “이제 와........?”

  “어....... 응........ 이 시간에 집엘 다 오고....... 어쩐 일이야?”

  혜정은 당황했다기 보다는 뭔가 불안해 보였다. 결혼 후 거의 본 적 없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이런 그녀의 심경을 읽은 것인지 흔들리는 혜정의 눈동자를 보자 영태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야.......”

  영태는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은........ 할 얘기가 있어. 회사에선 좀 그렇고........”

  영태가 말을 더듬자 혜정은 서둘러 말을 꺼냈다.

  “밥은? 저녁....... 먹었어?”

  “아, 아니........ 아직........”

  “금방 할게. 조금만 기다려. 빨래하고 있었던 거 아냐? 하고 있어. 얼른 준비할게. 나도 배고프다.”

  그녀의 말투와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곧 부엌으로 향했고 영태는 다시 세탁실로 향했다. 혜정은 식사 준비를 서둘렀고 영태는 간간히 그녀의 식사 준비 상황을 확인해 가며 빨래를 널었다.

  삼십 분쯤 흘렀을 때 혜정은 영태를 불렀다.

  “밥 먹어.”

  빨래 널기를 이미 한참 전에 끝냈지만 여전히 세탁실에 있었던 영태는 혜정의 목소리가 들리자 얼른 주방으로 갔다.

  “아침에 다 해 놨던 거라 차리기만 하면 됐는데, 그래도 밥하고 찌개는 따뜻해야 하잖아....... 얼른 먹자.”

  혜정은 영태를 바라보진 않았다. 하지만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으며 비교적 상냥하게 얘기했다. 아침에 해 놓았던 거라 하더라도 꽤 푸짐한 저녁상이었다.

  “어....... 언제 이렇게 했어? 회사일도 바쁠 텐데.......”

  영태는 자신의 앞에 놓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보며 말했다.

  “집에 있을 때 했지. 당신도 언제 들어올지 모르고........”

  내내 시선을 떨구고 괜히 음식들만 바라보고 있던 영태는 그제야 혜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영태의 표정과 급하게 끓여낸 된장찌개를 번갈아 보며 얘기하던 혜정은 영태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자 말했다.

  “먹어, 얼른.”

  그리고 그녀는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혜정이 먹는 걸 확인하고 영태는 비로소 식사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각자 이렇게 함께 하는 식사가 얼마만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둘은 별 말없이 저녁식사를 했다. 영태는 “좀....... 더 먹어도 돼?” 라는 말 외에는 하지 않았고 그녀도 “어!” 라는 대답 이외엔 말이 없었다. 영태는 밥 두 공기에 찌개와 반찬들을 거의 먹어치웠다. 서로의 속도를 맞춰가며 식사를 끝낸 후 그들은 식탁을 정리했다.

  “커피....... 마실까? 내가 할게!” 영태가 말했다.

  “그래.” 혜정은 대답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두 잔의 커피가 놓여 진 식탁에 다시 마주 앉았다.

  “향 좋다....... 잘 내렸네.”

  커피향을 맡으며 한 모금 마신 다음 그녀가 말했다.

  “혜정아....... 저기....... 우리........”

  “심영태, 우리....... 그만 살자!”

  혜정은 양 손으로 커피 잔을 움켜쥐고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혜, 혜정아........”

  말 할 타이밍을 뺏겨버린 영태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뭐....... 어차피 지금도 상황은 별다를 거 없잖아. 이렇게 한 집에서 불편하게 사느니 각자 편하게 살자. 적어도 지금보단 편할 거 아냐”

  혜정은 여전히 담담한 말투였다.

  “하아.........”

  영태는 다시 시선을 떨구었다.

  “부탁인데, 절대 미안하다거나 죄책감 같은 거 갖지 마. 그렇게 웅크리지도 마. 네가 정말 나쁜 놈인 건 맞는데....... 그 전에, 넌 널 너무 몰라. 나도 널 모르겠지만 어쩌면 네가 더 널 모르는 것 같아. 넌 그래서 나빠. 당신은 그게 얼마나 잘못된 건지 알아야 해. 그리고 난 더 이상 당신 일에 개입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야. 우리, 서로에 대해 알려고 하기 전에 주제파악부터 좀 하자. 알겠니? 우린 둘 다 함량미달이라고! 그게 내가 생각하는 헤어짐의 이유야.”

  그녀는 또박또박 천천히 얘기했다.

  “.......... 어른들껜....... 내가 말씀드릴게........”

  영태는 조용히 말했다.

  “아니, 같이 말씀드려. 우리 아빠랑 당신 어머님한테 각각 말씀드려야 하니까....... 나랑 시간만 맞춰 줘. 그리고 집 문제랑 상의도 해야 하니까 계획 있으면 말하고. 뭐....... 어차피 그것 말고는 정리할 거 없으니까.......”

  다시 혜정은 조곤조곤 말을 이어갔다.

  “그....... 그래.......”

  영태가 대답했다.

  “당신은........ 당신 생각은 없어? 할 얘기 있다고 했던 거.......”

  혜정이 물었다.

  “나? 후......... 내가 무슨........ 무슨 생각이 있겠니.”

  조용히 혜정의 말을 듣고 있던 영태는 자신의 커피 잔만 내려다보며 말했다.

  “휴우............”

  혜정은 쥐고 있던 잔을 들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겠니? 뭔가 생각했던 걸 얘기하려고 오늘 온 건 맞는데, 생각은 마무리도 안 되고........ 네가 그렇게 나한테 말하는데 내가 무슨....... 너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집에 와서는........ 사실 이렇게 네가 먼저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염치없이.”

  영태는 쥐고만 있던 잔에 커피를 마지지 못하고 만지작대며 얘기했다.

  “그럼........ 나중에 생각 다 하면 그 때 말해. 나중에라도.......”

  혜정은 이렇게 말하고 잔속에 남아 식어버린 커피를 한 번에 마셔 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침실로 들어가 이부자리를 가지고 나와 작은 방에다 가져다 놓았다.

  “정리 끝날 때까진 괜히 밖에서 전전하지 말고 잠은 들어와서 자.”

  영태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혜정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머릿속이 무언가 복잡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다. 그도 곧 혜정이 이부자리를 가져다 놓은 작은 방으로 향했다. 새로 빨아 바싹 말려놓은 이불과 베개에서는 섬유유연제 향이 폴폴 났고, 며칠 만에 묵은 땀내를 모두 씻어내어서인지 이불에 닿는 감촉이 말할 수 없이 부드러웠다. 낯설 정도의 향기로운 냄새와 부드러운 그 감촉이 사라질까 두려울 만큼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먼저 침실로 향한 혜정은 방문을 닫자마자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웠다. 숨을 죽이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로 영태의 움직임을 추측하며 누워 있다가 영태가 작은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죽였던 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창 밖에서 들려올 법한 그 흔한 자동차 소리 하나 들러오지 않는 깊은 고요함 속에 그녀는 있었다. 소리 없이 그녀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내 표정이 일그러질 만큼 눈물이 흘러 베개를 적셨지만 그녀는 끝내 소리를 내지 않았다.

 

  결혼생활은 이제 3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 후 기대했던 행복은 3년 전 그 날 이미 소진해 버린 소모품처럼 느껴졌다. 끝내 설득당하지 않았던 그녀의 아버지의 끝없는 회유와 질책에 대해서도 역시 원망할 만한 핑계거리가 이젠 없어졌다.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시간’뿐이며, 그녀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이 두렵게도 느껴지다가 다행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정신을 차렸다가도 밀려오는 초라함과 허탈감에 그녀는 밤새 눈물을 흘렸다. 아침에 부은 눈을 영태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아서 세수를 하고 다시 울고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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