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너에게, 나에게
작성일 : 20-09-27 20:43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485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형님, 광주에서 출발. 회사에 잠깐 보고만 하고 나올게. 점심이나 먹자.]

  영태는 강호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른 손에 들려져서 타고 있던 담배를 입에 가져와 크게 한 모금 빨았다. 재가 떨어지면서 타들어간 담배는 곧 짧다란 꽁초가 되었고 영태는 엄지와 검지로 담배를 쥐고 있던 손가락을 바꾼 후 마지막 한 모금을 더 빨았다. 그리고 옥상 한 켠에 위치한 화단에 버리고는 발로 흙을 덮어 밟아 버렸다.

  [회사야. 언제 내려가는데? 내일 괜찮으면 그 때 보자.]

  영태는 뜨거워진 6월의 햇살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된 회사 옥상에서, 춘추용 작업복 안으로 땀을 흘려 내며 불지도 않는 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강호의 문자 메시지에 답을 보내고는 옥상을 내려왔다.

  부서가 달라서 거의 마주칠 일은 없지만 영태는 될 수 있으면 자신이 주로 일하는 현장 옥상 이외의 장소는 피했다. 회사 식당에도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식사하러 가기 때문에 식당 아주머니들의 눈총을 있는 대로 받고 있었다.

 

  [회사 앞 카페야. 끝나고 이쪽으로 와.]

  다음 날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을 때쯤 강호로부터 다시 문자가 왔다. 그와의 약속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조금 망설였던 건지 모르겠다. 퇴근시간이 삼십 여분쯤 남았지만 영태는 강호의 연락을 받자마자 작업복을 벗어 던지고 서둘러 회사를 나왔다.

  회사 앞 카페에 도착했을 때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던 강호는 영태를 먼저 반겼다.

  “자식, 넌 왜 몰골이 그 모양이야? 수염은 뭐고.......”

  강호는 아이를 나무라듯 영태에게 말했다.

  “네 몰골은 어떻고....... 새꺄.”

  자리에 앉으며 영태는 말했다.

  “어? 사우나 다녀오는 길인데? 방금 면도도 하고 왔구만.......”

  강호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대며 말했다.

  “사우나를 다녀오면 뭐하냐? 물에 빠진 거 건져놓은 것처럼 팅팅 부어 갖고는....... 새끼! 어제 술 마셨냐?”

  영태는 전날의 피로가 채 씻겨 내려가지 않은 강호의 상태를 알아보고 말했다.

  “후우......... 좀.......”

  멋쩍은 듯 표정을 지으며 강호가 인정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소주나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새끼....... 나 먹는 거 구경이나 해!”

  하며 영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잔 정도는 할 수 있어.”

  강호는 영태를 따라 나서며 말했다.

  “됐어, 인마. 넌 돈이나 내!”

 

  영태가 앞장서서 들어간 곳은 해장국 집이었다.

  “저녁을 무슨 해장국을 먹냐?”

  강호는 영태에게 물었지만 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으며 주문을 했다.

  “사장님! 저희 뼈 큰 거 두 개하고 소주 한 병 주세요. 잔은 하나만 주시고요....... 아, 우거지랑 콩나물 좀 듬뿍 넣어 주세요!”

  두 사람은 서로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영태의 모습에 강호는 슬쩍 웃음을 흘렸다.

  “뭘 쪼개, 인마?”

  영태가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

  “너나 나나....... 오늘 첫 끼 먹는 거지? 웃기잖아........”

  강호의 말에 영태는 살짝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사장님이 가져다 준 밑반찬과 소주를 받아들며, “감사합니다. 흠!”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강호는 얼른 그가 받아든 소주를 낚아채어 그의 앞에 놓인 잔에 술을 부었다. 영태는 기다렸다는 듯 소주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빈속이야, 인마! 지금 내 꼴을 보고도 그러냐? 천천히 마셔!”

  강호는 어린 아이 나무라듯 영태에게 쏘아 붙였다.

  “흐흐흐....... 근데 넌 왜 그 꼴이냐? 사우나가 아니라 사바나 갔다 온 거 같아.”

  술잔을 내려놓고, 강호의 잔소리에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 한 조각을 집어 먹고는 영태가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는 대신에 강호도 웃음으로 받아쳤다.

  오랜만에 만나 해장국 집에서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도 아직 하지 않은 채 껄껄거리며 웃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으세요? 두 분 다. 오늘 하루 종일 일하면서 웃는 손님들 처음 봐요.”

  우거지가 듬뿍 올라가 있는 해장국 두 사발을 가져다주시며 사장님께서 끼어드셨다.

  “어, 정말요?”

  강호가 사장님에게 놀라며 물었다.

  “아, 오늘 월요일이잖어. 월요일에는 웃는 사람 보기 힘들어요. 하긴, 월요일에 해장국 먹는 사람도 드물긴 허지....... 허허.”

  영태와 강호는 해장국집 사장님 덕분에 한 번 더 웃을 수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푸짐한 해장국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무슨 일이야?”

  마지막 해장국 국물을 들이킨 영태가 비어 있던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르며 강호에게 물었다.

  “응? 뭐가?”

  뜬금 없었던 영태의 질문에 강호는 되물었다.

  “나, 너무 띄엄띄엄 보지 마라. 내가 눈칫밥 몇 년인데....... 네 낯짝에 다 써 있어, 인마.”

  영태가 말했다.

  “난 또....... 술 먹고 좀 부은 거 갖고 도사인 척 하기는....... 새끼!”

  강호가 말했다.

  “네가 일이 바쁜 와중에 나 없이 그렇게 술을 퍼 마실 놈이야? 이 자식, 너무하네....... 지랑 나랑 몇 년인데 아닌 척은........ 티 팍팍 나는구만!”

  영태의 말에 강호는 뜨끔했다. 그래서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다시 화제를 돌리려 했다.

  “그 질문은 내가 너한테 해야 하는 것 같은데....... 넌 인마, 수염도 안 깎고 산적처럼 하고 있는 이유나 말해봐!”

  강호의 질문에 영태는 “산적?” 하며 인상을 썼지만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앞에 놓인 소주를 반잔만 마시고는 내려놓았다.

  “혜정씨....... 아니.......”

  강호는 순간 영태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고는 말을 이어갔다.

  “수연씨는 아직 못 본거야?”

  강호의 물음에 영태는 피식 웃었다. 그의 웃음에 어느 정도의 상황이 파악될 것 같았지만 강호는 그가 어떤 심정일지는 읽어낼 수 없었다.

  “내가 뭘 할 수 있겠냐........ 병신같이 눈치만 볼 줄 알았지. 이 병신이 욕심까지 냈더니 그게 참 여러 사람 힘들게 한다....... 그냥 눈치나 보고 사는 게 내 주제에 맞는 건데....... 아니, 눈치라고 생각했던 것도 어쩌면 내 욕심이었던 것 같다. 빌어먹을 피해의식....... 뭐, 이런 생각이 든다. 나만 아니었어도 다들 저렇게 힘들게 애쓸 일은 없었겠지, 뭐.......”

  영태의 자학모드. 강호는 생각했다. 고교시절 이후로는 본 적 없었던,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친구의 모습이었다.

  “야, 이 새끼야! 내가 얘기했잖아. 이런 상황쯤 예상 못한 것도 아닐 테고, 네가 벌인 상황 해결 못할 너도 아니잖아. 너도 잘 알면서,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말해 버리는 거 내가 되게 싫어했던 거 잊었냐?”

  강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학창시절, 영태가 남다른 환경에 속해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늘 신경 쓰던 친구 녀석이 가끔씩 자학모드로 변할 때면 강호는 늘 그에게 먼저 싸움을 걸었다. 평소에 하지 않던 험한 말이 서로에게 오가고, 전투적 상황으로까지 번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막다른 상황이 도래하면 늘 지는 건, 강호였다. 못나디 못난 영태는 자신을 향했던 공격 방향을 강호에게로 틀면 강호는 이상하게도 곧 흥분이 가라앉았고, 이렇게 그가 먼저 숙이게 되면 영태도 언제 그랬냐는 듯 감정이 사그라들곤 했다.

 

  그는 강호의 격앙된 말투에 고개를 떨구었다. 큰 덩치가 고개를 숙이자 강호는 오랜만에 전투력이 스물 스물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야! 이 미친놈아! 또 인생 다 산거야? 네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모르겠냐? 쪽팔리지도 않아? 네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똑바로 봐. 아는 길만 가라는 법 없어. 생판 모르는 길에 와 있다고 그만 갈 거야? 어떤 길을 어떻게 가게 될지 알고 가는 사람 있냐고! 너도 말했었잖아. 그래서 ‘지금’이 제일 중요한 거라고! 근데, 그런 네가 지금 이렇게....... 휴......... 뭐? 피해의식? 그래, 피해의식에 쩔었다고 쳐! 계속 이렇게 쩔어 있을 거야?”

  강호는 말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걸 깨달았다. 주위를 문득 둘러보니, 몇몇 손님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었다.

  “이 새끼야, 나 땜에 지금 수연이랑 걔 엄마랑....... 또 장인어른, 혜정이....... 어떤 상황인지 알기나 해? 거기다 우리 엄마랑 동생....... 내 가족도 얼마나.......... 새끼....... 넌, 넌 내가 아니니까, 말은 쉽지!”

  영태도 흥분했다. 그는 가족 이야기에 울컥했지만 주변을 잠시 살피더니 울분을 삼키는 것 같았다. 조금 전에 함께 웃어 주시던 사장님과 강호의 눈이 마주쳤다. 사장님은 아무 말 안 하시고 카운터에 계시다가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강호는 심호흡을 하고 애써 목소리를 낮추어 진짜 산적같이 변해버린 친구 녀석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 인마, 네가 그러고 있으면 수연씨랑 혜정씨....... 네 가족들이 덜 힘드냐? 네가 그렇게 ‘나 죽일 놈이다!’ 라는 걸 보여주면 좀 나은 거야? 진짜 병신 같다, 너. 그래 인마! 나도 그렇게 봐 줄게. 네가 그러고 싶으면 꼴리는 대로 그러고 있던가! 그래, 인마. 너 나쁜 놈 맞다, 죽일 놈 맞어!”

  강호는 목소리를 낮추려 했지만 결국 다시 높아졌다. 강호의 호통에 영태는 아무 말 못 하고 주위만 살피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강호가 아무리 화를 내도, 그의 기를 꺾는 건 늘 영태였다. 고개를 숙이는 영태의 모습에 이번엔 주체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 강호는 다시 말했다.

  “적어도....... 오늘 너 이런 모습, 나한테 보여준 걸로 끝내라. 그리고 나한테도 마지막인 걸로! 술이나 더 쳐 마시고 가라!”

  강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에게 “소주 한 병만 더 주시고요....... 죄송합니다.” 하고 해장국 집을 나섰다.

  “걱정 말고 가세요!”

  사장님은 미안해하는 강호를 보고 웃어 보이셨다. 강호는 문을 나서면서 뒤를 돌아 영태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고개 숙인 산적의 모습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0 세상에서 가장 편한 2020 / 9 / 27 298 0 7004   
29 아일랜드 2020 / 9 / 27 284 0 2922   
28 그리움은 습관일 뿐 2020 / 9 / 27 285 0 1502   
27 곽사장의 버닝 러브 2020 / 9 / 27 283 0 3590   
26 내가 우리에게 하지 못한 한 가지 2020 / 9 / 27 293 0 4872   
25 다시 ‘버닝러브‘ 2020 / 9 / 27 280 0 2156   
24 행복해지자 2020 / 9 / 27 300 0 3900   
23 다른 삶을 산다는 것 2020 / 9 / 27 288 0 4499   
22 판단과 선택 2020 / 9 / 27 293 0 18484   
21 강호와 이건 2020 / 9 / 27 286 0 12915   
20 안녕 2020 / 9 / 27 285 0 3310   
19 모든 것이 강물처럼 2020 / 9 / 27 297 0 3853   
18 우정을 나눌 때 2020 / 9 / 27 279 0 5156   
17 우린 왜 결혼했을까 2020 / 9 / 27 278 0 5072   
16 너에게, 나에게 2020 / 9 / 27 295 0 4850   
15 낯선 그리움 2020 / 9 / 27 295 0 7306   
14 너의 자리 2020 / 9 / 27 280 0 15639   
13 네가 마련해준 특별한 공간 2020 / 9 / 27 267 0 5492   
12 내 짠한 친구 2020 / 9 / 27 288 0 7944   
11 너와 나의 거리 2020 / 9 / 27 276 0 4455   
10 일상이 된 너 2020 / 9 / 27 282 0 7239   
9 그들이 만났던 날 2020 / 9 / 27 273 0 7752   
8 봄, 아침 2020 / 9 / 27 294 0 5516   
7 안녕! 좋은 아침! 2020 / 9 / 27 303 0 8185   
6 난 네게 반하지 않았어 2020 / 9 / 27 294 0 2564   
5 나의 새로운 일상 2020 / 9 / 27 277 0 8365   
4 나의 구세주 2020 / 9 / 27 272 0 4314   
3 널 따라오지 말았어야 했어 2020 / 9 / 27 287 0 3264   
2 너의 첫인상 2020 / 9 / 27 297 0 4653   
1 꿈에서 깨어나기를, 깨지 않기를 2020 / 9 / 27 523 0 458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고잉홈
땡글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