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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낯선 그리움
작성일 : 20-09-27 20:42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7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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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 내려온 지도 내일이면 일주일이 된다. 얼마 전까지 야근을 하며 작업했던 도안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의견을 수렴한 후 우선 서울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넉넉잡아 사나흘이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생각보다 깐깐한 사람이었다. 현장을 몇 번이나 더 확인하고 다시 회의하고를 엿새째 반복하고 있었다. 뭐, 깐깐한 게 나쁠 건 없었다. 차라리 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히 짚어가야만 겨우 신뢰를 쌓을 수가 있는 직업이긴 했다. 그것이 어떤 요소보다도 어떤 직업군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일을 거듭할수록 뼈저리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제까지는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일했다. 둘째 날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난 후 업체에서 마련해 준 회식을 빼고는 밥을 제대로 먹었던 기억이 없다. 생각해 보니 잠도 다섯 시간 이상 자 보질 못한 것 같다. 지난 닷새를 문득 떠올리니 급작스럽게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까지 수정한 도안 확인을 현지 동료에게 맡겼다.

  “일요일에 귀사하려고....... 본부장님이 어제 전화했더라. 상황 좀 제대로 보고 받자고. 우선 내일 올라갔다가 월요일에 회의 해보고 다시 내려올게.”

  “많이 피곤한가보네?”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내가 얘기하자 동료가 물었다.

  “음....... 조금?”

  난 대답했다.

  “도 팀장도 나이 드나? 작년까지만 해도 펄펄 날아다니더니 올해는 다르네. 흠....... 하긴, 우리 나이도 그럴 때가 되긴 됐지.......”

  도안을 쥔 오른 손의 새끼손가락 바깥쪽엔 잔뜩 볼펜 똥이 묻고 머리는 떡이 지고 턱과 코밑에는 거뭇거뭇 수염이 자라나오느라 가관이 아닌 동료가 내게 말했다. 그의 모습을 한 번 훑은 후 나는 나의 턱과 코 밑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거칠거칠했다. 얼굴의 기름기도 느껴졌다. 시계를 보니 여섯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먼저 간다....... 숙소도 제 때 못 들어갔었네. 내일 아침에 나와서 보고하고, 난 바로 서울로 갈게. 급한 일 있으면 전화하고....... 수고!”

  꾀죄죄한 동료에게 난 먼저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숙소까지는 2~3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이지만 난 택시를 잡기로 했다. 주말이라서인지 택시도 안 보였다. 5분정도 기다렸을까, 서 있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난 걷기 시작했다.

  하지 즈음이어서 해가 중천이었다. 햇빛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지만 낮에 걸어 보는 게 얼마만인가 싶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재킷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이 손에 만져지자마자 진동 벨이 울려 깜짝 놀랐다. 문자 메시지였다.

  [힘들죠? 형. 저도 락 페스티벌 준비하느라 오늘도 연습하고 귀가하는 중이에요....... 아직 해가 중천이네요. 해 보면서 걷고 있는데, 피곤이 좀 풀리는 것 같아요. 형도 한 번 해 보세요! ㅎㅎ.......]

  그의 메시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해를 응시하며 걷기 시작했다. 정말 피곤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 9시 45분.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안. 어제는 나름 잠을 좀 잤지만 여전히 잠이 간절했다. 서울까지는 약 4시간. 버스를 타자마자 자야겠다고 결심했는데 막상 좌석에 안착하고 버스가 출발하자 정신이 말똥해 졌다. 뜻밖의 상황에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소용없었다. 무얼 할까 고민하다 난 영태 녀석이 떠올랐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형님, 지금 광주에서 출발. 회사에 잠깐 보고만 하면 되니까 점심이나 먹자.]

  난 영태에게 메지지를 보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외로운 일요일을 보내고 있을 게 뻔했다. 5분쯤 뒤 답장이 왔다.

  [회사야. 언제 또 내려 가냐? 낼, 되면 그 때 보자.]

  일요일에 회사에 있는 걸 보니 나아진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메시지 창을 닫다가 어제 그가 보냈던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다시 어제 저녁의 상황이 떠오르면서 미소가 삐져나왔다.

  [오늘도 연습? 지금 서울행 버스 안이야. 1시 반쯤 도착 예정인데....... 같이 밥 먹어줄래?]

  [넵! 오시면 전화주세요!]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곧 답이 왔다. 그의 답을 확인하고 난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

 

  눈을 떴다. 버스가 터미널에 진입하고 있었다. 순간처럼 느껴지는 꿀잠이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15분.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택시를 잡아 회사로 향했고 빨랫감만으로 채워진 작은 캐리어를 회사에 우선 두기로 했다.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난 그에게 전화했다.

  “형, 어디에요?”

  전화를 받자마자 그가 물었다.

  “지금 회사에 도착했어.”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20분쯤 걸려요.”

  “그럴래?”

  난 본부장에게 간단히 상황보고를 했다. 내일 출근한 후 화요일에 다시 현장에 내려가기로 계획한 후 2시를 넘겨 회사를 나왔다.

  회사 앞 편의점. 왠지 꽤나 오랜만에 이곳에 온 느낌이 들었다. 공기는 그리 맑지 않았고 이제 제법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 같은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이며 그를 기다리기 위해 편의점 앞까지 왔을 때 “형!”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내가 광주에 내려가기 전까지 만해도 늘 늘어뜨리고 다녔던 머리를 뒤로 묶고는 검은 캡 모자에 검은 반소매 티셔츠, 검은색 반바지, 늘 신고 다녔던 스니커즈와 마른 체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뒤로 둘러 맨 기타 케이스까지. 풍기는 이미지는 그대로지만 나의 공백을 입증해 주는 듯한 느낌이 뭔가 달라 보이는 그였다.

  “왜 이렇게 오랜만인 거 같죠?”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그가 말했다.

  “그러네, 나도. 겨우 일주일인데........”

  난 그를 반기며 답했다.

  “아....... 면도도 안 하셨네.......”

  그의 말에 조금 당황해서 난 나의 턱과 얼굴을 어루만졌다.

  “어....... 응. 지저분해 보이지?”

  “아뇨, 더 막 남자답고....... 음....... 터프해 보여요.”

  내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가 말하고는 웃어보였다.

  “여긴....... 자주 와도 잘 몰라요. 형은 잘 아실 테니까, 형이 정하세요. 뭐 먹을지.”

  내 얼굴에서 어색함을 느꼈는지 그가 먼저 내게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난 회사 건물 뒤쪽에 있는 점심식사 단골이었던 두루치기집이 생각났다.

  “음....... 그럼, 따라와.”

  건축회사와 디자인 관련회사가 많은 이 동네의 특성상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두루치기집은 영업 중이었고 손님들도 웬만큼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허름하지만 그래도 역사가 꽤 있는 집이라 맛은 기똥차! 사장님! 저희 두루치기 2인분 주세요!”

  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럼, 소주도 한 잔 할까요?”

  내가 주문을 하자 그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낮 시간이라 밥만 먹을 작정이었지만 그의 제안이 나쁘지 않게 들렸다.

  “후....... 사장님! 저희 소주도요!”

  난 다시 주문했다.

  밑반찬에 소주가 먼저 테이블에 깔리자 그가 얼른 소주병을 들고 두 잔을 채웠다. 그는 내 앞에 있는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치고는 동조할 새도 없이 첫 잔을 들이켰다.

  “크아....... 음....... 쓰네요, 역시.”

  그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같이 마셔! 빈속일 텐데 좀 천천히.......”

  난 놀라 얼른 잔을 손에 들고 그에게 말했다.

  “배고파서요. 형이 밥 먹자고 해서 안 먹고 기다렸거든요.”

  그가 안주를 하나 집어 먹는 것을 보고 난 비어있는 그의 잔을 다시 채워주고 다시 잔을 치켜들었다. 이번엔 같이 잔을 부딪치고 그는 두 번째 잔을 난 첫 잔을 동시에 들이켰다. 전날까지 쌓였던 피로에 아침부터 굶었던 허기에, 소주가 목을 타고 위까지 도달하는 흐름이 아주 싸하게 느껴지면서 묘한 쾌감이 들었다.

  “크....... 써요, 써. 마셔도, 마셔도 쓴데....... 흠, 맛있어요. 계속 마시게 돼요. 후후.......”

  그는 또 인상을 쓰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못 마신다더니, 술꾼처럼 얘기하네?”

  난 속으로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일 속에서만 늘 접했던 두루치기집에서 후덥지근한 초여름 대낮에, 아주 사적(?)인 새로운 내 친구와 빈속에 들이키는 소주의 맛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맛보는 새로운 맛이었다. 신비로웠다.

 

  허기에 그와 나는 두루치기가 나오자마자 단숨에 해치웠다. 소주도 이미 두 병이나 놓여져 있었다. 밥을 먹는 동안은 몰랐었는데 첫 잔에 느껴졌던 취기가 그대로였다. 시계를 보니 겨우 오후 3시 반이었고, 이어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은 좀 붉어진 듯 보였으나 땀도 나지 않은 깨끗한 모습이었다. 내 얼굴의 상태도 추측해 보았다. 거뭇거뭇한 수염에 취기로 인해 붉어진 피부 빛, 더운 데서 매운 음식을 먹었으니 땀까지 뒤범벅되어 엉망이 되어 있으리라 짐작했다.

  “형, 오늘 좀 새롭네요. 되게 내추럴해요. 후후.......”

  그가 내 생각을 읽은 듯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아....... 그래, 좀........”

  그가 내 얼굴에 손을 가져와 내 왼쪽 이마 위에서 흐르던 땀을 닦았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내 땀을 닦은 손을 다시 술잔으로 가져가 얼른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여전히 낮이었고 늦은 식사중인 직장인 손님들이 몇 있었다. 그 손님들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 나서 난 다시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날 보고 있다가 내 눈 길이 닿자 얼른 시선을 떨구었다.

  “형........... 보고 싶었어요. 하아....... 겨우 일주일인데.......”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그는 뜻밖의 말을 내게 하고 있었다. 모자 아래로 그의 쓴 웃음도 살짝 보였다.

  “........ 응?”

  “보고 싶었다고요, 제가. 형이.......”

  그가 말하는 순간, 이번엔 지나가던 사장님과 내 눈이 마주쳤다.

  “아....... 그래? 자식....... 뭘 그렇게까지....... 난 전혀 아닌데?”

  난 뭔가 당황스러워서 그의 말을 농담처럼 받아쳤다.

  “어..........”

  그리고 어떻게 있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자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아니에요?”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번엔 내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를 갑자기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난 그의 시선뿐만이 아니라 이 가게 안의 몇 안 되는 손님들의 시선까지 의식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시선만 피하고 있는 내게 그가 다시 물었다.

  “형은 아니라고요? 아....... 정말....... 알겠어요. 근데, 실은 나는 그런데....... 저도 형은 혹시나....... 아니면 어쩌나....... 그냥....... 말려고 했는데.......”

  그가 몹시 말을 더듬거렸다. 그는 힘들게 이야기를 끝내려다 내 얼굴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는 말했다.

  “미안해요, 형....... 음....... 이제, 갈까요? 아니, 저 먼저 갈게요.”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 더듬거리며 말하고 있는 그 앞에 동상처럼 앉아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도 잠시 머뭇거리더니, “점심 잘 먹었어요.......” 하고 걸어 나갔다. 그는 조금 비틀거렸다.

  그를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실어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았다. 아무 몸짓도 할 수 없었고 걸어 나가는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득 채워져 있던 소주잔을 비웠다. 건너편에 놓여있는 그의 잔은 이미 비어 있었다.

  난 처음 경험해 보는 낮술에 제대로 취한 모양이었다. 그가 떠난 점심식사 자리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쨍하고 햇볕이 회색 건물들 틈새로 나를 쏘아댔다. 더운 듯 따스했고, 따스한 듯 더웠다. 다시 뒤를 돌아 식당 안 출입문 맞은편에 걸려 있던 커다란 벽시계를 확인했다. 3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난 휴대폰 시계를 또 한 번 확인했다.

  2012년 6월 13일 오후 3시 43분.

 

  알람 소리가 꿈속에서 배경음악이 되어 주고 있었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잠이 깨고 나서야 그것이 알림인지 알게 되었다. 8시였다. 9시 30분 회의에 참석했다가 내일 다시 광주로 내려갈 준비를 해야 했다. 시간을 확인하고 바로 나의 스케줄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일을 마치고 나서야 난 찌르는 듯한 두통을 알아챘다. 나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상체를 일으키자 이번에는 침대 옆 테이블에 맥주 캔 세 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 때부터 어제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게 시작했다.

  그와 그렇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내리 쬐는 해를 바라보며 걸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집에 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빈 맥주 캔 옆에 세븐 일레븐 비닐봉지가 널려 있는 걸 보니 집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온 것 같았지만 자세한 정황이 떠오르진 않았다. 기억을 헤쳐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이 두통의 원인은 맥주 세 캔임엔 틀림없었다. 어제 점심땐, 그렇게 무리한 게 아닌데도 취한 걸 보니 내가 피곤하긴 했었나보다....... 생각했다.

  깨지는 듯한 두통에 양손으로 관자노리를 세게 눌렀다.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했다.

  어제 그와 점심을 함께 했었던 그 두루치기집, 그곳에 있던 손님들, 사장님, 소주를 시원하게 들이키던 그의 모습, 그의 표정과 이야기들, 내가 했던 행동과 말들. 뒤돌아 가던 그의 뒷모습과 편의점 앞에서 만났을 때 ‘형!’ 하고 내게 다가오던 그의 모습들이 막 뒤섞여 떠오르더니, ‘보고 싶었어요.......’ 하고 내게 말하던, 그의 모자 아래 보이던 얼굴에 내 기억의 레이더는 멈춰졌다. 잠시 시간이동을 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얼굴에 한기가 느껴지고 식은땀이 흘렀다.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난 다시 누워 심호흡을 하려 애썼다.

  수차례 심호흡을 하고나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잠에서 깬지 5분이 지났음을 확인하고 마침내 침대에서 나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어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러고 나서 다시 어제의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이번엔 의도적으로 자세히 기억하려고 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으나 가슴이 아파왔다. 확신할 수 없는 슬픔 같은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유를 몰라, 난 애써 눈물을 삼켰으나 밀려오는 슬픔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침 뉴스에서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장마에 돌입한다고 했다. 하지만 구름이 낀 대체로 맑은 날씨였다. 그래도 출장준비에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온 몸이 끈적끈적해지는 것이 본격적인 여름임엔 틀림없다.

  일요일 오후, 그렇게 가버린 후 그는 연락이 없었다. 조금은 궁금했지만 나도 연락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알 수 없는 감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전되진 않았다. 그 날의, 그의 말과 표정은 불쑥불쑥 내 머릿속을 맴돌다 가곤 했다. 어제 퇴근하면서 가지고 왔던 빨랫감을 빨아서 널어놓고는 새 옷가지들을 챙겨 다시 광주로 가기 위해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오직 일을 위해 문득 떠오르는 잡념들을 애써 지우며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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