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네가 마련해준 특별한 공간
작성일 : 20-09-27 20:40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49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야근을 하게 되는 날이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있었지만 아침이 그리 힘들진 않았다. 전에는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기본이었다. 조금 상황이 개선된 이유도 있으나 계절이 바뀐 것과 아침마다 회사가 아닌 사적인 장소에서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유가 더해졌다.

  월, 화, 목요일은 출근길에 자연스럽게 그와 만났다. 그는 나머지 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했다. 작년 말부터 공연 평이 좋아 입소문을 타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공연 섭외나 곡 의뢰가 들어오곤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본업에 좀 더 충실해야겠기에 우유배달 일을 줄였다고 내게 설명했다. 다른 요일에는 우유 회사에서 다른 직원이 올 테니, 꼭 그 시간 이후에 우유를 사라고 그는 내게 당부도 했다.

 

  지난 목요일 만났던 영태를 주말 내내 걱정하며 지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녀석은 말했고 나는 좋을 때만 찾지 말고 언제든 날 찾으라고 얘기해 두었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도록 그에게 연락 한 번 없었다.

  출근길, 코너를 돌아 편의점 앞 그의 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담은 박스를 들고 나오는 그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은 여유가 있으시네요.” 하며 그가 내게 우유를 내밀었다.

  “고마워!”

  우유를 받아들며 난 말했다.

  “아, 친구 분은 참, 만나셨어요? 아르바이트 누나는 갑자기 그만둔다는 메시지만 남겼대요. 이유도 말하지 않고 죄송하다고만.......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냐면서 사장님이 걱정하시던데.......”

  그가 말했다.

  “음....... 둘이 좀 문제가 생겼나봐. 두 사람이 만나다보면 뭐 이런저런 문제는 있을 수 있지. 왜, 다들 알면서도 당하는 일들이 있잖아.......”

  내가 대답했다.

  “흠..........”

  그는 내 말에 공감한다는 듯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요....... 내일 아침에 봬요.”

  다시 좀 전의 그 미소를 보이며 먼저 인사를 하는 그에게 나도 우유를 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잘 마실게.”

 

  회사일이 바빠졌다. 회사 입장에선 좋은 일이었고 거시적으로는 내게도 그랬다. 일 년 전부터 실내구조와 디자인에 대해 총괄책임을 맡게 되어서 일 년 동안 6개월 이상의 시간은 거의 현장근무였다. 의뢰인과 시공업체와의 의견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야근은 고사하고 밤샘 작업도 마다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지난 가을, 헤어진 그녀와의 문제가 커지게 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아니, 그건 내가 이유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적어도 내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소홀할 수도,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지금도 역시 그렇다. 그녀와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내게 비로소 주어진 건 그 동안 서로에게 그렇게나 간절했던 ‘시간’이란 녀석이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책임을 떠넘길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녀가 가버리고 나서야 내게 주어졌던 그 ‘시간’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졌던 건 사실이다. 결국엔 난 그 시간을 맘을 다스리기 위한 여행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서인지 다시 쓰나미처럼 내 앞에 밀려온 일이 잠시 반갑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비가 오려는지 약간의 습도가 느껴지는 화요일 아침이었다. 내가 이렇게 예민했었나 싶었다. 평소보다 삼십분 이상 일찍 눈이 떠졌고 눈을 뜨자마자 그 이유가 이 습한 공기였음을 알아차렸게 때문이다. 커튼을 젖혀 보니 비는 오지 않고 있었다. 하늘이 잔뜩 꾸물거릴 뿐.

  덕분에 난 일찌감치 집을 나섰고 편의점에 먼저 도착하여 지난번처럼 샌드위치와 커피 두 개를 샀다. 흐릿한 공기 속에서도 아침 풍경은 변함없었다.

  파라솔에 앉아서 바라보는 회사 앞 출근길 풍경이 그랬다. 배경색은 달랐지만 바삐 걸음을 걷는 사람들은 표정이 모두 똑같았고 간혹 휴대폰을 손에 들고 무언가에 집중해 있거나 커피를 한 손에 쥐고 있거나 했다. 그래도 우산을 들고 가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난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물었다. 뜨거움과 쓰디쓴 맛, 온 몸을 감싸는 듯한 향에 난 미소를 지었다. 아무도 내 표정을 살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적어도 반경 백 미터 안에 보이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사람임에 틀림없을 거라는 장담을 속으로 했다. 난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피식하고 웃음소리까지 나왔다. 내 표정을 알아챈 단 한 사람이 곧 나타났다.

  “좋은 일 있으세요?”

  사람들 구경에 빠져있는 동안 그의 트럭이 어느 새 주차를 하고 있었다. 차문을 열고 내리는 그의 표정도 밝았다.

  “같이 아침 먹으려고.”

  내가 말했다.

  “빨리 끝낼게요!”

  그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힘차게 트럭 냉장고를 열어 재끼고는 박스를 꺼내는 그를 보고 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냥 계세요. 빨리 해치우게!”

  그는 우유를 날랐다. 곧 편의점에서 우유 두 개를 손에 들고 나온 그는 내 앞에 마주 앉았다.

  “빈속에 커피는 안 좋대요. 이거 마시고 나서 마셔요.”

  그가 내게 우유를 건네며 말했다.

  “그래........”

  난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근데, 진짜 기분 좋은 일 있으세요? 왜 그렇게 웃고 있었어요?”

  그가 물었다.

  “아니....... 그냥 사람 구경....... 재밌네. 여기 앉아서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아침도 먹고.......”

  난 거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후....... 오늘은 왜 일찍 이예요?”

  “회사일이 좀 바빠졌어. 다음 주부턴 지방에도 내려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아....... 하긴 형 하시는 일이 엄청 바쁜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샌드위치를 한 입 물고는 출출했는지 우걱우걱 씹으며 그가 말했다.

  “지방엔 오래 계셔야 해요? 뭐....... 한두 달씩?”

  그가 물었다.

  “흠....... 그렇게 까진 아니고, 처음엔 얼마가 걸릴지 가봐야 알 것 같아. 왔다 갔다 해야 해.”

  “아...........”

 나의 대답에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생활이 불규칙해 질 거야. 이렇게 아침 챙겨 먹는 것도 당분간 못 하겠네.”

  내가 말했다.

  “음....... 다음 주에 가신다고요?”

  “응, 월요일부터 바로.”

  “그럼, 이번 주말엔 시간 좀 있으세요?”

  그가 다시 물었다.

  “음......... 응. 토요일 오전까진 근무할 것 같고, 그 다음부턴.”

  내가 대답했다.

  “그럼, 오후에 공연 보러 오실래요?”

  “응? 무슨 공연 해?”

  그의 제안에 내가 물었다.

  “‘버러’ 공연은 아닌데요, 그냥 아르바이트로 하는 건데....... 대학로에서, 자선단체에서 주최하는 작은 야외 공연이에요. 제가 기타세션을 하거든요. 제 곡도 몇 개 부를지도 모르고요.”

  내 표정을 한 번 살피고 그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피곤하시면 안 오셔도 돼요. 낮에 하는 공연이라 시간도 좀 그렇고.......”

  그는 소심하게 말했다.

  “아니, 괜찮아. 낮에 몇 시인데?”

  난 그에게 물었다.

  “네 시부터요. 네 시부터 여덟시까지....... 길게 하는 공연인데, 저는 순서가 앞 쪽이니까 여섯시 안에는 마칠 것 같아요.”

  그는 다시 대답했다.

  “음....... 그래. 갈께!”

  나의 대답에 그는 씩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샌드위치 조각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잘 먹었습니다! 그럼 저는 가 볼게요. 목요일에 봬요.”

  “응!”

  가벼운 걸음으로 서너 개의 계단을 탁탁 내려간 그는 차에 올라 한 번 더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흔들어 주었다.

 

  다음 주는 내내 광주에 있어야 해서 오늘은 사무실에서 출장에 필요한 잡다한 준비와 계획에 대해 점검만 하면 되었다. 여유 있는 출퇴근을 기대하고 아홉시쯤 회사에 도착했지만 생각보다 점검해야 할 일이 많아서 오후 세 시가 넘어서야 퇴근 할 수 있었다. 화요일에 했던 약속 때문에 일하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은 세 시가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약속에 늦을까 초조해 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조급한 나와 느긋한 내가 내 안에서 다투는 것 같았다. 난 두 마음을 애써 무시하며 세시 반이 넘어서야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약간 더운 듯 했지만 볕 좋은 토요일 오후여서 역시 대학로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활기가 넘쳐 보였고 야외 공연장 쪽으로 다가 갈수록 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어 갔다. 이미 그곳은 많은 인파가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공연은 바로 시작하는 것 같았다. 자선 목적의 공연이어서 그런지 배경음악이 깔린 가운데 진행자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공연의 목적과 배경, 진행 순서 등을 소개했고 참여하는 게스트와 공연 라인업을 소개 할 때는 젊은 관객들의 환호도 함께 들려왔다. 그의 이름도 들렸다. 인파 밖에 서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때 휴대폰 진동이 느껴졌다.

  [형, 무대 뒤 출입문 쪽으로 오세요.]

  난 얼른 무대 뒤쪽으로 향했다. 뒤편에도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비집고 틀어갈 정도는 되었다. 출입문 앞에는 진행요원들이 두어 명 있었는데, 문을 열어도 될지를 잠시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그 문을 통해 그가 빼꼼 하고 나왔다.

  “잘 찾으셨네요!”

  그가 내게 말했다. 그는 곧 주변에 있던 진행요원들에게 말했다. “저희 멤버 형이세요.......”

  난 뻘쭘하게 서 있다가 생각보다 수월하게 뒷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요....... 관객석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볼 수 있어요. 오히려 오디오는 더 좋을 걸요? 거기다 일인관객이에요. 하하.......”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네. 하하....... 고마워. 잘 볼게!”

  난 대답했다.

  “끝나면 전화 할게요. 재밌게 보세요!”

  그는 살짝 흥분되어 보였다.

  “.......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라고 그는 말하고 돌아섰다.

  그가 마련해준 공간은 마치 비밀장소 같았다. 무대를 좌, 후면밖엔 볼 수 없었지만 몇 미터 되지 않는 거리여서 더 현장감이 느껴졌고 퍼지는 사운드가 아닌 내가 있는 공간에 가둬 둔 듯한 사운드가 더 사적으로 느껴져서 좋았다. 앉을 곳은 없었지만 긴 복도의 끝을 알려주는 듯한 불규칙한 사각형태의 작은 공간이 맘에 들었다. 그가 날 이곳에 남겨두고 간 지 약 5분쯤 되었을 때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무대에 그가 보였다. 그는 내가 보는 쪽에서 왼쪽 무대 앞쪽에 있었으며 특별히 섭외된 솔로가수의 세션이었다. 그 가수의 무대는 십오 분정도 진행되었고 귀에 익숙한 다른 곡들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이 새로워 보였다.

  그 가수는 자신의 무대를 끝낸 뒤, 세션으로 참여한 연주자들을 각각 소개했다. 매우 유망하며 내공이 있는 밴드라는 수식어와 함께 ‘버닝 러브’의 기타리스트 ‘김이건’이라고 그가 소개되었다. 이 연합 밴드의 세션은 모두 다섯 명. 각각 자신이 속해 있는 밴드의 곡들을 차례로 한 곡씩 소개했다. 그는 지난 봄 내게 준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11월’이라는 곡을 불렀다.

  그가 안내해 준, 내가 지금 기대고 있는 이 비밀스런 공간에 그의 목소리가 가만히 들어와 갇혔다. 난 오랜만에 눈을 감고 그의 노래를 감상했다. 이 요상한 공간이 작은 캡슐이 되어 날 태우고 높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0 세상에서 가장 편한 2020 / 9 / 27 299 0 7004   
29 아일랜드 2020 / 9 / 27 285 0 2922   
28 그리움은 습관일 뿐 2020 / 9 / 27 286 0 1502   
27 곽사장의 버닝 러브 2020 / 9 / 27 283 0 3590   
26 내가 우리에게 하지 못한 한 가지 2020 / 9 / 27 294 0 4872   
25 다시 ‘버닝러브‘ 2020 / 9 / 27 281 0 2156   
24 행복해지자 2020 / 9 / 27 301 0 3900   
23 다른 삶을 산다는 것 2020 / 9 / 27 289 0 4499   
22 판단과 선택 2020 / 9 / 27 294 0 18484   
21 강호와 이건 2020 / 9 / 27 287 0 12915   
20 안녕 2020 / 9 / 27 286 0 3310   
19 모든 것이 강물처럼 2020 / 9 / 27 298 0 3853   
18 우정을 나눌 때 2020 / 9 / 27 280 0 5156   
17 우린 왜 결혼했을까 2020 / 9 / 27 278 0 5072   
16 너에게, 나에게 2020 / 9 / 27 295 0 4850   
15 낯선 그리움 2020 / 9 / 27 295 0 7306   
14 너의 자리 2020 / 9 / 27 281 0 15639   
13 네가 마련해준 특별한 공간 2020 / 9 / 27 268 0 5492   
12 내 짠한 친구 2020 / 9 / 27 289 0 7944   
11 너와 나의 거리 2020 / 9 / 27 277 0 4455   
10 일상이 된 너 2020 / 9 / 27 283 0 7239   
9 그들이 만났던 날 2020 / 9 / 27 274 0 7752   
8 봄, 아침 2020 / 9 / 27 294 0 5516   
7 안녕! 좋은 아침! 2020 / 9 / 27 304 0 8185   
6 난 네게 반하지 않았어 2020 / 9 / 27 295 0 2564   
5 나의 새로운 일상 2020 / 9 / 27 278 0 8365   
4 나의 구세주 2020 / 9 / 27 273 0 4314   
3 널 따라오지 말았어야 했어 2020 / 9 / 27 288 0 3264   
2 너의 첫인상 2020 / 9 / 27 298 0 4653   
1 꿈에서 깨어나기를, 깨지 않기를 2020 / 9 / 27 525 0 458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고잉홈
땡글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