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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너와 나의 거리
작성일 : 20-09-27 20:38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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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공연을 끝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전에 내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겨우 공연에 집중하느라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마구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다들 한 템포 쉬는 분위기였지만,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채 난 서둘러 말자 언니에게 다음 앨범과 공연계획에 대해 닦달했다. 다음 공연은 늦은 여름에 맞춰져 있었고 앨범은 예전에 이미 나의 요청에 의해 내년 초까지 무기한 연기된 상태였다. 다음 앨범에는 꼭 완성도 있는 자작곡을 싣고 싶다는 나의 포부에 말자 언니가 특별히 배려해 준 기간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말자 언니는 이런 나를 더욱더 이해하지 못했다.

  공연 연습할 때에는 매일 연락하던 멤버들과의 연락도 조금씩 뜸해 지면서 난 말자 언니의 ‘버러’ 연습실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밤에는 곡을 쓰는데 집중했고 낮에는 말자 언니에게 매일 업데이트 되는 나의 계획을 얘기하곤 했다. 그러기를 3주가 지났다. 말자 언니는 참고 참았던 감정을 최대한 다스린 후 내게 얘기했다.

  “친구 하나가 녹음실에서 세션을 구하는데, 아르바이트 해 보지 않을래?”

  “네?”

  뜬금없는 언니의 제안에 난 놀랐다.

  “집중하려고 애쓰지 말고 분산시키라고! 지금 너 그래야겠어, 좀. 과부하야. 은수야....... 아무리 볕이 좋아도 땡볕에 오래 서 있으면 쓰러진다고! 그늘을 찾아. 그늘은 어디에나 있어. 찾아서 좀 쉬다 가.”

  언니가 내게 말했다.

  “언니....... 그늘이, 그늘이 있어요? 어디요? 보여야 말이죠. 눈앞에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찾긴 뭘 찾아요? 그냥 눈을 떠도 깜깜한데, 뭘 찾아요.......?”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제어가 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한낱 먼지 조각이 된 느낌이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에겐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친구나 가족들에게조차 난 나를 드러내는 성격이 못 되었다. 표정이나 말, 작은 행동까지도 내 안에서만 자유로웠다.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세 살 터울의 친언니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잘 융합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답답한 성격이었던 나는 언젠가부터 부모님의 권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학교에서도 그랬다. 그야말로 존재감 없는 학생, 반경 1미터 이내의 급우들에게 꼭 필요한 대화만이 가능했고 내게 먼저 말을 걸거나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은 없었다. 아마 담임선생님도 나를 잘 몰랐을 것이다. 선생님이라는 존재와 대화를 나눠 본 기억이 적어도 내겐 없으니까.

  난 고1때부터 새벽에 자전거로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감정의 굴곡조차 완만했던 내 사춘기 시절에 유일하게 날 설레게 했던 건, 시퍼런 하늘빛을 지닌 새벽의 공기와 그 냄새, 내 방과 바짝 붙어있는 뒷집 셋방에서 들려오는 베이스 기타소리가 전부였다.

  난 매일 아침 4시 반에서 5시쯤이면 집을 나섰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내겐 그 설렘들이 너무 소중했었다. 집을 나서면서 바라보는 시퍼런(계절에 따라 채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하늘과 뒷집에서 들려오는 베이스 기타 소리는 묘하게 잘 어울렸다.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몇 달 후 난 베이스 기타를 구입했고 방과 후 집 근처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오래된 음악학원에 등록했다. 학원에 여자 수강생은 단 두 명뿐이었는데 기타는 나뿐이었다. 난 혼자 배우고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집에는 알리지 않았었기 때문에 난 내 기타를 학원에 늘 두고 매일 서너 시간씩 연습을 하다가 귀가하곤 했었다.

  난 늘 졸업을 기다렸다. 때마침 나의 간절함과 조금의 행운으로 ‘버닝 러브’를 찾게 된 것 같다. 이곳이 나의 운명이라 여겼고 그 믿음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말자 언니와 꽉 사장님이었기에 나의 표정과 말이, 행동으로써의 표현이 조금씩 가능해 졌을 것이다. 은복이의 까칠함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하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에.

 

  이건이는 잘 다져놓은 들판에 불연 듯 날아든 새처럼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하지만 말자 언니나 은복이가 느끼는 변화와 내가 느끼는 그것은 달랐다. 나에게만 그랬다. 이 변화는, 들판에 찾아온 이방인이 어쩌면 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내게 점점 감당하기 힘든 크기로 자라났다.

  그가 내게 말한 것은 없었다. 약속한 것도, 나눈 것도....... 없었다. 마른 땅에 단비처럼 그는 어려운 상황의 ‘버닝 러브’를 위해 열심이었고 나는 그와 적극적으로 곡 작업이며 연주며 녹음이며 늘 함께 했을 뿐이다. 우리는 손발이 잘 맞았고 그는 다정했다. 그렇게 조금씩 팀 활동이 활기를 띄는 게 즐거웠고, 그가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내가 그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퍼즐조각처럼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너, 참 좋아!” 하면서 난 그를 웃으며 바라보았고, “응, 나도.......” 하며 함께 웃었던 게 다였다. 곡 작업을 마무리하며 나눴던 짧은 사적 대화는 어느 소설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고 나는 다시 이 들판을 벗어난 예전의 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난 사랑을 모른다. 그를 처음 보았던 그 때도, “참 좋아!”라고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 얘기해 주었던 그 때도 지금도, 난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이제와 보니, 말을 건 것도 손을 잡은 것도 약속을 한 것도 나였다. 그는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해 나를 대했을 뿐이었다. 과거로 돌아가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맞춰 나가다보니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나에게서 비롯되었고 그는 그저 거기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이 날 슬프게 했다. 난 왜 이리도 눈치가 없었을까.

 

  말자 언니의 걱정에도 난 맘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곡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었고 예전처럼 닦달하진 않았어도 말자 언니와 은복이에게 가끔 확인을 부탁하고 조언을 구하는 정도로 교류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이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작업실을 혼자만 사용하거나 내내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말자 언니의 생활공간이기도 했고 은복이와 이건이에게는 연습실이기도 했기에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꼭 얼굴을 보게 되지만 난 어느 때보다 과묵하고 사무적으로 그들을 대했다. 이런 나를 그들이 이상하게 여기고 있으리란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고 나중에는 그들이 내 눈치를 보기도 하다가 급기야 폭발하기 일보직전임을 난 감지하기도 했다.

  말자 언니는 날 믿고 기다려 주는 눈치였다. 금방이라도 터트릴 것 같은 은복이도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할 꺼리임을 아는 듯 했다. 의외의 반응은 이건이가 보여주었다.

  말자 언니가 사흘째 여행 중이어서 당분간 맘 편히 연습실을 쓰기로 했다. 내가 2주째 붙들고 씨름하던 곡을 녹음해 보기 위해 토요일이지만 아침 일찍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실 열쇠를 넣고 돌리는데 문이 저절로 열렸다. 이건이가 테이블 위에 앉아 있었다.

  난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아침부터 웬일이야?”

  내가 그에게 말했다.

  “왔어? 너....... 기다렸어.”

  그가 내게 말했다.

  난 순간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혀 심장이 터질 듯 두근대기 시작했다. 그에게 들키지 않게끔 크게 들숨을 쉬었다 ‘후.........’ 하고 내뱉으며 태연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음....... 그래? 잘 왔다. 저번에 쓰던 그 곡, 어제 완성했는데 네가 한번 봐줄래?”

  내가 말했다. 내 얼굴에서 어색한 미소를 읽었는지 그의 표정은 처연했다.

  “........미안해........”

  그 처연한 표정에 떨림이 느껴지면서 급기야 그가 뱉은 말이었다. 그의 표정과 말투에 난 더 이상 감정을 숨기고 있을 수가 없었다. ‘미안해.’ 라는 말을 저렇게 힘들게 내뱉는 그의 마음을 알지도 모르지도 않는 이상한 상황에 난 처해 있었다.

  “뭐.......가?” 라고 물어놓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설움을 삼켰다.

  하지만 차오르는 눈물을 막아내지 못한 건 오히려 그였다. 눈물 한 줄기가 그의 왼쪽 뺨 위로 흐르자 애써 표정을 흩트리지 않고 그는 말했다.

  “내가 너의 마음을 알아서....... 내가 누구보다 네 마음을 잘 알아서....... 그게 너무 미안해.”

  그리고는 그의 표정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난 터질 것 같았던,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그것을 꾹 삼키고 그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자 고개를 떨구는 그에게 난 어깨를 대 주었다.

  “괜찮아, 난.......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너도....... 괜찮을 거야.......”

  난 말했다. 거리를 느꼈던 것도 커지는 마음을 다잡지 못한 것도 나였다. 그는 내게 거리를 두지도 마음을 감추지 못할 것도 없었고 그저 이런 나를 알아보고 미안한 마음만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목에 차였던 눈물이 그의 눈에서 흐르고 있었다. 곧 나는 그를 꼭 안아주었고 내 품에서 그는 한동안 흐느꼈다. 나의 설움은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지만 내 품의 그가 난 미치도록 사랑스러워서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 내게 주어진 숙제가 어떤 것인지를 깨닫고 있는 그 순간에도 그를 안고 있는 지금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만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난 그를 놓는 연습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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