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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그들이 만났던 날
작성일 : 20-09-27 20:36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7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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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보면, 어떻게 여기서 공연을 하지 싶을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다. 밤이 되면 사람들로 채워지고, 특히 공연이 있을 때 이곳은 그 어떤 곳보다 사랑스러운 공간이 되었다. 수연은 적어도 ‘버닝 러브’를 그렇게 생각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을 무렵, 그녀는 대학생이 된 이후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형편이 넉넉한 정도는 아니었어도 여느 친구들처럼 등록금을 벌어야 하거나 학자금 대출이자를 갚느라 허둥지둥 하지 않아도 될 정도는 되었다.

 

  그녀는 20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엄마와 지금껏 단 둘이 살고 있었다. 꽤나 현실적이고 냉철한 성격인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출산 한 후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하지만 육아와 집안일에도 소홀할 수 없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노라고 그녀에게 늘 얘기하곤 했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입사한 한 보험회사에서 그녀의 엄마는 20여년을 일해 오며 하나뿐인 딸의 교육에 부족함 없이 지원을 해왔다. 회사에서 공적을 인정받은 그녀의 엄마는 마침내 7년 전 지부장이 되었다. 모녀는 수연이 대학에 입학 할 때만을 기다렸다.

  남편을 잃고 난 후 그녀의 엄마는 오직 딸만을 위해 바치기로 한 자신의 젊음을 수연이 대학생이 되면 되찾겠노라 다짐했었다. 엄마의 열정에 수연은 책임감 있고 자립심 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녀는 엄마와의 약속대로 원하던 대학에 입학한 후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신입생이었던 지지난 해 장학금을 받으며 학생으로서의 생활에 충실했다. 그녀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2학년이 되던 작년부터는 아르바이트와 사회봉사활동을 통에 여러 경험과 스펙을 쌓으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공부하는 시간을 피해 구하게 된 아르바이트가 ‘버닝 러브’였다. 등록금이나 생활비에 큰 보탬이 될 건 없었어도 그녀는 사회생활의 첫 단계로서 적당한 일자리라고 판단했다. 자취집까지 걸어가도 되는 정도의 거리인 것과 그 동네의 다른 여느 클럽과는 왠지 달라 보이는 분위기도 그녀의 구미를 당겼던 건 사실이었다.

  일 년 반의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도 가 볼 일이 없었던 골목이었고 그 근방 클럽 중에선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했다. 오래되었지만 무명에 가까웠던 클럽이었고 그 해 여름, 밴드 ‘버닝 러브’의 공연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발길이 잦아졌다. 그에 따라 그녀도 애초 계획과는 달리 일을 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방학을 보내게 되었고 개강을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 수연은 우연히 또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녀가 ‘버닝 러브’에서 일하게 된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 때만해도 그곳엔 손님이 많지 않았다. 밴드 ‘버닝 러브’의 멤버는 여자 셋이었고 여성밴드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은 잘 모르는 곳이었기에 대부분 삼, 사십대의 남자 손님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가끔은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층의 손님들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들어오곤 했었지만 ‘버닝 러브’의 공연에 관심을 보이거나 진득하니 음악을 즐기거나 하진 않았다. 그리곤 다시 찾아오지도.

  수연은 영태를 이 때, 이곳에서 만났다. 공연이 없던 어느 평일이었는데, 곽사장과 수연은 바에서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 여섯 시도 채 안 된 시간에 두 명의 남자 손님이 가게에 들어왔다.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손님들은 이곳에 처음 와 본 것 같은 인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와 주변을 쭈뼛쭈뼛 살피더니 바에 와서 앉았다.

  “안녕하세요.”

  곽사장을 잠시 살피던 수연은 손님들에게 먼저 인사했다.

  “오늘은 공연이 없나보네요? 부천에서 여기 공연 소문 듣고 왔는데.......”

  두 남자중 한 남자가 말했다. 짙은 초록색 셔츠에 면소재의 아이보리색 반바지, 새하얀 스니커즈에 파란색의 캡 모자를 뒤통수 쪽으로 한껏 재껴 쓴 차림새가 말끔해 보였지만 가까이 앉아 입을 여니 금세 풍겨오는 담배 냄새와 눈가 주름이 잔뜩 지는 얼굴이 반전을 주는 인상이었다.

  “공연은 주로 금요일이나 주말에 있습니다. 평일 공연은 때마다 달라서 주변에만 공지를 해요. 멀리서 오셨는데 죄송합니다.......”

  바 끝에서 맥주 수량을 체크하고 있던 곽사장이 대신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한 남자가 말했다.

  “아........... 그럼 오늘은 간단히 맥주만 마시고 갈게요. 저희가 공연 보려고 일부러 찾아 왔거든요. 주말에 꼭 다시 와야겠네요.”

  그는 옆에 있는 친구보다는 좀 더 호감 가는 인상이었다. 마르지 않은 체격에 동그랗고 하얀 얼굴에 씌워진 은테 안경은 심지어 지적인 인상을 주었다. 시원해 보이는 잔 체크 셔츠에 캐주얼 정장 느낌의 바지와 구두가 더욱 그랬다.

  “네. 그렇다면.......”

  곽사장이 대답했다. 그는 곧 냉장고에서 맥주 두 병을 꺼내어 두 남자 앞에 놓았다.

  “....... 맥주는 그냥 드릴게요. 주말에 꼭 공연 보러 오세요!” 라고 말하며 곽사장은 사람 좋게 웃었다.

  ‘첫 손님인데...........’ 곽사장의 행동에 수연은 조금 당황하기 했지만 곽사장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이를 보이며 인사를 하는 그들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두 남자가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귓속말을 나누더니 맥주를 부딪쳤다. 수연은 왠지 그들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았다. 곽사장은 다시 바 끝 쪽으로 가 하던 일을 계속했다. 수연도 바 정리를 하고 있었고 두 손님은 수연의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이내 귓속말로 대화를 이어갔다.

  수연은 손님을 맞기 전 틀어놓았던 음악을 다시 리셋하는 척하며 잠시 꺼 버렸다. 의도적이었다. 그러자 그들은 귓속말 대화를 멈췄고 웃고 있던 표정도 굳어지며 수연의 눈치를 보았다. 수연은 다시 조용한 음악으로 바꾸고 볼륨을 조절했다.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그녀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싶었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청각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키려 노력했다. 다행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 맥주를 마시며 나누는 그들의 대화는 점점 수연의 귓가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씨X....... 인증 X됐어......., 레즈 밴드......., 조회수........ 환장한다....... 킥킥킥........”

  겨우 들리는 몇몇 단어들이었다. 그 뒤에 킥킥대는 두 남자의 웃음소리, 그 뒤에 스스로 목소리 크기를 조절하지 못하고 그 동그란 얼굴에 은테 안경의 남자가 말을 뱉었다.

  “야, 이씨........ 그럼 진짜 또 올 거야?”

  그의 말을 들은 순간 수연은 곽사장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때,

 “저기요....... 죄송한데, 맥주 한 병씩만 더 마실 수 있을까요? 우리가 멀리서 오느라 밥을 못 먹었더니.......”

 모자를 재껴 쓴 남자가 수연에게 물었다.

  “아니요! 안되는데요. 배고프면 식당에 가서 밥을 사드세요!”

  수연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예?.........뭐? 아이씨....... 뭐야?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지.......”

  동그란 얼굴에 은테 안경의 남자 역시 정색을 하며 말했다. 곽사장은 그의 말을 듣고 다가왔다.

  “무슨 일이세요?”

  곽사장이 그에게 물었다.

  “아니....... 사장님이시죠? 이 여자....... 얘....... 얘 아르바이트에요?”

  그가 곽사장에게 물었다.

  “.............”

  그들의 물음에 곽사장은 아무 말 없이 수연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다시 손님들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만........”

  “사장님, 아르바이트 제대로 써요! 얘가 손님한테 말을 막하네!”

  좀 더 말끔해 보였던 은테 안경이 더 말이 많았다. 수연은 흥분했다.

  “얘라니? 어디서 뭘 듣고 여기 와서 아는 척이야? 당신들!”

  “뭐? 당신들?!”

  당돌한 수연의 말에 발끈한 두 남자가 공격적으로 변하자 곽사장은 그들을 내보내기 위해 바 밖으로 나왔다. 그 때 ‘삐그덕’ 하고 출입문이 열렸고 이 날 두 번째 들어온 손님, 영태였다.

  이미 문 밖으로 새어나온 목소리를 듣고 안으로 들어간 영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대뜸 “뭐야?!” 하고 호통을 쳤다. 흥분해 있던 두 남자도, 곽사장과 수연도 모두 놀라 영태를 쳐다보았다. 순간 영태는 심장이 터질 듯 뛰어 댔지만 눈빛이 흔들리지 않도록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형?........ 니들 뭐야?!”

  성격과는 상반된 영태의 덩치가 제 역할을 하는 순간이었다. 있는 대로 인상을 쓴 영태를 본 두 남자는 시선을 떨어뜨리며

  “사장님....... 그럼, 가볼게요....... 주....... 주말엔 시간이 없어서 모...못 오겠네요. 다음에 올게요.......”

  모자를 재껴 쓴 남자가 은테 안경의 남자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그들은 서둘러 가게를 나갔다. 자신을 피해 출입문을 향해 가는 두 남자를 끝까지 노려보았지만 영태는 조금 전보다 심장이 더 뛰었다. 두 남자가 사라지고 난 후의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던 영태는 말했다.

  “어....... 시....... 실례했습니다. 나....... 난처해 보이셔서........” 하며 다시 나갈까 말까를 잠시 고민하며 큰 덩치를 움찔움찔 거렸다.

  “푸하하하하하하”

  수연이 웃음을 터트렸다. 곧 곽사장도 큰 숨을 내쉬며 조용히 웃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영태에게 수연은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들어오세요....... 흐흐흐.......” 라고 말하며 참지 못한 웃음을 이어갔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영태는 어설픈 몸짓으로 안쪽으로 들어와 바에 앉았다. 곽사장은 얼른 맥주를 한 병 가져와 그의 앞에 놓았다.

  “초면에 실례를 범했네요....... 이걸로 목 좀 축이세요.......”

  털털하고도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곽사장이 말했다. 그리고는 한두 발짝 뒷걸음을 가더니 다시 바 끝 쪽으로 걸어갔다. 민망한 건 영태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쥐어짜듯 겨우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연은 조금 전 멈춰버렸던 음악을 다시 재생했다. ‘Ben Folds’의 ‘Fair’.

  “손님한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그녀는 인사를 했다.

  “아....... 아니, 아니에요.”

  영태가 답했다. 수연이 웃으며 건넨 인사에 영태의 얼굴은 더 붉어졌고 구렛나루 주변으로 땀줄기까지 흘러내렸다. 민망함에 맥주를 한 모금 들이 킨 영태는 눈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매, 맥주 맛있네요....... 아, 음악이 좋다는 소문....... 듣고 왔어요. 소...소문대로네요.”

  영태가 겨우 말했다.

  “이상한 소문 들으신 건 아니죠?”

  수연이 영태에게 물었다.

  “..........?”

  영태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까 그 사람들이 그랬거든요. ‘버러’에 소문 듣고 왔다고 해 놓고는 어디서 무슨 얘길 들은 건지....... 이상한 얘기를 쑥덕거리며 하더라고요....... 다른 목적으로 온 것 같아서 제가 가라고 했어요. 훗.”

  그녀가 설명했다.

  “아...............”

  영태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저도 사실 살짝 겁났었는데 그 때 오신 거예요. 훗....... 궁금해 하실까봐.......”

  그녀가 부연 설명을 했다.

  “앞으론 그냥 모른 척 해. 겁나는 상황 괜히 만들지 말고....... 그런 사람들 어차피 그냥 지나가는 비 같은 사람들이야.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 무시해.”

  수연의 얘기를 듣고는 바 끝에 있던 곽사장이 말했다.

  “사장님이 매번 그러시니까 안 되는 거예요. 비가 오면 우산이라도 써야지, 왜 맞고 있어요? 아무리 지나가는 비라도 쫄딱 맞으면 감기 걸리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난 하도 많이 맞아봐서 내성이 생겼지. 아주 튼튼하거든.”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으로 곽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이들의 대화 덕분에 영태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Ben Folds’의 음악이 끝날 때 즈음, 맥주 한 병을 모두 비운 그는 수연에게 한 병을 더 주문했고 곽사장과 수연이 영업 준비를 마쳤다. 이때부터 영태는 총 다섯 병의 맥주를 더 마시며 취기를 빌어 세 사람의 대화를 이어갔다.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 세 시간 반 동안.

 

  영태가 ‘버닝 러브’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은 건 사실이었다. 그는 회사에서 생산관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젊은 직원들이 많은 환경 속에서 일을 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주워들은 소문이었다. 음악도 좋고 작고 조용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보물 같은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그는 그 전날, 생산라인에 비상 상황이 생겨 새벽 3시에 갑작스레 출근을 해야 했다. 새벽부터 비상전화를 받고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 때 혜정은 급하게 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나가지마!............ 기다려봐!”

  혜정은 그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곧 몸을 일으켜 침대 옆 화장대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벨이 울리고 나더니 “웬일 이냐?” 하는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휴대폰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의 장인이었다.

  “아빠, 회사에 지금 전화 좀 해 주세요. 5라인에 문제가 생겼나 봐요. 자재과 박 대리가 발주 받은 거예요. 이 새벽에 제가 전화하면 좀 그렇잖아요........ 오과장한테 부탁하면 될 거 같은데.......”

  혜정이 말했다.

  “심과장한테 전화했든?”

  “.............”

  아버지의 물음에 혜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거....... 참! 휴....... 알았다. 내일 일찍 나가서 확인하라 그래!”

  “죄송해요....... 낼 회사에서 봬요.”

  혜정이 말했다. 전화를 끊은 혜정은 휴대폰을 다시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양 손으로 얼굴을 한 번 감쌌다.

  “자. 걱정 말고.......”

  그녀가 영태에게 말했다.

  “내가 나가면 그만일 걸 왜.......”

  영태는 순간 욱했다.

  “그냥 자. 어제 열두시에 들어왔잖아! 잠은 자고 일해!”

  영태의 말을 툭 자르고 그녀는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잠이........ 오겠니........?”

  영태는 화를 억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다시 누웠다. 혜정도 아무 말 없이 다시 누운 그를 잠시 바라보고는 자리에 누워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렸다. 영태는 그 때부터 동이 틀 때까지 잠을 설쳤다. 그리고 다시 날이 밝자마자 출근을 서둘렀다.

  “오빠!”

  허둥지둥 서두르는 영태를 혜정은 불러 세웠지만 벌겋게 충혈 된 눈과 밤새 푸석해진 그의 얼굴을 보고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 날 영태는 출근을 하자마자 간밤에 있었던 일을 점검하느라 바빴고 오과장의 날선 시선을 받았다. 오과장에게 있는 대로 깨진 박대리의 눈치까지 봐야 했다. 게다가 장인인 사장에게는 중간 책임자로서 방패 역할까지 해야 했다.

  모든 게 엉망인 하루였다. 뭐, 종종 있었던 일이긴 했으나 결혼 이후 최대한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해왔던 그에게는 결코 내성이 생길 수 있을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일이 적응이 되지 않고 거듭될수록 혼란만 가중되는 것은 혜정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또한 반복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아무리 애써 봐도 늘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영태를 사랑했다. 그처럼 성실하고 우직한, 선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회사도 가정도 그렇게 꾸려나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저 그녀 자신이 물심양면 외조 한다면 아버지에게도 결국은 인정받게 되리라 굳게 믿었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사랑이, 생활이 늪에 빠지리라고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잠도 식사도 일도, 그 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지만 반 쯤 정신을 빼놓고 영태는 여섯시가 되자마자 회사를 나와 버렸다. 그리고 휴대폰도 꺼 두었다. 생산라인 직원이 이야기해 주었던 기억을 열심히 떠올려 머릿속에 오직 지도만 그려 놓고는 홍대 앞 ‘버닝 러브’로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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