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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봄, 아침
작성일 : 20-09-27 20:34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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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춥지만 해가 제법 길어져 출근시간이 그리 을씨년스럽지는 않았다. 겨울의 어두운 아침은 늘 그랬다. 하루의 출발을 어둠에서 시작하면 내가 마치 몽유병 환자라도 된 느낌이 들곤 했다. 몸은 깨어 있으나 정신이 아직 깨지 않은 상태로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것 같았다. 오후가 돼서야 정신이 들고나면 꽤 불쾌하게 느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밝은 아침은 내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난 회사 앞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었고 ‘00우유’ 트럭도 같은 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난 발길을 재촉하여 그가 차에서 내리는 타이밍에 맞춰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네요!”

  난 반가웠다.

  “안녕하세요....... 잠깐만요!”

  그는 아침 같은 미소로 내 인사에 답하고 냉장고에서 우유 박스들을 겹쳐 꺼냈다. 난 얼른 편의점 출입문을 열어 그가 박스를 옮기는 일을 도왔다.

  “고맙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는 곧 박스를 내려놓고 우유 하나를 꺼내어 내게 주었다.

  “오늘은 감사의 표시에요!”

  그가 말했다. 난 어리둥절 우유를 받았다.

  “공연, 오셨었죠? 친구 분이랑....... 와주셔서 감사해요.” 하며 수줍게 그가 웃었다.

  “아, 네....... 잘 먹을게요....... 아, 신곡 정말 좋았어요!”

  내가 말했다. 그는 아까보다 좀 더 수줍게 웃었다.

  “어....... 앨범은 나온 거예요? 꼭 사서 듣고 싶은데.......”

  내가 말했다.

  “네, 이틀 전에....... 첫 정규라 많이 찍진 않았어요....... 제가 다음에 하나 드릴게요. 그럼.......”

  그는 목 인사를 하고는 우유 박스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저 분 우유, 제가 드린 거니까 계산 안 하셔도 돼요.”

  그는 카운터 직원에게 얘기한 후 창고로 향했다. 난 그가 준 우유를 들고 샌드위치만을 계산 한 후 편의점을 나왔다.

 

 

 

  봄바람이 벌써 부는 것 같았다. 오전 11시를 넘겨서야 눈을 떴다. 햇살 때문에 창문을 열었더니 내 방보다 따뜻한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이 따뜻한 기운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늘 그랬던 것처럼 차가워야 할 공기가 이젠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러면 안 되는 일이 그렇게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밤새 시달렸던 꿈이 아직 덜 깬 것이리라 여겨 버렸다.

  늦은 오전이어서, 늘 하루의 시작이었던 이건이에게 전화하는 일을 오늘은 하지 못했다. 한겨울 찬 공기가 사라진 며칠 전부터 그랬다. 난 한심하게도 오늘도 이렇게 날씨 탓만 하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같은 마음이라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버닝러브’에 합류한 후 이건이는, 첫 인상과는 달리 붙임성 있게 팀에 적응했고 스스로 편해지려고, 또 우리를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이 난 좋았다. 반면 혼자 있는 그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쓸쓸한 느낌이 그에 대한 나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에게 먼저 좋다고 말할 때도 난 망설임이 없었다. 그에게로 향하는 내 마음이 무엇인지 또렷했기 때문에. 난 그렇게 너무 쉽게 시작했었나 보다. 그 때 그 마음이 다 인줄 알았는데 나조차 몰랐던 무언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멀리서 바라보았을 땐 이미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다가갔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니었던 것이다. 허상이었던 것 같다. 그는 그대로 있었을 뿐, 다가간 건 나였다. 이제 와서 우주처럼 커져버린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뺨을 스치는 이 봄바람이 원망스러웠다.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앨범 작업도 마무리했다는 안도감에 난 느린 오전을 집에서 보냈다.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버닝 러브’로 향했다. 가게엔 아무도 없었다. 말자 언니의 작업실도 비어 있었다. 말자 언니와 은복이는 그럴 수 있지만 이건이가 없는 것은 이상했다. 잠시 오늘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잡념에 사로잡힐 뻔 했다. 난 곧 정신을 가다듬고 건반을 세팅했다.

  얼마 전 써 놓은 가사에 곡을 입히는 작업 중이다. 이건이에게만 보여 주었던 가사인데 이번엔 꼭 좋은 곡으로 탄생시켜 앨범에 싣고 싶었다.

  문 밖에서 누군가의 대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어 건반 연주를 멈추어 보았다. 말자 언니와 은복이의 목소리 뒤에 이건이의 웃음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곧 세 사람은 작업실로 들어왔다.

  “아이씨....... 깜짝이야!”

  앞장서 들어온 은복이가 나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왔네?” 라고 말하는 말자 언니마저도 놀란 눈치였다. 반면 이건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게 손을 흔들었다.

  “셋이 어디 다녀와요?”

  내가 물었다.

  “아니. 요 앞에서 만났어. 난 꽉네 다녀오는 거고.......”

  말자 언니가 침착하게 말했다.

  “안 나올 것처럼 말하더니....... 왜 나왔어?”

  은복이가 곧 평정을 찾고 내게 물었다.

  “그냥....... 날씨가 좋잖아.......”

  내가 말했다.

  “네 얼굴은 구린데? 왜, 오늘 무슨 일 있어?........ 그러고 보니 너 요즘 좀 그래.”

  “내가 뭘!”

  은복이의 말에 왜 그런지 짜증이 나서 쏘아 붙였다. 나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세 사람은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난 세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창피해서 어설프게 표정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출입문을 나와 밖으로 나가는 계단을 반쯤 올라왔을 때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은수야!” 하고 부르는 목소리는 이건이가 아닌, 말자 언니였다. 계단을 오르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말자 언니는 곧 나를 다시 불러 세웠다.

  “미안해요....... 아, 근데 진짜 별 일 없어요. 그냥 피곤이 안 풀려서....... 작업도 잘 안 풀리고.......”

  내가 말했다.

  “안 풀리면, 쉬어. 안 풀리는 걸 붙잡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원래 뭐든 맘대로 되지 않아....... 내 맘도 맘대로 안 되는데 남의 맘이 맘대로 되겠니....... 몰랐던 것을 아는 일은 엄청난 일이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해. 그러니까 안 풀리면, 그냥 좀 쉬라고.”

  말자 언니는 내게 말했다. 언니의 얘기를 듣고 난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머릿속이 뒤죽박죽되는 것도 같았다. 그 상태로 난 완전히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초봄의 오후 햇살이 무척이나 맑아서 눈이 부실 지경이었고 오전에 맞았던 것 보다 좀 더 데워진 공기가 나를 감쌌다. 젠장, 시원한 느낌의 옅은 바람마저 날 따라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는데 우연히 고개를 들었더니 골목 옆 담장 아래 가로수로 서 있는 산수유나무에 노랗게 꽃이 피고 있었다.

  ‘망할!’

  완벽한 초봄의 오후, 이 사랑스러운 것들이 나를 울게 했다. 난 그렇게 이 날의 날씨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봄의 풍경을 망치고 있었다.

 

  “곡 좋더라. 늦더라도 완성되면 꼭 먼저 들려줘!”

  이건이가 내가 녹음해 놓은 곡의 초반부를 들어본 모양이었다.

  “휴....... 언제 끝날지 몰라. 너무 기대하지 마.”

  내가 말했다.

  그를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대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다. 사실 예전처럼 그렇게 그를 대해도 될지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은 이미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고 그의 맘은 나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말이다. 말자 언니의 말이 가시가 되어 날 쑤셔댔지만 날 누구보다 잘 아는 언니가 이유 없이 뱉은 얘기는 아닐 것이다. 난 여유를 되찾으려 노력해야 했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수없이 많고 일분일초도 쉴 틈 없이 그에게 묻는 상상을 하지만 말자 언니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온전히 나의 몫이니까 내가 그러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요즘....... 무슨 일 있어? 곡 작업 말고.......”

  이건이가 내게 물었다. 난 사실 놀랬다. 그가 이런 날 신경 쓰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한 편으로는 너무 때늦은 물음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

  난 대답대신 그를 살며시 바라보았다. 그는 급히 내 눈을 피했다. 그가 모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나만의 느낌이라고 하기엔 그의 물음이, 내 시선을 피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게 정말 궁금하니?’, ‘내가 무슨 대답을 해주길 바라니?’, ‘그래, 난 무슨 일이 있는데, 너는 아무 일 없는 거야?’, ‘너, 처음부터 그랬던 거니?’.......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무 말 않고 있기가 굳이 민망해 겨우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아니.” 한 마디였다.

  “그래.......?”

  씁쓸한 듯 나지막이 대답하는 그의 얼굴이 어두웠다. 나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는 그러고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로워졌을 뿐,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니까. 여전히 그는 내 일을 도와주었고 함께 밥도 먹어주고, 밤늦게 귀가 할 땐 집에 바래다주기도 했으며, 밴드 홍보작업이나 곡 작업에도 여전히 열심이었다. 그런 그를 그냥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것은 마치 나의 의무처럼 되어버렸고 난 그러려고 애썼지만 이젠 그 시간마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같은 방향으로 뻗어가고 있는 두 평행선처럼 어리석고 답답하게 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난 편의점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 편의점 앞에 세워져 있는 ‘00우유’ 트럭을 향하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그가 멀리서도 보였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내 발길이 트럭까지 다가가기도 전에 그가 운전석에서 내리면서 내게 먼저 인사했다. 난 여유로운 미소로 답했다. 그는 곧 차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게 내밀었다. CD였다.

  “이거.......”

  그가 정말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난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공연 때 못 들어보셨던 것도 많을 거예요. 평가해 주셔도 돼요.”

  그가 말했다.

  “아....... 고마워요....... 직접 사고 싶었는데.......”

  난 미안해하듯 말했다.

  “제가 드린다고 했잖아요. ‘11월’이라는 곡이 타이틀이에요. 제가 만든 거고....... ‘내 방’이라는 곡도 더블 타이틀인데, 가사를 잘 들어보세요. 저희 리더 누나랑 베이스 친구가 만든 거예요! 물론 다 좋지만 취향이 있으실 테니까.”

  손가락으로 리스트를 짚어가며 짧은 소개를 하는 그는 수줍은 듯 얘기했다. 그래도 말투에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난 그런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굳이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출퇴근 할 때마다 들을게요.”

  내가 말했다.

  “그럼....... 출근하세요. 훗, 저는 벌써 일이 끝났거든요. 가 볼게요!” 하며 그는 차에 올랐다. 난 그에게 뭔가 말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아! 음....... 고마워서 그러는데, 언제든 보답하고 싶어요.” 난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어 그에게 주며 말했다. 차에 오르려던 그는 내 명함을 받아들고는 말했다.

  “성함도 이제 알았네요. 저는 김이건이에요. 그냥 건이라고 부르셔도 돼요. 아....... 말 편하게 하셔도 되고요.......”

  그는 또 수줍은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곧 차를 돌려 가는 그를 바라보며 그제 서야 난 웃었다. 그에게 받은 CD를 가방 안에 넣고 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샌드위치 하나와 우유 하나. 지겨울 법도 한 아침 식사를 계산하려 카운터 알바생에게 내밀었다.

  “‘00우유’ 직원이 이걸로 드리라는데요?”

  알바생은 오늘자 우유를 가지고 와 바코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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