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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능, 사랑.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사랑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작지만 커다란 우리 모두의 적지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솔직해서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렸으면 합니다.

 
나의 구세주
작성일 : 20-09-27 20:28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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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수 없다! 너! 그냥 한 번 웃어주면 어디가 덧 나냐? 복덩이인줄 알고 괜히 잘해줬어. 너 땜에 다시 쪽박 찰지도 몰라, 우리!”

  은복이의 툴툴거리는 소릴 듣고서야 이건이는 비죽 웃어 보였다.

  “그래! 이 멍충아! 그렇게 웃으라고! 휴.......... 됐다, 됐어. 앞으로 내 앞에서 웃지 마! 알겠어? 웃기만 해봐, 아주!”

  은복이가 이건이에게 말했다.

  “야, 적당히 해! 쟤가 웃기 싫어서 안 웃겠어? 이 멍충아! 멍충이는 너야, 이 미친년아. 네 잔소리 땜에 건이도 나간다고 하면 너도 딸려 쫓겨나는 줄만 알어!”

  말자언니가 은복이에게 말했다. 기타가 합류하고 나서 ‘버닝러브’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나름 보기 드문 여성밴드라는 몇몇 전문가들의 평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자 멤버의 합류로 성황이라니.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건이의 성실함과 천재성은 우리의 심통을 조금씩 잠재워 주었다. 하지만 은복이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사실 우리는 이건이가 우리와 꾸준히 함께 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기타를 구할 때마다 늘 그랬다. 여성멤버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였고 (멤버 구하는 일 자체도 그랬지만.......)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오는 남자들은 우리가 여자임을 확인하는 순간 되돌아 가기일쑤였다. 어쩌다 새 멤버가 계속 나오는가 싶으면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말자언니와 험한 말이 오가다가 결국엔 그만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이는 달랐다. 어렵게(?) 구했지만 쉽게(?) 합류했고 의외로 쉽게 흡수됐다. 그래도 이렇게 있어줄 줄은 몰랐다. 이렇게 잘 해줄 줄도 몰랐고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이런 존재가 되어줄 줄은 미처 몰랐다.

 

  “아....... 오늘은 피곤하다........ 원래 공연이 잘 되면 피곤하지 않은데 오늘은 왜 그러지?” 내가 말했다.

  “바보야, 네 시간을 쉬지 않고 했는데 당연히 피곤하지. 그래도 오늘이 피곤해야 내일이 개운하지 않겠어?”

  이건이가 내게 말했다. 이상하게 머리도 아프고 힘이 빠져서 그의 가슴에 살짝 기댔더니 그가 나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 그의 손이 무척 차가웠다. 조금 전까지 열정적으로 기타를 연주하던 그 손이 왜 그리 차가웠는지 깜짝 놀라 그의 가슴에서 머리를 떼어 냈다.

  “내 손이 좀 차갑지? 네 머리는 뜨겁거든. 이 곰아....... 그러니까 그냥 있어.”

  그가 말했다. 그는 다른 한 손으로 내 볼을 감싸고 자신의 가슴에 내 머리를 다시 가져다 댔다.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확인해 보진 못했지만 오늘 오전만 해도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파란 하늘이었다고 했다.

  “아....... 졸라 추워!”

  연습실의 회색 벽이 먼지 섞여 내리는 눈의 색과 같았다. 추운 느낌의 철문 옆에는 예전 초등학교 때 교실에 걸려 있던 것과 똑같은 큰 벽시계가 걸려 있고 그 시계는 오후 3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저기.......언니........ 인간적으로 제대로 된 난방기는 하나 놓아야 하지 않아요? 요즘 우리 그 정도는 되잖아.......이게....... 이게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연통을 연결한 방식의 등유난로 위에 물이 담긴 포트를 올려놓는 말자 언니에게 은복이는 어깨에 내린 눈을 털며 말했다.

  “꽉한테 말해....... 난 되지, 그 정도. 그래도 이 가겐 내 게 아니거든.”

  단호하게 말자 언니가 말하자, 살짝 민망해 하던 은복이는 다시 신경질적인 모드로 돌변했다.

  “뭐야! 얘넨 아직 안 왔어요? 뭐야, 진짜....... 제일 일찍 올 것처럼 젤 먼저 가더니만....... 아무튼 연애하는 것들은 도움이 안 돼! 이거 정신상태 다시 장착해야 되는 거 아녜요?”

  말자 언니는 또 다시 툭툭거리는 은복이를 한 번 힐끗 보고는 머그컵 세 개를 가져와 방금 데운 뜨거운 물을 따랐다. 그러자 꽁꽁 언 은복이의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릴 것만 같은 커피향이 차갑고 습한 연습실에 퍼졌다.

  “미친년아, 넌 네가 타 쳐 마셔. 네가 네 시도 되기 전에 올 줄 내가 알았겠니?”

  말자 언니는 잔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자신의 방이 있는 문 옆 계단으로 향했다.

  나는 은복이가 연습실에 들어서는 소리에 잠이 깼다. 말자 언니의 침대 위였다. 뜨끈하게 전기담요가 깔려져 있는. 무겁고 두툼한 이불이 날 덮고 있었고 이마 위엔 이미 식어버린 물수건이 올려져 있었다. 무언가 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건이가 옆에서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은복이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이건이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을 받고 웃어 보였다.

  “어?”

  그가 내 이마 위 수건을 걷어내고 자기의 손을 갖다 대었다.

  “복이 땜에 깼구나. 괜찮은 거야?”

  말자언니가 들어오며 물었다. 커피향이 방 한 가득 퍼졌다. 기분 좋은 향이었다.

  “어? 누나....... 얘 얼굴이 차가워졌어요. 정상인거예요?”

  말자 언니와 이건이가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웃음이 나와 소리 내어 웃었다. 갑자기 너무 우스웠다. 난 이불 속에서 양손을 꺼내어 배를 움켜잡고 마구 웃어댔다. 왠지 모를 행복감이 자꾸 날 미친년처럼 웃게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가게는 평소보다 바빴다. 공연 횟수도 늘리고 신생 밴드들의 무대도 올렸다. 가게도 무대도 워낙 작아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수는 한계가 있지만 내가 이곳에 온 이후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다른 밴드들과 콜라보도 해 보았다. 물론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이어서 우리 곡들을 맘껏 홍보할 순 없었으나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다.

 

  ‘버닝 러브’의 노래는 주로 말자 언니가 만들었다. 나 또한 예전부터 끄적거리고 있는 곡들이 있긴 하나 스스로 재능을 발견하진 못하고 있다. 말자 언니의 곡들은 뭐랄까, 그녀의 겉모습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달랐다. 어릴 적 첫 선물로 받은, 오랫동안 변함없이 품에 안고 다니는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낡고 때론 너무 오래된 그것이 섬뜩하게도 느껴지지만 내 모든 경험을 함께 겪어온 눈물겨운 친구 같은. 아무도 몰라주었던 내 속을 알아주는 것 같은 말자 언니의 곡들이 난 좋았다.

  2년 전에 발표한 ‘내 방’이라는 곡은 내가 직접 가사를 썼다. 학창 시절,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때문에 혼란스러워 했던 경험을 표현한 내용이었는데, 말자 언니가 그 글을 맘에 들어 했다. 임팩트도 없고 높낮이 없이 조용하지만 쉼 없이 흘러가는 그녀의 멜로디와 제법 잘 맞았다. 이건이도 이 곡을 좋아했다.

  이건이가 합류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제 오래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만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건이는 정말 천재 같았다(이것 또한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이건이가 들어 왔을 때 이미 그는 직접 만든 곡들을 수곡 가지고 있었다. 첫 만남 때 연주했던 곡도 그랬다. 우리가 놀랐던 건, 말자 언니가 지니고 있는 정서와 뭔가 통한다는 것이었다. 작은 보트를 타고 너른 강을 흐르는 것 같이 그리 잔잔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혼자만의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겪은 많은 경험들이 그의 가사 속에 녹아 있었다. 예상치 못한 감정들을 그 잔잔함 속에 때론 무서울 정도로 담담하게 표현해 냈다.

  말자 언니도 이건이도 그런 천재들이다. 적어도 내겐. 너무 부러워서 사랑스러울 만큼.

 

  감기 때문에 며칠 고생했다. 그래도 이건이와 말자 언니 덕분에 나름 나쁘지 않은 연말을 보냈다. 말자 언니와 은복이는 단 며칠이라도 휴식을 갖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건이와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제 조금 몸이 풀린 느낌이었다. 이건이는 바쁜 와중에 새로 만든 곡이 하나 있다고 말자 언니를 설득했다. 당연히, 연초부터 잡음이 흘러 나왔다.

  “야! 너 이젠 아주 짱 먹으려고 한다! 리더가 쉬자는데 네가 뭔데 되네, 안 되네야?”

  역시나 은복이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속과 달리 늘 투덜대기만 하는 그녀이지만(난 그 속을 잘 알고 있다) 이건이와 내가 가까워지고 나서는 조금 달라진 듯 했다. 그가 하는 말엔 유독 날을 세웠다. 그래도 그는 늘 노여움 없이 그녀를 설득하려 애썼다. 말만 가시 같지, 결국 따라 오고 마는 은복이는 조금씩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는 듯 보였다.

  “복아, 내가 이번에 쓴 곡인데....... 들어 볼래?”

  이건이가 잔뜩 짜증난 은복이에게 말했다. 그녀는 뭔가 대꾸하려다 타이밍을 놓쳤다. 이내 그의 기타 연주가 시작되었다.

  이건이는 말 대신 자기의 노래로 협상을 타결했다. 우리는 1월 마지막 주에 공연을 잡았다. 홍보와 연습을 동시에 하려면 어쩌면 연말보다 더 바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조금도 게의 치 않았다. 아니, 끼니도 제 때 먹지 못하고 잠도 많이 못 자는데다 은복이의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계속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난 이 모든 것이 재미있고 신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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