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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5colors, 날 반 미치게 하는너
작가 : 자유론
작품등록일 : 2020.7.11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우주대스타 오색조(五色鳥)

[미친, 팔색조도 아니고 오색조는 뭐냐? 설마 다섯 명이라고 오색조는 아니지?]
[아무리 아이돌 전성시대라지만, 살다살다 새 컨샙은 처음 보네요. 설마 비둘기도 있나요?]

이름부터 병맛미 넘치는 그들이 처음 데뷔했을 때 쏟아지는 반응은 처참했다. 그런 그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 여자들에게 농익은 남자의 매력을 선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 긴 시절을 조류돌이라 불리며 가요계의 놀림을 받던 그들은, 어느새 OSJ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며 아이돌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들의 찬란한 빛에 이끌린 돈 겁나 많은 빠순이, 박순희와 그녀의 친구 정신과 의사 정시나가 우연히 우주대스타 오색조와 엮이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

이메일: pusin21@naver.com

 
경계
작성일 : 20-09-27 17:49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4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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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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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식이 비상구 계단을 통해 사라지자 시나 역시 얼마 뒤 내려온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다.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상승하는 감각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엘레베이터의 하얀 조명이 일순 밤을 머금고 회색빛으로 흐려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자 초점을 잃고 흐려지던 강찬의 흐린 눈동자가 떠올랐다. 찌르르하고 마음 가득 후회가 번져나갔다.

 

 아까 그 순간들을 떠올려보았지만 이성을 잃고 할 말 안 할 말을 못 가린 채 그저 나오는 대로 쏘아댄 기억뿐이다. 혹시 얼마 전에 쓰러진 것도 이거랑 비슷한 상황이었나. 많은 생각들이 물어뜯지 못해 안달 난 양 달라 들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제 눈으로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엘레베이터가 오늘따라 더 더디게 올라가는 것만 같아 시나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7, 8, 9, 10. 날카로운 쇠종소리가 도착을 알리자 불쾌한 소리와 함께 양 문이 열렸다.

 

 조금씩 열리는 틈 사이로 거친 숨을 내 몰아쉬는 두 남자가 보인다. 어느새 마스크를 벗고 있는 강찬과, 그 매니저였다. 당장 그에게 가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를 보니 이상하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강찬의 한쪽 팔을 어깨에 걸친 채, 부축하고 있는 태식이 시나에게 눈인사를 건네곤 강찬에게 속삭였다.

 

 “찬아. 이제 내려가자.”

 

 강찬은 대답 대신 파도처럼 거칠게 숨을 뱉어냈다.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는 몸, 텅 빈 눈동자, 잔뜩 움츠러 들어있는 몸. 강찬의 몸에서 보여지는 증상들이 무언가 너무 익숙했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한 생각. 설마…공황발작?

 

 “안돼요!”

 

 시나가 엘레베이터 안으로 한발짝 발을 내딛은 태식의 앞을 다급히 막아섰다. 그러자 태식이 가늘어진 눈으로 시나를 바라본다. 그 눈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상황에 그게 무슨 개 소리냐고.

 

 “지금 그 상태로, 이렇게 폐쇄된 공간에 들어오면 더 악화될지도 몰라요.”

 “급합니다. 빨리 병원에 가야해요.”

 “저도 의사예요,”

 

 계속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고 있던 강찬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숨쉬기조차 버거워보이는 강찬의 미간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는 거친 숨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

 

 “됐…어. 가. 형.”

 

 강찬의 발이 힘겹게 내딛어진 순간, 그의 몸이 마치 파도에 쓸려나가 허물어진 모래더미처럼 힘을 잃었다.

 

 “찬아!”

 

 태식이 무너져 내리는 몸을 힘겹게 추어올리며 강찬을 보며 소리쳤다. 심장 안쪽에서부터 알싸한 통증이 번져나갔다. 대체 이 사람에게 난 무슨 짓을 한 걸까. 죄책감, 미안함, 안쓰러움, 후회. 하나로 정의 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온 마음을 헤집고 다녔다. 뜨거워지는 감정과 다르게 머리가 차갑게 식어갔다.

 

 “강찬씨. 아까는 분명 제가 실례되는 행동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 제가 하는 말들은 의사로서 하는 말입니다. 일단은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계속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팬들은 강찬 씨를 보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요.”

 

 그 말에 강찬의 몸이 조금 움찔하는 게 보인다. 곧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오는 공황발작상황에서도, 그는 팬이라는 단어에 반응하고 있었다. 시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혹시 지금 이 상황이 저번에 실신했을 때와 같은 상황인가요?”

 

 태식은 시나와 강찬을 번갈아보며 작게 한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받은 진단은요?”

 “…공황발작이 의심된다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시나는 엘레베이터 문 앞에 있는 그들에게로 다가가서는 태식이 부축하고 있지 않은 반대편 몸을 부축했다. 순간 강찬은 달콤하면서도 경쾌한 향기가 마치 한 여름의 강렬한 태양처럼 제게 쏟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저한테 공황발작 시에 먹는 항불안제가 있어요. 일단 저쪽에 앉아서 그 약부터 복용해요.”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마치 하이얀 꽃이 가득한 어느 곳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한껏 긴장돼 있던 강찬의 몸이 천천히 시나의 몸에 감기 듯 이완되었다.

 

 “저…, 우리 찬이 몸이 갑자기 더 축 늘어지는 거 같은데.”

 “하- 그러게요. 상태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어서 약을 먹어야겠어요.”

 

 엘레베이터 옆쪽에 강찬을 뉘듯 앉히자마자 시나는 황급히 가방을 뒤져 하얀 알약과 물병을 꺼냈다.

 

 “강찬씨. 항불안제예요. 이거 먹으면 30분 안에 괜찮아질 겁니다.”

 

 

 시나의 손이 그의 촉촉한 두 입술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작은 알약을 내려놓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강찬의 혀가 델 듯이 뜨거웠다. 시나의 손이 빠져나오자마자 태식이 기다렸다는 듯 강찬의 입 안으로 물을 흘려보냈다. 어느새 땀으로 젖어 축축해져 있는 그가 힘겹게 약을 삼켜내었다. 처연히 뻗은 긴 속눈썹이 바르르 떨려왔다.

 

 “잘했어요. 이제 눈을 감고 후우우-하고 천천히 숨을 내뱉는 거예요. 천천히 입술을 오므리고 폐에 남아 있는 공기가 하나도 없게 느껴질 때까지 ”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베지 못해 안달 난 검처럼 부딪쳤던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이 순간만큼 그 목소리를 따르게 된다. 내뱉는 숨에 저를 죽이려 달라드는 것들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더이상 뱉어낼 수 없을 만큼 뱉어낸 다음엔 천천히 들이마셔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이 여자의 목소리가 이랬었던가. 처음 우스꽝스러운 카나리아 날개를 건넸을 때도, 떡볶이를 건넸을 때도 먼저 인식되는 건 그녀의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 시각정보가 불러일으키는 불쾌감 때문에 다른 것들은 인지해 본 적이 없었다.

 

 깊은 산에서 흐르는 차가운 계곡물처럼 가라앉은 차분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파동에 따라 진동하는 달콤한 내음이 후각세포를 비집고 들어와 온 몸을 간지럽히는 것 같다. 거칠게 떨리고 있던 강찬의 몸이 천천히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휘몰아치던 숨도 태풍이 멎은 바다의 물결처럼 잔잔해졌다. 그리고

 

 태식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태식은 힐긋 제 옆에 앉은 여성을 보았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강찬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이마에 강찬과 같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곤두서 있는 그녀의 눈동자 역시 조금씩 안정이 되는 강찬을 상태에 따라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이제 안정을 찾은 거 같습니다.”

 

 시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강찬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오가는 시선이 여러 감정과 뒤섞였다. 강찬을 내려다보는 여자의 눈은 혼란스러워보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차분하게 둘을 안정시키던 때와는 딴판으로.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강찬의 눈동자 역시도.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태식이 의문을 품고 고개를 갸웃한 순간 여자가 시선을 피하고는 제 입술을 잘근 깨물며 잇새로 속삭이듯 내뱉었다.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그리곤 멀어져간다. 강찬의 시선이 그녀의 목소리에 맞춰 천천히 떨궈지듯 내려앉았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저 사람에 대해 알아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태식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멀어져가는 시나를 불러세웠다.

 

 “윽. 저기요 잠깐만요!”

 

 오랜 시간을 바닥에서 몸을 구긴 채 집중하고 있었던 탓에 다리에 전기라도 흐르는 듯 확 저려와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그녀를 놓칠 순 없었다. 태식은 ‘선생님!’하고 절뚝이며 시나를 뒤따르다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제야 시나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태식은 절뚝이는 발로 열심히 그녀의 바로 뒤까지 쫓아갔다. 혹여라도 그녀가 이 일을 어딘가에서 조금 흘리기만 해도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었다. 입단속을 분명히 해야 했다.

 

 “이번일은 저희 소속사측에서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명함이 있으시면 주시겠습니까?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지도 모르죠.”

 “네…?”

 “죄송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두려움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떨렸던 강찬의 애처로운 눈동자가 그 시절의 그 소년의 눈을 떠올리게 했다. 자꾸만 닫아둔 기억 속으로 시나의 등을 떠밀었다. 대체 네가 뭔데 날 이렇게 아프게 만드냐고 악을 쓰는 그 눈동자가 자꾸만 떠오른다. 죄책감에 심장이 찌그러드는 것만 같다. 엘레베이터에 문이 열렸다.

 

 “이 일은 반드시 함구해주셔야 합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매니저의 서늘한 목소리가 어째서 그 시절 세한의 엄마가 내뱉는 말과 단 한 음절도 다르지 않는 걸까. 분명 다른 상황임을 아는데도 저 깊숙한 곳까지 눌러 담아둔 기억이 삐그덕 삐그덕, 빗장을 벗겨 내려 용을 쓰는 것만 같다. 분노로 손이 떨려왔다. 혹여나 이 감정이 또 누군가를 헤할까 시나는 눈을 감고 두 손을 꽈악 말아 쥐었다.

 

 “의사서 그런 당연한 윤리는 준수합니다. 무얼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걱정 마세요. 저도 강찬 씨 팬이니까.”

 

 

 건물을 빠져나오니 차가운 밤공기가 온 몸으로 와 닿았다. 제 손 끝에 닿던 강찬의 뜨거운 체온이 떠올라 시나는 고개를 가로 젓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 위로 보이는 노란 은행 나뭇잎. 그 사이로 달빛이 부서져 내린다.

 

 자꾸만 마음이 시큰거려 차가운 가을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폐부로 와 닿는 서린 감각 때문일까. 뜨거운 감정이 차게 가라앉으며 모든 감각이 예리하게 곤두선다. 가까운 공간에서 달칵-하고 차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나야.”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난다. 등뒤로 바스슥 바스슥하고 낙엽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잘 지냈어?”

 

 나는 이 목소리를 안다.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이 목소리를. 오만하게 내 딛는 저 발자국 소리를. 대체 왜 네가 여기에.

 

 “…꺼져.”

 “우와. 이거 영광인데. 내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아는 거야?”

 

 짜악! 기어코 쿵쾅이던 기억이 기어이 빗장을 거세게 부수고 튀어나왔다. 얼얼한 감각이 손바닥 끝으로 전해져온다.

 

 세한은 왼쪽뺨을 살포시 문지르며 눈이 휘게 웃었다. 달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새하얀 얼굴이 지독하게도 아름답다. 역겨울 정도로.

 

 “이러니까, 더 좋잖아. 보고 싶었어. 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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