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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혼날래, 서이수
작성일 : 20-09-26 22:29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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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안 와.”

  어제까지만 해도 연습실에 종종 들렀던 이수가 오늘따라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러다 저번처럼 며칠씩 이유도 모르고 마냥 그녈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닌가, 건은 하릴없이 우울해졌다.

 

 

  * * *

 

 

  “연습실에 안 들어가 봐?”

  이수는 한 작가와 나란히 아이스 커피 한 잔을 들고, 센터 내 카페테리아 한 구석에 앉았다.

  “가람이로 센터도 바뀌었겠다, 이젠 죽어라 연습만 하면 되는데 뭘….”

  “태평한 소리 하고 있다.”

  괜히 빨대를 뒤적이며 그녀는 유민의 시선을 피했다.

  건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이러고 있다, 사실대로 말할 순 없었다. 주책 맞아 보일 거 같기도, 프로답지 않을 거 같기도 해서.

  “언니, <메이크 오버>에 조만간 자리 하나 안 난대요?”

  엉? 그게 뭔 소리냐는 듯한 뉘앙스로, 유민은 힘껏 빨아들인 커피를 삼키며 소릴 냈다.

  “여기… 너무 힘들다.”

  “거긴 뭐 쉬운 줄 알아? 끼니 거르기 일쑤에 제대로 잠 못 자는 거. 그거 전국 공통이다, 너?”

  “아니, 그건 괜찮은데….”

  “왜? 무슨 문제 있어?”

  친한 언니에게 고민 상담 좀 해 보려는데, 몇 마디 못 가 말문이 닫혔다.

  입술 끝까지 새어 나온 건의 이름이 후… 한숨 한 번에 맛조개처럼 쏙 숨어들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찰랑. 얼음 가득한 페트컵을 들어 그녀는 빨대를 물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달콤쌉싸름한 커피가 이 답답한 마음 좀 뻥 뚫어줬음 소원이 없겠다.

 

 

  * * *

 

 

  “연습 많이 했어요?”

  그날 오후, 김 대표가 센터를 찾았다.

  콘서트 일정 때문에 이번 평가 무대를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Bourne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자 현역 가수로 여전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녀는 연습생들에겐 전설 같은 존재였다.

  제작진에겐 미리 정해진 일정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아이들은 신이 나 강당으로 달려왔다.

  각 연습실로 흩어졌던 몇 대의 카메라가 강당에 설치되고, 대성을 비롯한 연출진도 한 자리에 모였다.

  “어….”

  이수를 눈으로 찾던 건이 그녀를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어째 김 대표보다 반나절 만에 본 이수가 더 반갑게 느껴졌다.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이수가 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무표정한 얼굴로 홱 다른 곳을 쳐다봤다.

  일부러스러운 외면에 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어딘가, 상처 받은 듯한 얼굴이었다.

  한 팀, 한 팀씩 돌아가며 김 대표의 앞에서 준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윽고 팀의 순서가 되었고, 건은 맨 앞에 서서 리더 역할을 다 했다.

  음악이 흐르자 대형을 이룬 아이들이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이수는 김 대표의 뒤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손에 붕대를 감은 채로 어설프게 주먹을 쥐고, 땅을 짚는 건 때문에 속상해 하면서.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건은 정면에 서 있는 이수를 의식하며 춤을 췄다.

  이수가 볼 거란 사실 하나만으로, 그의 심장은 춤추기 전부터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런.

  어색해도 연습실에 찾아가 볼 걸 잘못했다.

  제가 했던 몸짓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매혹적으로 춤을 추는 건이라니. 이는 분명 예고가 필요한 장면이었다.

  살짝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표정을 힐끗 확인한 건의 입가가 기분 좋게 실룩였다.

  파앗—

  넓은 어깨에서 이어져 좌우로 쭉 뻗은 팔, 눈빛에서부터 느껴지는 강인함과 동작 하나하나에 담긴 섬세함!

  미쳤어, 미쳤어….

  이 환상적인 구애의 춤을 보며 알바트로스를 떠올리는 저 같은 괴짜가 또 있을까.

  “하… 하아….”

  실수 한번 없이 음악을 소화해 건은 꽤 만족스런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어깨를 축 늘어뜨린 이수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 * *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김본의 이름을 연호하며, 모두가 카페테리아에서 성대한 피자 파티를 즐겼다.

  됐다는데도 끌고 온 대성이 피자 한 판을 가지러 간 사이, 이수는 테이블 위로 철퍼덕 엎어졌다.

  인간이란 본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족속이잖아. 예쁜 옷을 보면 입고 싶고, 같은 떡이라도 잘 빚어 놓은 게 더 먹음직스럽고.

  그래, 이것도 그런 거야. 아주 자연스러운 거라고! 네 근무 환경이 남달리 좋은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속으로 중얼중얼거리는 이수의 눈길이 소매 끝자락의 로고에 걸렸다.

  “Hooligan….”

  훌리이건, 하고 발음을 늘이던 이수가 돌연 으아아! 소리 지르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벌레라도 묻은 듯 소매를 툴툴 빠르게 털었다.

  “아, 나… 진짜….”

  머리를 마구 헝클며 괴로워하는 이수는 모두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두어 테이블 떨어져 있던 건 역시 그런 이수를 지켜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피자 한 판을 들고 온 대성이 어느새 다시 엎드러져 있는 이수의 등짝을 차지게 내려쳤다.

  “아!”

  “뭐 하는 거야, 신성한 내 밥상 위에서.”

  “아, 선배…!”

  닿지도 않는 등허릴 만지며 이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야… 뭐냐, 이거? 왜 피가 나? 설마 지금 나, 네 등드름 터트린 거냐?”

  “아이씨… 다쳤다고, 다쳐서 몇 바늘 꿰맸다고 얘기했잖아요…! 이, 멍충이가 진짜!”

  건 생각에 일었던 짜증이 순간 대성에게로 옮겨간 모양이다.

  “뭐야? 너 지금 선배한테 그게 무슨….”

  “그거 혼자 다 먹어요. 신성한 밥상 위에다 놓고!”

  그런 다음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테리아 밖으로 향했다.

  건은 이수의 뒷모습을, 그중에서도 흰 천을 점점 물들이는 붉은 얼룩을 눈에 담았다.

  빵을 씹는 그의 아래턱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 * *

 

 

  “왜 그래, 진짜… 주책이야, 너.”

  이수는 1평 남짓의 좁은 연습실 안에서 독백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기세로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애꿎은 소맷자락을 쥐어뜯으며 주책 소릴 연거푸 하는 것으로 시작된 프롤로그.

  “의식하지 마, 아닐지도 모르잖아. 아니,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아님 진짜 쪽팔린 건데… 아, 몰라!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마, 서이수.”

  조금 전엔 머리터럭을 못살게 굴더니, 이번엔 아예 머리통을 두드려대며 상념을 떨치려 애썼다.

  끼익….

  “뭐 해요, 불도 안 켜고.”

  멈칫. 익숙한 목소리에, 이젠 하나 낯설 것 없는 빠르기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켜지 마…!”

  “네?”

  이수는 스위치에 손을 대려는 건을 황급히 저지한 뒤 우는소리를 냈다.

  “하… 가, 그냥. 가서 피자나 먹지, 여긴 왜 또 와.”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 가라고 쫌…!”

  이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다가오려는 건을 밀어냈다.

  그러나 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옆에 자릴 잡고 앉았다.

  “하… 힘 빠져.”

  이 기운 팔팔한 녀석을 상대하다 제풀에 지쳐 두 손 두 발 다 들 것만 같다.

  고개를 살짝 내려뜨린 채 눈을 감고 있던 이수의 귀에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옷 벗는 소리?

  고갤 홱 옆으로 돌려 건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불편한 손을 해가지곤 티셔츠 하날 벗고 있었다.

  “왜, 왜 옷을 벗어, 너! 어?”

  당황한 이수에게 팔을 잡힌 건의 옷자락이 위로 말려 올라가 가슴팍에서 멈췄다.

  “누가 이런 짓 하래. 너 진짜 혼나야 정신차리지, 진짜, 어!”

  아무 말이나 내뱉고 보는 게 제법 흥분을 한 모양이다.

  그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뭐라노, 이 여자가.”

  “뭐?”

  “누가….”

  건이 변명 아닌 변명을 하려던 순간,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어어…!”

  쉿! 이 자세 그대로 남의 눈에 띌까 이수는 냅다 건을 바닥에 눕히며 저도 그 위에 바짝 엎드렸다.

  문에 작게 난 창문으로 넘어 온 바깥의 불빛이 엉켜 있는 두 사람의 다리를 아슬아슬 비켜 갔다.

  두근두근.

  이수에게 깔린 팔로 전해지는 두근거림이 왜 이리 기분 좋은지 모르겠다.

  아랫입술을 꾹 물고 문만 바라보고 있는 이수를 보며 건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내 소리가 멀어지자, “하…” 이수는 긴장하고 있던 고갤 밑으로 내리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런 짓은 자기가 하면서.”

  그 소리에 이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건을 바라봤다.

  “혼날래, 서이수.”

  나지막한 음성과 함께 그의 가슴 위에 얹어진 손으로 옅은 울림이 전해졌다.

  그래서 또 두근. 선명한 박동이 이수를 괴롭혔다.

  불을 켜지 못하게 한 이유가 바로 이거다.

  이 비좁은 공간에서 볼품없이 발개져 있을 제 얼굴을 보이기 싫었던 거.

  주책맞게, 다섯 살이나 어린 놈에게 흔들리고 있단 걸 인정하기 싫었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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