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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작가 : 그린기린
작품등록일 : 2020.9.16

시공간과 인종, 성별을 넘어 사랑을 다루는 불로의 존재, '에로스'
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아프로디테의 학교는 운명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에로스'는 파트너를 지어 임하는데, 우리 이 임무 잘 해낼 수 있을까?

"에로스는 절대 사랑에 빠져선 안돼. 노화와 죽음을 알게 될거야."

납화살과 금화살. 납총알과 금총알.
무엇이 저주이고 무엇이 축복이며 그 누가 먼저 된 신인가.
사랑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임무, 청춘은 잔인한 것 (2)
작성일 : 20-09-26 21:10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5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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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학생의 미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디.

 

 "사랑이 들어가 숨쉴 틈도 없어보이네."

 

 "그러게. 아네모네 힘내라. 아네모네 해내자. 아네모네바보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되풀이하는 아네모네를 얄밉게 응원하였다.

 

 그는 나를 째려 볼 겨를도 없는 것처럼 침울하게 눈에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

 

 근데, 당장 내가 봐도 개연성이 태어날 여지가 도통 보이질 않았다.

 

 남학생은 매일을 알바가 아니면 집안일, 또는 어머니를 간호하며 지냈기 때문이다. 그의 집에는 동생들의 투정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그럼에도 남학생은 밝게 웃으며 애써 견뎌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의 사흘 전날, 여학생이 남학생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우리는 이때다 싶어 두손에 활을 들고 흥분에 들떴으나 이게 웬걸.

 

 남학생이 자퇴를 결정한 사실을 안 여학생은 자전거에서 내리자마자 사랑고백은 고사하고 그와 작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심각한 둘의 분위기에 높이 쳐들었던 팔을 슬그머니 내리고 다시 번뇌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야. 됐고 나 너한테 이거 주려고 온거였어.'

 

 '..우와. 이거 너가 만든거야?'

 

 '아니, 그냥 재료가 있길래 한번 만들어만 본 거야.'

 

 '하하, 고마워. 너한테는 매일 도움만 받네.'

 

 '그런 말하지마. 같은 반이잖아. 너가 자퇴만 안한다면 계속 동급생일 수 있을텐데 말야.'

 

 '..그런가? 뭐가 됐든 이브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래. 날이 춥다 어서 들어가.'

 

 '응. 너도 조심히 가.'

 

 어떤 이야기가 저렇게 무해하니 맑을 수 있겠나.

 

 둘 다 성격이 완만해서 그런지 싸움은 더 커지지 않았더랬다.

 

 종국에는 여학생은 자신이 들고 구운 쿠키를 남학생에게 툭하니 안겨주고, 남학생은 곤란한듯 어설프게 웃어보이며 다툼을 끝내었다.

 

 그리고는 사흘 뒤에 만나자는 이브의 약속을 서로에게 확실하게 다져놓았다.

 

 남학생은 물론이고 여학생도 확실히 여타 학생들과는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 둘이 만나고 있으면 활발한 틴에이저보다는 독립영화같이 가라앉은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었다.

 

 "저런 거 보면 성숙한 게 마냥 좋은 건 아니야. 사랑도 미성숙하고 여린 부분에 잘 꽂히는 법이니까. 그렇지? "

 

 "시끄러워"

 

 무지한 누군가는 어차피 사랑에 빠지는 건 운명인데 어떠하느냐,

 

 아무때나 담대히 쏘라고 답답해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본래 사랑에 개연성은 둘째치더라도, 감정선과 엇나간 영혼을 향해 황금을 꽂아보았자 도로 튕겨나올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오로지 한 발의 기회를 가진 에로스는 더 없이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우리의 한 방(발)이 빗나가거나 튕겨나가면 운명선이 또 어떻게 꼬일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네모네의 한숨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

 

 크리스마스 이브 삼 일 전, 남학생은 학교에 들려 선생과 다시 한번 상담하며 자퇴를 확실히 결정하는 모양이었다. 학교 앞문까지 선생은 남학생을 배웅하였고 등을 두드리며 무어라 말을 전해주고 있었다.

 

 남학생은 여전히 웃을 뿐이었다. 마치 얼굴 위로 웃음이 굳은 살처럼 박혀있는 것처럼 느껴져 이질적인 기분이 일었다.

 

 "밀테, 저거 자퇴한거 같지?"

 

 "그런 분위기네."

 

 "아. 제기랄."

 

 아네모네는 완전히 타이밍을 놓쳐버린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미간을 찡그리며 글러브박스를 한번 가볍게 때렸다. 나는 아네모네의 등을 힘내라는 의미로 한 번 쓸어내렸다.

 

 그리고 아네모네는 넋이 나가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말했으나

 

 나는 혹시나싶은 마음으로 남학생을 따라갔다.

 

 그리고 우리는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웃음을 얼굴위에 두텁게 깔아놓던 그 남학생이 울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차분하니 감정에 무던하던 남학생은 집에 다다른 길에 멈춰서서 등을 들썩이며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남학생의 턱을 타고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방울은 마음 한 켠을 녹슬게 하는 것처럼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관둘까."

 

 "..아네모네."

 

 "머리아프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그래.."

 

 나는 차를 돌려 천천히 우는 남학생을 떠나갔다.

 

 아네모네는 백미러 속에서도 여전히 울며 멈춰있는 남학생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였다.

 

 -

 

 대망의 크리스마스 이브 당일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를 날이었다.

 

 아네모네는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황금색의 화살촉을 다듬으며 준비했다.

 

 "아네모네. 나는 네가 왜 타이밍 못 잡는지 알겠어."

 

 "왜인데."

 

 "너 현대로 임무 온 거 처음이지? 특히 2000년대는."

 

 "..응."

 

 "그래서 그런걸거야. 내가 나중에 아프로디테한테 말해볼까? 임무 시대 좀 뒤로 밀어달라고."

 

 "됐어. 괜찮아."

 

 아네모네는 쿨하게 말을 넘겼다.

 

 그가 말이 없이 무겁게 앉아있으니 나도 덩달아 입이 잠기고 걱정이 늘었다.

 

 시간은 그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남학생과 여학생은 12시에 공원에서 만났다. 나와 아네모네는 미리 공원뒷편에 숨어 앉아 그들을 살폈다.

 

 한참이나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던 남학생의 볼이 추위에 발갛게 올라와있는 게 안쓰러웠는지 여학생은 자신의 목도리를 그에게 둘러주었다. 남학생은 다시 말갛게 웃어보였다.

 

 "크으. 저러니까 여학생이 반하는거야."

 

 "밀테. 너 진짜 풋풋한 분위기 좋아하는구나."

 

 "그런가?"

 

 "근데, 여학생 가방은 뭐 저렇게 크대."

 

 "들어갈 게 많았나보지."

 

 남학생과 여학생은 만나자마자 뭐가 그리 웃겼는지 서로를 보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저런 모습을 보면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정말 친구로만 남을 건가.

 

 둘은 얼핏 사귀는 사이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시내 쪽으로 걸어갔다.

 

 "따라가자."

 

 아네모네의 기합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나는 그렇게 절박해보이는 아네모네가 의외로 느껴졌다.

 

 여학생과 남학생은 정말 오랜만에 틴에이저의 경쾌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캐롤이 흘러넘치는 시내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며 간식을 사먹기도 하고, 캐롤에 맞춰 갑자기 엉덩이를 흔들기도 하고 이 가게 저 가게 구경을 다녔다. 손만 안 잡을 뿐이었지. 누가 본다면 사귀는 사이라고 여기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아네모네, 지금 쏘는 게 어때?"

 

 나는 남학생의 천진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넌지시 타이밍을 가늠해보았다.

 

 "아니야. 아직은 아닌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보고"

 

 아네모네는 내 뜻에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네모네의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 좋은 날에도 에로스는 즐기질 못하는구나. 슬프다. 이러다 번아웃 오는 거 아닌지 몰라." 

 

 나는 스트레칭을 하며 작게 투정을 부렸다.

 

 "..난 나름 즐기고 있는데."

 

 "뭐라는 거야. 아네모네, 지금 너가 여기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에 제일 퀭하니 힘들어보여."

 

 나는 아네모네의 되지도 않을 말을 능청스레 일축했다. 아네모네는 머쓱하다는 듯 제 앞머리를 털어냈다.

 

 그때였다. 구름이 낮게 가라앉은 하늘에서 비와 눈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이었다.

 

 여학생은 남학생의 손을 잡고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급해져 아네모네의 손을 잡고 그들을 쫓아 내달렸다.

 

 "하필이면 눈도 아니고 진눈깨비냐. 무드도 없고 사랑도 없네."

 

 뒤에서 아네모네의 한숨 섞인 말이 들려왔다.

 

 '아네모네. 적어도 나나 저 애들은 오늘은 오래도록 기억할 거야.'

 

 나는 질척한 눈비를 맞으면서도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두 아이들에게 동화된 것 마냥.

 

 날씨때문인지 주위는 점점 어두워졌고 광장 한 가운데 있던 트리의 조명이 화려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남학생과 여학생은 어딘가로 계속해 급히 발걸음을 재촉했고, 우리도 계속해서 이 어둑하니 아늑하게 포장된 선물같은 겨울의 거리를 달려갔다.

 

 -

 

 그 둘은 머리카락까지 축축하게 젖어서는 처음 만났던 공원으로 되돌아왔다.

 

 공원에도 그새 가로등의 불이 포근한 빛을 내고 있었다.

 

 "아네모네, 이거 완전히 고백타이밍."

 

 "나도 알아."

 

 나는 드디어 그 순간이 온건가 싶어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네모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어느새 화살을 손에 잡고 활시위를 붙잡고 있었다.

 

 '왜 여기로 다시 온거야?'

 

 '선물주려고.'

 

 '크리스마스는 우리끼리 선물 주고받는 날도 아닌데?'

 

 '자, 받아'

 

 여학생이 유독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다닌 이유가 있었구나. 선물이라고 나온 것은 부피가 제법 두툼한 것이었다.

 

 '이건 뭐야?'

 

 '새 가방하고 교과서 몇개. 너희 어머니가 그러셨거든. 네가 가방과 교과서를 통째로 내다버렸다고.'

 

 '...'

 

 '난 개인적으로 너가 충분히 졸업까지 할 수 있다 생각해. 네가 견디기 힘든 거 잘 알아. 하지만 조금만 버티면 졸업할 수 있는 거 잖아.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마. 선생님께서도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알바하면서 학교 다니라고, 자기도 한때 그렇게 배움을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다고 그러셨고.'

 

 '..그래서 나보고 지금 더 노력하라고?'

 

 분위기가 점점 싸해지고 있었다. 나와 아네모네는 뜻밖에 전개에 당황하여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굳어있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적어도 선생님 이야기는 꺼내지말지. 내가 그 사람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잖아?'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여기서 포기하는 건 억울하잖아.'

 

 '포기하는 건 억울하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억울한거지. 내가 학교에 계속 다닐 생각 안 해본 줄 알아? 하지만 엄마는 편찮으시지. 동생들은 아직 어리고, 친척은 없고.'

 

 '그건 복지센터에 문의를.'

 

 '알아. 그건 내가 이미 알아서 끝낸 문제야. 이런 텅 빈 현재에서 내가 어떻게 먼 미래를 꾸릴 생각을 하겠어. 나는 지금 현재를 제대로 꾸려나가기도 힘들어.'

 

 상황은 겉잡을 수 없는 곳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나는 굳어버린 아네모네를 붙잡고 운명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지령은 역시 잘못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 여기서 두 사람의 관계가 파탄의 종지부를 찍게 생겼구만 무슨 고백이며 사랑이란 말이던가.

 

 '..알아. 이해해.'

 

 '아니 넌 이해못해. 미래에 빚을 져서라도 현재의 구멍 하나 막아보겠다고 구차하게 자맥질하고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는 비참한 심정 너는 아마 평생 모를거야. 아니 평생 모르길 바랄게.'

 

 '..내가 미안.'

 

 '아니야.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날씨도 이렇고.'

 

 '...'

 

 우리는 정말 예상치도 못한 장면에 - 그렇게 마냥 웃기만 하던 남학생이 이를 꽉 깨물고 저런 목소리로 저런 표정으로 저런 화를 내다니- 경악을 금치 못하고 그저 멀뚱히 두 사람이 갈라지는 것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네모네가 장전하듯 굳게 잡고 있던 활은 제 갈 길을 잃고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이번 임무 설마 이대로 망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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