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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20 체인지
작가 : 맥쥬도둑
작품등록일 : 2020.9.24

남은 생의 20년을 주면 원하는 사람과 인생을 바꿔주는 악마이야기.

 
7화 오은지(2)
작성일 : 20-09-26 20:41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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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참 늘어지게 자다가

 드디어 눈을 살며시 뜨는 은지.

 

 하품을 하며

 크게 기지개를 켠다.

 

 '하아. 피자나 한판 땡기고

 잤으면 좋겠다. 귀찮아'

 

 은지는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

 외출하지 않을 방법만

 수도없이 생각한다.

 

 저녁부턴 좀 선선해지긴 했지만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은지는

 여름에 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진심 짜증 가득한 얼굴로

 쉴세없이 눈알만 굴려댄다.

 

 '아프다고 할까? 아냐 절대 안믿을거야.

 엄마생일? 은아가 다쳤다고 할까?

 하아...나쁜 유라새끼..진짜.'

 

 은지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라의 톡이 왔고

 늦으면 왕따라는 반 협박 문자를

 썩은 표정으로 뚫어지게 바라본다.

 

 은지가 절친 유라를 피하는데는

 조금의 이유가 있다.

 유라는 걸그룹 연습생이었던

 과거가 있던 만큼

 과에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날씬한 몸매. 예쁜얼굴.

 좋은 집안.

 뭐하나 빠지는게 없는 유라는

 친구들도 많고 인기도 많았다.

 

 하지만 유라와 은지는 오랜 친구였기에

 항상 같이다녔었다.

 

 은지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순간부터는 비교도 없이

 욕설만 들리기 시작했다.

 

 딱히 은지의 잘못이 없는데도

 욕설과 조롱은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니고

 괴롭힌다.

 

 뚱뚱하고 조금 못났을뿐인데..

 

 ''유라...하아..

 일단 씻자.

 학교에서 혼자 점심 먹을 순 없으니까''

 

 정말 마지못해

 억지로 일어나는 은지의 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또 어떤 비교를 당할까

 어떤 시선과 조롱을 받을까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걱정이 늘어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항상 챙기는

 유라의 부탁은

 거절할 수 없어

 은지는 화장실로 향한다.

 

 잠시후 샤워를 마치고

 거울앞에 선 은지.

 정성스레 화장을 하고

 드라이까지 마쳤다.

 

 하지만 모든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짜증이 나는건

 사라진 턱선과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울긋불긋한 여드름이었다.

 

 '살찌니까 진짜

 별의 별 것들이 다 생겨..

 아. 정말 다이어트 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도와주질 않네'

 

 대충 머리를 한번 더 만진 뒤

 은아가 가져다 놓은

 그나마 펑퍼짐한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

 

 조심조심 한발을 집어넣고

 다른 한발을 집어넣었다.

 

 '오. 되겠는...ㄷ...'

 

 원피스는 정말 정확하게

 허벅지 안쪽까지만 올라갔다.

 

 뜯어지지 않게 조심히 끌어올렸지만

 더이상 올라가질 않는다.

 

 은지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들어가지도 않는 옷을

 부여잡은 채

 한참 사투를 벌인 후

 그대로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널부러져 있던

 자신의 츄리닝 바지와

 서랍장에서 그나마 오버핏종류의

 티를 꺼내 입은 뒤

 가방을 매고 방을 나선다.

 

 ---

 

 유라를 만나기로 한 곳인

 작은 번화가.

 날씨가 많이 선선해진 탓에

 많은 사람들이 밤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잔뜩 움츠린 채

 약속장소로 향하는 은지.

 

 외투를 챙기지 않은 게

 영 신경이 쓰이는 듯

 주변을 살피며 빠른걸음으로

 걷고있다.

 

 어느덧 약속장소에 도착했고

 은지는 이미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아..이러면 안되는데.

 화장실가서 좀 닦고 들어가야겠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뒤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번진 화장을 고치기 시작한다.

 

 잠시후 두명의 여자가 들어왔고

 그들은 은지를 곁눈질로 바라본다.

 

 그 시선을 모를리 없는 은지는

 빠른 손놀림으로 화장을 고쳤고

 땀까지 다시 닦은 후

 머리도 한번 쓸어넘겼다.

 

 화장실을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유독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가득한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은지는 발걸음을 멈췄다.

 

 '나쁜년. 나 불러놓고

 옷을 저따위로 입고 와?'

 

 ''어 은지야. 이리와

 얼른''

 

 은지를 발견한 유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은지는 마지못해 테이블쪽으로 걸어갔다.

 

 ''얘들아 얘가 내 제일 친한친구 은지야.

 은지야 얘들은 xx대학교 모델과 애들이구

 얘는 성후, 얘는..아..미안

 이름이 뭐랬지?''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얘기하는 유라.

 

 은지는 남자들의 표정을 살피기 두려워

 얼른 유라의 옆자리에 앉았다.

 

 ''저는 전하승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은지씨''

 

 ''아 맞다 맞다 하승이.

 하승이가 과에서 제일 인기많대.

 그래서 내가 데리고나왔어.

 잘했지?''

 

 유라야 제발 입좀다물어

 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은지는 인사 말 한마디 못한 채

 고개만 까닥하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은지 엄청 귀엽지?

 내 제일 친한 친구야''

 

 ''유라가 착하네''

 

 성후는 자신도 모르게

 농담같은 진심을 내뱉고선

 아차 싶었는지 급히 커피를 마셨다.

 

 ''은지가 훨씬 더 착해~

 나 왕딴데 은지가 나랑 놀아주거든.''

 

 어느덧 은지의 팔짱을 끼며

 유라가 애교를 부리자

 성후의 입꼬리가 볼까지 올라간다.

 

 '좋댄다. 미친..

 아..스트레스 받아.

 진짜 집에 가서 눕고 싶다'

 

 ''저기 은지씨는 뭐좋아해요?

 평소 취미라든지.''

 

 갑작스런 하승의 질문에

 은지는 땀을 뻘뻘흘린다.

 

 ''아..저..저는..''

 

 ''우리은지는 맛집 다니는거 좋아해.

 엄청 미식가야''

 

 은지의 대답을 얼른 가로챈 유라가

 대신 대답하자 성후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 더욱더 소심해진 은지.

 

 ''우리학교 뒤에 엄청 유명한

 스테이크집 있는데. 나중에

 같이 가실래요?''

 

 하승은 은지를 바라보며

 생긋이 웃는다.

 

 ''오..하승이 완전 돌직구다~~

 은지한테 데이트 신청하는거야?''

 

 

 순간 은지의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내

 

 '정신차려.

 저런애가 왜 너한테 데이트신청을

 하겠어. 무슨 꿍꿍이가 있는거야'

 

 혼자 정신을 가다듬으며

 소리없는 긴 숨을 내쉬었다.

 

 ''어..은지씨 나 싫은가부다..

 대답안하시네''

 

 ''은지야 뭐해~

 하승이 뻘쭘하겠다''

 

 은지는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붉어지고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해버린다.

 

 ''와. 기분 완전 좋아.

 그럼 우리 말놓자.

 폰번호 줄수있어?''

 

 은지는 하승이 내민 폰을

 조심히 받아든 후

 자신의 번호를 눌러준다.

 

 잠시후

 은지의 폰으로 전화한통이 왔고

 하승은 빙긋이 웃으며

 자신의 번호라고 얘기한다.

 

 '뭐지..

 이번엔 진짜인가?

 왜? 이렇게 잘생긴애가

 뭐가 부족해서?'

 

 은지의 머릿속이

 쉴세없는 생각들로 터져나가기 직전

 하승은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고

 성후와 유라사이에 있기 싫어진

 은지도 집에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빠른 속도로 집에 도착한 은지는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바로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하승의 얼굴을 떠올렸다.

 

 '뭘까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거지?

 그렇게 예쁜 유라가 있는데

 왜 굳이 나에게..'

 

 이런저런 의심을 하면서도

 하승이 보여줬던 미소와

 말들을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진짜 나같은 애한테

 관심이 있는걸까?

 

 띵

 

 은지는 톡소리에 급히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잘들어갔어?

 아까 갑자기 먼저가서 미안해

 같이 밥먹고 놀다가고 싶었는데''

 

 그래. 이건 무조건 썸이야

 은지는 어느덧

 밝게 웃고 있었다.

 

 '수호 나쁜새끼.

 너보다 훨씬 더 잘생기고 착한 사람만났다!

 다신 햄버거 사러 가나봐라. '

 

 은지는 잠시 뜸을 들인 후

 톡을 보낸다.

 

 한참을 그렇게 행복과 설레임속에

 얼마만인지 모를 톡을 주고받다가

 친구와 영화를 보러간다는 마지막 톡을

 받은 뒤

 은지는 폰을 내려놓는다.

 

 '드디어 남자친구가 생기려나봐..

 나 어떡해. '

 

 띵.

 

 은지의 설레발을 잠재운 톡소리.

 

 ''하승인가? 어휴. 잠시라도 연락을

 안하면 궁금한ㄱ...

 

 이..이게 무슨말이야...''

 

 톡 내용은 이랬다.

 

 ''야 말도마라 진짜.

 가식쩔고 이상한 애교부리고..

 하아..다시는 그런 애

 데리고 나오지마라.

 사람 뭘로보고''

 

 폰 화면을 바라보며

 멈춰진 은지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작가의 말
 

 예민한 소재라 불편하시더라도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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