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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20 체인지
작가 : 맥쥬도둑
작품등록일 : 2020.9.24

남은 생의 20년을 주면 원하는 사람과 인생을 바꿔주는 악마이야기.

 
6화 오은지(1)
작성일 : 20-09-26 20:39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3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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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은지의 아침일상은

 체중계에 올라가는 걸로 시작된다.

 

 '아..어제 괜히 먹어서.

 또 2키로가 늘었네 .'

 

 조심스레 내려온 은지는

 전신거울앞에 서서

 거울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살짝 들어올린 옷 사이로

 삐져나오는 살들.

 

 ''언니!''

 

 갑자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동생 때문에

 깜짝놀란 은지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른다.

 

 ''내가 노크하랬잖아!

 몇번이나 말해''

 

 ''아. 미안.

 엄마가 밥먹으래''

 

 은지는 불편한 표정으로

 침대에 다시 누워버린다.

 

 ''안먹어''

 

 ''엄마 언니 안먹는대!''

 

 ''나오라고 해! 아침을 안먹으니까

 자꾸 밤에 먹잖아''

 

 지긋지긋한 잔소리.

 은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운동도 안시켜주면서

 잔소리만 하고.

 진짜 짜증나.'

 

 은지는 어릴적

 몸이 굉장히 약하고

 또래아이들보다 키가 작았다.

 

 그게 걱정이 되었던 은지엄마는

 유명한 약방에서 약을 지어왔다.

 

 먹기싫다는 은지를

 어르고 달래가며 약을 먹였고

 그때부터 은지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식욕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넘쳐났고

 그덕에 키는 그대로였지만

 몸무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엄마가 그지같은 약만

 지어오지 않았어도.

 그것만 먹지 않았으면

 나도 말랐을텐데..

 하아. 스트레스 받으니까

 햄버거 먹고싶다.'

 

 잠시 누워서 고민하던 은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모자를 눌러쓴 채

 방문을 나간다.

 

 ''빨리좀 나오지.

 국 다 식었겠다''

 

 ''안먹어. 나갈거야''

 

 ''아침부터 어딜나가?

 너 또 햄버거 먹으러 가지?''

 

 엄마의 신경질적인 말투에

 은지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을 하지 않는다.

 

 ''자꾸 그런것만 먹으니까

 배 나오잖아!

 가지마!''

 

 ''아 쫌.

 나 좀 내버려둬 그냥''

 

 은지는 결국

 짜증과 신경질을 퍼붓고선

 밖으로 나간다.

 

 아직은 더운 늦여름의 날씨에

 은지의 몸에선 쉴세없이

 땀이 흘러내린다.

 

 체중이 100키로를 넘긴 후론

 반팔만 입고 다닐수가 없어서

 항상 외투를 입고 다닌 탓이었다.

 

 조금밖에 걷지 않았지만

 땀은 줄줄 흐르고

 입술사이에선

 가뿐숨이 끝도없이 뿜어져나온다.

 

 ''어휴 저 여자좀봐.

 덥지도 않나봐''

 

 ''야 딱봐도 돼지니까

 껴입고 다니잖아.

 냄새날것 같애''

 

 '이것들아.

 뒷담화를 까려면

 조용히 좀 얘기해.

 다 들려'

 

 이정도의 얘기는

 수도 없이 듣던 터라

 은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빨리 햄버거 가게에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 더워 죽을것 같애..하아하아'

 

 어느덧 가게가 보이기 시작했고

 은지는 남은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딸랑.

 

 ''어서오세요. Xxxx입니다''

 

 시원한 매장안에 들어선 은지는

 주문도 잠시 미룬 뒤

 빈자리에 털썩 앉는다.

 

 한참가뿐숨을 내몰아 쉬다가

 크게 숨을 내쉰다.

 

 '하아..진짜 더워죽을뻔.

 여기가 천국이다.'

 

 은지가 외투를 벗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시작됐다.

 

 ''자기야 저여자봐.

 씨름선수인줄''

 

 ''그러니까 아침부터

 햄버거먹으려고 뛰어온거 아냐.

 어후. 진짜. 밥맛떨어져''

 

 온갖 야유와 손가락질.

 매번 있는 일이었지만

 은지는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시선을 피할방법은 없고

 그럴수록 상처만 받는다는걸

 은지는 어릴때 이미 깨달았다.

 

 '더럽게 쳐다보네. 지들은 뭐

 잘났다고..

 아..근데 수호씨는 정말

 아침에도 잘생겼구나'

 

 은지가 유독 이 햄버거 가게에만

 오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짝사랑남 수호가

 있기 때문이다.

 

 수호에게 첫눈에 반한

 은지는 거의 매일 가게를 찾았고

 항상 웃으며 주문을 받는 수호를 보며

 은지는 행복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은채

 은지가 카운터 앞에 섰다.

 

 ''오늘도 오셨네요~

 매일 드시는걸로 드릴까요?''

 

 상냥한 수호의 말에

 은지는 배시시 웃으며

 ''네''라고 대답했다.

 

 ''5800원 결제해 드릴께요~''

 

 은지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수호에게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웃으며 돈을 받던 수호가

 어딜가를 보다가 잠시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다시 웃으며 거스름돈을 내민다.

 

 ''진동벨로 알려 드릴께요''

 

 은지는 몸을 베베 꼬으며

 대답을 했고

 후다닥 자리로 돌아와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속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꺄아악 너무 멋있어 진짜ㅠ

 왜이렇게 잘생긴건데.

 심지어 상냥하고 친절해.

 정말 너무 좋다..

 저런 남자의 여자친구가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물론 나같은 뚱땡이는

 절대 안되겠지만...'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은지는

 금세 시무룩해져서

 테이블에 엎드렸다.

 

 '나도 혜윤이처럼

 헬스장 다니면

 살 다 뺄수 있는데..'

 

 회의감도 잠시,

 진동벨이 울리자

 은지는 벌떡 일어나

 햄버거를 받으러 간다.

 

 행여나 쏟길까

 조심조심 쟁반을 들고와

 테이블에 올려놓자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진다.

 

 꼬르르륵

 

 은지는

 급하게 햄버거 종이를 벗기고

 아주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아..진짜 존맛탱..

 너무 맛있고 따뜻해..''

 

 ''야 저 돼지 표정봐라.

 큭큭. 아주 그냥

 행복해 뒤지신다.''

 

 맞은 편 남자두명이

 끊임없이 웃으며

 욕을 해댔지만

 은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햄버거와 콜라를 맛있게 먹었다.

 

 ---

 

 한참 정신없이 먹다보니

 음식들은 전부 바닥이 드러났고

 만족한듯 쇼파에 기대어 앉은 은지는

 잠시 후 다시 후회하기 시작한다.

 

 '아 남긴다는게

 다 먹어버렸어..

 큰일이다. 진짜.'

 

 손을 탁탁 털고 일어난 뒤

 화장실에 들어간 은지.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있는데

 옆 남자화장실에서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야 수호야

 아까 그 돼지봤냐??''

 

 '' 어.오늘도 왔더라.

 세트 두개 먹었어''

 

 ''와..진짜..

 처먹는거 보니까

 여자가 아닌것 같애..

 드러워죽겠어''

 

 ''너 못봤지?

 아까 나 계산하려고

 돈 딱 받는순간

 그 돼지 겨드랑이 밑에

 땀자국보고

 토 나올뻔 했잖아..

 정말 안왔으면 좋겠다.''

 

 은지는

 서 있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천천히 팔을 들어올린다..

 

 '하아..미친년..

 하필 회색옷을 입고와서..'

 

 은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이 강해졌다 생각했지만

 짝사랑남의 한마디에

 모든게 무너져내렸다.

 

 은지는

 그 자리에 서서

 엉엉 울어버린다.

 

 ---

 

 힘겹게 집에 돌아온 은지.

 엄마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간다.

 

 외투를 바닥에 던지고

 그대로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린다.

 

 팔로 눈을 가려보지만

 쉴세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날 그렇게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매일매일 그렇게 갔으니...

 하아 진짜 죽고싶다.

 쪽팔려..'

 

 후회와 자괴감속에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어. 왜''

 

 '' 야 나와.

 너 맨날 집구석에 있지?

 언니가 남자 소개시켜줄께''

 

 ''갑자기 전화해서

 무슨 개소리야.

 끊어. 나 기분안좋아''

 

 ''그니까 나오라고.

 이따 저녁 일곱시까지

 우리 모이는 카페로 와.

 이쁘게 하고 와야된다 진짜.

 너 안나오면 다음 학기때부터

 왕따시킬줄 알어''

 

 뚝.

 

 자기할말만 하고 끊어버리는

 은지의 같은 과 친구 유라.

 

 은지는 신경질적으로

 폰을 침대위에 던졌다.

 

 '맞는 옷도 없는데

 무슨 소개팅이야.

 진짜 짜증나게'

 

 은지는 귀찮은 듯

 폰을 집어들어

 누군가에게 톡을 보낸다.

 

 잠시후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생 은아.

 

 잔뜩 심술이 난 표정이다.

 

 ''아 씨..왜 오라가라야.

 게임하고 있는데''

 

 ''야 나 옷좀 빌려줘''

 

 은지의 말에

 은아가 깔깔대며 웃는다.

 

 ''언니 미쳤어?

 내 옷 다 55사이즈야.

 종아리에서부터 안들어갈걸?''

 

 ''아 됐고

 원피스 같은거 있음

 하나만 줘봐''

 

 '' 그래 큭큭

 한번 입어봐.

 찢어지면 새옷 사라''

 

 ''알겠으니까

 방에다 가져놔.

 나 잘거니까 조용히''

 

 은지는 말을 끝낸 뒤

 바로 잠이 든다.

 

 그런 은지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던 은아는

 혀를 한번 차고선

 방문을 열고 나간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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