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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초월자들
작가 : 이루다
작품등록일 : 2020.9.24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1930년대 한반도. 혼란과 의심만이 가득한 조선. 경성에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소년. 1900년 초 멕시코로 떠났다가 조국에 돌아온 이민자들. 복수의 끝에 서 있는 수상한 사내. 비밀을 감추고 있는 노신사. 그리고 미지의 물질 [The Seed].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역사의 도표에 기록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CHAPTER 1] 조우 Finale (2)
작성일 : 20-09-26 17:01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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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과가 가져올 어떠한 선택이던 우리는 그것을 기꺼이 껴안아야 한다.

 그렇다.

 예측 가능한 삶은 흥미롭지 않다.

 

 #02

 무웅, 멕시코에서 온 그리즐리 곰같은 거대한 사내. 그는 지금껏 힘에 있어서, 어떤 누구에게건 밀리지 않을 것이라 자부해왔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지금, 상대가 어떤 누구건 이길 자신이 있었건만... 그 초월의 경지에서 무웅은 갑작스럽게 큰 벽을 만났다. 그것이 지금 자신 앞에 있다.

 

 '이름이 백종우 소령. 군인이구마.'

 

 무웅은 상대방과 앞선 몇번의 합에서 어느 정도 눈에 익숙해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물론 오메테오톨의 덕분이었다. 이 재규어 령도 어떻게 보면 에너지의 집합체이다. 그렇기에 그의 힘을 빌려 대기 중, 흐름이 다른 에너지의 방향을 읽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재규어의 힘이 무웅의 온 몸에 전해진다. 사내의 눈에는 이제 흐릿하게나마 한 사람만한 공간이 휘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에너지를 저장한 전지가 그 힘을 소비하지 않고 억지로 저장이라도 하듯이, 그 휘어진 공간의 주변에는 대기의 일렁임이 계속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블랙홀이 결국 자신의 에너지까지 흡수해 사라지는 것처럼 그 공간의 일그러짐이 사라졌다. 하지만 곧, 작은 에너지 파장이 생성, 잘게 마찰음을 내면서 그곳에 한 남자의 모습을 만들어 내었다.

 

 [백종우 등장, 나이: ??, '내각 조사실' 소속 만주 정보국 근무.]

 

 그렇게 지하 공간의 분위기를 무겁게 했던 정체가 홍석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30대에 키는 170정도 되어 보였다. 손목에서 팔로 이어지는 도드라지는 힘줄에서 다부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전체적인 체구에서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즉, 길거리에서 지나친다면 별 특징이 없어 기억나는 것도 없을 인물이라고 말할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먼저, 집중을 하고 백종우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가 거기에 있다는 사실마저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는 점이 그러했다.

 

 사내의 얼굴은 상당히 무표정했다. 그리고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무웅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는 아무런 힘도 주지 않은 채, 가끔씩 오른쪽 눈썹 위가 가려운지 중지와 약지의 관절 부분을 이용해 연신 문질러 댔다.

 

 백종우는 가죽으로 된 미제 항공점퍼를 입고 있었다. 물 빠짐이 심했고 여기 저기 해진 자국이 많아 보인다.

 

 “그래. 이쪽이 네놈들이 그렇게 찾던 노아의 씨앗이다. 자랑스러운 제일본 제국. 바로 초 인류 프로젝트 1호 특수요원 백종우 소령이다!! [The Seed]를 주입하여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만들려는 실험에서 살아남은 ‘아시아’ 최초의 인간이지.”

 

 “!!”

 

 [말도 안돼.. 그 신의 씨앗을 인간에게 주입했다고? 인간의 삶을 초월한 영역에서 존재하는 노아족의 씨앗을 말인가. 애초에 한 대륙의 힘을 견뎌 낼 수 있는 인간이 존재 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거가 어떻게 존재를 하노? 씨앗을 가지고 인체 실험을 했다고? 하긴 내 눈에 지금 보이는데 어떻게 부정을 하겠냐만은. 그럼 어짜노, 조선 땅에 들어온 [The Seed]가 어떤 이유에서건 이미 소모가 되었다는 소리 아이가?”

 

 무웅의 뺨에서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땀이 그가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현재 일본 본토에서는 네덜란드와 독일과의 협업을 통해 과학기술의 증진을 가져오려 하고 있지. 과학기술의 증진은 앞으로 있을 전쟁에서 밑바탕이 될 국가사업이다. 현재 일본 후생 노동성 관리 하에 초인류 프로젝트를 실시해서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을 만들어 낸 후, 앞으로 있을 전쟁에 투입하려 하고 있다.”

 

 박홍석은 앞으로 벌어질 일이 궁금해 죽겠다는 듯 표정을 짓는다.

 

 “물론 많은 조선인들이나 만주국 사람들이 죽어 나갈 테지만. 그들은 대일본제국을 위한 일임에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돼. 백종우 소령을 보게 결국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지 안 그런가?!”

 

 백소령은 여전히 별로 대수로울 것 없어 보였다. 박홍석의 부탁을 받고 이곳에 왔지만 이번일도 자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는 오른쪽 눈썹 위가 계속해서 신경 쓰이는지 인위적인 눈썹의 움직임으로 간지러움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다.

 

 “내도 쓰레기같이 인생을 살아오긴 했는데, 니네는 마, 재활용도 안 되네. 어떻게 그런 쓰레기 같은 짓거리를 대단한 명분인양 하고 있는 거고?”

 

 “제국을 위한 전시체제 아래 인류의 발전 가능성 증진을 위한 실험. 이보다 좋은 명분이 어디 있겠나? 자 쓰레기들 앞에서 말이 길었다. 네 녀석들도 [The Seed]의 행방을 찾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닌가? 노아의 씨앗이 여기 없긴 해도, 백소령과의 결투에서 내가 주목할 만한 무언가 보여준다면 다른 씨앗의 행방은 알려 줄 수도 있는데.”

 

 “아재요 걱정마소. 지금은 그런 거 아니어도 내가 화가 많이 나서 저놈이랑 댁 누워있는 거부터 보고 다음 일 진행할거니까네. 힘 조절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라는데, 댁은 지금부터 날라 다닐 것 걱정부터 하소. 귀중품도 많아 보이드만. 내가 오는 줄 알아 알았으면 미리 정리나 해놓지.”

 

 [무웅, 계속 동조 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너와 내 파장 주파수만 좀 더 맞추면 내 힘을 더욱 보낼 수 있다. 집중하라. 집중!]

 

 무웅은 처음 오메테오톨를 만났을 때의 기억을 집중해서 떠올렸다.

 

 그날의 충격은 아직까지 어떤 표현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잊을 수 없었다. 그 거대한 짐승의 힘이 신체에 깃드는 것이 느껴지는 무웅이다.

 

 그 거대했던 재규어의 이미지가 무웅의 머릿속에 명확하게 그려졌다. 그러자 사내의 신체와 겹치는 3차원 홀로그램 같은 형상이 다른 이들에게도 보였다.

 

 지직 거리는 에너지의 파장은 점점 그 형체를 알 수 있게 안정감을 찾았고 거기에는 사람의 형태로 서 있는 재규어가 무웅과 겹치게 서 있었다.

 

 “오! 이 짐승새끼 보게. 몸이 덜덜 떨리게 크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 백소령 능력 발휘하기에 모자람이 없지. 그동안 개미수준의 인간들 상대 하느라 우리 백소령이 욕봤네. 내가 두 사람 무대는 확실하게 준비해 놓았다.”

 

 저들은 오늘 이 자리에 용케 나와 준 홍석에게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이 자리를 마련해준 무웅이 고마운 홍석이다.

 

 홍석의 양쪽 입 꼬리가 올라가면서 미세하게 떨렸다. 그와 동시에 곧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급히 막으려 손수건을 들었다.

 

 “그리고 뭘 좀 모르는 새끼야. 너 정말 여기 지하실에다가 내가 작업실을 마련해 놨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여기 있는 것들은 다 가짜야 가짜. 애초에 내 귀중품들은 [우리들]에게 수여받은 내 [새장]에 보관해놨지. 뭘 믿고 이런 곳에 내 콜렉션들을 보관 할 수 있겠어. 안 그래?”

 

 [아까 전에 티벳트 밀교경전이 그럼 가짜란 말인가? 분명 원본에 가까운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리고 [새장]? 새장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 카타콤 지하시장부터 시작해서 수상한 것이 많은 사내다.]

 

 “아참 박. 홍. 석씨! 계속 내가 조선에 왜 왔는지 기억 못하는 행동만 하시는데. 아재도 지금 내가 노리고 있는 목표물입니더. 어차피 당신도 어디 못 가니까네, 조용히 하고 마 무릎 꿇고 대기하고 있으소.”

 

 “그래. 한번 해보게 가능성은 없지만. 그나저나 이 자식은 이제 준비가 되었나 모르겠네. 흠흠.”

 

 홍석은 목을 가다듬으며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 까지 들리게끔 소리쳤다.

 

 “미키(みき)! 아니 삼목아(三木)!”

 

 홍석이 내려왔던 계단에서부터 시작하여 무웅이 있던 자리를 지나 반대편 끝까지 구석구석 훑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어느 한 사내의 모습이 드러남과 함께 그 소리가 멈췄다.

 

 “헤헤. 어르신 다 했구만요.”

 

 삼목이라 불리는 청년은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연신 홍석을 향해 굽실 거렸다.

 

 본인이 이루어낸 성취감을 칭찬 받고 싶어서 손에 든 몇 가지 물건들을 홍석에게 잘 보이도록 높이 들어올렸다.

 

 책 한권이 이내 떨어지려고 하자 자세를 고쳐 잡고 다른 손으로 겨우 잡는다.

 

 “에끼, 저 칠칠맞은 놈. 덜렁대는 것만 좀 고치래도. 내가 챙기라는 것은 다 챙겼느냐?”

 

 “예 어르신, 헤헤..”

 

 “뭐꼬? 눈에 보이지도 않더만, 언제 저까이 가 있노? 이집 특이한 양반들이 한 둘이 아니네.”

 

 능글맞은 웃음이 얼굴에 가득한 삼목과 아무런 감정 표현 없이 관심 없음을 일관하는 백종우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무웅은 연신 놀라는 표정이다.

 

 “저놈은 내 수족과 같은 놈이다. 달리는 게 아주 빠른 놈이지. 그거 하나보고 내 뒤를 맡겼지. 부모가 내지 조선인이었는데, 192X년 관동 대지진때 죽었어.”

 

 “아따 마. 아주 정도가 아이라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돈데. 그냥 일반인이라고?”

 

 삼목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 듯 빠르게 달려서 다시 홍석에게로 갔다. 순간이동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빠른 발놀림에 다시 한 번 무웅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삼목이 눈은 정확 하구만요. 헤헤. 여기 혼개통헌의(渾蓋通憲儀)이랑 어르신이 말씀하신 티벳트 경전. 여기 있어라.”

 

 홍석은 젊은 사내가 가져다준 회중시계처럼 생긴 기계장치를 안쪽 주머니에 넣고 밀교 경전을 한 손에 잡았다.

 

 “이 녀석들은 진짜다. [새장]에서 꺼내다 여기 가져다 두었지. 뭔가 진짜에서 나오는 기운 같은 게 있다. 알지? 그런 게 없으면 너 같은 얌생이 새끼들은 이곳에 눈길조차 주지 않더라고. 아무튼 나는 할 일이 많아 가야하는 몸이다. 백종우 소령. 저 짐승새끼 좀 부탁하네. 나도 물어볼 것이 있으니까 대답은 할 수 있게 살려서 남산으로 데려오게.”

 

 박홍석은 말을 끝내고 삼목과 함께 지하실에서 사라졌다. 저 멀리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놓치면 안 된다.

 

 무웅은 그 자리에서 짐승 같은 반사 신경으로 홍석에게로 달려갔다.

 

 재규어의 형상 때문인지 한 마리의 짐승이 먹잇감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

 

 그때였다. 백종우의 오른발이 짐승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아직 스텔스 기능을 하지 않은 전투기가 날아와 미사일을 명중시키듯 큰 타격 소리와 함께 무웅은 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어도 힘, 정확성, 그리고 속도 어느 것 하나 무웅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사내는 양쪽으로 고개를 스트레칭을 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쓰러져 있는 무웅에게 다가갔다.

 

 그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는 듯 했지만 빠르게 몸을 고쳐 세운다.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는 무웅이다.

 

 그는 상체를 어느 정도 숙이고 가슴을 폈다.

 

 상대의 공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허리를 활처럼 만들어 주었다. 레슬링의 기본자세로 보인다. 그의 모습에서 다음 공격을 받을 자세를 취하는 듯 했다.

 

 다가오는 백종우에게서는 아무런 긴장감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상황에 적응한 듯 편안해 보였다.

 

 일반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낯선 분위기가 애써 무웅이 유연하게 만든 온몸에 힘을 잔뜩 주게 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종우는 오른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느리지만 차분히 말을 이어나간다.

 

 “그.. 뭐야.. 나랑 좀 같이 가야겠는데.. 음 나도 내 위치라는 게 있어서.. 명령을 받으면 그대로 움직여야 하는 조직에 있는 처지라..”

 

 “아따 말 답답하네. 마 싫다. 이 자식아.”

 

 어눌한 그의 말 끝에 무웅의 거절의사가 단칼에 이어진다.

 

 백종우의 공격이 시작됐다.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가는 전투기처럼 그는 무웅의 몸 깊숙이 파고 들어가 왼쪽 무릎 관절을 발로 가격했다.

 

 그 커다란 덩치가 갈대처럼 휘청거리는 틈을 타서 곧바로 전투기에서 쏟아지는 작은 미사일들이 목표물을 연달아 가격했다. 그리고 백종우는 자세를 갖춰 자신의 배가 나가는 사내를 곧바로 엎어치기에 들어갔다.

 

 상대가 보이게 되었어도 그의 움직임을 느낄 새도 없이 무웅의 몸은 금세 지하실 바닥에 떨어졌다.

 

 백소령의 움직임은 상당히 가벼웠으나 그가 내지르는 한방은 무웅의 몸에 투영된 재규어의 가죽을 뚫고 내장까지 느껴지는 깊은 묵직함이 있었다.

 

 무웅은 갑작스레 전달되는 통증의 여부를 파악할 틈새도 없이 자신의 안면을 향하는 그의 움직임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커다란 짐승의 몸을 이끌고 발톱을 다시 세우는 무웅이다. 상대편의 동선을 파악하려 자세를 잡는 틈을 타서 눈앞의 전투기는 다시 스텔스 모드에 들어갔다.

 

 무웅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진 사내에게 아까 전과는 다른 자신감을 얻었다.

 

 “이놈아 또 사라져버렸네. 하지만 지금은 느낌이 다르단 말이지.”

 

 신체 깊숙한 곳에서 부터 올라오는 오메테오톨의 울림. 재규어로써의 감각이 마치 레이더처럼 지하에 펼쳐졌다.

 

 그리고 적의가 시작되는 곳에서 나오는 파장 흐름의 다름이 무웅의 머릿속에 그려진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길 수 있다. 이것은 올해 들어 생각한 가장 큰 착각임을 이 자리가 끝나고 나서야 깨달을 무웅이다.

 

 레이더처럼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졌던 상대방의 위치가 갑자기 사라진다.

 

 무웅과 오메테오톨, 둘 다 처음 경험해 보는 세계로 한발 내딛는 순간이다.

 

 “음.. 그래. 신인지 괴물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이 아닌 건 확실하네. 내가 맘먹고 몇 방을 때렸는데 말야.. 딱히.. 심각한 흔적은 없고.. 무시해서 미안하니까.. 제대로 갈게.”

 

 근묵자흑(近墨者黑)

 

 느리고 차분한 그의 음성이 끝났다.

 

 동시에 지하실 가득 느껴졌던 위협감이나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살기마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잠깐 다른 생각을 했다면 무웅은 이곳에 백소령 그자가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뻔 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백소령의 숨소리도 발자국 소리도 그의 존재감도 이곳을 이미 떠난 듯 어떤 것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도리어 무웅의 신경을 최대로 긁은 모양이었다.

 

 무웅은 자신이 멕시코에서 레슬링을 배울 때 가까운 곳에 살던 할머니가 집에 가보처럼 모시고 있던 재규어 가면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녀는 말했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그 아래 지켜야 할 것들은 자기 방식대로 지키며 살면 된다.

 

 “임마, 정말 성가신 능력이네. 하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다는 말이지.”

 

 무웅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 쪽에서 쥔 주먹을 가볍게 두 번 맞대었다가 풀었다.

 

 “Mi padre..(내 아버지여..) Dios esfuerzarme en tu amor! (주여 당신의 사랑으로 날 강하게 하소서!)”

 

 루차 리브레(Lucha Libre).

 

 온기 가득한 두 손을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온기는 무웅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

 

 전신을 홀로그램처럼 두르고 있던 재규어의 형태가 점점 사라졌다. 그리고 얼굴에만 탈을 쓴 것처럼 재규어의 모습이 짙게 남았다.

 

 재규어의 모습은 살아 있는 듯 피부 조직이 실제와 같았고 무웅의 덩치와 더불어 그 괴기함을 더하게 했다.

 

 어떤 누구든지 지금 같은 자리에 있다면 짐승의 탈을 뒤집어쓴 덩치 큰 사내에게서 지금껏 없을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둘의 대결은 이제 그 끝을 향해 간다.

 
작가의 말
 

 1. 후생 노동성: 일본의 행정기관으로, 대한민국의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에 해당된다.

 2. 혼개통헌의: 조선 후기인 18세기, 이슬람 지역에서 기원한 천문시계를 변형해 만든 천문 관측 도구.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초월자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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