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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초월자들
작가 : 이루다
작품등록일 : 2020.9.24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1930년대 한반도. 혼란과 의심만이 가득한 조선. 경성에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소년. 1900년 초 멕시코로 떠났다가 조국에 돌아온 이민자들. 복수의 끝에 서 있는 수상한 사내. 비밀을 감추고 있는 노신사. 그리고 미지의 물질 [The Seed].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역사의 도표에 기록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CHAPTER 1] 조우 Finale (1)
작성일 : 20-09-26 17:00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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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상당히 신경을 쓴 잠금 장치였다.

 

 목조 시계 뒤에 움푹 들어간 부분과 벽에서 튀어나온 직육면체의 조정장치. 두 부분은 서로 맞물려 기계음을 내며 움직였다. 그리고 시침과 분침이 3시 정각을 가리킨 후에야 숨겨진 공간을 드러냈다.

 

 "덜컥!"

 

 걸려있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를 내었고, 그림의 한 면은 이제 벽에서 멀어졌다. 그림은 비밀통로를 가리는 문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웅은 그 문을 완전히 열어 재꼈다. 그리고 먼저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림 뒤의 공간은 어딘가로 이어진 통로였다. 무웅은 그 컴컴한 샛길을 움직인다. 사내의 발걸음에 쌓여있는 먼지와 거미줄들이 채였다. 마치 사람의 발길을 탄지 오래된 골목 같았다.

 

 시멘트 마감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바닥을 걷자, 이제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나왔다. 지하실로 연결된 계단은 덩치가 큰 무웅이 지나가기에 불편한 정도의 낮은 천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렇게 많지 않은 계단을 내려간다.

 

 지하실로 들어서는 문을 지난 후에야, 무웅은 살짝 구부렸던 허리를 다시 펼 수 있었다. 그런 다음, 최대한 시야를 확보하고자 눈을 찌푸렸다.

 

 무웅에게는 사실 어두운데서 사물을 식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자신의 무의식에 자칭 [위대하신 아즈텍의 재규어 신]이 공생 아닌 공생을 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The Seed]에 관한 정보는 문서로 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은 일, 글자의 정확한 확인에는 빛이 필요하다. 이제 그 장치가 어디쯤 있나 찾기 위해 벽을 더듬어 보기로 한다.

 

 갑자기 묘하게 코를 자극하는 향이 주변에서 진동을 했다. 그래도 오래된 지하실만의 쾌쾌한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천장의 전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분명 여기 어딘가 전깃불을 만들어 내는 버튼이 있을 텐데..."

 

 무웅은 내려온 공간의 양쪽 벽을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이내 손에 걸린 버튼이 달칵하고 위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천정의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짐승의 감각에서 다시 '인간' 무웅의 시각으로 돌아온 그는 금세 빛에 적응했다.

 

 그와 동시에 무웅의 눈에 지하실의 모습이 들어 온다. 그리고 사내는 박홍석이 왜 콜렉터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 깨달았다. 쉽게 말해, 지하 보관소는 물품들을 최상의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서 설계가 되어 있었다.

 

 자연광을 피하기 위해 한 번 더 좁은 통로를 통한 후에야 지하실을 들어가게끔 했다는 것 자체가 그러했다. 또한 습기와 환기를 최대한으로 고려해 공간의 배치가 이루어져 있었다.

 

 지하실은 크게 세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환기구, 환기팬 그리고 제습기의 위치에 따라 구역별 테이블의 높이와 크기가 결정되어 있었다.

 

 무웅은 자신의 오른쪽 검지를 들어올렸다. 그리곤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테이블의 모서리 쪽을 스치듯 문질러본다. 과연, 어떠한 이물질도 묻어나지 않는다.

 

 “와따 마, 관리를 기가 막히게 하네. 어떻게 손가락에 먼지 하나 안 묻어나노. 여기 오는 머슴아들이 와서 여기 청소도 하고 가나보네.”

 

 [무웅, 저기 오래 되어 보이는 원목 탁자 쪽으로 가보게. 나무가 거의 나만큼 오래된 것 같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네.]

 

 무웅은 오메테오톨이 말한 사각의 테이블로 걸어갔다. 자신의 허리보다 조금 높이 오는 테이블이었다. 유리 세공으로 만들어진 사각의 덮개, 그것이 안에 놓여진 귀중품들을 공기 중의 이물질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그 중, 낡은 책 한 권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성스러운 기운들... 그것이 오메테오톨의 신경을 자극했다.

 

 [이건. 탄트라 성전(Tantra) 아닌가. 후기 티벳트 밀교(密敎)경전이 어떻게 여기에?]

 

 “뭔 소리고? 탄트라? 니 이게 뭔지도 아나?”

 

 [대충은...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 들어봤나? 그중 밀교는 진언(mantra)이나 다라니(dharani)라는 주술적 목적의 용어를 수행시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힌두교의 성향이 많이 반영된 비밀 불교이지.]

 

 “불교는 내가 마 들어봤는데, 밀교는 처음 듣네. 그래서?”

 

 [탄트라는 티벳트에서 널리 쓰이던 밀교 경전 중 하나이다. 스페인의 아스텍 침략 후, 나의 문명이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 후에, 인도에서 온 불교승들을 만난 적이 있지. 그때 그들의 종교에 대해서도 접할 수 있었다. 그들이 말하길 종교적인 목적을 위해 진리를 넓히기 위한 경전이 탄트라 성전이라 들었네.]

 

 그것을 바라보는 오메테오톨의 깊은 감동이 무웅에게도 전해졌다.

 

 [후대의 수행을 위해서 밀교승들이 남긴 필사본이 아니라... 진짜 원본 같이 느껴진다. 이런 귀중한 것이 있을 정도라면... 분명 [The Seed]에 관한 정보도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부탁하네, 무웅.]

 

 “좋다! 마, 그럼 시작해볼까?”

 

 무웅은 다시 처음 들어왔던 쪽으로 와서 꼼꼼히 살펴 보기로 했다. 옛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 건너온 오래된 책들도 있었다.

 

 그렇게 10여분이 지났을 때였다. 무웅은 자리를 좀 더 안쪽으로 옮기고자 자세를 틀었다. 그때, 갑작스러운 오메테오톨의 음성이 대뇌 전두엽을 자극했다. 다가오는 수상한 기운에 대해서 경고를 하려했기 때문이었다.

 

 [무웅, 조심하...!!]

 

 하지만 재규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퍼억!"

 

 무웅의 가슴 쪽으로 기습적인 한 방이 폭발했다, 사내는 공격에 반응하기 위해서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목표를 향해 떠난 묵직한 공격이 왼쪽 옆구리를 공격한 후였다.

 

 방어를 위해 무웅은 왼팔을 내리기로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빠른 이연타 공격이 폭격기의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들었다. 무웅의 방어자세가 상관없다는 의미였다. 무게가 실린 두 방은 공기를 가르며 무웅의 어깨 쪽으로 향했다.

 

 가드를 취한 상태였지만, 사내의 몸은 어느새 뒤로 저만큼이나 밀려나버렸다.

 

 “뭐꼬? 어데서 뭐가 날라온기고?”

 

 적잖이 당황한 무웅이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주변을 빠르게 살피며 방어 자세를 다시 취했다.

 

 과거 멕시코 카르텔 생활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때, 무웅은 살기 위해서 주변의 변화를 빠르게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먼저 배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과연 내가 마, 뭐를 할 수 있을꼬?'

 

 그런 무웅에게 오메테오톨은 그가 정신을 집중 할 수 있도록 계속 대화를 이어가려고 애썼다.

 

 [무웅,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느껴졌던 외로움과 허무함의 감정들을 기억하는가? 나는 그때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기에 그것이 유물에게서 느껴지는 것인가 했네. 하지만 분명 아까 그 충격은 사람일세.]

 

 “나도 방금 맞아봐서...!”

 

 무웅에게 두 번의 폭격이 다시 이어졌다. 초음속 미사일 같은 한 방이 먼저 복부에 가해졌다.

 

 사내는 짐승 같은 집중력으로 손을 휘둘러 보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연달아 왼쪽 옆구리에 폭파되는 두 번째 미사일이다. 커다란 타격소리만 남겨두고 실체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두 번의 공격 후, 보이지 않는 자는 자세가 풀린 무웅을 그대로 매쳐서 날려 버렸다. 사내가 내려왔던 계단 쪽이다. 벽에 머리부터 부딪치고 땅에 떨어진다. 워낙 바닥이 깨끗하게 청소가 된 탓인지, 흔한 먼지 하나 무웅의 충격을 받아주지 않았다.

 

 스텔스 전투기, 레이더나 탐지기에 잡히지 않는 은폐기술을 갖춘 최첨단 전투기를 가리켰다.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적은 마치 이 전투기 같았다. 적은 현재 자신의 정체는 숨기고 목표물, 즉 무웅을 향해 직접 타격만 쏘아대는 중이었다.

 

 “아 쫌, 아따 머리야... 그나저나 힘이 뭐 이래 쎄노?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가. 얌마 재규어 신, 니 감각에는 뭐 걸리는 거 없나? 이런 거 읽어내는 것이 전문이라메?”

 

 [나도 갑갑한 것은 마찬가지다. 전혀... 전혀 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내 모든 감각이 위험하다고 말해주는데 그것의 위치를 읽을 수가 없다니. 아직 적의를 가진 자가 누군지 모르는 마당에 진짜 힘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네 온몸에 나의 기운을 흘려 보내도록 하겠다. 그럼 적어도 뭔가 몸에 닿는 순간 그것을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제 재규어의 형상이 희미하게 무웅의 온몸을 감싼다. 짐승의 형상은 아직 무웅의 눈에만 보일뿐, 다른 사람의 눈에는 평상시와 다른 기운만 느껴질 뿐이었다.

 

 “조국이란 곳을 들어와서 처음 느껴지는 긴장감이긴 해도, 마 내가, 카르텔 시카리오(Sicario) 생활이 몇 년 인데, 이런 걸로 쫄 것 같나?”

 

 무웅은 양 손바닥 끝으로 머리 옆 관자놀이부분을 연달아 가볍게 친 다음,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다음 공격은 무웅의 명치 쪽을 향했다. 폭격은 사내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몰아쳤다. 하지만 공격을 오히려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무웅이다.

 

 적의 공격 후, 실체를 잡기 위해 두 팔을 뻗어본다. 하지만 아래에 위로 이어지는 타격, 그것은 무웅의 턱 밑을 휘몰아쳤고, 사내는 또 한 번 뒤로 쓰러졌다.

 

 “아따 아프네.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통증이고. 방향을 읽으면 뭐 하노 반응이 안 따라가는데. 아무래도 재규어 니놈아 힘을 써야겠는데? 이래서는 끝이 없겠다.”

 

 [잠깐 무웅 기다려보게.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는가? 저 건너편에서 누군가 지하실로 오는 것 같다.]

 

 “그게 무신 말이고? 우리 내려온데 말고는 다 벽으로 되어 있는데...”

 

 무웅은 턱을 어루만지더니 일어나서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역시나... 누군가가 올만한 문이나 공간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무웅, 네 신체의 고유 주파수 파장에 내 기운이 동화되어 있다는 것 알고 있나? 자네가 조금만 집중한다면, 사물이나 공간이 이루고 있는 형상이 지금과 다르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눈만 힘껏 찌푸릴게 아니라, 내가 너에게 동화되어 있음을 먼저 자각해 보도록 하게.]

 

 사내는 먼저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간단하게 움직여 보았다. 그러면서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을 느껴보려 집중했다. 그러던 사이에 무웅에게 또 다른 폭격이 시작됐다. 보이지 않는 공격은 왼쪽 옆구리에 깊은 타격감을 주고, 빠르게 몸속 깊숙히 향했다.

 

 찰나, 바뀐 바람의 변화와 속도로 공격의 방향을 읽어낸 무웅, 그는 오른쪽 무릎을 들어 스텔스같은 사내가 날린 무형의 미사일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느낌 왔다. 이거 주먹 같은데? 사람은 사람인갑네 이놈. 그래도 얼추 니말 따라 뭐가 몸 깊숙하게 들어오니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 한번 해보자 어디.”

 

 짐승같은 자의 기합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그때, 사내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자, 잠깐 그만할까? 백종우 소령.”

 

 무웅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장년층을 지나고 있는 한 사내의 모습이었다. 그는 반대 쪽의 아무것도 없는 벽에서 방금 걸어나왔다.

 

 사내는 무웅을 벌레보듯 쳐다본 후, 누군가를 향해 말을 걸었다. 무웅은 생각했다. 방금 이 자가 말한 인물이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는 자로구나.

 

 장년의 사내는 얼굴의 노화에 비해, 다부지고 단단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잘 다려 입은 검은 정장에 한쪽으로 잘 넘긴 가르마 머리가 십년은 젊어보이게 만들었다.

 

 무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히 존재를 확인해 본다.

 

 “혹시... 댁이 박홍석이오?”

 

 “그러는 댁이 요즘 장안의 화제인 그 짐승 새X인가?”

 

 “뭐라꼬? 짐승 새X? 다짜고짜 초면에 욕지거리를 마! 근데 어케 알았소?”

 

 [무웅... 동화가 지금 강하게 되어서, 내 형상이 남들 눈에 보이는 수준이 된 것 같다. 일단 동조율을 조금 풀어야 될 것 같으니, 긴장을 좀 풀어주게.]

 

 “이래서 조선 놈들은 쯧쯧...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네, 내가.”

 

 홍석은 방금 지나왔던 공간의 오른쪽 벽을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공간을 감추기 위해 뿜어나오던 벽 색깔의 하얀 빛이 사라지면서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모습이 보였다.

 

 “어떤 망할 짐승 녀석이 요새 날 찾고 있다고, 대놓고 광고를 해대는 통에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실력이나 알아보려고 우리 백소령까지 데리고 왔는데 말이야. 이거 뭐 짐승새X가 실력은 딱히 소문으로 들리는 괴물 같지는 않구나.”

 

 평소에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말투에서 드러나는 듯 했다. 홍석은 가축 냄새가 이곳에서 진동을 한다는 듯,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후, 코를 막았다.

 

 그의 태도는 계속해서 무웅을 자극했다.

 

 [저자는 지금 자네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저러는 것이니 진정하게.]

 

 오메테오톨의 말 덕분인지 사내는 일단 침착하게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대신 무웅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심경을 표현했다.

 

 “오호, 혹시나 했더니... 지금 네 녀석, 혼자가 아니구나? 혹시 다중인격이나 뭐 그런 것이냐? 아까부터 혼잣말로 계속 지껄이길래, 웬 또라인가 했더니 말이야. 네놈 관상에 이렇게 자극을 줘도 참는 것 보니, 뒤에 뭐가 하나가 더 있긴 있나 보구나. 그것이 그 짐승인가 보지?”

 

 침착하자. 지금 망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사내는 홍석의 자극을 무시하고자 애썼다.

 

 “뭐... 그거야 나중에 네놈 새끼 잡은 다음에 알아보면 될 일이고. 내가 ‘네놈들’ 생각대로 관심을 가지게 돼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맞아. 하지만 내가 지금 너무 궁금하다는 말이지.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네놈들이 생각하는 그것인지 말이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 정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네는 죽은 목숨이야.”

 

 “뭐라 합니까? 아재나 오늘 죽은 목숨이라고 복창이나 하소.”

 

 박홍석이 생각하는 그것이라. 이자가 [The Seed]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오메테오톨 또한 그것을 오늘 얻던가 아니면 최소한의 정보라도 알아갈 것이라 다짐한다.

 

 “내가 그래서 특별히 대 일본제국 내각 조사실(内閣調査室) 부실장, 백종우 소령에게 도움을 요청했지. 왜냐하면! 이렇게 특별한 경우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거든. 우리 백소령도 '그 일' 이후 대동아 전선에 배치되기 이전에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 할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 몰랐을 거야.”

 

 무웅은 눈앞에 키 작은 노인네가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백 소령이라는 자가 지금 이 일에 관련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무웅은 잠깐 이지만 저 박홍석이라는 자 주변에서 엄청난 기가 방출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것이 재규어 임마가 말한 사물의 흐름을 느끼는 건가?'

 

 좀 더 명확하게 보고 싶었다. 그래서 잠시나마 떠오르는 인물들에 대해 물어 보면서 시간을 끌어보려 했다.

 

 “여기 드나드는 댁 수행원들이 오늘 급하게 집 대문으로 뛰쳐나오던데. 마, 혹시 그 사람들도 지금 벌어지는 일과 관계가 있는 거요? 원래 세 명이었던 자들인데... 마 오늘은 금마들 두 명밖에 안 보이던데.”

 

 박홍석은 당치도 않다는 듯 눈꼬리에 주름을 만든다. 그의 냉소적인 미소가 그럴리가 있냐는 표정을 만들었다.

 

 “짐승새X, 이제 위아래도 없네. 어디서 반말을... 아, 그리고 걔네들? 하! 그 놈들이 누군지 알아?"

 

 "......"

 

 "바로 여기 한 번 털어보겠다고 온 중국 놈들이야. 내 일을 도와주는 비서가 있긴 하지만, 네놈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번에 네놈들이 해친 조선 놈... 그 자가 내 비서였지.”

 

 무웅은 진심으로 놀라는 듯 했다.

 

 “뭘 놀라나? 알고 있었던 것 아니었나? 내 주변 인물 중, 현재 이곳 주소를 아는 자는 그 자 밖에 없었다. 그래서 죽였던 것 아닌가? 어쨌거나 그래서 내 심기를 건드리는데 성공했으니, 그점은 높게 사 주마.”

 

 박홍석은 다시 중국인들에 대해 말했다.

 

 “내가 지금 어디서 내려온 줄 알겠나? 바로 옆집이야! 그 집도 내 집이었지. 가끔씩 별 시답지 못한 놈들이 꼬이는 것 때문에 집을 두 개를 지었어.”

 

 “그래서 마, 한옥 집에는 불이 안 켜져 있었던기가. 머물고 있었던 것은 이층 양옥집이라서?”

 

 “네놈이 올 때까지... 나도 가만히 있었던게 아니야. 며칠동안 주변을 살폈지. 그런데 이놈들이 몇날며칠을 찾아오지 뭐야. 전에 왔던 놈들 처럼 실마리가 안 잡히면 그냥 가겠거니 했는데, 무슨 단서를 발견 했나 오늘따라 오래 있더라고. 이 녀석들 때문에 네놈들이 오늘 여기 올 기회를 놓치면 다른 시간대를 잡으려 할 텐데.”

 

 그러면 안 될 일이지 하면서 홍석은 말을 이었다.

 

 “우리 백종우 소령이 이제 만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멀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백소령을 보내어서 한 놈을 죽였더니, 그제야 겁을 먹고 도망 가는 거야. 같잖은 벌레새X들. 그 후에, 흔적들 지우는 일이야 우리 백소령에게는 쉬운 일이니.”

 

 “뭐라꼬에? 우리가 마, 오늘 올지는 또 어떻게 알았슴니꺼?”

 

 “이놈아. 이놈아... 네놈이 여기 염탐할 며칠동안 나는 놀았겠나? 백소령이 네놈들 평창동 일대 들어와서 염탐하는 거 찾아서 나한테 계속 보고하고 있었다. 하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백소령이 어디 있는지 감도 못 잡으면서, 그걸 알았을 리가 없지. 어떻게 보면 그 중국 도둑놈들이 네놈들 침입할 날짜를 알려준 거나 다름 없으니, 은인이긴 하네.”

 

 무웅에게 계속적인 지하실의 떨림이 느껴졌다. 박홍석의 옆자리에서 작게 느껴졌던 기척은 이제 숨이 막힐듯이 커져서 공간 전체를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 공간의 일그러짐이 강해졌다.

 

 지금이라면 공간의 이질감 때문이라도 박홍석이 말한 백소령이란 자의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인물에 대한 긴장을 더하게 했으며, 지하실 공기는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 본론으로 들어가보자구. 네놈이 말 좀 해봐. 네녀석들이 원하는 내가 여기 제 발로 왔으니 말이야. 나한테서 찾으려는 ‘그 물건’에 대해서 듣고 싶구나. 또한 주변 인물들까지 죽여가면서 내가 이곳에 오길 원했던 이유는 뭔가?”

 

 “하하하, 마 아재, 성격 시원시원하니 좋소. 일단 재규어 이놈아랑 공유화 좀 끝내고 봅시다.”

 

 무웅은 양쪽 팔을 내려서 살짝 턴 후, 양 손 주먹을 힘껏 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앞으로 숙이면서 온몸에 힘을 주듯이 기운을 짜낸다. 서서히 꼬리뼈 끝에서 부터 변화는 시작되었다. 곧 재규어의 형상이 사내의 온몸을 덮었다.

 

 “그래 마! 숨기는거 없이 말해줄게. 내가 바로 네놈이 멕시코로 보낸 조선인 이민자들 2세대다. 내 부모님은 비참하게 타국에서 최후를 맞이했지. 그리고 재규어 이놈아! 이놈아는 이렇게 말하네. [The Seed]! 그 노아(Noah)의 씨앗은 어디있노!”

 

 무웅의 내지르는 커다란 외침에 짐승의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배어 나왔다. 그것은 공간을 가득했던 텁텁한 기운을 몰아냈다. 곰 같은 사내의 외침이 끝났다. 홍석의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동시에 오른쪽 입가가 올라가며 애매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하하! 역시 알고 있었어. 근데 너 이 새X, 그것의 다른 이름도 알고 있었나?!”

 

 재규어를 통해 들은 말들을 홍석에게 전달한다.

 

 “이놈아가 말하길, 카타콤(Catacomb), 그 세계 지하시장에서 일했던 자가 멕시코로 'The Seed'를 찾으러 왔었고, 그것을 조선 땅으로 보낸 것을 확인했단다. 임마 말로는 그때 우리 부모세대들 태우고 왔던 선박회사를 통해 다시 조선으로 보냈다니까, 그 책임자인 당신이 모를리가 없지 않겠나?

 

 “카타콤? 지하시장의 존재도 알아? 그래, 오늘이 어쩌면 너희들한테도 잘된 일이긴 하네.”

 

 홍석의 눈동자는 이미 커질 만큼 커졌다. 그는 더 이상 놀랄 일도 없어 보인다는 듯, 연신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웃어댔다. 그리고 순간 사내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뀐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아마 오늘이 제일 극적인 순간 중 하나일거야. 그리고 네놈들한테도 말이야. 노아의 씨앗을 찾는다고 그랬지? 하하하, 그래 여기 있고말고. 그것도 지금 네놈들 눈앞에.”

 

 “무. 무슨 소리고? 눈앞에 있다고?”

 

 오메테오톨의 경고가 무웅에게 다가올 위험인물에 대해 조심하라고 경종을 울렸다.

 

 [무웅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동조율을 좀 더 높여라.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다.]

 

 박홍석은 싸늘한 표정을 계속 유지하였다. 사내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백준우 소령.”

 
작가의 말
 

 1. 탄트라 성전: 정신적인 지식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의 tatri 또는 tantri에서 온 말인데, 본래는 '넓히다'라는 뜻을 가진 tan이라는 어원으로부터 나온 말.

 2. 시카리오(sicario): 살인청부업자를 뜻하는 스페인어로 카르텔 조직원을 언급할 때 쓰인다.

 3. 내각조사실: 미국의 중앙정보국, 대한민국의 국가정보원이다. 국내 및 해외 정보 등을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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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CHAPTER 2] 그림자 섬 Finale (1) (1) 2020 / 9 / 29 381 0 8733   
29 [CHAPTER 2] 그림자 섬 (13: 마리의 과거편) (1) 2020 / 9 / 29 321 0 8338   
28 [CHAPTER 2] 그림자 섬 (12: 마리의 과거편) 2020 / 9 / 29 295 0 7939   
27 [CHAPTER 2] 그림자 섬 (11: 마리의 과거편) 2020 / 9 / 29 291 0 7104   
26 [CHAPTER 2] 그림자 섬 (10) 2020 / 9 / 29 297 0 8943   
25 [CHAPTER 2] 그림자 섬 (9) (1) 2020 / 9 / 28 315 0 7805   
24 [CHAPTER 2] 그림자 섬 (우리들 등장) 2020 / 9 / 28 298 0 8275   
23 [CHAPTER 2] 그림자 섬 (8) (1) 2020 / 9 / 28 315 0 7303   
22 [CHAPTER 2] 그림자 섬 (7) 2020 / 9 / 28 280 0 6869   
21 [CHAPTER 2] 그림자 섬 (6) 2020 / 9 / 28 283 0 6714   
20 [CHAPTER 2] 그림자 섬 (5) 2020 / 9 / 27 302 0 6849   
19 [CHAPTER 2] 그림자 섬 (4) 2020 / 9 / 27 288 0 7408   
18 [CHAPTER 2] 그림자 섬 (3) 2020 / 9 / 27 282 0 6817   
17 [CHAPTER 2] 그림자 섬 (2) 2020 / 9 / 27 299 0 7092   
16 [CHAPTER 2] 그림자 섬 (1) 2020 / 9 / 27 286 0 6903   
15 [CHAPTER 1] 조우 Epilogue 2020 / 9 / 26 282 0 5643   
14 [CHAPTER 1] 조우 Finale (4) 2020 / 9 / 26 298 0 5688   
13 [CHAPTER 1] 조우 Finale (3) 2020 / 9 / 26 292 0 5804   
12 [CHAPTER 1] 조우 Finale (2) 2020 / 9 / 26 283 0 7291   
11 [CHAPTER 1] 조우 Finale (1) 2020 / 9 / 26 301 0 9697   
10 [CHAPTER 1] 조우(9) (1) 2020 / 9 / 25 328 0 9263   
9 [CHAPTER 1] 조우(8) 2020 / 9 / 25 291 0 6631   
8 [CHAPTER 1] 조우(7) 2020 / 9 / 25 278 0 9948   
7 [CHAPTER 1] 조우(6) 2020 / 9 / 25 288 0 8690   
6 [CHAPTER 1] 조우(5) 2020 / 9 / 25 294 0 7971   
5 [CHAPTER 1] 조우(4) (1) 2020 / 9 / 24 332 0 9845   
4 [CHAPTER 1] 조우(3) (1) 2020 / 9 / 24 316 0 8428   
3 [CHAPTER 1] 조우(2) 2020 / 9 / 24 291 0 9647   
2 [CHAPTER 1] 조우(1) (1) 2020 / 9 / 24 320 0 9682   
1 [CHAPTER 0] 영의 기록 2020 / 9 / 24 465 0 7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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