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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를 잊은 그대에게
작가 : 하나
작품등록일 : 2020.9.14

7년을 만난 애인에게 예고도 없이 차인 단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지내던 그녀 앞에 옆집 남자 윤완이 나타났다. 이별 극복을 도와준다는 모임 '라벤더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단비의 삶에 조금씩 스며드는데....과연 단비는 새로운 사랑을 붙잡을 수 있을까.

이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여자 이야기.

 
20화) 급모임
작성일 : 20-09-26 13:51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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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럴 땐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헤어진 전 남친을 만났을 때. 그 여친이 내 절친이었을 때. 어떤 말을 해야 위로가 될까. 그런 말이 있기나 한가. 괜찮다. 잊어버려라. 저 사람들은 꼭 벌을 받을 거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다. 진부한 걸 떠나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말들. 그걸 알면서도 하게 되는 말.

  “미친 새끼. 나쁜 놈.”

  내 입에서 그 남자에 대한 분노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되살아난 상처로 인해 초점이 명확하지 않던 도야의 눈동자가 내게로 왔다. 토끼와 닮은 동그란 눈. 저 눈으로 그동안 얼마나 울었을까.

  “나쁜 년.”

  또다시 튀어나온 진심. 그러자 도야의 눈은 불이 켜지듯 초점이 바로 잡혔고 나를 반기던 그녀로 돌아와 웃음을 터트렸다.

  “첫 연애 때부터 엄마가 한 말이 있어요.”

  나는 묵묵히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남자를 정말 사랑한다면 친구들에게 소개해주지 말라고요. 만나다보면 정들 수 있는 게 남녀사이니까 매사 조심하라고. 근데 난 엄마 말을 듣지 않았어요. 언제나 내 남자와 친구들을 믿었고, 그런 일은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죠. 저 두 사람이 내게 상처주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도야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했다. 그만큼 남자를 사랑했고 친구를 사랑했다. 이젠 과거가 됐지만, 그 마음을 처음 만난 나도 이리 훤히 보고 있는데 그들은 보지 못한 걸까. 보지 못한 게 아니라 무시했겠지.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진짜 사랑일지 시한부 욕망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당시엔 자신들 외엔 그 어떤 것도 고려할 수 없었겠지. 참 잔인하게도.

  “어디까지 해봤어요?”

  갑자기 날아온 핵심 빠진 질문은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러나 곧 그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매일 집 앞에 찾아갔어요. 스토커란 소릴 들을 정도로 말이에요. 나를 바보로 만들어 놓고 사과 한 마디 없는 게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물론 그 바탕에는 사랑이 남아 있었지만요. 단비 씨는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요. 할 수가 없었어요.’

  매일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고, 함께 찍은 사진을 차마 지우지 못해 고민하고, 현수가 그동안 내게 했던 말들이 하나하나 가슴에 다시 새겨지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만큼 현수가 내세운 이별의 이유는 충격적이었고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나쁜 자식.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애써 눌러놓은 현수에 대한 원망이 풀어지기 직전,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윤완이었다. 타이밍 좋게 걸려온 윤완의 전화는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삼켜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 했고, 그걸 원치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이름을 본 순간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고요해졌다.

  “뭐예요. 화장실에 빠졌어요?”

  주변의 소음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부드러웠다. 적당한 체온처럼 따뜻했고.

  “곧 가요.”

  “길이 헷갈리는 거면 제가 마중 갈까요?”

  장난 같으면서도 진지한 말투. 이 남자 그새 술을 많이 마셨나.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가 말하는 도중에 전화를 끊었다. 내가 일부러 끊은 것을 알 리 없는 윤완은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는 울리는 휴대폰을 가리키며 재촉했다.

  “우리 이제 들어가야 해요. 다들 찾네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도야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했다. 아직 그 커플이 식당 안에 있으니 당연한 반응일 터였다. 그러나 언제까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라 그녀는 내 뒤를 따라나섰다. 식당 안으로 발을 들이는데 그녀가 황급히 붙잡았다.

  “잠깐만요. 갑자기 너무너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같이 할래요?”

  그녀는 무작정 날 끌고 근처를 배회했다. 차를 살피는 것으로 짐작컨대 전남친이나 친구였던 여자의 차를 찾는 듯 했다. 식당엔 주차장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 우린 도로나 다른 상가 앞을 살펴야만 했다.

  그녀가 하려는 일은 무엇일까. 차라면 혹시 유리창을 깨려는 걸까? 나라면……그러고 싶었다. 큼직한 벽돌 하나 들고 앞 유리창에 투척. 아니면 방망이를 들고 화가 풀릴 때까지 실컷 두드리고 싶었다. 그런다고 현수의 마음에 상처를 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숨겨둔 분노를 보여줄 순 있을 것이었다.

  “찾았다. 이거예요. 아직도 블랙박스가 없네. 다행이다.”

  그녀는 흔히 볼 수 있는 경차 앞에 섰다. 곧바로 주머니를 뒤져 오백 원짜리 동전을 찾아낸 뒤 손에 들었다. 그리곤 다부진 표정으로 차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끼익- 끼익-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차 페인트가 벗겨졌다.

  원치 않게 속살을 드러내게 된 차가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했다. 내 잘못은 아니잖아. 근데 왜 내가 벌을 받아야 하지.

  “저기.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저쪽에서 알기라도 하면 곤란해지잖아요.”

  나는 그녀를 말렸다. 그녀를 위해서. 차를 위해서. 그러나 그녀는 괜찮다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계속 옮겨 다녔다. 끼익- 끼익. 그로인해 동전이 만들어낸 선들이 얽히고설켜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 냈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는지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곤 또다시 동전든 손을 움직였다. 이것은 지나가는 사람의 발목을 붙들기에 충분한 수상쩍은 행동이었다.

  “거기 지금 뭐하는 겁니까?”

  한 남자가 용기 있게 다가왔다. 그는 엉망이 된 차 옆면과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그쪽들이 그런 겁니까?”

  “배신 때린 전 애인 차니까 상관하지 말고 그냥 가던 길 가세요.”

  당당한 도야의 태도. 하긴 거짓이 조금도 없으니 당당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지. 아무래도 배신과 전 애인이란 단어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인지 상대는 쉽게 납득했고, 오히려 응원까지 더해준 다음 자리를 떠났다.

  “이걸론 어림없지만 그래도 좀 시원해졌네요.”

  도야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힘들게 정상에 오른 뒤 달라진 공기를 들이마시는 산악인처럼.

  “한 번 해볼래요?”

  그녀는 이 같은 탈선을 내게도 권했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함께 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인지, 이별을 한 동지에 대한 애정인지 그걸 바탕으로 내게 기회를 줬다. 그러나 수리비가 꽤 나올 것 같은 상태를 보니 나까지 보태고 싶지 않았다. 원래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아니에요.”

  “괜찮아요. 혹시 걸리면 내가 다 했다고 할 테니까 마음대로 해 봐요. 분노표출.”

  그녀가 내 손에 동전을 쥐어줬다. 동전이 피부에 닿는 순간 마음 속 어딘가의 빗장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남몰래 숨겨둔 어둠을 끌어내는 신비한 돌처럼 내게 작용했다.

  어느새 동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쁜 사람. 사랑으로도 모자라 친구까지 앗아간 못된 놈. 이별엔 면역이 없는 나를 준비도 안 시키고 버린 현현수 같은 놈.

  현수에 대한 분노가 이름도 모르는 그에게 전이됐다. 그러자 나 역시 그에게 벌을 주고 싶었다. 동전을 잡은 손에 더 큰 힘이 들어갔다. 한계를 넘어선 힘으로 인해 손 마디마디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이미 넘쳐버린 감정으로 인해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 윤완으로부터 또 전화가 걸려왔다. 마음이……또 풀렸다.

  “대체 어딜 간 거예요!”

  윤완은 말도 없이 사라진 나에게 소리쳤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휴대폰 밖으로 새어나왔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던 도야에게까지 들렸고, 도야는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큰 소리로 지금 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눈이 마주치자 그녀와 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어댔다.

 

  우리는 마무리를 짓고 식당으로 돌아갔다. 하필이면 그때 도야를 가슴 아프게 했던 커플이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도야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커플에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그 말에 딱 맞아 떨어졌다. 반대로 이쪽은 거리낄게 없으니 당당했다.

  “도 도야야.”

  상대방 여자의 입술 사이로 도야의 이름이 낮게 흘러나왔다. 도야는 대답대신 옆으로 내려온 잔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턱을 약간 쳐들었다. 그리곤 처음 본 사람을 대하듯 스쳐 지나갔다.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우아한 동작이었다.

  따로 놓고 볼 땐 몰랐는데 두 사람을 같이 놓고 보니 도야가 확연히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그는 왜 버렸을까. 익숙해져 무뎌진 걸까. 그 사이를 저 여자에 대한 설렘이 파고 들어왔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의 결말이 어리석은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도야의 눈물을 뺀 만큼.

  나는 도야의 뒤를 따라가다 슬쩍 돌아봤다. 커플은 아직도 문 앞에 있었다. 머뭇거리는 모습이 미련이 남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와 눈이 마주치차 얼른 표정을 지우곤 사라졌다. 적어도 부끄러움은 아는 듯 했다.

  “두 사람 왜 이제 와.”

  일행에게 가니 가장 먼저 명선이 타박했다.

  “완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왔다갔다 안절부절…….”

  명선은 얘기를 하다말고 박장대소했다. 다른 사람들도 키득거리는데 윤완만은 표정을 지우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전화를 안 받은 나에게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그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러다 그가 계속해서 기막힌 타이밍에 전화를 건 일이 떠올랐다. 이 사람에겐 내 비뚤어짐을 감지하는 텔레파시가 있는 건 아닐까. 아니 왜? 옆집 사람이라서? 내 시선을 느꼈는지 윤완이 내게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췄다.

  “왜 그렇게 봐요?”

  “아니에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머릿속에선 계속 의문이 맴돌아 주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자. 이 자리는 정리하고 2차 갑시다. 2차는 제가 쏘겠습니다.”

  모임 주인공의 제안에 다들 흔쾌히 움직였다. 걷은 회비로 명선이 계산하는 동안 나머지는 밖에서 기다렸다.

  그 사이 선배에게 전화가 와 나는 일행과 조금 떨어졌다. 일에 관한 얘기를 대충한 뒤 전화를 끊자 기다렸다는 듯 윤완이 다가왔다.

  “아까 소리친 거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걱정시킨 건 단비 씨 잘못이니까.”

  “아……저.”

  나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순간이지만 흘러넘친 그의 감정에 당혹스러웠으니까. 자리를 옮긴 그는 곧장 도야에게 갔다. 무슨 말을 했는지 도야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그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그 모습에 나는 내 생각과 느낌이 그가 낸 신호를 오버해서 받아들였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나에게 했던 말을 그녀에게도 했겠지.

  민망해진 나는 일행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곧 명선이 나오고 모두 모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도야가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내가 주춤거리자 윤완이 가까이 오려고 발을 움직였다. 내내 가만히 있다가 그가 데려가려고 오자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는 그림만은 피하고 싶어서 재빨리 일행 사이로 끼어들었다.

  우리는 2차를 어디로 갈지 의견을 조율했다. 음주와 가무 혹은 커피. 극과 극을 달리는 의견은 좀체 좁혀지지 않았고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2차는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될 것 같았다.

  나는 차라리 그렇게 되길 바랐다. 그들과는 충분히 놀았고, 이젠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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