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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를 잊은 그대에게
작가 : 하나
작품등록일 : 2020.9.14

7년을 만난 애인에게 예고도 없이 차인 단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지내던 그녀 앞에 옆집 남자 윤완이 나타났다. 이별 극복을 도와준다는 모임 '라벤더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단비의 삶에 조금씩 스며드는데....과연 단비는 새로운 사랑을 붙잡을 수 있을까.

이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여자 이야기.

 
19화) 급모임
작성일 : 20-09-26 13:50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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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달리는 것을 멈추자 갈비뼈와 가슴으로 통증이 몰려왔다.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괜찮아지길 기다리는 와중에 양말만 신고 있는 한쪽 발이 눈에 들어왔다. 뛰다가 로퍼 한 짝이 어디선가 벗겨진 모양이었다.

  발을 올려 양말 바닥을 보니 꽤 새까맸다. 한참을 그 상태로 뛰었구나. 땅바닥을 내딛을 때마다 차가웠을 텐데 몰랐다니. 둔한 건지, 아니면 그것조차 몰랐을 정도로 감정이 넘쳤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뜻밖에 신데렐라가 된 나는 뛰어온 길을 더듬어 가며 신발을 찾았다. 로퍼를 가져다 줄 친절한 왕자님은 내게 없으니 스스로 구해야 했다.

  “신발은 어쨌어요?”

  골목의 절반쯤 왔을 때 그곳을 지나가던 국숫집 직원과 만났다. 꼴이 우스워 도망치려고 했으나 더 이상 힘도 없고 발도 시려서 포기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애도 아니고. 신발을 잃어버려요?”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한 쪽뿐인 그걸 누가 주워가겠어요.”

  나는 최대한 목을 빼고 시선이 닿는 데까지 살폈다. 그러나 로퍼는 물론 로퍼 비슷한 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카페에서부터 맨발로 온 듯 싶었다. 카페로 찾으러 가는 일은 이보다 더 창피하고 굴욕적이라 포기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가게에 남는 신발 있는데 우선 그거라도 신으세요. 발 아프겠어요. 같이 가실래요, 여기서 기다리실래요?”

  발은 시렸지만 혼자 앉아 있는 게 더 불쌍하게 보일 것 같아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가게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밖에서 기다린다는 말에 그는 마음대로 하라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 사장님하고 싸운 건 아니죠?”

  “아니에요.”

  “그럼 왜 요즘 국수 먹으러 안 오세요? 한참 됐잖아요.”

  ‘그곳이 이별장소라서 그래요. 아직은 때가 아니니 나중에 갈게요.’

  나는 진실은 뒤로하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걸로 대답이 됐는지 그는 가게로 들어가 신발을 가져왔다. 남성용 운동화라 헐거웠지만 끈을 꽉 조이면 나름 신을 만했다.

  나는 신발을 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곤 가게 앞을 떠났다. 그런 내 뒤에 대고 그가 가까운 시일 내에 들려달라고 소리쳤다. 새로운 튀김이 메뉴에 추가됐다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자신이 일하는 가게를 사랑하고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

  나 역시 그런 사람인데 지금은 이대로 퇴근해 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무단조퇴가 돼 선배가 화를 낼 테지만 신발도 신었겠다 못할 건 없었다.

  그러나 소심한 나는 회사로 복귀했다. 남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선배는 막내와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도정하는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내 자리로 가보니 잃어버린 로퍼가 책상 아래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규성이 나를 쫓아오다가 발견한 모양이었다.

  “규성 씨가 연락해 달래. 그리고 너는 신발은 왜 잃어버리고 다니니.”

  선배가 규성의 메모를 전했다. 나는 무시하고 책상에 새롭게 놓인 인쇄물을 살폈다.

  “대본이 벌써 나왔어요?”

  인쇄물을 손에 잡고 한꺼번에 넘겨보니 대략 6~7장은 되는 것 같았다.

  “다는 아니고 앞부분만. 다 나올 길 기다렸다가 연습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서 되는 대로 먼저 달라고 했어. 읽어보고 어서 외우도록 해. 무브무브.”

  선배가 박수까지 치며 내 의욕에 불을 붙이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대본의 앞장을 보며 내용을 읽어봤다. 극은 두 사람의 첫 만남으로 시작됐다.

  ‘형이 많이 아파요.’

  그 사람은 이걸 써내려가는 동안 참 많이 아팠겠다.

  ‘이별식이 될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자리. 나였다면 마련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사랑하면서,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그 사람은 어찌 떠날 수 있단 말인가.

  두 사람의 사랑과 현실에 슬픔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러자 눈물이 차올랐다. 여기서 뜬금없이 울면 틀림없이 이유를 물어볼 텐데.

  규성이 미운 건 미운 거고 비밀은 비밀이니까 지켜주고 싶었지만 좀체 감정이 비워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연극 대본을 뒤집어 눈앞에서 치워버렸다.

  하필이면 그 모습을 선배에게 틀기고 말았다. 선배는 자유롭게 풀어뒀던 양팔을 곱게 접어 팔짱을 꼈다. 그녀에게 있어 대표님의 위엄은 그런 거였다.

  “고단비 씨. 연습하랬더니 뭐하는 거지?”

  “내일부터 할게요. 집중이 영 안 되네요.”

  “그럼 읽어보기라도 해.”

  선배가 다가와 대본을 뒤집었다. 그러자 대본에 있던 글자들이 움직이며 내 눈을 자극했다. 훌쩍. 이대로 두면 진짜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참자. 참자. 나는 눈길을 다른 데로 돌렸다.

  “그것도 내일 할게요.”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거 있어? 맡은 거 없잖아.”

  정곡을 거침없이 찌르는 나 선배. 나는 재빨리 핑계거리를 찾았다.

  “그냥……기분이……그래서…….”

  이 정도면 애교로 넘어가주지 않을까. 아니. 선배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막내야. 넌 선배가 이러는 게 이해가 가니?”

  막내 앞에서 내 흉을 보는 잔인한 선배. 막내는 내가 무안하지 않게 적당히 웃다가 하던 일에 집중했다. 그 모습에 선배는 몹시 감격해 했다. 일부러 나 보란 듯이 더. 더.

  “막내도 저리 열심히 일하는데. 너란 사람은.”

  선배가 검지를 접어 내 이마에 꿀밤을 세게 놓았다. 아팠다. 책상 모서리에 부딪혔을 때보다도 훨씬.

  “정신 안 차리지? 여긴 회사다. 놀이터 아니야.”

  선배는 내 손에 대본을 꼭 쥐어준 뒤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 동안은 눈이 빠져라 나를 주시해서 살펴보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단비 씨. 오늘 급모임이 잡혔는데 참석 하겠어요?]

  퇴근 시간을 1시간 남겨두고 윤완의 문자를 받았다. 급모임? 솔깃했다. 기분도 꿀꿀한데 참석해 볼까.

  [네. 참석 할게요. 그때 거기로 가면 되나요?]

  [아니요. 오늘은 장소가 다릅니다.]

  선배가 일찍 퇴근을 시켜줘 나는 약속 장소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하필 현수와 자주 가던 동네라 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해야 했지만 결국 오고 말았다.

  아직 일행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예약자 이름을 대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고 싶진 않아서 밖에서 기다렸다.

  날이 많이 풀렸다지만 한 번씩 부는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옷을 여미고 몸을 웅크리며 걸었다. 지나가던 커플이 내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곤 남자가 여자의 휑한 목에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둘러줬다. 다정한 행동. 행복한 모습. 부러움과 동시에 쓸쓸함이 몰려들었다.

  ‘장갑은 또 어쨌어.’

  겨울만 되면 내게 하던 현수의 잔소리.

  ‘자. 오늘만 빌려준다.’

  말은 그렇게 해도 언제나 내 차지였던 현수의 손.

  나도 모르게 꽉 쥔 손에선 현수의 체온이 남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았던…….

  “여기서 뭐하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윤완이 눈앞에 있었다. 나는 인사를 나누다가 그의 손으로 눈길이 갔다. 따뜻하고 편안했던 느낌이 생생히 되살아나 다시 한 번 잡고 싶어졌다.

  “손 페티시 그런 거예요?”

  목소리를 낮춰 말하는 윤완 때문에 황당해진 나는 뒤로 물러났다.

  “네? 네에?”

  “보니까 저번부터 내 손에 관심을 두는 것 같아서요.”

  “제가 언제요? 그런 적 없거든요? 그리고 저요, 페티시 그런 거 없어요.”

  그가 의심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통에 나는 몇 번이나 강조해야 했다. 그러자 그의 눈이 풀리면서 웃음을 지었다. 뒤늦게 그가 놀리고 있다는 걸 깨달은 나는 기분이 상해 눈빛 레이저를 쐈다.

  ‘나는 당신이 놀릴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가 손을 모아 사과했다.

  그럼 손을 잡게 해줘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런 말이 올라왔다. 그에게 닿기 전에 꾹 삼켰지만 당혹스러웠다. 손을 잡게 해달라니. 잡고 싶다니. 정말 내게 페티시가 있는 건 아닐까.

  혼란스러운 와중에 또다시 그의 손으로 살며시 눈길이 갔다. 아 안 돼. 재빨리 눈을 돌렸지만 왠지 그에게 들켰을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머. 이게 뭔 장면이래. 데이트?”

  갑자기 고운 목소리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목선이 드러나게끔 긴 머리를 바짝 틀어 올리고 있었다. 하얗고 반듯하게 잘 빠진 목선이라 나였어도 드러내놓고 다녔을 테지만 아직은 추워서 무리인 듯 보였다.

  “묻잖아. 데이트냐고.”

  여자가 대답 않는 윤완을 재촉했다. 동시에 나를 이리저리 살폈다. 초면에 불쾌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녀는 싫지 않았다.

  “인사해. 고단비 씨라고 신입이야. 단비 씨, 여긴.”

  “정도야예요. 반가워요. 아. 모임의 특성상 반가워하면 안 되나?”

  윤완의 소개를 가로챈 그녀는 피식 웃더니 그래도 반갑다고 손을 흔들었다. 이어 자연스레 내게 팔짱을 끼곤 식당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머지않아 네 사람이 더 와 우린 일곱이 됐다. 내게 무생채를 나눠준 선형과 그녀와 티격태격하던 명선을 빼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윤완이 살짝 일러준 바에 의하면 모두 라벤더 모임의 원년멤버쯤 되며 이 자리는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주는 자리라고 했다.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유독 나를 경계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자리에 신입을 부른 경우는 처음이란 그녀의 말에 살짝 불편했지만 다른 이들은 나의 동석을 개의치 않아 해서 마음을 놓았다. 특히 도야는 옆자리에 앉아 나를 살뜰히 챙겼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가려나.”

  “걱정 마. 1년은 넘길 테니까. 더 하면 결혼까지도.”

  “퍽이나.”

  농담이 오가고 웃음이 만발했다. 마냥 우울하기만 했던 정식 모임과는 상반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에 있다 보면 나도 이별의 상처를 금세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나는 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단비 씨. 같이 가요.”

  화장실에 가는 나를 도야가 뒤따라 왔다. 그녀는 어른이 된 후에도 외부 화장실은 무서워 누군가와 꼭 같이 가야한다고 했다.

  화장실은 비좁았다. 한 칸뿐이라 배턴터치를 하듯 한 사람이 사용하고 다음 사람이 사용해야 했다. 내가 손을 씻는 동안 그녀가 말했다.

  “처음 봤는데 내가 너무 친한 척 하며 들러붙었죠? 미안해요. 오늘만 봐줘요. 누구든 붙잡고 얘기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오늘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헛헛하네요.”

  악의가 들어있지 않은 친근함. 평소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낯선 이들이 여러 명 있을 땐 오히려 고마워지는 배려라 웃어 넘겼다. 그 웃음 때문인지 그녀는 안심하는 듯 했다.

  자리로 돌아가는데 그녀가 갑자기 멈춰 섰다. 누군가를 보고 놀란 그녀는 순식간에 생기를 잃었다.

  “왜 그래요?”

  “저기.”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에는 커플이 있었다. 알콩달콩 사랑이 샘솟는 커플. 뜨거운 그들의 애정이 부러운 건가. 아니면.

  “내 전 남친. 그 옆은 내 남친 가로채서 절교한 옛 절친.”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입가가 부르르 떨렸다. 뭔 일이 일어나도 크게 일어날 듯한 상황이라 내심 불안했다. 그래서 그들보다 안쪽에 앉아 있는 우리 일행을 찾았다.

  다들 나와 도야의 부재는 신경도 안 쓰고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나는 윤완이 내 쪽을 돌아봐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단비 씨. 먼저 가세요.”

  도야는 바람을 쐬고 싶다며 밖으로 나갔다. 축 쳐진 어깨가 따라 나와 달래달라고 하는 것 같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도야는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댄 채 꼼짝하지 않았다. 내내 밝았던 얼굴에서 빛이 사라지자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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