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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태양전기
작가 : 윤신현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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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잃었고, 목표를 세웠다. 덧없이 죽어간 벗이 남긴 삶의 무게.
지금 그 길을 가슴에 품다. 벗이여, 저 하늘의 태양과도 같은 존재가 되겠다!
하류무사가 꿈꾸는 무의 대지, 천무십관 시작된 도전, 처절한 단련, 모든 것은 고독한 싸움이었다.
가슴에 태양을 품고 양손에 열기를 머금은 사내 신기주.
지금 그가 친구를 대신해 절대지로를 걷는다. 그의 족적 아래 신화는 눈을 뜬다!

 
제 10 화
작성일 : 16-07-13 14:31     조회 : 739     추천 : 0     분량 : 9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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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흘흘흘!”

 아무리 운기해도 늘어나지 않는 내기에 신기주가 답답해하고 있을 때 수련실 밖에서 노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고 비아냥거리는 듯한 웃음소리에 신기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신기주를 힘들게 하는 건 노인의 웃음소리도, 혼자라는 외로움도 아니었다.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현실이 신기주를 가장 힘들게 했다.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지만 무공은 벽에라도 막힌 듯 정체되어 발전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신기주는 침상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달그닥.

 그의 움직임에 목에 걸려 있던 태양신패가 귀 옆으로 떨어졌다.

 신기주는 태양신패를 들어서 눈앞으로 가져갔다.

 힘겨울 때마다 만져서 그런지 태양신패가 반질반질하게 빛이 났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할 순 없지.”

 신기주는 약속했다.

 태양 같은 남자가 되기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절대 포기해선 안 됐다.

 아무리 큰 벽이 앞에 있어도 신기주는 뚫고 나가야만 했다.

 “그래. 네가 단단한지, 내가 단단한지 한 번 붙어보자.”

 흐릿했던 신기주의 눈빛에 새파란 독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벌떡 일어나 벽을 향해 정권을 뻗기 시작했다.

 “막혀 있으면, 부수면 되는 법!”

 쿠웅! 쿵!

 신기주는 새파랗게 빛나는 눈으로 끊임없이 정권 찌르기를 반복했다.

 양손을 번갈아 가며 벽에 정권을 찌르자 금세 손이 피범벅으로 변했다.

 그러자 신기주는 권법실에서 가져온 무명천을 손에 둘둘 말고선 다시 정권 찌르기를 반복했다.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렀고 5년의 세월은 신기주를 청년에서 헌앙한 장부로 만들어 주었다.

 키는 별로 크지 않았으나 가슴은 떡 벌어졌고, 어깨는 단단해졌다.

 하체는 굳건하여 어떠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스으윽. 스으윽.

 혼자만의 수련실에서 신기주는 권무(拳舞)을 추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권무는 아니었다.

 주먹을 쥐기도 하고 손바닥을 넓게 펼치기도 하며 손등으로 벽을 훑듯이 흔들기도 했다.

 마치 전신을 전부 이용하는 듯한 권무는 한줄기 산들바람과 같았다.

 타박. 탁.

 바람과 같이 부드러우면서도 한없이 자연스러운 권무에는 전진무적보의 묘리도 담겨 있었다.

 그런데 예전의 전진무적보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절대 뒷걸음질 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전진무적보는 과격한 돌진이 주를 이루는 보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권무에 녹아든 전진무적보는 강인한 느낌이 들긴 해도 저돌적인 느낌을 주진 않았다.

 츠츠츠츠.

 권무에 취한 듯 두 눈을 감고서 몸을 움직이는 신기주의 손에서 맑은 황색의 기운이 안개처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했던 황색의 기운은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더욱 짙어졌고,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또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신기주의 몸을 휘감았다.

 탁.

 “여기까진가.”

 무려 반 시진 동안 권무에 취해있던 신기주가 움직임을 멈추자 구름처럼 그를 따랐던 황색의 기운이 전신모공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빨려 들어오는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신기주는 눈을 떴다.

 예전에 비해 한층 깊어진 눈빛으로 신기주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굳은살이 가득 잡혀 있는 손은 그가 지난 세월동안 얼마나 처절하게 수련에 임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후후.”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예전의 신기주가 절박함과 독기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의 신기주에게서는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여유는 자신감에서 나왔다.

 지난 5년의 세월 동안 신기주는 정말 죽을 각오로 수련했다.

 잠을 안 잘 수는 없었기에 조금씩 잠을 줄여가며 수련에 매진했다.

 수련하고 또 수련.

 매일이 똑같은 수련의 연속이었다.

 지겹고도 지겨운 고행을 신기주는 우직하게 밀고 나갔다.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노력으로 그 부족한 재능을 채우려고 한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가 알고 있기에 끝까지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부족함을 몰랐다면 이만큼 노력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발전이 없어도, 성장하지 않아도 신기주는 노력했다.

 하지만 무식하게 노력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수련할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했다.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하면 분명히 따라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 추월은 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기주는 고민했다.

 노력을 하면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그 중 하나가 바로 잠을 줄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좌공(坐功)과 동공(動功)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

 수련을 하면서 동시에 개천일륜신공을 운기하는 것은 무모하다 못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그런데 신기주는 그것을 가능케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란 말이 있는 것처럼 신기주는 막무가내 식이긴 했으나 그것을 실현해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신기주는 빠른 시일에 상당한 내공을 축기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신기주는 삼안(三眼)의 수련도 잊지 않고 매일 행했다.

 두 번째 눈인 심안도 육안과 마찬가지로 뜬구름 잡기 식의 짧은 구결만 남아있었는데 그걸 매일 붙잡고 신기주는 고뇌했다.

 당연히 성취는 지지부진 했다.

 하지만 얻은 게 없다고 하면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

 심안의 입문은 오감(五感)을 차단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가장 먼저 시각을 닫고, 후각, 촉각, 미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각을 닫아야 심안을 수련할 수 있었다.

 물론 오감을 스스로의 의지로 차단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감각은 마음먹는다고 해서 차단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오감에 의지하여 살아왔었는데 그것을 차단시키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신기주는 노력했고, 얼마 전에는 오감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단초는 의외로 쉬웠다.

 잠을 줄일 때 썼던 집중이 오감을 차단할 때도 큰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재능을 넌 알아봐줬었지.”

 씨익 웃은 신기주가 침상 옆에 놓여 있던 물 항아리를 번쩍 들고서 수련실의 문을 열었다.

 “흘흘흘! 포기했느냐? 이젠 포기할 때가 되었는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무섭게 지난 5년 동안 그에게 항상 말을 걸었던 노인이 오늘도 여지없이 말을 걸어왔다.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

 “클클! 고놈 참 질기기도 하구나! 하지만 이제 멀지 않았어! 크흘흘!”

 스스로에 대해 믿음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겼을 때부터 신기주는 노인과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노인이 제 정신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에 신기주는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5년 동안 간간히 얼굴을 봐와서 그런지 미운 정이 어느 정도 든 상태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5년을 보내면서 신기주는 이곳에 자신을 포함해 총 다섯 명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육관에서 처음 만났던 청년과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노인, 그리고 사십대의 장한과 나이를 알 수 없는 괴인까지.

 총 다섯 명이 이곳 칠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존재는 사십대의 장한이었다.

 두 눈에 항상 광기(狂氣)를 띠고 있는 그는 극도로 사람과의 접촉을 꺼렸다.

 그건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눈에 담긴 광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그래서 더욱 인상 깊은 것일지도 몰랐다.

 “크아아악!”

 다른 관문보다 몇 배는 넓은 칠관인 만큼 연못의 크기도 훨씬 컸다.

 그 연못 옆에서 바가지로 물을 뜨던 신기주는 팔관의 입구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왼쪽 팔이 기괴하게 꺾인 괴인이 비척비척 걸어 나왔다.

 털썩!

 “클클! 멍청하긴. 우린 절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해!”

 미약한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진 괴인을 향해 노인이 비웃음을 날렸다.

 천무십관에 들어오기는 쉬우나 나가는 것이 힘겨운 이유.

 그 이유를 신기주는 일 년 전에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지나온 관문들도 결코 쉬운 관문들은 없었지만 팔관부터는 그 정도가 확연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신기주가 괴인을 봤을 때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그 정도로 괴인의 기세는 최고참이었던 팔 조장 엄기성보다도 강렬했다.

 하지만 그런 괴인조차도 팔관으로 들어가면 어디 한 곳이 부러져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일류 이상의 무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것을 본 후부터 신기주는 왜 천무십관이 지옥십관으로 불리는지를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클클! 이번에는 미치광이 차례인가?”

 항아리에 물을 반쯤 담았을 때 한쪽 수련실의 문이 열리며 사십대의 장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대도를 꽉 쥐고선 팔관으로 들어갔다.

 쿠웅! 쿵! 콰앙!

 동시다발적으로 충돌음이 들려왔고, 일다경 후에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변한 장한이 팔관의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장한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도를 들 힘조차 없는지 장한은 대도를 질질 끌고서 자신의 수련실로 들어갔다.

 그 광경에 노인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칠관에 울려 퍼졌다.

 뒤이어 기절하듯 쓰러졌던 괴인도 거의 기다시피 자신의 수련실로 들어갔다.

 함께 한 시간이 적지 않음에도 그들은 철저히 개인이었다.

 절대 다른 사람과 말을 섞지도, 도움을 구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 모습은 마치 그게 규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턱.

 신기주는 물을 다 담은 항아리를 들고서 자신의 수련실로 들어왔다.

 “이제 한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린 신기주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한 번 들어가면 물이 동이 날 때까지 나오지 않던 신기주가 금세 다시 밖으로 나오자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적이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하지만 신기주는 노인이 놀라거나 말거나 육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육관으로 향하는 신기주를 향해 노인이 소리쳤다.

 “클클! 익힌 무공이 잘못 되었구만? 흘흘! 하지만 늦었어! 한 번 익힌 걸 지우고 다시 익힌다고 해서 습관이 어디 간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크흘흘!”

 마치 신기주가 왜 육관으로 되돌아가려는 이유를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노인은 소리쳤다.

 그러나 신기주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육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계속 걸었다.

 신기주는 무공을 다시 익히기 위해 육관에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목적지도 육관이 아니었고.

 계속 걷던 신기주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뜻밖에도 삼관이었다.

 십 년 만에 되돌아온 삼관은 처음에 봤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간간히 썩은 말뚝이 시간이 꽤 흘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잠시 회상에 젖어있던 신기주는 가볍게 몸을 띄었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제자리에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주의 신형은 표홀하게 움직이며 삼십 장의 거리를 단 한 번에 건너뛰었던 것이다.

 십 년 전에 삼 장의 거리를 가까스로 뛰어 넘은 것이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였다.

 하지만 신기주는 그런 자신의 변화에도 크게 기꺼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몸을 돌려 다시 출발선에 섰다.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신기주가 삼관으로 온 이유는 균형감각을 수련하기 위해서도, 그렇다고 자신의 무공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가 삼관을 다시 찾은 이유는 한 가지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탁. 타탁.

 출발선에서 발을 떼기 무섭게 강풍이 불어와 신기주의 신형을 밀어내려 했다.

 소매와 바지가 강풍이 휘말리며 거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신기주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느긋하게 말뚝을 밟으며 이동했다.

 푸슉!

 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중간 지점쯤 도착하자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려오며 화살촉들이 신기주의 전신으로 쇄도해 왔다.

 숫자도 십 년 전과 똑같은 숫자였다.

 하지만 화살촉에 대한 신기주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스으윽.

 좌수가 좌측에서 우측으로 느릿하게 움직이자 주변의 바람이 잠잠해졌다.

 아주 잠깐 동안 바람이 멈추자 날아오던 화살촉은 힘을 잃으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신기주는 천천히 그 자리를 지나쳤다.

 십 장 정도의 거리가 남았을 때 드디어 미약한 폭발 소리와 함께 앞을 가리는 검은 연기가 삼관을 가득 채워버렸다.

 그 순간 신기주의 눈이 빛났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신기주가 삼관을 찾아온 이유였기 때문이다.

 휘이이잉!

 중심을 잡을 수 없도록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신기주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감을 하나둘씩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연기에 몸을 숨기고서 날아오는 두 번째 공격이 있었다.

 바람을 타고서 빠르게 쇄도해 오는 화살촉은 금방 신기주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그런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태인 신기주가 가벼운 움직임으로 화살촉을 피해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눈을 감은 채로 앞을 향해 나아가기까지 했다.

 마치 눈에 훤히 보이는 것처럼 신기주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뚝을 밟으며 순식간에 십 장의 거리를 주파했다.

 타악.

 삼관의 끝에 도착한 신기주가 그제야 두 눈을 떴다.

 눈을 뜬 그의 입가엔 만족스런 미소가 걸려 있었다.

 “드디어 얻었다.”

 신기주가 삼관을 다시 찾아온 이유는 심안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에 입문한 것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확신을 가질 순 없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삼관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아직 심안을 뜨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중요한 건 확실하게 심안을 얻었고,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얻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심안을 얻음으로서 기감의 영역이 더 확대됐고, 세밀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을 모두 확인한 신기주는 다시 자신의 수련실로 향했다.

 이제 밖으로 나가기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심안을 사용할 수 있게 된 후 신기주는 심안의 활용도에 대해 중심적으로 수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무공들을 소홀하게 수련하진 않았다.

 대신 중점을 심안에 좀 더 두었을 뿐이다.

 권법과 장법을 수련하고 지법과 수법을 수련한 신기주는 마지막으로 가볍게 운기행공을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운기를 했을 뿐인데도 온몸에서 충만한 내력이 느껴졌다.

 “드디어 오늘이다.”

 스스로가 부족하다 싶어 수련한 시간이 5년이었다.

 개인 수련실에 들어온 총 시간을 합치면 무려 9년이나 되었다.

 소년이던 신기주는 어느덧 스물일곱의 헌원장부가 되어 있었다.

 단 한 번도 자르지 않은 머리는 어느새 허리에 닿을 정도로 길었고, 입 주변에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않아 꾀죄죄한 모습이었지만 두 눈만큼은 별빛처럼 밝았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렇게 몰래 숨어있을 생각이십니까?”

 신기주의 시선이 수련실의 천장으로 향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천장의 음영진 곳에서 검은 덩어리가 일렁이더니 이윽고 한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던 것이다.

 온몸을 짙은 어둠으로 감싼 듯한 남자가 새까만 눈동자에 놀라움을 담고서 신기주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남자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그보다 왜 이곳에 있는지부터 묻고 싶군요.”

 잠시 신기주와 눈을 마주하던 의문의 남자가 바닥으로 내려섰다.

 천장에서 내려섰음에도 남자는 마치 깃털처럼 부드럽게 착지했다.

 나이는 대략 삼십대 후반으로 보였고, 얼굴에는 자잘한 상처가 있어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외모가 아니었다.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살수무공을 극한으로 익힌 사람인가? 그런데 칠관에 살수무공이 있었나?’

 신기주가 남자를 처음으로 느낀 때는 한 달 전이었다.

 심안을 얻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에 남자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전에는 칠관에 한 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천무십관을 나갈 가능성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남자의 말에 신기주는 웃었다.

 이 한 마디로 남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확신은 없었다.

 그래서 신기주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자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요.”

 “…안타깝게도 내가 익힌 무공과 팔관의 시험은 상성이 맞지 않는다.”

 이로서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신기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남자 역시 그것을 봤지만 따로 더 이상의 설명을 붙이진 않았다.

 “천무십관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제게 무엇을 주실 수 있습니까?”

 “…없다.”

 “그러면서도 저와 거래를 하려고 찾아온 겁니까?”

 “무엇을 원하지?”

 거래는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신기주에게 원하는 것이 있음에도 줄 것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남자는 당당했다.

 “3년. 3년 동안 저를 도와주시지요.”

 “…그림자가 되라는 말이냐?”

 “그거와는 좀 다릅니다. 그저 3년 동안 저를 도와주시면 됩니다. 물론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만 부탁할 생각이니까요.”

 “흐음….”

 남자가 고민스런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계산해보는 것 같았다.

 “돈은 어떠냐? 나가기만 한다면 금자 천 냥을 구해주겠다.”

 “거절하겠습니다.”

 신기주는 우연찮게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강호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아 은신술의 수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적어도 은신술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수준에 올라 있었다.

 이런 사람을 주변에 둘 수 있다면 앞으로 있을 무림행에서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 자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기주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제 제안이 마음에 드시지 않으시면 돌아가시면 됩니다. 대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 있어야 하겠지요.”

 남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고심하던 남자는 일단 결정을 내린 듯 신기주를 바라봤다.

 “먼저 네 실력부터 확인하겠다.”

 “제가 팔관을 통과하면 못 따라오실 텐데요.”

 남자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신기주가 그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기 때문이다.

 “…3년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기주라고 합니다.”

 “…암적표(暗寂豹)라고 불러라.”

 신기주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암적표의 손을 잡았다.

 이로서 거래는 성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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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 2 화 2016 / 7 / 13 529 0 6944   
1 제 1 화 2016 / 7 / 13 891 0 7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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