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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노케의 힘
작가 : 이타카
작품등록일 : 2020.9.11

악의(惡意)의 시대에 맞선 기석과 마리. 아노케의 힘으로 거대 악(惡)을 넘어설 수 있을까.

 
# 2부 악(惡)의 기운 – 10. 갈등
작성일 : 20-09-25 23:30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5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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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의원의 표정은 온화했다. 내 능력이 만족스러워서 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렌지의 아지랑이를 뚫고서 피어오르는 서늘한 파란색은 몸의 긴장을 풀지 못하게 했다. 김 의원은 넉넉한 할아버지 미소를 지으면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이 선생의 안목을 믿고 시작한건 데. 알고 있었지요?”

 

 “예에?.”

 

 “군천 시장 말이요.”

 

 “아...예... 그런데 요즘 군천 시장 주변에서 떠도는 소문이...”

 

 김 의원은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몸에서는 잿빛과 껌껌한 어두움이 동시에 일었다. 김 의원은 군천 시장을 경쟁의 대열에서 제거해 버릴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 이 선생은 내 생각한 것보다 감이 무척 좋은 모양이던데. 술을 그리 마시고도 족집게처럼 잡아내고 말이요.”

 

 “그게, 사실 마리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들 사이로 가서 대화를 듣기도 하고, 기색을 관찰하기도 하고 그런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알려 주기도 하고.”

 

 “아하! 귀신을 그렇게도 이용할 수 있는 거군. 아노케의 힘은 흥미로워요. 나는 사라지게 밖에는 못하는데 말이요.”

 

 마리는 색을 모두 잃고 뿌연 모습을 하고 방 한구석에 서 있었다. 김 의원을 바라보는 눈에는 경계와 두려움이 떠올라 있었다.

 

 “의원님 그러니까. 마리에 대해 좋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입니다.”

 

 김 의원의 눈초리가 서늘해 졌다. 표정에는 못마땅함이 떠올랐다. 이번일로 마리의 유용성을 입증되었음에도 김 의원의 마음을 돌리긴 어려운 듯 싶었다.

 

 “지난번 서래섬에서 보여준 게 있을 텐데. 잊었나 보네. 내 경험상 귀신하고의 거래는 좋지 않아요. 사람들이 이성을 잃거나 미치는 것도 귀신하고 연관된단 말입니다. 유감스럽게 우리 주변엔 귀신들이 너무 많아요. 무슨 한이 그리 있는지. 그러니 가능한 소멸시키는 게 사람들을 위해 좋아요.”

 

 “저도 죽은자를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마리가 다르다는 겁니다.”

 

 “뭐 더 말해야 헛수고일 것 같군. 그나저나 기석 씨 휘트니스 클럽은 잘 다녀요? 어느 정도 기초체력이 되었으면 11단공을 시작해 봅시다. 14단공까지 다 끝내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지.”

 

 휘트니스 클럽. 좁은 공간에서 쇠짝을 들었다 놨다하고 기계위에서 뜀박질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았다. 약속은 했지만. 실행은 별개였다.

 

 “아직 운동을 시작 하지 못했습니다. 이래저래 일들이 계속 생기고, 마음에 정리를 할 것도 있어서요.”

 

 “뭐 그렇다면야. 내가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겠지.. 하지만 귀신을 너무 믿으면 안된다는 건 꼭 집어주고 싶네요.”

 

 마리 문제는 내 스스로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고. 비술을 다시 익히는 건 꺼려졌다. 지금 알게 된 것만 해도 머리가 지근거리는 데, 더 알면 무슨 득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그 수행비서는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마음이 이미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 같던데.”

 

 “아. 가만 놔둘 거에요. 군천 시장 같이 잘 나가는 사람에겐 언제나 적이 있기 마련이지요.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물어뜯으려 덤벼드는. 내가 나서서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지금도 내가 군천 시장과 경쟁관계에 있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데. 군천 시장이 망가지는 일에 내가 관여했다는 티를 낼 필요는 없어요. 표만 떨어지는 거지. 여하튼 세상에는 성급하게 덤비길 좋아하고, 자기 자랑에 목말라하는 인간은 많으니까.”

 

 김 의원에게 나쁜 소문이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려는 모략에 관심을 집중하고 실천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나를 이용하는데도. 김 의원은 깨끗했다. 과거에 이슈가 되었던 정치인들의 낙마를 복기해 봤다. 몇년전 부터 꾸준히 이모 의원이 뒤에서 장난질을 친다, 란 소문이 계속 있었다. 그 소문이 떠돈 이후 그 이모 의원은 대권에서 한참은 멀어졌는데. 지금도 이런 일만 생기면 이모 의원에 대한 말이 떠돌았다. 성미 급하게 덤비길 좋아하고, 자기 자랑에 목말라하는 인간. 이모 의원었다.

 

 이번엔 김 의원이 다른 숙제는 냈다. 중앙부처 공무원이자 국제기구까지 일을 한 경험을 살려, 자신에게 그럴 듯한 정책 한 개를 달라는 거였다. 관상쟁이에서 정책 컨설턴트로 신분이 상승된 셈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책을 내야 되는데, 군천 시장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으면서도, 나라에 도움이 되는.

 

 김 의원의 집을 나와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마리가 시비를 걸었다.

 

 “김 의원이 계속 나를 소멸하려는 데도, 당신은 김 의원하고 같이 일한건가요? 아무리 봐도, 김 의원은 아노케의 힘으로 처단해야 될 악의 중심에요. 겉과 속이 다르고 모략이나 일삼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김 의원은 비술의 전승자란 말야. 비술의 전승자에겐 맡은 바 임무가 있을 거고. 날 가르켰던 금 사부만 해도 좋은 분이셨어. 그리고 정치인이란 원래 권모술수를 못 쓰면 되나. 그거에 능해야 정치를 하지.”

 

 “당신 잊었어요. 주문진일. 그것도 김 의원이 뒤에 있었을 거라고요. 아무리 권모술수를 쓴다 해도 사람을 죽이면 안돼지.”

 

 “물론, 안 잊었어, 그래서 조심한다고. 마리도 따지고 보면 문제가 있었잖아. 아노케의 힘을 찾는다면서 사람들을 죽이거나 미치게 만든거 말야. 그리고 난 매우 융통성이 많은 사람야. 멋들어지게 살고 싶은 사람이고. 권력도 느끼고 싶고.”

 

 “내가 당신 보러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고 했어? 김 의원은 너무 불길하잖아. 그리고 나는 당신의 아내라고 아내. 지 아내를 소멸하겠다고 덤비는 사람 하고 어떻게 같이 일을 해!”

 

 “마리 당신이 내 아내였어?”

 

 마리는 걸음을 멈추더니 아무 말 없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마리의 눈자위 전체가 까맣게 변해갔다. 몸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고. 몸속에서 검은 불길이 솟구치더니 온몸에 불길이 번져 활활 타올랐다. 주위의 죽은 자들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당신 악령에 씌운다는 게 뭔지 알어? 선을 넘지 말아. 내가 살이 있을 때 이리 참으면서 사람을 지켜본 적은 없다는 걸 명심하고. 난 아산티의 공주야.”

 

 억울한 감정이 확 치솟았다. 저한테 누가 마누라 되라고 했나.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사람 납치해서 독약을 먹이고, 살아나니 강제로 결혼하고. 죽었다 싶었는 데 귀신이 돼서 옆에 계속 붙어있고. 지금 사단의 원인 제공은 마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빈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악령이 돼서 머 할건데? 머 날 미치게라도 할 작정야? 이미 죽거나 미치게 하는 약도 먹였잖아, 또 하게? 그리고 니가 어떻게 내 마누라니. 강제로 한거고 이미 넌 죽었잖아.”

 

 마리의 전신이 검은 불이 되었다. 이목구비는 사라지고 눈주위에서는 붉은 기운이 뻣어나왔다. 죽은자들이 한데 모여 소용돌이를 치며 나에게 돌진했다. 섬뜩한 전류가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더하여 물리적인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통증은 심리적인 타격까지 불러왔다. 뼈속까지 쩌릿쩌릿한 공포감이었다. 문득 지숙과의 첫 부부싸움이 떠올랐다. 너무나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던 그날. 그 이후의 삶이 결국 이런 결과를 초래할 걸 수도 있었다. 분노가 공포를 눌렀다.

 

 “차라리 죽여라. 죽여. 이게 산건지 죽은건지. 목숨이나 위협받고.”

 

 마리의 기새는 줄지 않았다. 죽은자의 뭉치도 계속 타격했다. 그런데 분노가 한번 공포를 누르니, 눌러진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물리적 타격도 약해졌다. 검은 화염으로 휩싸인 마리의 모습만 같을 뿐이었다. 팔장을 끼고 마리를 노려봤다. 너가 언제까지 하나 보자 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옆 얼굴이 간질거렸다. 사람들이 나를 피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을 꺼내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동영상을 촬영이라도 하듯. 정작 문제는 죽은자들이 아닌 산자들이었다. 검게 타오르느 마리는 무시하고 달리듯 고속터미널쪽으로 향했다. 길 한복판에서 혼자 소리치고 지랄하고 했으니. 이런게 귀신들린건가. 마리도 어느새 원래의 색을 회복하고 있었다. 자신의 위협이 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마리는 내 앞에 버티고 서서 쬐려보았다. 잠을 자려면 “잠이 오냐?”라는 말이 머리에서 울렸다. 죽은자들의 공격보다 더 무서운 고문. 세종시 고속버스정류장에서 내려, BRT를 갈아타고 집에 오는 내내 마리는 음산한 목소리로 신경을 건드렸다. 집으로 가는 방향에서 사람들이 없을 만한 산책로로 발길을 돌렸다.

 

 “그래,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건데?”

 

 “내가 당신 아내가 아니야?”

 

 “결혼 했으니까. 그래 죽은 아내라고 치자.”

 

 “아내라고 치자?”

 

 “그래 죽은 아내.”

 

 마리는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노려보았다.

 

 “그래 그냥 아내. 됐냐?”

 

 “그럼 아내를 보호해야 되는 게 남편 아닌가?”

 

 “그래서 김 의원 한테 변호해 줬잖아.”

 

 “그게 변호니? 김 의원말에 껌뻑하더만.”

 

 “여하튼 내 상황에서 최선은 김 의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거야. 그리고 김 의원한테 비술을 배워야 아노케의 힘도 알아낼거 아냐! 그래야 당신이 크라인가 하는 곳으로 가고.”

 

 마리는 열려던 입을 닫았다. 그리고는 커다란 눈으로 한 동안 노려보더니 한 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그 비술은 배워야 겠지요. 아노케의 힘을 온전히 알아내서 날 크라로 보내줘요. 죽은자의 모습으로 당신을 따라다니는 게 점점 힘들어지니까. 자존심도 상하고.”

 

 “그래, 나도 아노케의 힘을 알아내야 겠어. 그래야 당신도 그렇고 그 덴케라 암살자놈도 그렇고. 좀 편하게 살고 싶다고.”

 

 이쯤이면 첫 기선 제압은 한 셈이었다. 앞 뒤 안가리고 밤낮으로 못살게 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런데 마리에게서 다시 검은 불꽃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꼭 명심할게 있어요. 김 의원의 기운은 아노케와 반대되는 기운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어요. 김 의원이 악에 가까운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 두말 하지 않고 김 의원과 거래를 하지 말아요.”

 

 “그래 알았다고. 그리고 정말 아노케의 힘이 김 의원 같은 사람과 싸우는 힘이라면, 자연스럽게 그리되지 않겠어?”

 

  나는 전설을 믿는 사람이 아니다. 아노케의 힘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아노케에 관련된 전설을 모두 믿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사람의 의지로 움직이는 힘이다. 그러니 죽은 아노케가 나에게 아무런 짓을 할 수는 없는 거였다. 게다가 이 힘이 정말 아노케의 힘인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마리의 말이 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잘못되면 마리도 잘못될 수 있으니. 그리고 결혼까지 한 인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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