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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작가 : 그린기린
작품등록일 : 2020.9.16

시공간과 인종, 성별을 넘어 사랑을 다루는 불로의 존재, '에로스'
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아프로디테의 학교는 운명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에로스'는 파트너를 지어 임하는데, 우리 이 임무 잘 해낼 수 있을까?

"에로스는 절대 사랑에 빠져선 안돼. 노화와 죽음을 알게 될거야."

납화살과 금화살. 납총알과 금총알.
무엇이 저주이고 무엇이 축복이며 그 누가 먼저 된 신인가.
사랑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조금의 휴식
작성일 : 20-09-25 21:04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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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임무를 무사히 마친 내게 아네모네는 케이크를 안겨주었다.

 

 "뭐야. 이거 언제 준비했어?"

 

 "매일매일 열심히 준비 해봤어."

 

 아네모네의 능청스러운 말에 나는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그 케이크를 받아들었다.

 

 "임무가 정말 다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아."

 

 "처음은 다 그래. 또 이번 임무가 어려운 편이었고."

 

 나는 아네모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임무도 끝났겠다, 시클라멘에게 연락 해야 겠다."

 

 "아프로디테한테 지령 왔는데."

 

 "어?"

 

 "시클라멘에게 이 집을 남겨주고 우리들만 오라더라."

 

 "뭐?"

 

 아네모네의 눈빛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시클라멘을 지금 여기에 혼자 남겨두라는거야?"

 

 "밀테, 진정하고 우선 돌아가서 아프로디테한테 보고하고 이야기해보는 걸로 하자."

 

 "아니, 누가봐도 시클라멘한테 형벌 내리려 하는거잖아. 그렇지?"

 

 "..우선 면면을 맞대고 따지는 게 낫지 않겠어?"

 

 "그래. 지금 당장 가자."

 

 나는 긴장이 풀릴 새도 없이 나사를 다시 조이듯 정신을 가다듬었다. 호랑이 소굴은 이제부터다.

 

 나와 아네모네는 빠르게 짐을 꾸렸다. 그리고 시클라멘에게 잠시 갔다가 다시 돌아오겠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의미에 문자와 쪽지를 한장 남긴 후

 

 비너스의 거울을 덮었던 천을 거두어내고 다시 아프로디테의 품 안으로 돌아갔다.

 

 -

 

 다시 도착한 거울 건너편은 오랜만에 봐도 여전히 속이 답답해지는 광경이었다.

 

 "여전히 거지같네."

 

 "오랜만이네요. 밀테." 

 

 그리고 역시나 당연히 아프로디테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직면한 그녀의 위압감에 몸이 떨려왔다. 나는 숨을 삼켰다.

 

 "두 분 다 교장실로 따라와요."

 

 말 한마디 툭 던지고 먼저 등을 돌려나가버리는 것도 여전했다.

 

 나는 그런 아프로디테의 태도에 표정이 썩어갔고 아네모네는 그런 나를 툭치며 어서 가자고 밀었다.

 

 나는 시클라멘을 생각하며 차마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겼다.

 

 -

 

 "아네모네와 밀테. 제가 왜 둘을 호령했는지 이미 알지 않나요?"

 

 "모르겠지만 잘 됐네요. 저도 때마침 아프로디테님께 꼭 상의드리고 싶은 게 있던 참이라서요."

 

 나와 아프로디테는 전처럼 거친 공기를 주고받았다.

 

 "그런가요? 그건 보고가 끝나고 나서 듣는 걸로 하죠."

 

 "네."

 

 아네모네는 30일 가까이 걸린 임무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올렸다. 나는 삐딱하게 서서 아프로디테를 째려보았다.

 

 "밀테는 첫 임무라서 실패와 실수는 어느정도 수용하려 했지만. 아네모네는 왜 밀테를 말리지 않았죠?"

 

 "무엇을 말씀하시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굳이 직관적으로 말해야만 이해하시겠나요? 왜 에로스로써의 사명 이상의 운명에 관여했느냐 묻는 겁니다."

 

 아프로디테는 엄하게 우리를 꾸짖었다. 그녀를 둘러싼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지만, 아네모네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것처럼 그녀에게 대항했다.

 

 "지령은 어디까지나 지령입니다. 현장에는 지령 이상의 변수가 많고 에로스로써 일하다보면 때때로는 운명선을 건들 수 밖에 없는 경우도 고려해주셔야 된다 생각합니다."

 

 "아네모네, 밀테의 첫 임무인 걸 배려해서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겠어요. 하지만 다음부터는 변명이든 해명이든 제대로 된 논리로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제가 당신에게 준 소중한 기회를 무용하게 만들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아네모네의 말투는 그 어느때보다도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도 어지간히 아프로디테가 싫은 모양이었다.

 

 "밀테도 마찬가지에요. 다음 임무부터는 지령을 따라 제대로 수행해주시길 바라요."

 

 "네에."

 

 "그럼, 저와 상의하겠다는 건 무슨 일이죠?"

 

 드디어 아프로디테로부터 본론이 튀어나왔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시클라멘과 관련된 일이에요."

 

 "시클라멘?"

 

 "네, 시클라멘을 제가 책임짐으로써 서로가 져야 할 형벌에 대한 일은 이미 합의되지 않았나요? 하지만 시클라멘을 그곳에 남겨두고 오라 명하신 건 앞뒤가 같지 않아 보여서요."

 

 "밀테, 당신은 종종 당신이 에로스인걸 잊는 것 같아요."

 

 "...잊지 않았습니다."

 

 "아니요. 잊었네요. 시클라멘이 더 이상 에로스가 아니라는 사실도요."

 

 "..."

 

 "에로스로써 임무하는데 언제까지 사람을 동반하며 다닐 건가요? 애초에 에로스가 어떻게 사람을 책임질 수 있죠?"

 

 "...그건.."

 

 "에로스가 유일하게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건 화살과 총알뿐인 걸 잊지 마세요." 

 

 나는 아프로디테의 정론에 반박할 수 없는 것이 분하여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래도, 저는 시클라멘을 사람으로 떠민 장본인이고."

 

 "그래요, 당신 잘못이죠. 그러니까 시클라멘과 만나기는 하세요. 하지만 더 이상 시클라멘을 이 신성한 에로스 학교에 들이거나 성스러운 임무에 함께 동반하지 말라는 거에요."

 

 "...그럼 저도 하나만 물을게요. 아프로디테, 당신은 시클라멘을 죽이거나 그의 마음을 망가뜨리지 않으실건가요?"

 

 "...아네모네에게 들었나요?"

 

 "아니요. 당신이 이곳에 에로스들을 억압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흘리던 괴담을 통해서 알았죠."

 

 아프로디테는 내 호전적인 반응을 예상하지도 못했다는 것처럼 미간을 잔뜩 구겼다. 누가 이대로 물러나나 봐라. 시클라멘은 내가 끝까지 안고가고야 말겠다. 나의 단연한 결심은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설령 그것이 신이라 불리우는 전능한 존재라 할지라도.

 

 "시클라멘에게 다시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시면 저도 시클라멘이 세상에 발을 붙일 수 있게끔 그를 그곳에 머물게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언제까지는 저는 에로스의 사명을 먼저로 여기니까요."

 

 해냈다. 시클라멘 보고 있니? 이 누님이 해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승리감이 온몸을 짜릿하게 타고 올랐다.

 

 늘 아프로디테 앞에서는 열패감과 자격지심에 묶여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토록 자유로운 승리감을 느껴본 것은 지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든든한 베테랑 에로스, 아네모네가 내 파트너로 함께해서 이렇게 담대한 용기가 샘솟는 것일까?

 

 "그럼 새 임무의 지령을 바로 분배할테니, 다시 별관 윗층에서 기다리도록 하세요."

 

 "네."

 

 나는 아네모네의 옆구리를 치고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웃었다.

 

 아네모네는 드물게 나와 같이 엄지를 내밀며 반응했다.

 

 우리가 정말로 참된 파트너가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

 

 "무슨 임무일까.."

 

 "모르지."

 

 "그전에 시클라멘에게 들리면 안될까?"

 

 "편지 남겼잖아."

 

 "그래도 걱정되잖아."

 

 "걱정은 무슨 지금쯤 새로 사귄 친구랑 온갖 일탈 다 저지르고 있을지 누구 알아."

 

 "아네모네! 아니야. 시클라멘은 그럴 애가 절대 아니거든. 아네모네 너랑은 전혀 다르단 말이야."

 

 "아니기는."

 

 나와 아네모네는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새 지령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그때 기기에 새로운 지령이 떠올랐다.

 

 *

 

 여자(17) 남자(17)

 

 첫만남 : 12세

 

 애정도 : 여자(호감) →←남자(없음)

 

 세부사항 :

 

 ((여자)에게 (황금)화살/탄환)

 ((남자)에게 (황금)화살/탄환)

 

 (고백 성사 후 철수)

 

 *

 

 "열일곱살이라니. 거기다가 소꿉친구인가봐. 지령만 봐도 너무 풋풋하고 순수하다. 잘하면 이번 임무 쉽고 빠르게 끝낼 수도 있겠다."

 

 "밀테, 그래도 직접 보면 마냥 풋풋하진 않을 걸. 많이들 착각하더라. 나이가 적을 수록 감정도 삶도 단순할거라고."

 

 "..그건 그렇네. 내 생각이 짧았다."

 

 "그래도 무슨 임무가 됐든간에 첫 임무보다는 간단하겠지만"

 

 나는 무심코 그들을 쉽게 여긴 것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이가 적든 많든 사람의 감정과 삶의 치수를 간단하게 재단할 수 없는 법이다.

 

 특히나 그것을 다뤄야하는 에로스가 그 무게를 마음대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럼 임무에 가볼까?"

 

 "그래."

 

 아네모네와 나는 곧장 계절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아랫층에 있는 비너스의 거울로 향했다.

 

 -

 

 "추워."

 

 "그러게. 완전 겨울이네."

 

 아프로디테가 급하게 얻은 것인지 방안이 좁은 것도 좁은 건데 심각하게 냉골이었다. 서늘한 바람이 뼈를 쑤시는 느낌이 불쾌했다.

 

 비너스의 거울이 통한 곳은 학교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오피스텔형의 건물이었다.

 

 이곳의 시간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바람이 매서운 날을 지나는 중이었다.

 

 나는 발이 시려워 다리를 서로 꼬며 비볐다. 아 진짜 춥네.

 

 나는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니 학교를 바라보며 다시한번 지령을 곱씹었다.

 

 여학생은 남학생과 오랫동안 안 사이.

 

 거기다가 여학생은 이미 남학생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상태.

 

 그저 기우일지 몰라도 바깥으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그럼 슬슬 자료수집 시작할까?"

 

 "잠시만 밀테,"

 

 "응?"

 

 "내 머리 좀 잘라줄래?"

 

 그는 어디서 가져온건지 내 손에 미용 가위를 넘겼다.

 

 여태까지 계속 같이 동행해서 그런가, 이렇게까지 머리가 길어진 것을 눈치채지못했었다. 아네모네는 그새 어디서 찾아왔는지 수건까지 어깨에 두르고 손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짧게 잘라줘."

 

 "뭐?"

 

 "현대식으로 대충 짧게 쳐달라고."

 

 "왜? 아깝잖아."

 

 "..지금 시대랑 안 어울리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나는 네 머리스타일 좋아한단 말이야."

 

 아네모네의 의향이 조금 뜻밖이었다. 안 자를 거처럼 줄곧 길러왔던 것 같더만, 이렇게나 간단하게 머리카락을 잘라내도 될는지 나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얼굴이라면 짧은 머리는 물론 삭발이든 적토마컷이든 뭔들 소화해내겠지만, 긴머리만큼 아네모네의 분위기를 두드러지게 할 수 있을까?

 

 이 머리카락이 자라온 시간을 생각하면 내가 다 아까운 것이었다.

 

 "밀테, 정말로 내 긴 머리가 좋아?"

 

 "응. 처음에 정리 안 되어있을 땐 마냥 우스웠는데,"

 

 "우습다니.."

 

 "이제는 네 긴머리만큼 너가 가진 세월을 나타낸 게 있을까 싶어서 조금 아쉽네."

 

 "...넌 옛날부터 줄곧 내 머리카락을 좋아했어."

 

 "??"

 

 아네모네는 당황스럽게도 뜬금없이 자의식이 충만하게 충전된 말을 내뱉었다.

 

 "아니, 처음에 만났을 때는 진짜 이상했다니까?"

 

 나는 아네모네의 자만을 한번에 일축했다. 잘생긴 아이들은 종종 아니 자주 이상한 소리를 한다니까. 시종일관 자부심을 부리며 유치하게 굴던 시클라멘의 어린시절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샜다.

 

 "왜 웃어. 너."

 

 "아니야. 나 안 웃었다?"

 

 "..그러면 그냥 밀테 너가 원하는 대로 해줘."

 

 "내가 원하는 대로? 진심이야? 너 나중에 후회하거나 나 원망하지 마라?"

 

 "그래. 원망도, 후회도 안 할거니까. 꼭 너가 원하는 대로 해줘."

 

 아네모네의 목소리는 진지하고 약간의 우울이 베여있었다.

 

 잠시 적막이 맴돌았고, 나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건 언제나 떨리는 일이긴 하다며 그의 우울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받았다.

 

 그리고는 곧장 풍성하게 흐르는 머리카락의 끝에 가위질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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