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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작전-5
작성일 : 16-10-25 03:05     조회 : 431     추천 : 1     분량 : 5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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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성거리는 귀족들 사이로, 필립이 태연히 걸어 들어왔다. 필립의 망토에 수 놓인 황금 고래를 본 누군가가 참을 수 없다는 듯 뇌까렸다.

 

  “귀족도 아닌 것이 문장을 가지다니. 말세로군.”

 

  그러자 몇몇 귀족들이 때를 틈타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귀족들만 부른 게 아니었나?”

  “천한 상인이 어찌 이 자리에!”

 

  그때, 다리아 공작이 나섰다. 그가 걸음을 옮기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빌로드 백작은 전장에 선 듯한 기분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필립. 여긴 무슨 일인가?”

 

  다리아 공작이 묻자 필립이 허리를 숙여 절했다.

 

  “안녕하십니까. 공작님.”

  “인사치레는 됐네.” 다리아 공작이 귀찮다는 듯 손짓했다. “여긴 왜 왔는가?”

  “제 상단의 지부에서 일이 났다기에 급히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빨리?” 다리아 공작이 의심스러워하며 눈썹을 치켜들었다.

  “예. 우연히 수도로 오던 길이었습니다.” 필립은 천장을 가리켰다. “천마를 타고 왔지요.”

 

  필립의 말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천마. 하늘을 나는 말. 열흘 걸릴 길을 하루 만에 주파한다는 말. 루더도 들어 알고 있었다. 바다 건너 대륙에서만 산다는 전설의 동물이었다. 세상을 전부 여행했다는 필립이라지만 천마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에, 루더도 다른 귀족들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난 자네를 부른 적 없네. 피해 보상에 관한 건이라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지.” 다리아 공작이 말했다.

 

  그러자 필립이 대답했다.

 

  “공작님, 전 공작님이 부르셔서 온 게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공작이 필립을 노려봤다.

  “제가 불렀어요.”

 

  가느다란 여자의 목소리에 다리아 공작과 다른 귀족의 시선이 왕좌를 향했다. 왕비, 이브 아르파드가 시선의 끝에서 모두를 내려다봤다.

 

  “대럴 경은 제 손님입니다. 그리고 제 손님은 전하의 손님이기도 하죠.”

  “왕비님!” 다리아 공작이 반발하며 외쳤다.

  “솔헤인 공작.” 이브 왕비는 다리아 공작을 향해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공작이 왕인가요?”

  “아닙니다.” 다리아 공작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물러나세요.”

 

  다리아 공작은 거칠게 뒤돌아섰다. 이브 왕비는 그 모습을 보며 왕좌 앞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비상시국에 쓸데없는 위계의식으로 열 올리지 마세요. 대럴 경은 피해자입니다. 어떤 사안으로든 이 자리에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루더는 필립을 데럴 경이라고 호칭하는 이브 왕비의 태도가 귀족들에게 반감을 살 거라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이 들리자마자 여러 귀족의 어깨가 들썩였다. 경이란 호칭은 귀족에게만 허용되지. 아버지를 위해 일부러 사용하는 건가. 루더는 필립의 표정을 살피려 했다. 그러나 필립은 무심한 태도로 자신의 딸을 보고 있었다.

 

  “당신 말이 맞소. 오히려 때를 맞춰 찾아오는 장인의 능력에 감탄이 나올 뿐이오.”

 

  왕, 카를 아르파드의 목소리였다. 왕의 등장에 모두가 일제히 절했다. 다리아 공작과 이브 왕비의 대립에 정신이 팔려 왕이 오는 것을 미리 알리지 못한 병사가 벌벌 떨었다. 그 모습을 본 왕이 병사에게 다가갔다.

 

  “예정보다 미리 나왔으니, 내 불찰이야. 신경 쓰지 말게.”

 

  왕이 왕좌에 앉자, 왕비가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제야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왕이 입을 열었다.

 

  “상황 보고하도록.”

 

  그러자 다리아 공작이 나섰다.

 

  “예. 현재 추가적인 공격은 없으나 명하신 대로 병력 삼백을 풀어 내부 조사 중에 있습니다. 또한 성벽 방어를 강화해 혹시 모를 침입에 대비 중입니다.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던 북측 성벽을 중점적으로 강화했습니다.”

  “사망자는 있나?”

  “아직 조사 중입니다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말하도록.”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고를 들은 왕이 손짓하자 다리아 공작이 물러섰다. 다리아 공작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왕은 눈을 감았다. 모두가 왕과 함께 침묵했다. 잠시 후, 왕은 눈을 떴다. 그리고 말했다.

 

  “문젯거리가 좀 더 빨리 찾아왔네. 더욱 심각해지고.”

 

  왕의 말에 다리아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을 통해 명령을 내리려 했네만 오늘 일어난 사건을 보니 내가 직접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더군. 그러니 다들 이해했으면 좋겠네.”

 

  왕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하들 사이로 걸어나갔다.

 

  “내가 왕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 알현실에 모였군. 그렇지 않은가. 솔헤인 공작?”

  “예 그렇습니다.” 다리아 공작이 대답했다.

  “나는 복 받은 왕이야. 정예 중의 정예들만 모아도 이 넓은 알현실이 꽉 들어차지.”

 

  루더는 나라의 모든 권력자가 모여 있노라 감탄했던 자기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 같은 남작 나부랭이를 부르니까 착각했지. 뭉텅이로 부르지 않고서야 설마 날 부르겠어, 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잠깐만, 그러면 내가 정예 중의 정예라는 건가? 그럴 리 없어. 뭔가 잘못된 거야. 루더는 곁에 있는 타이론을 흘끗 쳐다봤다. 그는 왕을 알현했다는 감격에 겨워 있었다. 그러자 무언가 뜻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타이론 뿐만이 아니야.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귀족들이 여기 와 있어. 대체 무슨 의미지?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군. 내가 왜 이 자리에 불렸지? 하고 말이야.”

 

  왕의 말에 루더를 포함한 젊고 이름 없는 귀족들의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단순한 이유야. 자네들의 부모가 1차, 2차 마법사 토벌 작전에 참여했기 때문이지. 솔헤인 공작.”

  “예.” 왕의 부름에 다리아 공작이 한 발짝 나섰다.

  “자네가 설명하게.”

  “예. 알겠습니다.”

 

  다리아 공작은 무리의 중앙에 섰다. 누군가 침을 삼켰다.

 

  “우리는 세 종류의 위기에 처해있다.” 공작의 목소리에 린 백작을 제외한 모두가 몸을 움찔했다. 백전노장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루더는 그와 직접 대화하면서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은 필립이 얼마나 대단한 인간인지 깨달았다.

 

  “하나는 우리와 국경을 맞닿은 남쪽의 켈 바흐 놈들.” 공작이 자신의 허리춤에 걸린 검을 툭 쳤다. “난 몇십 년 동안 놈들과 싸웠다. 그렇기에 단언할 수 있지. 놈들은 최후의 숙적이다. 벌레 같은 오랑캐 놈들이지만, 백 년이 넘도록 살아남은 덴 이유가 있는 거야. 여기엔 엘 지역에서 온 가문도 있을 거다. 너희는 내 말을 이해하겠지.”

 

  그러자 몇몇 귀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아 공작이 말을 이었다.

 

  “다른 하나는 내부의 적.” 공작이 귀족들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그들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위기를 틈타 한바탕 저지르려는 놈들, 내 많이 봐왔지. 하지만.” 공작이 별안간 검을 뽑아 들었다. 놀란 귀족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검을 바라봤다. 공작은 귀족들에게서 필립으로 눈을 돌렸다. 필립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성공한 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공작이 검을 집어넣자 여기저기서 짧은 탄식과 한숨을 토했다.

 

  “마지막 하나는…….” 공작은 잠시 말을 멈췄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공작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알겠지. 마법사. 현재,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위기다.”

 

  그러자 모두가 공감하며 수군덕거렸다. 공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만!” 공작의 일갈에 알현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공작이 분노를 참지 못하며 왕에게 외쳤다.

 

  “전하! 여기엔 어중이떠중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들로는 작전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너무 그러지 말게. 공작.” 왕이 부드럽게 달랬다. “지금은 이래 봬도 전장에선 활약할걸세. 어쨌든 이들밖에 없지 않나.”

  “더 훌륭한 전사들은 국경 지대에 널려 있습니다.” 공작이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 전사들은 국경을 지켜야지. 그리고 경험만큼 큰 재산도 없어. 어쨌든 이들 모두가 경험자라네. 설명을 계속하게나.” 왕과 공작의 눈이 마주쳤다. “명령이네.”

 

  왕의 말을 들은 공작은 표정을 굳힌 채 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곤 보다 긴장 된 분위기에서 설명을 이었다. 루더는 침 삼키는 소리도 내지 않으려 무던 애썼다.

 

  “전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너희들, 혹은 너희들의 부모는 제1, 2차 마법사 토벌 작전의 참전자들이다. 또한 그중에서도 의미 있는 공적을 이뤄낸 가문들이지. 즉, 너희 모두 직·간접적으로 마법사들과 싸워 낼 경험과 여력이 있다는 거다.”

 

  빌론드 백작을 포함한 경험 많은 귀족들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3차 토벌 작전.” 공작의 말에 루더는 몸이 뻣뻣이 굳었다. “너희가 이끈다.”

 

  공작의 말에 빌론드 백작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얼굴엔 환희가 가득했다. 반면 루더 곁의 귀족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다리아 공작은 다른 귀족들과 함께 알현실을 빠져나가는 자신의 손녀를 불러 세웠다.

 

  “카이라.”

  “예. 공작님.”

  “됐다. 공작이라니.” 공작이 손사래 쳤다. 손은 가볍게 움직였지만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무거웠다.

  “카이라.” 공작이 카이라를 재차 불렀다.

  “예. 할아버지.”

  “꼭 나가야겠느냐.” 조금 전까지 왕을 대신해 호령했던 공작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기력을 잃은 노인처럼 보였다.

  “예.” 카이라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네 아버지처럼 널 떠나보내긴 싫구나.”

  “아버지처럼 떠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러느냐.” 공작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알았다. 나중에 보자꾸나.”

  “예. 그럼 이만.” 카이라가 묵례했다. 돌아서는 그녀의 단발이 짧게 흔들렸다.

 

  공작은 손녀를 떠나보낸 뒤, 홀로 알현실 옆으로 이어진 복도를 걸었다. 그리곤 복도 중간에 멈춰 섰다.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공작은 벽 앞에 다가갔다. 그의 손이 벽에 닿자, 몸을 숙여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듯한 통로가 나타났다. 공작은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다시 벽을 누르자 입구는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공작은 어둠 속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갔다. 곧이어 작은 불빛과 함께 문이 나타났다. 공작은 문을 열었다. 그곳엔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다. 왕과 린 백작, 그리고 알현실에는 얼굴을 비치지 않았던 사내 한 명이었다. 그들은 둥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이제야 도착했군.” 왕이 말했다.

  “잠시 볼 일이 있었습니다.” 공작이 대답했다.

  “공작님, 오랜만입니다.” 사내가 공작에게 말을 걸었다.

  “도트리 후작!” 공작이 반가워하며 손을 내밀었다. 후작이 공작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예전처럼 비렌이라고 불러주셔도 괜찮습니다.”

  “회포는 다음에 푸시면 안 될까요?” 린 백작이 차갑게 말했다.

  “말리고 싶진 않지만, 이번엔 린 백작 말이 맞네.” 왕이 말했다. “한시가 급해. 도트리 후작. 어서 말해보게. 정말 그것이…… 우릴 돕겠다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후작이 미소 지었다. “용은 우리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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