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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늘을 등지고
작가 : 사평
작품등록일 : 2020.9.24

나라와 나라 사이에 오고가는 서신. 이 물건 하나 탓에 우리의 인생이 전부 망할 지경이다. 우린 그저 시키는 대로 전해주었을 뿐인데.

그래서, 그렇다... 우리는 도망쳤다. 심지어 그 서신을 들고.

이 상황을 설명하자면 할 말이 많지만, 우선 우리가 왜 한 나라의 성문을 작살냈는지부터 말해줘야겠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이것으로 귀결된다.

그들은 하늘을 등졌으니.

 
Episode7 _ 첫 번째 마을에서
작성일 : 20-09-25 09:52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7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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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왕눈이 괴물 씨, 이 창의 어디가 그렇게 위험하다고 하신 거예요?"

 

 모든 싸움이 끝나고 다음 마을을 향해 남은 길을 걸어가던 중, 하온에게 부축을 받고 있던 사라가 물었다.

 

 그녀는 연속된 싸움이 낳은 전신근육통으로 인해 걷기조차 힘들어서, 그나마 상태가 나은 하온이 도와주고 있는 참이다.

 

 "뭬야?"

 

 "처음에 만나셨을 때 막 그러셨잖아요. 되게 위험한 물건이라고 전 만지지도 못하게 하시고. 그런데 써보니 별다른 기능도 없고 그냥 창이던데요? 뭐가 위험하단 거예요?"

 

 "너희는 모르는 편이 나아."

 

 "에이, 별거 아니니까 그러죠?"

 

 사라의 장난스런 물음에 왕눈이 괴물이 어설픈 역정을 내며 대답했다.

 

 "아니야, 자식아! 그런 게 다 있는 법이야."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울이 이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사라, 그 창을 내게 줘봐라."

 

 사라가 이제는 다시 짧은 막대기처럼 변한 창을 울에게 건넸다.

 

 그러나 울의 손에서는 그가 무슨 수를 써도 (정확히는 뭘 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히므로) 창의 형상으로 변하지 않았다.

 

 하온의 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거창한 건 아니지만, 위험한 물건이란 건 사실인 것 같다."

 

 울은 그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사라에게 설명했다.

 

 "네? 왜요?"

 

 "생각을 해봐라. 창이 이정도로 작은 사이즈로 줄어들면 아무에게도 네가 무기를 소지한 것을 들키지 않아. 게다가 겉보기에는 무해한 막대기인데다가, 특정인의 손이 아니면 창이 변하질 않으니 정체가 밝혀질 염려도 훨씬 적어. 무엇보다 나조차도 그 존재를 모를 정도로 비밀도 보장되어 있지. 고위관료나 왕 여럿은 살해했을법한 무기다. 누군가의 피가 굉장히 많이 묻어있을게 틀림없어. 내 말이 틀린가, 괴물양반?"

 

 울의 생각을 들은 왕눈이 괴물은 뭔가 불만족스러운 투로 그 말이 맞다고 대꾸했다.

 

 그게 아닌데도 맞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울의 말이 정말 맞았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건 말건 울은 창을 획 던져서 사라에게 돌려주고는 잔뜩 들고 있던 짐을 두 손으로 고쳐들었다.

 

 이를 본 사라가 하온에게 속삭였다.

 

 "뭔가 기분이 안 좋으신가 봐."

 

 사라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울은 지금 매우 기분이 안 좋다.

 

 아직까지도 아까 일어났던 그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

 

 사라의 마지막 일격에 의해, 둘째 돌가죽은 형과 같은 모습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전령 일행과 두 돌가죽 혁명군의 격렬한 전투는 끝났다. 하지만 그 뒤처리는 아직 남아있지 않은가.

 

 때문에 울은 이전처럼 그들이 쓰러진 곳을 몰래 찾아갔다.

 

 우선 나무 뒤에 숨은 뒤 권총 안에 총알 두 개를 장전하고선, 조용히 첫째 돌가죽 곁으로 다가가 그의 의식상태를 확인했다.

 

 제대로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입 속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신음소리가 그의 생존을 알렸다.

 

 돌가죽이란 종족이 가진 월등한 재생력을 생각해보면, 이대로 방치할 시 의식을 되찾을 것이 틀림없다. 그때는 전령 일행의 큰 장애물이 될지도 모른다.

 

 그 싹을 미리 잘라놔야 하는 것이다. 돌가죽의 입을 벌리고, 총구를 그 안에 넣는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큰 소리와 함께 울의 옷까지 피가 튀었다. 뒤처리는 아주 깔끔하게 이루어졌다.

 

 피가 튀었다는 건 하온이 뭔가를 눈치챌지도 모른다는 것. 울은 이에 대한 변명거리를 생각하면서 둘째 돌가죽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다른 하나의 돌가죽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울의 눈에 큰 피웅덩이가 하나 보였다.

 

 그 양, 그 형태를 보아하니 그곳이 돌가죽이 쓰러져있던 곳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자리에 짐승의 시체는 없고, 대신 그로부터 뻗어나가는 자잘한 핏자국이 숲을 향해 길쭉이 이어지고 있었다.

 

 "망할."

 

 울은 재빨리 숲 속으로 들어가 흔적을 추적하려 했으나, 무수히 나있는 잔디가 핏자국을 감추었고, 그나마 보이는 핏자국도 이곳저곳 흩어져 있어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다.

 

 "망할, 망할······."

 

 무의미하게 숲을 방황하던 그는 결국 일행에게 더 의심받기 전에 빨리 그곳에서 나와 돌아갈 수밖엔 없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그는 단 하나의 결론밖에는 낼 수 없었다. 우리가 싸웠던 그 돌가죽이 지금 도망쳐버렸다.

 

 큰 장해물의 씨앗이 뿌려지고 만 것이다.

 

 ***

 

 "아버지, 아버지!"

 

 하온의 부름에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울이 퍼뜩 깨어나 아들에게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이제 다 왔어요. 마을이라구요."

 

 다시 고개를 돌려 하온이 말하는 곳을 보자 상당히 큰 규모의 마을의 입구가 눈앞에 보였다.

 

 이 정도 크기의 마을이라면 제 아무리 돌가죽 혁명군이래도 멋대로 쳐들어와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울은 우선 쓸모없는 걱정은 그만두고 그 시간에 대처법을 강구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친 일행의 피로를 풀고 이후의 싸움에 대비하는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귀에 가득 쏟아졌다. 사라의 마음이 조금 들떠왔다.

 

 물론 그들이 그리 오랜 시간을 마차 위에서 보낸 건 아니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웬만한 긴 여행에서 할 고생을 다 했으니 이런 사람들의 풍경이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맘같아선 당장 마을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부축 받는 환자의 몸으로는 불가능한 일.

 

 애가 타는 사라의 얼굴을 보고는 울이 슬쩍 말했다.

 

 "기분은 알겠지만 괜히 논다고 무리까지 할 건 없다. 지금 네 꼴로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닌들 그리 살가운 반응은 얻을 수 없을 테니, 우선은 어디 여관이라도 빌려서 먼저 쉬자."

 

 어른다운 옳은 말이다. 하지만 젊은 피에게 합리성이란 성가시기도 한 법이다.

 

 울에게 수긍하면서도 조금은 아쉽게 여기는 사라의 표정을 본 즉시 울은 한마디를 덧붙인다.

 

 "어차피 우리 공식적인 신분은 여행객이다. 여행자가 마을에 들러서 놀지도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해 보일 테지."

 

 역시나 어른답게 눈치 좋은 말이다.

 

 그 말에 분위기가 밝아진 일행은 일단 몸에 가득 쌓인 피로와 통증을 식히러 주변의 가장 큰 여관으로 직행했다.

 

 여관의 문이 열리며 작은 종이 청명한 소리를 울린다.

 

 책상 위에서 돈을 세던 여관주인은 우르르 몰려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재빨리 고개를 돌려 새 돈줄을 환영했다. 그리고 그 일행의 당혹스런 생김새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웬 중환자 둘이서 죽상으로 서로를 부축하며 오고 있었고, 돌가죽은 수레는 어디 팔아먹었는지 짐을 모조리 몸에 대충 걸어놓고 남는 건 손에 들고 있었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 하나가 이 이색적인 일행을 어색하게 끌고오고 있었다.

 

 다행이어라. 미리 숲에서 예비용 옷으로 갈아입어서 망정이지, 피 묻은 옷을 아직도 입고 있었다면 큰 오해를 살 뻔했다.

 

 물론 살인마로 오해받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다 뿐이지, 부자꼴인지 거지꼴인지 모를 괴이한 꼴인 건 여전하다.

 

 몸은 상처투성이에 너덜너덜한 이들이 또 옷은 아주 깨끗한 고급제를 입고있으니 정말 어색한 꼴이라, 이건 무언가로 오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감이 안잡히는 모양새인 것이다.

 

 그래서 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시침을 뚝 떼고는, 주인에게 다가가 넉살좋게 말했다.

 

 "꼴이 말이 아니지요? 워낙 힘든 여행이었으니······. 고급 4인실로 하나 주시오."

 

 여관주인은 온 몸으로 힘들었다는 걸 표현하고 있는 두 젊은이를 잠깐 응시했다. 그리고 얼굴에 철판을 깐 중년 남자의 얼굴을 또 돌아보고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 난 모르는 일이야. 남이사 신경 끄자는 투로 고개를 흔들고는, 살짝 찡그린 표정으로 열쇠 하나를 던져주는 것이다.

 

 주인은 오늘은 왠지 재수가 없는 날인 듯 싶어 조금 두려워졌다.

 

 

 ***

 

 "신기하다. 진짜 신기해!"

 

 "너무 띄워주지 말아, 이 정도면 별로 특출 난 것도 아닌데."

 

 푹신한 침대 위에 누운 사라가 옆에 앉은 하온에게 칭찬세례를 퍼붓자, 하온의 얼굴이 쑥스러움에 살짝 붉어졌다. 칭찬에 약한 청년이다.

 

 하온이 그녀에게 흑광석을 가져다대자, 사라의 팔에 난 상처가 서서히 작아지더니 이윽고 흔적까지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하온이 사용할 수 있는 세 번째 기적, ‘치유의 기적’이었다.

 

 "하지만 온 몸에 상처가 너무 많아서, 적어도 몇 시간은 있어야 다 치료할 수 있을 거야. 솔직히 이정도면 여기까지 걸어온게 용하다."

 

 "진짜? 그러다 해 다 지겠는데."

 

 "내일 놀러 가면 되지. 어차피 마차도 새로 사야 하고, 할 일이 많잖아. 그러니까 내가 치료하는 동안엔 편하게 누워 있어."

 

 지루한 치료가 이어지는 동안 두 젊은이의 입에선 내일에 대한 이야기만이 계속 흘러나왔다.

 

 "내일 어디를 먼저 갈까? 오면서 보니까 뭘 말하는지도 모를 간판들이 줄지어 서있던데."

 

 "사라 너 되게 신나 보인다. 그렇게 기대돼?"

 

 "나야 늘 조용한 산골짜기에서 평생을 보냈잖아. 이렇게 새롭고 시끄러운 게 많은 도시는 처음 봐. 그러니까 네 역할이 중요해. 나한테 알려줘야 할 게 아아주 많으니까."

 

 "하하, 근데 사실 나라고 도시에 나간 경험이 많지는 않어.”

 

 “응? 너는 도시 한복판 귀족 가문에서 자랐다면서, 도시에 나간 적이 없다고?”

 

 “대부분의 시간은 집 안에서 보내고 밖에서는 아버지 감시 하에 있었으니까. 게다가 어릴 때는 나도 너랑 똑같이 산 속에서 살았고 말이야."

 

 "그럼 잘 된거지 뭐. 둘 다 새로 볼게 많겠네. 아참, 아까 지난 길가에서 꼬치구이를 팔던데 그걸 먼저 먹어볼까?"

 

 울은 그런 청년들의 순박한 대화를 잠시 조용히 바라보았다.

 

 울이라고 피로가 쌓이지 않은 것도 아니라서, 오면서 들었던 꽤 많은 짐이 나이를 먹은 그의 몸엔 부담이 조금 컸던 듯했다.

 

 두 남녀의 대화를 경쳥하며 잠시 소파 위에서 가만히 쉬던 울은 해가 지기 전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외출 준비를 마쳤다.

 

 "너희 둘은 여기에서 쉬고 있어라. 나는 우선 수레를 빨리 구할 수 있을지 봐야겠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울이 나간 후에도 수다는 꽤 오래 지속되었지만, 그마저도 한 시간을 넘어가자 점점 말의 빈도가 줄고 침묵의 비중이 높아진다. 치료시간은 끝도없이 늘어졌고, 만난지 얼마 안된 둘이서 그정도 시간을 때울 대화 소재는 없었다.

 

 지루함 속에서 사라는 다시 하온에게 고맙다며 칭찬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하온은 쑥스러움에 또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이 꽤나 재밌던지, 사라는 남은 시간을 온전히 허둥지둥하는 하온의 얼굴과 함께 보냈다.

 

 마지막으로 종아리에 난 상처까지 모두 치유되자, 하온은 기지개를 켜며 사라에게 치료의 끝을 알렸다.

 

 그녀도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좀이 쑤셨기에 그 소식은 이루 기쁠 데 없는 것이었다. 재빨리 일어나서 찌뿌둥한 몸뚱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풀었다.

 

 허리를 우득대며 뒤틀더니 공중재비를 하질 않나, 그동안 못 움직인 만큼 아주 신나서 방 전체를 여기저기 쑤셔대며 몸을 굴린다. 거의 날아다닌다 싶었다.

 

 그러다 창가에 이르렀을 때, 사라의 눈이 뭔가를 보았는지 이에 매달려서 바깥에 고개를 박았다.

 

 "야! 하온, 하온! 저거 봐봐, 저거!!”

 

 아주 잔뜩 흥분해서 호들갑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하온도 깜짝 놀라서, 대체 무엇을 봤길래 그런지 궁금해 사라의 옆으로 걸어가 함께 창밖을 바라본다.

 

 길가에 사람들이 누군가를 둘러싸고 잔뜩 몰려 있었고, 그 중심에 서있는 사람의 주변에 무언가가 번쩍 빛나며 움직이고 있었다.

 

 “저거··· 저거··· 뭐야, 뭐야? 입에서 불을 뿜잖아! 도시 사람들은 저런것도 해? 저렇게 불을 가까이 두고도 데이질 않는건가?”

 

 사라는 무슨 있을 수 없는 일을 보는듯이 입을 떡 벌리고 경악하고 있었지만, 하온이 보기에 그건 그냥 평범한 불쇼였다. 본질을 따지자면 기적을 쓸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도 기술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재주다.

 

 그러나 시골에 갇혀 살던 사라에게는 그렇게 신기할 데가 없는 모양이다.

 

 “우리도 나가서 한번 보자! 난 꼭 봐야겠어! 세상에, 이런 일이 다있네!"

 

 "어? 아버지가 아직 안 오셨는데..."

 

 "잠깐 보고 오는 게 뭐가 어때서? 내일 또 할지 말지도 모르는데, 난 못참겠다!"

 

 사라는 하온의 손을 낚아채고 여관 밖으로 달려나갔다.

 

 꽤 많은 인파가 모인 인간의 숲 속을 헤치고 앞줄에 서자, 시골에서는 구경도 못해볼만한 진귀한 모습이 보였다.

 

 창 밖에서는 평범하게 보였던 기예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 박력이 하온에게도 꽤나 와닿을 정도로 훌륭하다.

 

 보통의 불 쇼라는 것은 단지 불타는 횃불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입에 삼키거나 하는 곡예지만, 이 곡예사가 하는 것은 순수한 인간의 기술로는 꿈도 못 꿀 만큼 화려하고 신기했다.

 

 기적을 유용할 줄 아는 귀중한 인재인지, 불덩이가 몸을 타고 제 혼자 움직이는 듯하다가도 공중에 떠다니기도 했다.

 

 곡예사의 신나는 노래와 사람들의 박수에 맞춰, 춤추는 불꽃이 아이를 만들듯이 불씨를 이리저리 튀기면서 그 배경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잔뜩 흥분한 하온과 사라에게 곡예사가 한쪽 눈을 찡긋 감더니, 불덩이중 하나가 두 젊은이에게 다가가 펑 터지며 하트모양을 그렸다.

 

 그리고 능숙한 쇼맨쉽으로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커지며 이곳저곳에서 동전이 날아와 곡예사의 앞에 쌓였다.

 

 박수소리와 노랫소리에 더해 동전의 짤그랑대는 소리가 더 흥겨이 울려 퍼졌다.

 

 "하온, 하온! 우리도 하나씩 던져주자. 응?"

 

 사라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를 돌아보자, 하온은 웃으면서 제 지갑을 꺼냈다.

 

 그곳에서 자신 몫의 동전을 하나 꺼내 쥐고, 다른 하나를 꺼내 사라에게 쥐어주려던 참이었다.

 

 그때 앞에서 인파를 해치고 꼬마 하나가 나오더니, 하온에게 있는 힘껏 몸을 부딪쳤다.

 

 순간 비틀거린 하온의 손에서 지갑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단숨에 그 꼬마가 하온의 지갑을 채가서 달려가 버렸고, 단 한 순간에 일어난 도난사건에 사라마저 잠시 꼬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한창 죽을힘을 다해 달리던 꼬마는 뒤를 돌아보고선 한숨을 쉬었다.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는지, 뒷골목에서 쪼그려 앉고는 자기 손에 쥐인 조그만 지갑 주머니를 슬쩍 열어보았다.

 

 그 안에 든 돈의 액수를 본 순간 꼬마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숨이 멎었다. 자기가 일생에 구경도 못해본 화폐단위가 떡하니 적혀 있는 동전이 잔뜩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갑을 품에 꼭 안았다. 이 돈이면 이제 배 곪을 일도 없고, 도둑질 할 필요도 없다.

 

 꼬마는 누가 보기 전에 재빨리 일어나서 뒷골목 깊숙이 들어가려 발을 옮겼다. 그의 가슴에 희망이 벅차올랐다.

 

 그러나 몇 걸음 못가서 그 희망은 곧바로 사라의 배에 부딪쳐 사그라들었다. 꼬마의 눈이 또다시 휘둥그레 떠져 눈 앞에 선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렇게나 거리를 벌렸는데, 작은 체구로 쉽게 따라올 수 없도록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따돌렸는데 어떻게 눈치채고 왔을까?

 

 "꼬마야, 남의 돈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 그리 애지중지하니?"

 

 사라가 한마디 한 그 순간에, 꼬마는 재빨리 그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 골목 깊숙이 들어간 뒤 숨어서 다시 한 번 그녀를 따돌리려 했다.

 

 당연히 한걸음도 못가서 옷깃이 붙잡혔고, 꼬마의 탈출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

 

 

 "하온."

 

 대답이 없다.

 

 "사라?"

 

 또 대답이 없다.

 

 "하온—?"

 

 당연히 대답이 없다. 기껏 수레 문제를 해결하고 여관에 돌아왔더니, 다들 멋대로 나가버린 모양이다.

 

 돌가죽인 사루비는 마구간에 있다 쳐도, 괴물은 어디로 갔는지 감도 안 잡힌다.

 

 "안 되는데······."

 

 걱정과 근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울은 한숨을 쉬었다.

 

 "하온······. 네가 멋대로 돌아다니면 위험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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