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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짝반짝 나의 너
작가 : 은하수
작품등록일 : 2020.8.12

"내가..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을게.. 아주 천천히 나에게 와줘."

사랑에 상처받고 이별에 아파한 초아,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승혁.

우리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26
작성일 : 20-09-25 09:13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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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딩동.

 

 초아가 웃으며 라면이 든 봉투를 흔들었다.

 

 

 /승혁/ “...가서 앉아있어요. 집주인이 알아서 할게요. 나도 라면은 누구보다 잘 끓이니까..”

 

 /초아/ “에이, 누가 라면걱정하나요? 뭐든지 잘하시는 팀장님이 당연히 최고로 맛있게 끓여주시겠죠~!”

 

 

 초아는 주방을 바쁘게 오가는 승혁의 옆에 찰싹 붙어서 종알거렸다.

 귀가 빨개진 승혁은 초아를 피해가면서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고 라면에 넣을 파와 계란도 준비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초아/ “그런데 진짜 우렁이 각시라도 숨겨두신 거예요? 남자 혼자 사는 집이 왜 이렇게 깨끗해요? 팀장님 얼굴만 잘 생기신 게 아니라 정말 성격도 막 깔끔하시구나..”

 

 /승혁/ “혼자 오래 살아서 이 정도는 일도 아니죠.”

 

 /초아/ “방에 들어가 봐도 되요? 우와, 방이 엄청 넓네요.~ 그런데 저기는 왜??”

 

 

 승혁이 달려와 말릴 틈도 없이 초아가 살짝 열린 붙박이장의 문을 열자, 쌓여있던 쓰레기와 빨랫감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승혁/ “헉....”

 

 /초아/ “ ???? ”

 

 

 초아와 승혁은 라면을 맛있게 먹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쌓인 빨래를 개었다.

 

 

 /초아/ “건조시킨 빨래는 쌓아두지 마시고 그때그때 정리해두셔야 먼지도 안타고 냄새도 안나요, 아셨죠?”

 

 /승혁/ “알았으니 그만 좀 해요. 남자 혼자 살면서 그때그때 빨래정리를 다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답니까? 그대로 입어도 티도 안 나는 걸.”

 

 

 민망함에 툴툴거리면서도 그녀의 잔소리가 싫지 않았다.

 잔뜩 올라간 승혁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왔을 뿐인데,

 온 집안 공기가 따뜻하고 아늑하게 느껴졌다.

 

 

 /초아/ “쓰레기도 그때그때 비우시구요. 네? 담배 피러 나가실 때마다 하나씩 갖고 나가시면 금방 비워질 텐데.”

 

 /승혁/ “담배냄새 아직 납니까?”

 

 /초아/ “응? 킁킁. 아니, 안나요. 그러게 팀장님 요즘 담배 안 피시는 것 같네요? 전엔 밑에서 담배피시는 거 여러 번 봤었는데?”

 

 /승혁/ “진작 끊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밖에서도 팀장님입니까? 재미없게..”

 

 

 다 개어진 수건들을 정리해 화장실로 가려고 일어서는 초아의 팔을 당겨 제 무릎에 앉혔다.

 

 무안해진 초아가 눈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초아/ “팀장님도 꼬박꼬박 강주임, 강초아씨, 하면서 다,나,까,로 말씀하시면서 뭘..”

 

 /승혁/ “... 말 놓을까요, 그럼? 내가 초아야.. 하면 ‘팀장님’ 안하고 다르게 불러줄 거예요?”

 

 

 승혁이 초아의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코를 부볐다.

 

 부끄러워진 초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초아/ “팀장님을 팀장님이라고 안하면 뭐라고 해요? 제발 천천히 해요, 천천히..”

 

 

 승혁은 초아의 두 손을 잡아 내렸다.

 

 

 /승혁/ “강초아, 초아야..”

 

 

 제 이름을 부르는 승혁의 아련한 목소리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혹여 심장소리가 그에게도 들릴까 더 눈을 꼭 감았다.

 

 

 눈을 꼭 감은 오목조목한 얼굴에 앙증맞은 입술이 탐스러웠다.

 

 입 맞추고 싶은데...

 

 잠시 망설이던 승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소리에 놀란 초아는 눈을 뜨고 승혁을 바라보았다.

 

 

 /승혁/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더니, 그 흔한 말을 서른 평생 처음으로 뼈저리게 이해하는 중입니다.”

 

 

 그는 초아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승혁/ “미안해요. 내가 또 부담스럽게 한 거죠?”

 

 

 초아는 슬픈 눈의 승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미남인 승혁이, 회사에서는 누구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가 자신에게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까웠다.

 

 

 /초아/ “아니, 아니에요.. 미안해요, 팀장님. 내가 아프기 싫다고 팀장님 불안하게 해서... 저도, 좋아해요. 팀장님을 많이..”

 

 /승혁/ “...정말?”

 

 

 초아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아/ “응. 제 심장소리 안 들려요? 저 사실 팀장님 생각하면 너무 설레서 심장 터질까봐 일부러 막 딴생각도 하는데?”

 

 하하하..

 기어이 자신을 웃기고 마는 초아였다.

 한품에 쏙 안기어 동그란 눈으로 종알대는 작은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승혁은 그녀를 품에서 떼어내었다.

 

 

 /승혁/ “... 키스..해도 됩니까?”

 

 초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그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이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그들의 달콤한 첫 키스는 아주 오래도록 이어졌다.

 

 

 

 **********

 

 

 

 퇴근시간이 훌쩍 지난 늦은 밤 시간인데도 조선소의 불은 대낮처럼 환하게 어둠을 밝히고 있었고, 퇴근하는 사람들과 나오는 차들도 아주 많았다.

 

 은주는 D조선소 정문 앞에 서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시커먼 남자들이 지나가며 한 번 씩 그녀를 훑었다.

 

 

 얘는 왜 이까지 오라고 난리야, 그냥 나와서 보면 되지.

 

 [선재~ 어디야? 나 정문 앞에 도착했어.]

 

 

 /선재/ “누나~~”

 

 문자를 보내고 고개를 들자 멀리서 자신을 향해 웃으며 손 흔드는 선재가 보였다.

 

 

 

 응? 뭐지?

 

 

 그동안 봐왔던 선재의 모습과는 달랐다.

 

 자신에게 남자로 보이고 싶어 나이 들어 보이려고 옷도 헤어스타일도 신경 썼다며 너스레를 떨어 댈 때는 마냥 꼬맹이로 보였는데. 그래서 가끔 만나는 심심풀이 땅콩 딱 그만큼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재/ “헉헉.. 많이 기다렸어요? 갑자기 잔업이 생기는 바람에 끝나고 집에 들렀다 나오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이까지 오라고 했어요. 나 많이 지저분하죠?”

 

 

 민망한 듯 머리를 손으로 털며 환하게 웃는 선재에게서 후광이 비췄다.

 

 시커먼 먼지투성이 얼굴에 잔뜩 흘린 땀에 젖은 머리, 더러워진 작업복에 워커 차림의 선재는 지금, 누구보다 남자였다.

 

 쿵, 쿵, 쿵. 쿵.

 

 은주는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느끼며 입을 벌린 채 선재를 마냥 쳐다보고만 있었다.

 

 

 “어이, 김선재~ 누구? 여자친구?”

 “워~ 여자친구분이 너무 미인이라 너한테 아까운데?? 데이트 잘해라~~”

 

 

 퇴근하던 선재의 동료들이 은주를 보고는 한마디씩 보탰다.

 

 

 /선재/ “아니에요, 여자친구. 데이트는 무슨, 하하하.. 술 많이 드시지 마시고 얼른 들어가세요.”

 

 

 선재는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멀뚱히 보고 있는 은주에게 눈을 맞췄다.

 

 

 /선재/ “누나? 화난 거 아니죠? 형들이 애들 같아가지고..”

 

 /은주/ “...데이트 아니야?”

 

 /선재/ “응?”

 

 /은주/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기로 한 거.. 그거 데이트 아니냐고.”

 

 /선재/ “데이트 맞지, 나한테는. 근데 누나는 아니잖아. 나는 누나 곤란할까봐..”

 

 /은주/ “... 가자, 데이트하러.”

 

 

 은주는 선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선재/ “엇? 나 손 더러운데, 누나?”

 

 /은주/ “너 그 누나 소리 좀 하지 마. 그러니까 내가 너를. 어휴.”

 

 선재의 말에 홱 돌아선 은주가 쏘아붙였다.

 

 그때였다.

 

 좁은 인도를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은주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선재는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안았다.

 

 쿵.쿵.쿵.쿵.

 

 자신의 심장소리가 이명처럼 귓가에 울릴 때 쯤, 선재가 은주를 떼어내며 말했다.

 

 /선재/ “괜찮아요? 아 씨 저놈의 오포바이. 미안해요. 큰일이네 나 옷도 더러운데..”

 

 

 어쩌지?

 

 /은주/ “선재야”

 

 /선재/ “응? 나 아무래도 숙소 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야겠지?”

 

 /은주/ “나.. 왜 니가 갑자기 남자로 보이지??

 

 먼지투성이 옷을 멋쩍게 털던 선재가 놀란 눈으로 은주를 보았다.

 

 /선재/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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