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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짝반짝 나의 너
작가 : 은하수
작품등록일 : 2020.8.12

"내가..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을게.. 아주 천천히 나에게 와줘."

사랑에 상처받고 이별에 아파한 초아,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승혁.

우리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25
작성일 : 20-09-25 09:10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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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헉, 헉, 헉, 여보세요?”

 

 

 거친 숨소리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성을 잃기 직전의 그가 목소리를 잔뜩 깔고 소리쳤다.

 

 

 “어딘지 말해요, 지금당장.”

 

 지하 2층의 노래방,

 

 

 나 보고 싶니? 당근! 나 생각나니? 당근!

 I love you, You love me! 당근당근!

 나 좋아하니? 당근! 나 사랑하니? 당근!

 I love you, You love me! 당근당근!

 

 

 초아는 예닐곱 살 아이들 두 명과 함께 열심히 엉덩이춤을 추며 노래하고 있었다.

 

 

 유리문 바깥에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초아를 바라보던 승혁은 곧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지금 저게 뭐하는 거야?

 

 근데 아 너무 귀엽잖아..

 

 

 그를 알아본 객실담당 당직직원이 달려왔다.

 

 

 /직원/ “어머 팀장님,,”

 

 

 얼굴이 벌게진 채로 식식거리던 승혁을 단단히 오해한 직원은 열심히 초아를 변명했다.

 

 

 /직원/ “객실에 문제가 조금 생겨서 제가 강주임님께 sos쳤거든요, 아이들이 객실에서 블루투스마이크로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한다고 주변객실에서 민원이 너무 많아서.. 올라가봤더니 부모님은 안계시고 할머니 혼자 애들을 말리지도 못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때 문이 열리고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난 초아가 승혁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초아/ “팀장님?”

 

 /승혁/ “흐흠!”

 

 

 돌아서 가버리는 승혁.

 

 

 /직원/ “팀장님께서 화가 많이 나신 거 같아요. 아까부터 밖에서 화난표정으로 한참 보고 계셨어요. 제가 열심히 상황 설명하긴 했는데.,”

 

 /초아/ “응 알았어요. 아이들 좀 방에 부탁해요, 그리고 승우, 승아!”

 

 

 초아는 아이들을 향해 돌아서 무릎을 굽히고 눈높이를 맞췄다.

 

 

 /초아/ “누나랑 약속한 거 안 잊었지? 노래 10곡 신나게 부르고 놀았으니까 이제 올라가면 바로 코 자는 거야? 자, 여기 아이스크림쿠폰! 내일 엄마 아빠랑 같이 꼭 가봐. 1층 로비에 있는 커피 파는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달라고 하면 되! 약속 안 지키고 또 시끄러운 소리 들리면 누나가 쿠폰 뺏으러 간다?”

 

 

 아이들은 초아를 한 번씩 꼭 끌어안은 뒤 직원의 손을 잡고 객실로 올라갔다.

 

 

 

 초아는 서둘러 주차장으로 나가 승혁의 차에 올랐다.

 

 땀범벅이 되어서 상기된 얼굴로 차에 오르는 초아를 슬쩍 보다 얼른 눈길을 돌린 승혁은 시동을 걸었다. 초아는 그런 승혁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초아/ “팀장님, 많이 기다리셨죠? 엄마아빠는 데이트 가셨는지 애기들만 남아서 제법 심심했던 모양이에요. 잠깐만 놀아주고 온다는 게 오래 걸렸어요.”

 

 /승혁/ “또 홍반장 본능이 도진 겁니까? 왜 어디서나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본인이 덮어놓고 달려가는 겁니까? 뭐 라엘 리조트가 본인 없으면 무너지기라도 한답니까?”

 

 /초아/ “에이, 왜 그러세요, 배 많이 고프시죠? 얼른 가서 맛있는 거 먹어요.”

 

 

 자신을 향해 바짝 다가와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초아에게서 달콤한 향이 느껴지는 바람에 승혁의 얼굴은 더 붉어졌고, 당황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승혁/ “이미 예약해 둔 곳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취소되었을 거고, 또 시내에서는 아는 직원들이라도 만날까봐 못 간다고 할 거 아닙니까? 얼굴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도 우리만큼 몰래 만나지는 않겠습니다.”

 

 /초아/ “흠. 그럼 어떡해요. 이 좁은 동네에서 아직 말단사원인 제가 팀장님이랑 연애한다고 막 소문내고 다녀요?”

 

  서로 바쁜 회사에서는 눈 맞추기도 힘들고, 밖에서조차 좁은 지역에서 직원들의 눈을 숨겨가며 보기가 힘들어 전화나 문자로만 틈틈이 연락해오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조금 멀리 떨어진 맛집을 예약하고 손꼽아 기다리던 데이트였는데.

 

  이마저도 진상고객 뒤치다꺼리에 밀려 뒷전이 되어버렸다.

 

 /승혁/ “강초아씨한테는 내가 몇 번째입니까? 회사, 일, 직장동료, 친구, 가족... 뭐 순위 안에 있기는 합니까?”

 

  승혁은 툴툴거리면서도 오른손으로는 초아의 손을 습관처럼 쥐어 잡았다.

 

 

 한 손으로만 운전하는 것이 번거롭고 힘들 법 한데도 처음 그 손을 잡은 그 날부터 만나면 꼭 으레 해야 하는 의식처럼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초아는 꼭 맞잡은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차갑고 까칠하기만 하던 일중독자 정승혁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이야.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터였다.

 

 본인은 알고 있을까?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고맙고, 또 미안했다.

 

 

 /초아/ “가을프로모 시작하고 차 대리님 업무까지 맡아서 더 바빴던 거 아시잖아요. 저 내일은 출근 안 할 거예요! 팀장님은요?”

 

 /승혁/ “내일은 출근은 아니고.. 개인적인 일로 가볼 데가 있습니다.”

 

 /초아/ “그럼 오늘 늦게까지 같이 있으면 되죠! 뭐 하고 싶으세요? 영화 볼까요?”

 

 /승혁/ “영화보다는. 흠.. 노래방은 어떻습니까? 나 그거 꼭 다시 보고 싶은데... 당근! 당근! 하는 거.”

 

 /초아/ “캭! 팀장님!!!! 그걸 언제 보신 거예요?!! 제발 잊으세요, 네?”

 

 

 초아는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승혁/ “일단 뭐든 좀 먹죠. 강초아씨 배에서 아까부터 밥 달라는 소리가 요동을 치는 거 같은데.. 너무 늦었네요. 웬만한 곳은 다 문을 닫았을 것 같고 어쩐다..?”

 

 /초아/ “팀장님, 그럼 우리 집에서 라면 먹을까요?”

 

 /승혁/ “집?? 강초아씨 방말입니까?”

 

 

 깜짝 놀란 승혁이 고개를 들려 초아를 보았다.

 

 

 /초아/ “에이, 우리 집은 안 되죠. 층에 전부 직원들인데. 팀장님 댁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을까요? 리나 팀장님만 조심하면 되니까?”

 

 /승혁/ “우, 우리 집?”

 

 /초아/ “왜요? 안돼요? 지저분해도 괜찮아요. 제가 맛있게 라면 끓여 들일게요. 네?”

 

 /승혁/ “아, 안되긴 뭐가 안 됩니까? 항상 완벽하게 깨끗한 편이라서 절대, 아무 상관없습니다. 아무 때나 와도 됩니다만.”

 

 /초아/ “그럼 저 집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살짝 올라갈게요. 땀을 너무 흘려서.. 그래도 되죠?”

 

 /승혁/ “아니 뭐.. 우리 집에서 씻어도 되긴 하는데..”

 

 /초아/ “팀장님!!”

 

 

 집에 오자마자 빛의 속도로 샤워를 끝낸 승혁은 깔끔한 집을 한 바퀴 둘러 본 후 현관을 초조하게 서성거렸다. 그녀를 기다리는 몇 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연애 신생아인 승혁은 마음이 온통 초아에게 가 있었다.

 

 사무실에서도 온 신경을 초아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챈 리나에게 결국 정신 차리라는 잔소리까지 듣고 말았다.

 

 자신이 이토록 빠져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초아는 태평했다.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조금 더 웃어주는 것 외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것이 승혁을 더 애타게 했다.

 

 

 

 딩동.

 

 

 편한 홈웨어 원피스에 후드 가디건을 뒤집어쓰고 지퍼를 끌어올려 얼굴을 최대한 가린 채 활짝 웃는 초아의 예쁜 눈이 인터폰 화면에 가득 찼다.

 

 

 /초아/ “엄청 빨리 왔죠? 헤헤.”

 

 

 승혁은 현관 앞에 서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초아의 팔을 당겨 껴안았다.

 

 

 /초아/ “팀장님?”

 

 /승혁/ “잠시만, 이러고 있어요.”

 

 /초아/ “...............”

 

 

 꼼짝없이 승혁의 단단한 가슴에 갇힌 초아의 귀로 그의 세찬 심장소리가 들렸다.

 

 쿵쿵, 쿵쿵, 쿵쿵..

 

 

 

 

 /승혁/ “... 연애가 원래 이런 겁니까? 내 머리 좀 어떻게 해줘요. 온통 강초아가 가득차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아무 말도 못한 채 굳어버린 초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승혁은 한 번 더 힘주어 작은 초아를 안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녀를 감싼 그의 단단한 몸이 느껴졌다.

 

 

 /승혁/ “왜 나만 이런 겁니까? 그쪽은 멀쩡한 것 같은데. 억울하게..”

 

 /초아/ “하, 하하하, 팀장님! 라면을 놓고 왔어요, 라면 없으시죠? 제가 얼른 가서 가지고 올게요! 물, 물 올려놓으세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들킬까 민망해진 초아는 신발을 벗어보지도 못한 채 간신히 승혁을 밀어내고 다시 현관 밖으로 나왔다.

 

 

 띵.

 

 엘리베이터가 4층에 도착하고 고개를 푹 숙인 초아가 내렸다.

 

 

 /은주/ “너 왜 위에서 내려와? 너 혹시?”

 

 /초아/ “은주야.. ”

 

 /은주/ “너 술 취했어? 얼굴이 왜이래?”

 

 /초아/ “은주야... 나 진짜 사랑받고 있나봐... 팀장님이.. 나 진짜 많이 좋아하시나봐...”

 

 /은주/ “잉? 너 그거 이제 알았어? 요즘 정팀장님 완전 사랑에 빠진 남자 티 팍팍 내시면서 정신 빼놓고 계신 거 몰라? 너 팀장님 좀 어떻게 좀 해!!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여우였다고 밀당 모르는 직진남을 그렇게 애를 태우는 거야, 대체? 좀 살살 달래 응? 비켜! 이 언니도 데이트 좀 하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더 줄까봐 거리를 두었던 것 같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승혁의 모습에서 도통 표현하지 않는 정훈 때문에 불안했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를 불안하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어떡해...

 

 나만 상처받지 않겠다고 팀장님을 힘들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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