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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늘을 등지고
작가 : 사평
작품등록일 : 2020.9.24

나라와 나라 사이에 오고가는 서신. 이 물건 하나 탓에 우리의 인생이 전부 망할 지경이다. 우린 그저 시키는 대로 전해주었을 뿐인데.

그래서, 그렇다... 우리는 도망쳤다. 심지어 그 서신을 들고.

이 상황을 설명하자면 할 말이 많지만, 우선 우리가 왜 한 나라의 성문을 작살냈는지부터 말해줘야겠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이것으로 귀결된다.

그들은 하늘을 등졌으니.

 
Episode6 _ 돌진하는 짐승들
작성일 : 20-09-25 09:06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7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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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도 첫째 돌가죽도 이젠 너무 힘들다.

 

 몇 번이나 서로 무기를 휘두르고 또 그걸 막아냈는지, 이제는 무기를 쥐는 힘조차 아까울 지경이다.

 

 몸 구석구석에 난 상처에서 쓰라림이 전해지고, 근육이 저 혼자 요동치며 경련하고 있다.

 

 더군다나 아까부터 숲 저편에서 계속 나고 있는 굉음에 둘 다 신경 쓰여 죽게 생겼다. 어서 이 놈을 쓰러트리고 동료를 도우러 가야 하는데!

 

 그 맘과 다르게, 승부는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한번 돌아보는 것조차 용납될 수 없는 이 싸움에서, 숨 한번 내쉴 때마다 속이 터질 것 같다.

 

 그래도 첫째 돌가죽은 이 빨간 머리를 상대하는 게 자신이란 사실이 조금 안심되어 동생에 대한 걱정이 덜했다.

 

 반면 사라는 이런 힘을 가진 자가 하나 더 있어 지금 자신의 동료를 쫓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걱정되었다.

 

 제 목을 향해 날아오는 도끼날을 또다시 쳐내면서, 그녀는 부디 자신이 이 돌가죽을 이길 때까지 하온이 무사하기만을 빌었다. 일단 그 전에 이길 수는 있기를 더 빌었고 말이다.

 

 

 ***

 

 

 "...너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기다리는 거요. 적절한 장소와 적합한 때를 계산 중이에요."

 

 왕눈이 괴물의 조용한 물음에 나무 사이에 몸을 숨긴 하온이 조용히 대꾸했다.

 

 상대는 지금 숲속을 마구 돌진하며 보이는 족족 나무를 베어 넘기고 있었다.

 

 개중에는 굉장히 높은 나무가 종종 있어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지금도 그 나무에 깔릴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

 

 왕눈이 괴물로선 지금 하온이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뭔가 속내가 있겠거니 하는 심정으로 걱정 어린 눈빛을 보내며 기다릴 뿐이었다.

 

 반면 하온은 단지 적의 동선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상대가 어디에 있으며 또 어디로 가는지, 자신이 안전할 수 있는 위치는 어디인지 따위의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온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아는 아이였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있는 이점들, 이를테면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과 상대가 자신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 그리고 약간의 기적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했다.

 

 그걸 위해선 기다려야 한다.

 

 비록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해도, 안전하게 적을 이길 방법이 없는 이상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이고 그 확률에 기대야 한다.

 

 하온이 뭔가를 계산하는 동안 둘째는 벌써 숲의 상당한 부분을 베어냈는지, 저기 나무 한복판에 뻥 뚫린 공간이 펼쳐져있다. 줄기가 잘린 그루터기들이 제 몸뚱이를 앞에 두고 여지껏 숨겨온 나이테를 보인 꼴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암만 돌가죽이라고 해도 비정상적인 출력, 어지간히도 분노한 듯 하지만 하온으로서는 그 이유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뭐 그리도 원수질 일을 했다는 건지.

 

 또다른 나무가 쓰러지며 주변의 줄기를 긁어대 굉음을 자아냈다. 이번엔 상당히 가까이에서 소리가 났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위험하다.

 

 "우선 지금 자리를 옮겨야겠어요."

 

 하온은 각오를 다지기 위해선지 그렇게 괴물에게 말을 걸고선, 크게 숨을 들이쉬고 뒤를 바라보았다.

 

 여러 큰 나무들이 줄지어 순서대로 쓰러지고 있다. 마치 도미노처럼 보이는 재해였지만 사실은 그 밑에 살아있는 벌목기가 서슬을 들이대며 달리는 중이다.

 

 하온은 이를 잠시 응시하고는, 돌가죽이 나무를 모조리 베어 평지처럼 되어버린 곳을 가로질러 달려나갔다.

 

 "으아앗!"

 

 ······그 시도가 무색하게, 하온은 얼마 못 가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큰 소리를 내면서.

 

 나무를 마구 베어 가르던 돌가죽도 놀라우리만치 예리한 귀로 그 인기척을 알아채 곧바로 이쪽으로 눈을 부라렸다.

 

 하필 주변에는 몸을 가려줄 나무가 모조리 베어져 있었기에, 하온이 있는 위치는 돌가죽에게 너무나 잘 보이기까지 한다.

 

 둘째 돌가죽은 곧바로 하온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리고 긴 체공 시간을 거쳐 단번에 하온의 앞으로 착지했다.

 

 망할, 설마 이정도로 접근이 빠를 줄이야! 하온은 필사적으로 기면서 뒤로 후퇴하려 했지만, 돌가죽은 마치 그를 비웃듯이 천천히 걸어가는 것만으로 간단히 따라잡았다.

 

 '안되는데······. 아직······. 아직······!'

 

 "야. 쥐새끼. 이게 끝이더냐?"

 

 돌가죽이 서서히 다가가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온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힘겹게 이에 대꾸했다.

 

 "예······. 안타깝게도······. 하지만, 알아두세요. 저는······."

 

 말하는 도중에도 끝까지 발버둥 치며 도망가려는 하온을 따라가며 구경하는 것은 돌가죽에겐 꽤나 즐거운 일이였다.

 

 "저는······. 이제······."

 

 곧 그 저항마저 멈췄고, 하온은 마지막 말만을 남겨둔 채로,

 

 "더······. 못 버티겠다!!"

 

 갑작스레 뛰어올라 돌가죽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으아아아아아-!!!"

 

 돌가죽에 매달린 채로 마구 소리를 지르며 얼굴이며, 귀며 마구 때려대고 잡아 뜯는 하온의 이 갑작스럽고도 황당한 모습에 돌가죽은 당황했다.

 

 그러다가 곧 웃기기 시작했다.

 

 돌가죽은 하온을 얼굴에서 간단히 떼어내 손으로 꽉 쥐었다. 그 와중에도 하온은 소리를 지르며 발광하고 있었다.

 

 "등신······. 고작 이걸로 그렇게 건방을 떨었단 말이야?"

 

 "아악! 으아악!"

 

 돌가죽은 그런 저항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도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서히 주먹을 쥐며 마지막 일격을 날릴 준비를 했다.

 

 "이제 네 행운도 다 끝났구나."

 

 그러나 돌가죽은 몰랐을 것이다.

 

 아까 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하온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 자신은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행운이란 그가 자신을 처치하는데 늑장을 부린 것, 지금 자신을 쥔 돌가죽의 손이 머리와 멀찍이 떨어진 것, 그리고 자신의 머리가 돌가죽의 머리보다 낮은 높이에 있다는 것이 그러했다.

 

 돌가죽의 주먹이 움직인다. 이 늘어지는 추격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끝이란 바로 하온 자신이 원했던 것이다.

 

 콰앙!

 

 그 굉음을 끝으로 쓰러진 건 하온이 아니라 돌가죽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돌가죽이 쥔 주먹은 하온에게 닿지도 못했다.

 

 그가 미처 그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거대한 나무가 돌가죽을 향해 쓰러져서 돌가죽의 머리에 적중한 것이다.

 

 그 무지막지한 질량이 쓰러지면서 나오는 충격에 돌가죽은 그대로 깔려 기절해버렸고, 그 우악스런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하온은 그대로 들판 위에 함께 쓰러졌다.

 

 아까 전부터 무감각해질 정도로 시달려온 긴장 상태가 풀리면서 온몸이 타듯이 시려 왔다.

 

 잔디의 감각을 느끼며 마구 심호흡을 해댔다. 지금 하온에겐 신선한 공기가 아주 많이 필요했다.

 

 ***

 

 하온이 숨을 틈조차 없게 모든 나무를 베어 없애 버린다는 둘째 돌가죽의 난폭한 계책에는 세 가지 빈틈이 있었다.

 

 첫째, 베어진 나무로 인해 넓은 평야 지대가 생겨난다는 것.

 둘째, 돌가죽 본인의 위치를 상대가 더 쉽게 파악한다는 것.

 셋째, 하온이 가진 기적이란 능력을 돌가죽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하온은 그가 다니는 경로를 주시하며 적절한 장소에 쓰러질만한 충분히 큰 나무를 물색했다.

 

 그리고 거목 하나가 평야 쪽으로 쓰러지려 하는 것을 보고, 이를 사물을 정지시키는 기적으로 멈춰놓았다.

 

 정지의 기적이란 사물이 정지될 때의 운동량이 클수록 발휘하기가 힘들지만, 이제 막 쓰러지기 시작해 가속이 붙지 않은 거목이라면 더 쉽게, 더 오래 정지시킬 수 있다.

 

 그동안 하온은 평야에서 일부러 넘어져서 돌가죽의 시선을 끌었다.

 

 잔뜩 분노한 돌가죽이라면 자신이 가까이에서 직접 숨통을 끊으려고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돌가죽이 빠르게 접근해서 뒷걸음질을 치며 시간을 끌다가, 돌가죽이 겨우 포인트에 도달하자 곧장 그에게 달려들었다.

 

 돌가죽이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고 적에게 저항해 자신에게만 신경을 돌려야만 했다.

 

 쓰러지는 거목 앞에는 이미 모든 나무가 베어져 있어 충격을 완충해 줄 나무는 남아 있지 않았고, 그대로 최고속도로 낙하한 거대한 나무줄기가 돌가죽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 충격은 제 아무리 단단한 돌가죽이라 할지라도 기절시킬 충분한 힘을 발휘할 것이고, 그 예상대로 능히 둘째 돌가죽을 제압해 하온의 목숨을 구했던 것이다.

 

 ***

 

 사라와 첫째 돌가죽의 혈투도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

 

 누더기마냥 너덜너덜해진 둘의 기술의 예리함은 눈에 띄게 둔해져 있었고, 한참 동안 계속된 싸움에 둘 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무기를 휘두르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고, 수시로 튀어 오르는 불꽃 속에서 둘의 피로감이 점점 높아져 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둘은 동시에 무기를 거뒀다.

 

 "후욱······. 후욱······."

 

 "허억······. 허억······."

 

 정말 일시적으로 성사된 교착상태.

 

 아까까지 철을 맞대던 둘은 잠시 숨을 고르고 조금이나마 힘을 비축하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곧 각자의 무기를 고쳐 쥐고 자세를 잡은 둘은, 그렇게 몇 초를 보내다 다시 서로를 향해 돌진하며 무기를 들이댔다.

 

 또다시 맹렬한 칼의 폭풍이 몰아쳤다.

 

 쇠끼리 부딪혀 튀긴 불꽃이 서슬이 내뿜는 바람에 휩쓸렸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빛의 궤적을 그렸다.

 

 잠시 처음의 예리함을 되찾은 둘의 무기는 화려하게 부딪치고 또 부딪히며 격렬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그 유려한 검무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싸움은 점점 사라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아까까진 전투 경험의 부족함을 빠른 속도와 반사신경으로 때우고 있었지만, 그런 방식만으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몸이 지쳐갈수록 판단력은 흐려져서 밑천이 떨어져가는 것이다.

 

 상황을 뒤집을 방법은 단 하나, 비장의 한 수를 통해 일발역전을 노리는 것. 그래서 사라는 단 한 번의 일격만은 늘 염두에 두면서 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사라의 눈이 매섭게 돌가죽을 응시한다.

 

 매서운 사라의 눈을 보며, 돌가죽은 종족의 한계를 넘어선 눈앞의 인간에게 어떠한 존경심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첫째 돌가죽은 그녀에게 아직 역전의 기회가 남아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적에게 일체의 기회를 주지 않도록, 섣부른 공격보다는 안전한 방어를 우선시하면서 승기를 굳혀가고 있었다. 신중하게 싸움을 풀어나가 이 형세를 유지한다면 승리는 그의 것이다.

 

 돌가죽의 튼튼한 방어에 사라의 발걸음이 점점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이대로 싸움이 지속되다간 사라는 분명히 지고 말 것이다.

 

 사라의 숨결이 흐트러지고 전황은 갈수록 불리해진다. 이제 한계가 눈앞에 있었다. 그녀의 몸에 상처가 새겨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몇몇은 위험한 곳까지 베어내 사라의 움직임을 더욱 둔하게 한다.

 

 판단력은 점점 흐려져만 간다. 역전이고 뭐고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 망할, 어서 하온을 구해야 하는데. 어서 하온을...

 

 "우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저 편에서 들리는 괴이한 함성에, 여지껏 싸우고 있던 양 측 모두가 순간 눈길을 돌렸다.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것은 다름아닌 하온이었다. 그것도, 자기 앞에 왕눈이 괴물을 방패삼아 들고 돌진하는 하온.

 

 "야!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임마아아-!!!"

 

 괴물의 당황 어린 절규를 무시하고 맹렬히 달리는 그 모습은 사라에겐 환희를, 첫째 돌가죽에게는 절망을 전하는 전령과 같았다.

 

 사라는 다시 힘을 얻어 돌가죽에게 창을 휘둘렀고, 돌가죽은 갑작스런 공격에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대처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동생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서도, 첫째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직 둘째가 죽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여기서 이 둘을 모조리 처치하고 빠르게 찾아가면 그만이다. 이길 수 있다. 저기 달려오는 자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저자에겐 날카로운 무기도, 내 가죽을 찢을 충분한 근력도 없다. 무시하고 싸우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한 합당한 계산과 함께 첫째 돌가죽은 눈앞의 싸움에만 온 힘을 쏟았다. 빨간머리, 널 먼저 죽이고 검은 머리는 나중에 상대하자!

 

 "괴물 씨-!!"

 

 "으아아악!!"

 

 그리고 이 그럴듯한 오판 덕분에, 하온은 돌가죽의 바로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가 앞에 들이댄 괴물이 돌가죽에게 부딪치기 직전, 왕눈이 괴물의 몸에서 자기 보호를 위해 내뿜는 가시가 빠르게 솟아났다. 단단한 뿔이 뻗어나가며 적을 향해 그 끝을 세운다.

 

 돌진하는 하온의 운동량과, 가시를 세우는 괴물의 운동량이 합쳐졌다.

 

 그 정도면 최소한, 돌가죽에게 상처를 입히기엔 충분한 위력이었고, 하온을 무시했던 돌가죽은 그 댓가로 등에 작은 구멍들이 송송이 뚫려버렸다. 갑작스런 고통이 엄습해 그의 다리가 휘청였다.

 

 사라가 계속 준비해오던 마지막 일격은, 그 단 한 번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제껏 때를 기다린 사라의 창이 그대로 첫째 돌가죽의 어깨를 꿰뚫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창을 뽑아, 한 바퀴 회전하며 가슴팍에 가로로 큰 상처를 입혔다. 피가 솟구치며 혈흔을 뿌려댄다. 둘 모두 치명상이었다.

 

 돌가죽의 거구는 귀를 찌르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땅 위로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사라도 창을 바닥에 떨어트린 채 길바닥에 털썩 누웠다. 쇳덩이 하나와 몸뚱이 둘이 한꺼번에 떨어지며 지면을 울렸다.

 

 

 "후우······. 후우······."

 

 "허억······. 허억······."

 

 숨을 고르며 사라가 옆을 돌아보니, 하온은 이미 기진맥진해서 먼저 누워 있던 참이었다.

 

 드디어 이곳에 고요함이 깃들었다. 둘은 말할 기력도 없이 단지 웃으며 이 승리를 자축했다.

 

 하온은 가만히 누워 하늘을 보았다. 그러다 길을, 옆에 있는 사라를, 왕눈이 괴물을, 그리고 숲을 보았다.

 

 "어······?"

 

 하온은 잠시 자신의 눈을 비볐다. 헛것을 본 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방금 숲에서 나온 건, 아까 전에 분명히 기절시켰던 둘째 돌가죽처럼 보였으니까.

 

 그러나 몇 번이고 눈을 감았다 떠도 그곳에서 보이는 건 분명히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돌가죽의 모습이었다.

 

 그 환영이, 아니. 인제 환영이라곤 할 수 없는 분명한 돌가죽의 형체가 입을 열었다.

 

 "형······."

 

 둘째는 서서히 다가오며 눈앞의 쓰러진 첫째를 바라보았다. 사라가 그의 존재를 알아챈 건 그때였고, 이미 늦어버렸다.

 

 "형! 형!! 이 망할, 썩을, 아, 이—!!!"

 

 재빨리 움직이려 애를 썼음에도 사라의 몸은 둔하기 그지없다, 어디 손가락 하나도 똑바로 말을 들어먹지를 않아서, 이미 놓쳤던 창을 다시 집자마자 또 놓치고 만다.

 

 "네가 찔렀구나! 네가!!"

 

 둘째 돌가죽이 자신의 쇠도끼를 질질 끌며 사라에게 다가갔다. 지면을 긁으며 흙먼지를 일으키는 억세고 무거운 도끼.

 

 땅에 그어지는 선은 사라가 이제 와서 무엇을 한들 너무 늦을 정도로 빠르게 접근해오고 있었다.

 

 다시 돌아본 순간, 둘째의 도끼날은 이미 하늘 위로 높이 들려서 사라를 향해 내리치려던 참이었다.

 

 "죽어! 제발 뒤져—!!!"

 

 온 힘을 다한 돌가죽의 일격이 땅에 박혔다. 그 허공을 가르며 일으킨 무시무시한 바람이 모래를 밀어내 사방에 토연을 뿜어냈다.

 

 그러나 이 일련의 행위가 끝났을 때, 그의 도끼가 베어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돌가죽이 자신의 무기를 보았다. 아니, 이제 무기라고 할 수도 없다. 날 부분이 완전히 박살 나 손자루만 남았으니 말이다.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하온이 흑광석을 꼭 쥐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도끼는 아까 하온의 파괴의 기적으로 인해 금이 간 상태에서 수많은 나무를 베어 갈랐다.

 

 그로 인해 쌓인 막대한 손상 탓에, 하온이 다시 건 한순간의 파괴의 기적만으로도 맥없이 부서지고 만 것이다.

 

 "또······. 네가······."

 

 둘째 돌가죽은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그사이에 싸울 준비를 마친 사라가, 이미 그에게 필사의 일격을 날려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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