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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늘을 등지고
작가 : 사평
작품등록일 : 2020.9.24

나라와 나라 사이에 오고가는 서신. 이 물건 하나 탓에 우리의 인생이 전부 망할 지경이다. 우린 그저 시키는 대로 전해주었을 뿐인데.

그래서, 그렇다... 우리는 도망쳤다. 심지어 그 서신을 들고.

이 상황을 설명하자면 할 말이 많지만, 우선 우리가 왜 한 나라의 성문을 작살냈는지부터 말해줘야겠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이것으로 귀결된다.

그들은 하늘을 등졌으니.

 
Episode4 _ 추적
작성일 : 20-09-25 06:19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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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사라와 하온은 생전 처음 듣는 소리가 숲 속에서 퍼져왔다. 탕 하는 강한 파열음이었다.

 

 둘은 잠깐 놀라는 것으로 끝이었으나, 괴물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그 크고 많은 눈알들이 이리저리 요동쳐댔다.

 

 곧 울이 돌아오자마자, 괴물은 상당히 경계 어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총을 가지고 있구나!”

 

 “괴물 주제 아는 게 많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 줄 몰랐는데.”

 

 울은 괴물이 말실수라도 한 마냥 상당히 날 선 말투로 대꾸했다. 갑자기 불편해진 분위기에 사라가 살짝 볼멘소리로 물었다.

 

 “그 총이란 게 뭐길래 그 난리예요? 아까 그 큰 소리가 총으로 낸 거예요?”

 

 “총은 먼 옛날 황금시대에 개발되었던······.”

 

 “그 특이한 입 좀 다물고 빨리 출발이나 하지. 다른 돌가죽들이 추적할지도 몰라.”

 

 사라의 물음에 대답하려던 왕눈이 괴물을 울이 재빨리 막았다.

 

 울은 자신이 하고 온 일에 대해 두 젊은이가 추론할 여지조차 남기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와 별개로 사라는 궁금증이 풀리기는커녕 새로운 의문점만이 생겼다.

 

 “황금시대라는 건 또 뭔데요?”

 

 이 질문에 대답한 건 옆에 있던 하온이었다.

 

 “기적이라는 게 이 목걸이의 흑광석이 사람의 소원에 반응해서 이뤄지는 거라고 말했었지? 먼 옛날 황금시대에는 흑광석의 힘이 강대하고 또 어디에나 널려있어서, 사람들의 소원을 뭐든지 마음껏 들어줬대. 그런데 그 고도문명이 멸망하고 또 몇 번이고 멸망을 반복해서 새로 재구축된 게 지금의 세상이야.”

 

 “누군가가 추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 했을 텐데?”

 

 하온의 설명마저 끊은 울은 재빨리 짐을 들고 길을 서둘렀다.

 

 돌가죽 전사의 습격으로 수레가 박살 나버려서, 나라님께 받은 비상금으로 새 수레를 구해야 한다.

 

 그 전까진 어쩌겠는가. 짐들을 돌가죽에게 걸거나 손으로 들고 가는 수밖에.

 

 그렇게 그들은 그 우스꽝스러운 꼴로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앞선 전투와 괜한 기 싸움의 후유증으로 분위기마저 칙칙하기 그지없었다.

 

  사라는 재빨리 마을에 도착해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다시 맛보고 싶었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분위기까지 힘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

 

 

 두 돌가죽은 자신 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급한 성미에 홀로 그들을 추격하겠다던 막내 동생을 보고 위험하다고 만류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고작 인간 3명에게 당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이 모습은 무엇인가.

 

 온갖 것으로 꽁꽁 묶여있는 눈앞의 친숙한 돌가죽은 양 어깨에 깊은 상처가 나고 입 안에는 구멍이 뚫린 채, 이제는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었다.

 

 옆에서 살짝 흐느끼려는 둘째를 다른 하나, 첫째 돌가죽이 퉁명스레 나무랐다.

 

 “이놈도 너도 다 죽는 것 따위 무릅쓸 각오는 하고 혁명을 시작했지 않았나. 이걸로 질질 짤래? 장례식이라도 치러주랴?”

 

 말이야 험하게 했지만 그라고 마음이 편한 건 아니어서, 자신이 한 말대로 장례식까지는 아니어도 하다못해 묶인 줄을 풀고 바닥에 뉘어주는 정도는 해주었다.

 

 그러나 이 이상 시간을 빼앗길 순 없다. 바닥에 널브러진 수레조각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짐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찍혀 있는 발자국은 각각 떨어져있는 거리가 좁았다.

 

 즉 저들은 싣고 있던 짐을 손에 들고 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막내가 목숨을 버려가며 지체시킨 길이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그들을 놓쳐버린다면 죽은 동생을 저승에서 볼 면목이 없다.

 

 “어서 가자.”

 

 둘은 다시 땅을 박차고 빠른 속도로 추격을 시작했다.

 

 동생의 피가 굳어진 정도를 보아 그들이 그렇게 오래 전에 길을 뜨지는 않았을 것이다.

 

 발을 움직이면서도 아까의 끔찍하고 황당한 결과에 두 돌가죽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하다못해 어떠한 기적에 휘말려서 당했다면 모를까, 보였던 상처는 분명히 날붙이에 찔린 흔적이다.

 

 그토록 힘이 장사이던 막내였건만, 연약한 인간이 그 얇은 팔로 돌가죽의 정말 바위 같은 어깨 거죽을 꿰뚫어 아예 구멍을 내놨단 말인가?

 

 그럴 리는 없다. 인간의 힘이 그 정도로 강할 리가 없다.

 

 세상에 그런 자가 있다고는 듣도 보도 못했다. 그렇다면 설마 동행했다던 돌가죽의 소행인 걸까?

 

 아니다. 결코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

 

 “동족을 공격할 수 없다고?”

 

 “그렇습니다.”

 

 “본능적으로 인간을 공격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동족을 공격할 수 없다는 제약도 있었는가?”

 

 “그동안 어떤 주인도 돌가죽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으셨으니, 모르시는 게 당연하죠.”

 

 아까의 혈투에서 사루비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에 울이 불만을 표하자, 사루비는 자신이 도울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납득이 안 되는 설명은 아니었다.

 

 애초에 사람을 공격할 수 없다는 제약 역시 자연스럽다고 보기에는 힘들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본능 아니었던가.

 

 하지만 앞으로 닥쳐올 험난한 길에서 눈앞의 커다란 근육덩어리가 도움이 될 일은 짐을 옮겨주는 것 빼고는 없을 것이란 사실은 아쉽기 그지없다.

 

 “거 참, 그건 또 새로운 정보구만. 잘 기억해두겠어.”

 

 “왕눈이 괴물씨도 모르는 게 있었어요?”

 

 사라의 말을 들은 왕눈이 괴물이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왕눈이 괴물? 맞아. 너 아까부터 날 왕눈이 괴물이라고 부르더라!”

 

 “싫어요? 딱 맞는 이름인데. 눈도 크고, 괴물이시고.”

 

 “싫다기보다는 거, 우스꽝스럽지 않아?”

 

 “그럼 이미 가지고 있던 이름 있어요?”

 

 “으응?”

 

 왕눈이 괴물의 눈이 잠시 허공을 방황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럼 왕눈이 괴물로 불러도 되죠?”

 

 “아니! 굳이 부를 거면 왕눈이를 빼고 그냥 괴물이라고 불러! 그게 더 야성적이잖아.”

 

 “싫어요. 나는 그냥 왕눈이 괴물로 부를래.”

 

 “에라이, 됐다 됐어! 니들 맘대로 불러라!”

 

 괴롭기만 하던 행군이 아주 조금은 활기를 띄었다.

 

 

 ***

 

 

 두 돌가죽은 맹렬히 추격을 가속하고 있었다.

 

 길을 따라갈수록 희미하던 발자국은 점점 선명해져서 그들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렸다.

 

 늦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땅을 박차는 두 발에 더욱 강하게 힘을 주었다.

 

 흐느끼려던 둘째 역시 이제는 얼굴에 슬픈 기색을 감추었다. 대신 눈에 매서운 분노를 담은 채로 앞만을 바라보며 달렸다.

 

 “언제까지 달려야 하지?”

 

 “아까도 물어본 질문이다. 상관 마. 보일 때까지 달리기만 하면 된다.”

 

 “미안. 하지만 빨리 그놈들 면상을 보고 싶어.”

 

 눈에선 불꽃이 튀고 말에는 강렬한 떨림이 있다. 슬픔은 사라진 게 아니다.

 

 모조리 뜨거운 울분으로 변해 둘째의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 동생의 아픔이 서린 눈을 보며, 첫째 돌가죽은 쓰라림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분노만큼 강한 싸움의 원동력은 없다. 둘째는 살아남기 위한 연료를 몸에 한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비록 아까는 험하게 말하긴 했지만, 그라고 해서 동생이 죽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는 않았다.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저들을 죽이고 그 문서를 당당히 탈취해서, 빠르게 막내의 시체를 수습하고 돌아가야만 한다.

 

 어느새 발자국이 더욱 진해졌다. 마음을 다잡고 곧 만나게 될 적들을 상상했다.

 

 우락부락한 근육이 있는 자일까? 나이는 어느 정도일까?

 

 대체 어떤 인재이기에 막내를 이긴 걸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비록 일대일로는 형제 중 막내의 힘을 당해낼 자가 없기는 했지만, 둘이 함께라면 당연히 혼자서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둘이 하나보다 강한 것은 당연하다. 둘이 힘을 합치면 혼자서는 이기지 못할 상대라도 능히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지나가며 박차는 땅에서 흙먼지가 튀어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졌다.

 

 그러기를 한참 후, 그들의 눈에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그것을 보자마자 둘은 흥분을 멈출 수가 없었다. 눈앞에 목적지가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찾던 인간 무리가 저기에 있었다.

 

 “멈춰라-!”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둘은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선 그들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인간 셋에 돌가죽 하인 하나. 틀림없이 그들이 찾던 전령 일행이었다.

 

 ***

 

 갑작스레 하온에게 기이한 음산함이 닥쳐왔다. 뇌를 관통하는 듯한 감각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그것은 굉장히 불길한 징조였다.

 

 “다들 좀 더 빨리 움직여요.”

 

 “으응? 아까까진 제일 힘들어하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곧 습격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사라가 하온을 보는 눈빛이 딱 그 짝이었다.

 

 하온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발걸음을 재촉하며 사라의 의문에 대답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 그리고 ‘기적을 부리는 이’가 느끼는 예감이란 건 결코 허투루 넘겨서는 안 돼.”

 

 “······왜?”

 

 “가끔씩 뇌가 흑광석이랑 공명해서 미래의 편린을 보여줄 때가 있어. 예언자들이랑 똑같은 원리야. 하지만 난 예언 쪽 적성은 아니니까 가끔 이상한 예감만 드는 거고. 이번에도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하온의 그 안 좋은 예감이란 걸 들은 다른 일행들도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서두르는 분위기가 되었다.

 

 사라를 놀리려고 하는 소리는 아닌 모양이다. 안 좋은 일이라 하니.

 

 갑자기 한참 전 일어났던 돌가죽의 습격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매 순간 생사가 갈리던 살 떨리는 경험.

 

 소름이 돋아왔다. 그리 생각하니 사라의 발도 절로 빨라져왔다. 또 싸우기는 싫다.

 

 아까야 운 좋게 이겼다지만 또 습격해온다면 이길 자신이 없다. 애초에 고향에서는 농사만 지어오며 살아온 몸이다.

 

 싸움 같은 건 씨름대회 말고는 해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또 다른 고민은, 설령 운 좋게 새로운 적까지 물리친다고 쳐도 그들의 처분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다.

 

 만일 이들이 자신들을 쫓아올 수 있었던 것이 이전에 쓰러트린 동료의 도움 덕분이라면, 이제는 죽이지 않고 회피한다는 선택은 할 수 없다.

 

 그것이 두렵기 그지없다. 내 손에 피가 묻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다.

 

 생각조차도 하기 싫은 일이다. 거기에 하온도 걱정된다.

 

 이 순진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누군가를 죽인다는 선택을 하게 될 일은 없었으면 한다.

 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왠지는 몰라도 하온의 티 없는 미소를 늘 접하고 있노라면, 그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어어······?”

 

 앞에서 들리는 조금 소란스런 소리가 사라의 생각을 깼다. 무슨 일인고 하니 하온이 뭔가를 가리키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사라의 눈이 하온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자, 사라도 똑같이 소란스런 소리를 내었다.

 

 “아······!”

 

 그것을 보자마자 다섯은 흥분을 멈출 수가 없었다. 눈앞에 목적지가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찾던 큰 마을이 저기에 있었다. 그러나······.

 

 “멈춰라-!”

 

 갑작스레 들린 굉음에 얼어붙은 일행은 잔뜩 얼어붙은 채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무기를 이쪽으로 휘두르고 있는 두 돌가죽 전사. 틀림없이 그들을 습격한 새로운 추적자들이였다.

 

 하온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하온은 그 사실이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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