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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작가 : 그린기린
작품등록일 : 2020.9.16

시공간과 인종, 성별을 넘어 사랑을 다루는 불로의 존재, '에로스'
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아프로디테의 학교는 운명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에로스'는 파트너를 지어 임하는데, 우리 이 임무 잘 해낼 수 있을까?

"에로스는 절대 사랑에 빠져선 안돼. 노화와 죽음을 알게 될거야."

납화살과 금화살. 납총알과 금총알.
무엇이 저주이고 무엇이 축복이며 그 누가 먼저 된 신인가.
사랑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첫 임무, 막장이야 (6)
작성일 : 20-09-24 20:53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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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나도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니였어!"

 

 남자가 소리치며 등을 폈다. 여자는 어디한번 말해보라는 듯 당당하게 팔짱을 꼈다.

 

 "애초에 너도 내가 남자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고 내가 미리 너한테 말도 했잖아."

 

 "그래. 그랬었지. 근데 그게 바람피는 걸 용납하단 소리는 아니였어."

 

 "..너는 대체 왜 나랑 결혼하려 하는건데."

 

 "결혼식까지 이틀밖에 안 남았은 이제 와서 이유를 물어서 뭘 어쩔건데."

 

 "결국 봐, 너도 참고 나도 참고 우리한테 남은 게 대체 뭔데 너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집착하느냔말이야!"

 

 "...집착이라니? 너야말로 그럼 애초에 결혼은 왜 한다고 그런거야? 남자랑 사귀여야겠다 싶으면 진작에 헤어지고 말지. 왜 2년 동안 나랑 만나서는 내 프러포즈는 대체 왜 받아준 건데."

 

 "...그건 내가 직장이나 가족의 시선을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아서 널 이용한거야. 그래서 그랬던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주체할 수 없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휘청거렸다.

 

 남자에게는 가족이나 친구보다 먼저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공통된 모임이 먼저 필요했던 것 아닐까.

 

 바람을 피우고 자신이 약속한 신뢰를 저버린 것은 명백한 잘못이었지만, 그의 처지가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니야. 미안해하지마. 결혼 올려야지. 올리고서 헤어지던가 해. 그게 어른으로써 자신의 약속에 책임 지는 거지 안 그래?"

 

 여자는 붉어진 얼굴로 숙여져있는 그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나는 도저히 못하겠어. 날 속이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래. 제발 그냥 여기서 끝내자."

 

 남자는 여전히 울고있었다.

 

 "밀테. 화살 내놔."

 

 "지금?" 

 

 그는 내 손에 들려있던 작은 활과 납화살로 그녀를 조준했다.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그의 모습은 더할나위 없이 진지했다.

 

 "나 진짜로 너를 사랑할 수가 없어."

 

 휘익-

 

 여자의 중앙에 납화살이 정통으로 꽂혔다. 그 안에 작게 남아있던 황금탄환이 완전히 박살나는 것이 보였다.

 

 "너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이러면 안 되는거야!"

 

 여자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움(납화살)은 겉잡을 수 없이 그녀의 폐부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안쓰러운 광경에 두 눈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

 

 바깥으로 청아한 새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뻐근한 목을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의 소란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여자는 우는 남자의 멱을 한참이나 붙들고 서있다 먼저 등을 돌려 돌아갔다. 나는 여자를 쫓아가려 했으나 아네모네가 그런 나를 만류했다. 그리고 텅빈 공터에 홀로 남겨진 남자는 그렇게 주저앉아 지칠 때까지 훌쩍이다 집으로 돌아갔다.

 

 그게 몇시였더라. 거의 새벽 3시가 가까웠을거다.

 

 "밀테, 잘 잤어? 들어간다?"

 

 시클라멘의 낮아진 목소리가 들리니 순간 모든 잠이 달아나고 현실이 뚜렷하게 개인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들어오라 답했고, 그는 천천히 들어와 토스트와 커피를 올린 작은 탁자를 내 무릎 위에 걸쳐주었다.

 

 "오- 고마워 시클라멘."

 

 "별 거 아닌데. 뭘."

 

 "너는 안 먹어?"

 

 "나는 이미 아네모네랑 같이 먹었어."

 

 "그렇구나."

 

 내가 에로스학교에 있을 적에는 그 천하의 시클라멘에게 아침밥을 얻어 먹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에로스의 능력이 새삼 무서워졌다.

 

 "시클라멘, 내가 살다살다 네 아침밥도 먹는다. 그치?"

 

 "그러게."

 

 "나는 네가 하루 빨리 자유로워지면 좋겠어."

 

 "또 그런 말 하네. 이제 와서 말하는 건데 나 에로스 학교에 지낼 때도 밀테를 그다지 싫어하진 않았어."

 

 "..에이 거짓말하지마."

 

 "진짜야."

 

 "날 싫어하지 않는다는 애가 내 교복에 물을 뿌리질 않나 그렇게 맨날 놀렸어?"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날 진짜로 싫어했어도 난 별로 상관없어. 시클라멘. 지금이 중요한거잖아."

 

 "그래. 그 말이 맞네. 지금 나는 너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 밀테."

 

 시클라멘의 별안간 고백에 나는 다시 속이 느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커피를 한번에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잘 먹었어! 설거지는 잠도 깰 겸 내가 직접 할게."

 

 그리고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

 

 나온 거실에는 아네모네가 신문을 펴고 앉아있었다.

 

 머리가 부스스하게 흐트러진 모습도 굉장히 있어보였다.

 

 첫 만남때는 그냥 야수였었는데, 나는 설거지를 마친 후에 그의 앞에 앉았다.

 

 "아네모네, 너 정말로 이 결혼식 백지로 돌릴 작정이야?"

 

 "...어. 되는 데까지는 해보게."

 

 "대체 왜? 운명은 건들지 않는 게 네 신조 아니였어?"

 

 "그렇긴 한데 모종의 사건이 뭔지 몰라도 마음에 안 들어서."

 

 "뒤가 찜찜한 일이 생길까봐?"

 

 "당연하지. 꿈자리 사나워지는 게 좋을리가 있겠어?"

 

 "하긴, 너는 남자랑 몇번이나 만난 사이니까."

 

 시클라멘은 그새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는, 내일까지 친구랑 만나 놀고 오겠다며 내 볼에 뽀뽀를 한번 하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에이, 에로스는 별 느낌 안들어. 너가 그랬잖아. 입에 닿아도 성적인 욕구 하나도 못 느낀다구."

 

 나는 아네모네의 째리는 눈빛에 그의 말을 이용하며 비꼬았다. 그의 얼굴은 더 험악해졌다. 나는 아네모네의 어두워진 미간을 검지로 누르며 물었다.

 

 "혹시 내가 여자를 만나 설득하면 결혼식을 무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가능하겠어? 넌 내 친구로 소개되어있잖아."

 

 "그러니까 가능한거지. 이미 안면을 튼 사이니까."

 

 이제 결혼식까지 이틀이 남아있었다.

 

 나는 아네모네와 머리를 맞대고 여자를 설득할 만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

 

 저녁 7시

 

 20일이 넘게 미행해온 탓에 여자의 동선은 훤히 꿰고있었다. 우리는 여자의 회사 앞에 차를 세우고 그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오는 동시에 내가 그녀에게 부딪히고 우연을 가장한 재회를 한 후, 미리 알아 본 카페까지 여자를 끌어내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눠보는 작전이었다.

 

 "아네모네.."

 

 "응?"

 

 "너 진짜 운전하고 돌아갈 수 있겠어?"

 

 "응. 너 하는 것도 봤으니까. 때마침 아프로디테가 운전면허증도 새로 만들어줬고."

 

 그는 시원하게 웃으며 내게 운전면허증을 보여줬다. 가만보면 에로스의 일은 모든게 다 조작으로 시작되어 조작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아네모네, 에로스로 사는 거 싫지 않아?"

 

 "...왜. 또."

 

 "아니, 너는 한때 에로스인 걸 포기하고 살 정도로 아프로디테나 자신에게 질려있었던거잖아? 내가 임무를 해보니까 이제야 좀 알겠어. 에로스는 너무 잔인해."

 

 "우리가 지금 잔인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거 잖아."

 

 "...그런가?"

 

 "응. 그러니까. 일어날 모종의 불행을 잘 막고 와봐."

 

 아네모네는 곧은 눈빛으로 나를 북돋았다.

 

 에로스학교에서 사례를 공부하다 문득 두려워질 때면 적어도 진실한 에로스라도 되고 싶어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소망하던 내 어린 모습이 그의 두 눈에 비치고 있었다.

 

 "여자 왔다."

 

 "나 갈게."

 

 "그래."

 

 나는 아네모네에게 연결된 보청기를 단 바지춤을 정리하며 여자의 운명을 위해 천천히 나아갔다.

 

 -

 

 퍼억-

 

 "헉!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아, 네."

 

 "어? 그때 카페에서.."

 

 "어 그러네요. 여기서 만다나니 너무 놀랍다. 결혼하신다 그러셨죠?"

 

 "네..그랬었죠..친구분은?"

 

 "아! 걔요. 그때도 말한 것처럼 별로 안 친한 사이여서요. 일년에 한 두번 만나면 많이 만난 거라니까요."

 

 "근데 여기는 왜 와 계신거죠?"

 

 "여기 주위에 일하는 친구한테 전해줄 게 좀 있어서요."

 

 "그러시구나. 저는 바로 이 은행건물에서 일해요."

 

 "와-멋있네요."

 

 그녀는 내가 남자친구가 바람난 대상의 친구였던 것을 기억하고,

 

 내가 이 복잡한 사정을 알고있는지 간보는 것처럼 나를 훑으며 물었다.

 

 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답에 자연스럽게 답하였다.

 

 이제 이야기 나눌 카페로 그녀를 끌어들이기만 하면 쨌든 계획한 일에 반은 완성되는 것이었다. 남은 반으로는 설득해야만 하는 가장 어려운 일이 남아있었지만.

 

 "저희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커피 한잔드시고 갈래요? 제가 살게요."

 

 "네?"

 

 뜻밖에 이득이었다. 여자가 스스로 계획의 반을 이렇게 쉽게 이루어주다니.

 

 나는 에로스학교에서 배운 것이 기억났다.

 

 '에로스들은 늙지 않는 고운 외모 뿐만 아니라, 동성불문 남녀노소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쉽게 호감을 얻는 매력이 있지요. 그러니 잠입임무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답니다.'

 

 에로스로 태어나는 것도 이득이 있긴 있었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여자와 나는 카페의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넘쳐났다. 이제 말꼬를 어떻게 돌릴지가 관건인데. 나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말을 고르기 위해 머리를 돌렸다.

 

 "여기 디카페인인데, 괜찮나요?"

 

 "아,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안오더라구요."

 

 여자는 가져온 커피를 내려놓으며 자신의 불면증을 이야기했다. 나는 이거다 싶은 마음으로 잽싸게 말꼬투리를 잡아챘다.

 

 "알아요. 그 기분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면 더 심해지죠. 결혼준비 많이 힘드시죠?"

 

 "...네 그렇네요."

 

 여자의 얼굴이 급격하게 흐려졌다.

 

 "실례가 안된다면 결혼식은 혹시 언제.."

 

 "..모레에 해요"

 

 "모레요? 회사 안 쉬세요? 주위 보면 대부분 연차 내서 준비하던데."

 

 "아무래도 일이 많아서요."

 

 "그렇구나. 결혼 준비하랴, 일 하랴 많이 지치실만 하네요."

 

 여자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묘한 적막이 흘렀다.

 

 "혹시 아세요? 그때 친구분께서.."

 

 어지러운 머리를 더 세게 굴리던 중, 여자는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건 운명이 돕는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속으로 아네모네를 향해 미안하다고 외치며 말을 세게 던졌다.

 

 "으..그 친구 말도 마세요. 여기서만 말하는 건데 걔 인성이 완전 개차반이에요."

 

 "네? 그런가요?"

 

 "..네. 그때 보셨다시피 얼굴이 엄청나게 반반하잖아요? 남녀불문하고 자고 놀고 엉키고. 아무튼 문란함의 현신이에요. 디오니소스 그 자체"

 

 "하하. 그게 무슨 비유에요. 그렇구나. 그래서 친하지 않다고 엮이는 걸 싫어하셨구나."

 

 나는 그때처럼 상쾌한 그녀의 웃음에 마음이 활짝 갠 것처럼 모든 긴장이 녹아내렸다.

 

 "..근데 그 친구는 갑자기 왜 물으셨어요?"

 

 "아, 사실은..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제 저도 가봐야겠네요. 결혼식 막바지 준비로 바빠서."

 

 여자는 덜컥 겁이 났는지 입을 다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듯 가방을 손에 드는 것이었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저 사실 봤어요! 당신의 예비남편분이 제 친구랑 모텔에 들어가는 모습을! 그래서 사실 그 이야기해드리려고 일부러 찾아온 거예요!"

 

 여자는 놀라 의자에 주저앉았다.

 

 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능할 수 없다면 적어도 진실한 에로스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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