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 지명, 인명은 모두 허구임을 밝힙니다.’
16화. 너네 아빠 보러 가자.
“우리 엄마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
이범은 엎어져 있는 김정혁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김정혁은 대답하지 않고 주변만 두리번거렸다.
몇몇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까페를 나가고 있었다.
김정혁의 친구 세 명은 자신을 쳐다보면서 영상이 잘 찍히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이범이 갑작스럽게 공격을 해 왔지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개새끼.. 니가 때리는 거 전부 녹화 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 근데 진짜 아프네..’
김정혁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야기 했다.
“내가 왜? 내가 뭘 잘못 했냐고! 니네 엄마 죽은 걸 가지고 왜 나한테 화..”
퍽!
이범은 김정혁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오른 다리로 로우킥을 날렸다.
김정혁의 왼쪽 하체가 풀리더니 순식간에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으으윽!.. 이 개새끼! 더 때려봐라 내가 너 감빵 쳐 넣을 거야 씨발놈아!”
“너는 진짜 우리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조금도 없는 거냐?”
“니네 엄마가 차에 받고 뒤진 걸 왜 자꾸 나한테 지랄 하냐고!”
김정혁은 말을 끝내고 바닥에 침을 한번 크게 뱉었다.
이범은 엎어져 있는 김정혁의 멱살을 잡았다.
잡혀 가는 동안 김정혁의 처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거 놔! 이 개새끼야! 니가 나 이렇게 대하고 무사할거 같아? 아무나 112에 신고 좀 해주세요!... 윽...”
주변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몇몇은 구경이라도 난 듯 스마트폰을 들어 두 사람을 촬영 했다.
“니가 오히려 반성할까봐 고민을 많이 했다. 고맙다. 반성을 아예 안하고 있어줘서... 이제 모두 끝내자.”
끝내야겠다고 말하는 이범의 눈빛이 달라졌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감지한 김정혁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뭐?..아니... 잠깐 기다려 봐...”
주춤하며 뒤로 내빼는 김정혁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김정혁의 왼쪽 손목을 잡고 팔에 힘을 주었다.
우지끈!
“으아아아아악!!!!”
“너랑 친하게 지내는 형들은 한 쪽만 부쉈는데, 너는 두 손 다 부숴야 할 것 같다.”
김정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으아아악! 이 씨발놈 그래!!! 니가 우리 형들 그렇게 만들었구나! 이 개새끼야!! 이 사악한 새끼!”
“일단 그 전에 니 주둥이가 너무 시끄럽다. 좀 닥치고 있어.”
짝!
이범은 손을 들어 김정혁의 뺨을 날렸다. 뺨을 한 대 제대로 얻어맞은 김정혁은 종이 인형처럼 축 늘어졌다.
그때 경찰차가 3대가 이범의 주변에 섰다.
사복 입은 경찰들 대 여섯 명이 우루루 내리더니 이범의 주변을 감쌌다.
마지막으로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하나가 내렸다.
황재철
그가 지시를 하자 두 명의 경찰들이 이범을 향해 테이저 건을 조준 하고 두 명은 곤봉을 들고 앞에 섰다.
이범에게 달래는 듯 말을 걸었다.
“범아, 이제 그만 하자.. 이런 일 해도 어머니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억울하게 눈을 감은 어머니의 한(恨)을 풀어 드릴 수가 있겠죠.”
“네 마음 이해해.. 나도 검찰, 경찰의 권력이 썩어 빠졌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 어머니 사건.. 다시 원점에서 조사하면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 거야.”
이범은 도리어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 아저씨는 절대 내 마음 이해 못해요. 다시 조사? 지금 썩은 경찰, 권력들이 뭘 할 수 있다는 말이야!”
황재철은 이범의 큰 목소리에 격앙되어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뭐! 네가 이 나라 정부 다 쳐부술 거야?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데! 지금 김정혁 죽인다고 해 봐! 그렇다고 해서 억울한 사람이 안 나올까? 결국 네 인생만 감빵에 들어가서 조지는 거야 이 병신아! 너 감빵에 들어가면 엄마가 하늘에서 행복해 하실까? 정신 차려! 김정혁이 문제가 아니라 네 인생부터 생각해!”
이범은 목소리를 낮게 바꾸었다.
“예.. 바꿀 겁니다. 경찰... 검찰... 법원... 국회의원... 모조리 다 부숴버릴 겁니다...”
황재철은 놀란 듯 한쪽 눈을 찡그렸다.
“뭐.......라고?”
이범은 말을 마치자마자 곤봉 든 경찰 한 명에게 덤벼들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당황한 경찰은 마구잡이로 곤봉을 휘둘렀다.
웅~웅~ 하는 소리를 들으며 곤봉을 여러 번 피한 이범은 거리를 좁혔다.
퍽!
이범은 손날로 경찰의 목 부분을 가격했다. 경찰은 고꾸라졌다.
뒤에서 스포츠머리의 경찰하나가 곤봉을 들고 이범의 뒤를 노리려 했다.
몸을 틀어 다리로 그 빡빡머리 형사의 복부를 걷어찼다.
“으으윽!”
복부를 걷어차인 경찰은 입에서 피를 뱉으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탓! 탓!
황재철은 경찰 들이 낙엽처럼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고 테이저 건을 쏘도록 했다.
이범은 순식간에 몸을 돌려 아슬아슬하게 테이저 건들을 피했다.
피하자마자 경찰들에게 다가가서 손날로 그들의 목을 강타했다. 두 사람 또한 허무하게 쓰러 졌다.
“이야야아아압!”
그때 이범의 등 뒤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황재철이 달려들어 이범의 등을 들이 받았다. 갑작스러운 둔중한 충격에 몸이 밀려, 경찰차 있는 곳까지 밀렸다.
이범은 몸을 돌려 황재철을 밀어 내려고 했다.
황재철은 이범의 손길을 옆으로 흘려보냈다. 동시에 이범의 왼쪽 손을 잡아끌어 수갑을 채웠다. 나머지 반대편 수갑을 경찰차 문고리에 걸어 버렸다.
걸고 나서 황재철은 허리춤의 권총을 들어 이범을 겨누었다.
모두 순식간에 일어난 과정이었다.
“끝났다. 이제 그만 해. 여기서 끝내야 너도 살 수 있다.”
“허허허허... 제가 한 방 먹었네요. 아저씨... 내가 아저씨를 우습게 봤어요.”
황재철은 당황하지도 않고 오히려 여유 있게 웃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진짜 이렇게 나오면 나는 널 쏠 수밖에 없어. 이제 내 말을 들어라 제발!!”
탕!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에 대고 총을 한 방 쏜 뒤 이범을 겨누었다.
진짜 실탄이 들었다는 것을 알려 줌으로써 이범을 정신 차리게 할 작정이었다.
황재철은 이범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안에는 복수를 향한 타는 눈 속에는 서글퍼 우는 아이 또한 함께 있었다.
그 서글픈 아이의 입이 움직였다.
“…미안해요... 아저씨...”
이범은 왼쪽 손목에 힘을 주었다. 왼쪽 손목을 당겨 버리자 수갑 연결선이 맥없이 뜯어졌다.
동시에 황재철을 향해 몸을 던졌다.
탕!
황재철은 정확히 이범의 왼쪽 어깨를 조준하고 겨누었다.
펑!
하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 생기더니 총알이 막혔다.
‘뭣?...’
그리고 뒤이어 솥두껑 같은 이범의 손바닥이 자신의 얼굴로 날라 오는 것을 천천히 보았다.
짝!!
쿵!!
황재철은 이범에게 뺨을 얻어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상황을 모두 정리한 이범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찰들 다섯이 모두 쓰러져 있었고, 자기 뒤편엔 김정혁이 쓰러져 있었다.
구름 같이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패닉에 잠긴 듯 자리를 피했다.
이범은 김정혁에게 다가갔다. 얼굴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정혁아.. 너네 아빠 보러 가자”
***
조예슬은 카페에서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를 듣고 김정혁과 이범의 소란에 주목하게 되었다.
김동철 서울중앙지검장의 아들 김정혁
검은 수트를 입은 근육질의 훈남과의 다툼.
그리고 그 사람에 들려 있는 영정사진 인듯한 액자..
그녀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이건 특종이다!’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너튜브 라이브 방송을 켰다.
[김동철 서울중앙지검장의 아들과, 검은 수트 훈남과의 다툼. 한국대학교 카페에는 지금 무슨 일이?]
“안녕하세요! 시사예슬TV 구독자 여러분! 오늘 긴급 한 일이 있어 이렇게 낮시간에 라이브 방송을 진행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기는 한국대학교 주변 카페인데요. 제목 그대로 김정혁과, 검은 수트 남성간의 언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냥 다툼이 아니라 무언가 비밀이 있어 보이는데요. 직접 확인 하시죠!”
그녀는 둘 간의 싸움을 그대로 전부 방송케 했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 한 덕에, 긴급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천 명의 시청자가 와서 이 장면을 시청하고 있었다.
- 김정혁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저 사람이 개 패듯이 패는 거지
- 김정혁이랑 같은 고등학교인데 싸가지 없는 걸로 유명했음... 혹시... 액자에 있는 사람 어머니 인거 같은데.. 사과 하라는 걸로 봐서는 김정혁이 돌아가시게 만든 거 아님?
- 증거를 가져와야지! 증거 없는데 저러는 거면 저 사람도 미친 거 아냐?
- 근데.. 너무 심하게 패는 거 같은데 예슬님.. 경찰에 신고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경찰이 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모두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었다.
경찰 출동 후에 이범의 손에 의해서 경찰 5명이 손쉽게 정리 되자, 사람들의 놀라움과 공포로 채팅장이 폭발할 것 같았다.
- 아니 경찰을 저렇게 패도되는 거야? 경찰이 손도 못쓰고 전부 나가떨어졌어..
- 저렇게 경찰 패면 100% 감빵간다에 제 손목 다 겁니다.
- 총을 제대로 쏜 것 같은데, 왜 안 맞은 거죠? 마술인가? 내 눈이 이상한건가?
- 저도 봤어요. 총이 무언가 투명한 벽에 막혔어요.
-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해도 경찰을 저렇게 팬 건 절대로 용서 못하죠...
- 경찰 특공대나, 군인이 와서 저 사람 잡아가야 할 듯..
- 예슬님도 얼른 피하세요. 괜히 눈 마주쳤다가 큰일 날 수 있습니다.
그때 방송 화면에 이범이 김정혁을 들쳐 메더니 경찰차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김정혁을 조수석에 태운 뒤 이범은 경찰차 운전석에 탔다.
“어어어!! 여러분 지금 검은 수트 남성이 경찰들 5명을 제압한 뒤 경찰차를 빼앗아 어딘가로 출발했습니다!.”
저도 얼른 따라가서 무슨 일을 벌이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라이브 방송을 켤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아울러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꼭 부탁드립니다!”
처음에 이범을 본 그녀는 동영상 조회수 하나 잘 뽑을 수 있는 건수를 하나 잘 잡았다고만 생각했다.
허나 차츰 이범의 말을 들으며 이범에게 호기심이 더 커졌다.
그 남자의 행동에는 재는 것이 없었다.
경찰을 저렇게 폭행 한 것은 자기의 인생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자신의 생은 포기한 채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짐승.
그 짐승에서 풍기는 냄새가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조예슬은 정차되어 있는 빨간색 미니쿠퍼에 승차 했다.
미니쿠퍼를 몰아, 짐승이 타고 있는 경찰차를 뒤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