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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20 체인지
작가 : 맥쥬도둑
작품등록일 : 2020.9.24

남은 생의 20년을 주면 원하는 사람과 인생을 바꿔주는 악마이야기.

 
4화 오주철
작성일 : 20-09-24 15:13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3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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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쌔앵

 

 한겨울의 찬바람이 휘몰아치면

 사람들은 저마다 옷깃속에

 얼굴을 묻은채

 따뜻한 온기가있는

 어딘가로 향한다.

 

 ''와 오늘 진짜춥다.

 빨리집에가서 따뜻한물에

 몸좀 담가야겠어''

 

 남들에겐 그저 평범한 일상이지만

 지하철역에서 지내는

 주철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한때는 주철도

 사장님 소리를 들이며

 사회에서 인정을 받으며 살았다.

 

 하지만

 마지막이라 믿고

 투자했던 회사가 부도가 났고

 그 역시 모든재산을

 날려버렸다.

 

 잘나가는 사업가에서

 하루아침에 노숙자가 되어버린

 기막힌 인생.

 

 '돈번다고 이나이 되도록

 결혼도 못했는데..

 정말 내인생에 더이상

 남은것이 없구나'

 

 주철은

 낮동안 구걸한 돈으로

 작은 편의점에 가서

 소주 한병을 사왔다.

 

 지하철안에선 술을 마실수 없기에

 한겨울 추운공원에

 쪼그리고 앉아

 술병속의 쓰디쓴 술을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크...

 쓰다..

 따뜻한 국물 한모금했으면

 소원이없겠네''

 

 ''아빠

 내일 드디어 크리스마스야!''

 

 ''우리아들 산타할아버지 볼수있겠네''

 

 ''응응 산타할아버지한테

 변신로봇 사달라고 할거야!''

 

 ''우와. 선물받으면

 아빠도 꼭 보여줘''

 

 주철은 자기도 모르게

 아들과 아빠의 대화를

 집중해서 듣고있었다.

 

 행복해 보이는 두사람의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좋겠다..

 날 닮은 아이가 있다면

 어떤기분일까.

 집에 돌아가면

 날위해 저녁을 차려주는

 마누라가 있다면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할까..

 

 어머니가 그렇게 바라셨던

 작은 소원하나 못들어드리고

 허망하게 보내드렸으니..

 이처럼 불효자가 또 어디있을까''

 

 주철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후회의 눈물이었다.

 

 ''아이고

 날도 추운데 이거라도 한잔드세요''

 

 주철은 얼른 눈물을 닦고

 호의를 베푼 남자를 바라본다.

 

 ''가...감사합니다''

 

 주철은 남자가 내민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뜨거운 온기에

 몸이 사르르 녹았다.

 

 ''방금 지나간 그 남자가

 부러우십니까?''

 

 주철은 깜짝 놀라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내가 겉으로 얘길했나'

 

 ''젊었을때 그렇게 잘나가셨던 분이

 한순간에 이런신세가 되셨네요.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죠''

 

 ''저를 아시나요?''

 

 남자는 고개를 가로졌는다.

 그러더니 주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못다 이루신꿈 제가

 들어드릴수도 있습니다만''

 

 주철은

 남자를 다시한번 자세히 바라봤다.

 검은옷에 무섭도록 핏기없는 피부.

 

 ''혹시..저승사자신가요?

 제가 지금 죽은겁니까?''

 

 주철의 대답에 남자가 크게웃는다.

 

 ''아닙니다. 멀쩡히 살아계시지요.

 저는 저승사자 따위가 아닙니다''

 

 그래

 내가 죽었다면

 지금 들고있는 커피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할테고

 볼이 찢어질 듯한 이 추위에

 몸을 떨고있진 않겠지.

 

 ''그럼 아까 그 말씀의

 뜻이 무엇인가요?''

 

 남자는 괴기스런

 미소를 짓는다.

 

 ''선생님의 남은 생 중에

 20년만 저에게 주십시요.

 그럼 방금 그남자의

 삶을 살게 해드릴께요.

 쉽죠?''

 

 도무지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20년을 주면

 아까 그남자의 삶을 살수있다니..

 

 지나친 농담에

 기분이 살짝 나빠진 주철은

 남은 소주를 입속에

 털어넣었다.

 

 ''술취하셨으면 고이 가시죠.

 농담할 기분 아닙니다''

 

 ''농인지 참인지는

 대답후에 하셔도 되지않을까요?

 선생님은 네라고 한마디만

 하시면 다른생을 사실수 있습니다''

 

 농담이라고 하기에

 남자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했다.

 주철은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뭐야 이사람.

 농담같지가 않잖아.

 그럼 정말 내인생이

 바뀔수 있는거야?

 설마...'

 

 ''설마인지는

 인생이 바뀐후에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주철은 순간적으로

 깨닫는다.

 지금 그 앞에 서있는건

 사람이 아니라 악마라는걸.

 

 ''좋소.

 이렇게 살아봤자

 얼어죽거나 더워죽을텐데.

 당신말대로 새인생한번

 살아봅시다''

 

 주철의 대답에

 남자는 다시한번 씨익 미소를 띄었다.

 

 ''잘생각하셨습니다.

 부디 후회만 하지 않으시길.

 자 잠시 눈좀 감으시겠습니까?''

 

 ''알겠소

 악마양반''

 

 주철은 눈을 감는다.

 방금전까지 온몸을 휘감던

 칼바람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뭐지..갑자기 따뜻해졌어.

 악마양반 눈 떠도 되는겁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다.

 

 주철은 슬며시 눈을 뜬다.

 

 이럴수가.

 

 주철의 눈앞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크지도 넓지도 않은 따뜻한 거실에

 아까보았던 아이가 뛰어다니고 있다.

 

 그는 쇼파에서 급하게 일어나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말도안돼.

 진짜 내얼굴이 아니야..

 정말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판건가..''

 

 ''아빠 악마가 뭐야?''

 

 어느덧 따라온 작은 꼬마가

 문앞에 서서

 주철을 바라보고 있다.

 

 ''어? 아..그..그게..''

 

 ''아빠 졸았어?

 꿈꿨구나! ''

 

 '' 으..응..그래''

 

 ''여보.

 얼른 와서 밥먹어요.

 지상이 너두''

 

 ''네 엄마''

 

 아이는 쪼르르 달려간다.

 

 '여보..

 지금 누가 나에게 여보라고..

 하아..도저히 적응이 안되는구나'

 

 ''빨리와요. 국 식는달 말이야''

 

 ''네. 아 아니 어. 알겠어''

 

 주철은

 허둥지둥대며 화장실을

 뛰어나왔다.

 

 그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

 

 저녁을 먹고

 낯선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가

 낯선 침대에 누워있는 주철.

 

 현실같지 않은

 이 상황들을

 천천히 머릿속으로

 정리중이다.

 

 잠시후 문이 열리고

 아이의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자기 오늘 왜그래?

 생전 안쓰던 존댓말을 쓰질않나.

 안하던짓을 하고.''

 

 ''어? 내가 뭘''

 

 ''됐고

 몇일전 얘기한 돈은 어떡게됐어?''

 

 '이건 무슨 얘기지'

 

 화장대에 앉아

 다양한 화장품들을

 쉴세없이 바르던 여자가

 주철이 대답을 하지않자

 고개를 홱돌려

 바라본다.

 

 아까 거실에서 본

 표정과 많이 다르다.

 

 ''내가 급하다고 했잖아.

 매번 꼭 이렇게 몇번씩 말하게 좀 하지마''

 

 ''어..얼마라고했지?

 그..내가 갑자기 기억이 안나서''

 

 ''오천만원.''

 

 생각보다 큰 액수였다.

 하지만 여자는 당당했고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닌듯한 표정에

 주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정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겠지.

 내일 좀 알아봐야겠네'

 

 열심히 두드려대던 여자는

 주철이 누워있는 침대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없는사람 취급하듯

 바로 등을 돌리고 눕는다.

 

 주철은

 아무말도 하지못한채

 눈을감았다.

 

 '뭐지..

 이 쌔한 기분은...'

 

 ---

 

 다음날.

 

 그남자의 가방속에 있는

 서류들을 단서로

 회사에 출근하게 된 주철.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살짝 놀라지만

 이내 크게 숨을 내쉬고서

 안으로 들어선다.

 

 ''차장님 오셨어요?

 지금 사무실 난리났어요''

 

 적응도 하기전에

 옆에 딱 달라붙어 쉴세없이

 떠들어대는 남자덕에

 주철은 혼이 쏙 빠져버린다.

 

 ''무..무슨일인데?''

 

 ''몇일전에 차장님이랑 저랑

 같이 계약했던 동명건설..

 하아.. 부도나서

 사장이 선금받은거 가지고

 날랐대요.

 우리도 계약금 넣었잖아요.

 사장 지금 난리났어요''

 

 뭔가 분위기가

 좋지않음을

 느낌적으로 알수 있었다.

 

 잠시후

 아니나 다를까

 사장의 호출을 받은 주철.

 

 무거운 마음으로

 사장실앞에 섰다.

 

 '하아..

 이 사람이 되자마자

 무슨 일이 자꾸 꼬이냐..

 에잇 모르겠다.

 

 똑똑

 

 ''들어오세요''

 

 주철은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찾으신다고 하셔서..''

 

 ''야 김서훈!

 내가 너 항상 사람 믿지 말라고했지?

 의심부터 해보라고 했어 안했어.

 도대체 이번이 몇번째야!

 내가 무슨 자선사업가야?

 너.. 어떡게 책임질거야.

 어?''

 

 폭격기처럼

 쏟아져내리는

 욕설과 함성에

 주철은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쉽사리

 입이 떼어지지 않고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지난번에

 절대 실수안한다며. 이새끼야.

 너때문에 지금 회사가

 휘청거려.

 이제 더이상 땡겨올 퇴직금도 없는데

 너 어떡할거야.

 평생 월급안받고 일해도

 못갚아 이제''

 

 아...

 이 사람.

 

 이런사람이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겉모습만보고

 부러워했으니..

 정말 한심스럽다..

 

 ''죄송합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기회? 기회같은소리한다.

 니가 그렇게 어리버리하니까

 마누라가 바람피는거야.

 알아들어?''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바람이라니..

 

 ''아 방금 한말은 실수네.

 아무튼 정신차리라는 얘기야.

 이번엔 그냥 안넘어갈테니

 기다리고있어!

 나가봐''

 

 사장방에서 나온 뒤

 주철은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듯

 벽에 기대어 선다.

 

 '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야

 이사람의 정체가 뭐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주철은

 터덜터덜 걸으며

 사무실로 향했고

 들어서려는 순간.

 

 살짝 열려있는

 문틈사이로

 직원들의 얘기를 듣게된다.

 

 ''김차장님 어떡해?

 사장 많이 빡쳤든데.''

 

 ''그러게요.

 

 ''오주임만 찝찝하게 됐네.

 괜히 김차장이랑 엮여서..''

 

 ''안그래도

 짜증나 죽겠어요.

 그냥 따라나서지 말걸.

 하아..진짜 기분 더러워요''

 

 ''김차장이야

 자업자득아냐?

 지가 그동안 해온 짓이 있으니.

 짤려도 상관없지.

 사장이 계속 봐줬잖아''

 

 문고리를 잡은 채

 얼어붙어버린 주철.

 

 '도대체

 무슨말들인거야'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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