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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늘을 등지고
작가 : 사평
작품등록일 : 2020.9.24

나라와 나라 사이에 오고가는 서신. 이 물건 하나 탓에 우리의 인생이 전부 망할 지경이다. 우린 그저 시키는 대로 전해주었을 뿐인데.

그래서, 그렇다... 우리는 도망쳤다. 심지어 그 서신을 들고.

이 상황을 설명하자면 할 말이 많지만, 우선 우리가 왜 한 나라의 성문을 작살냈는지부터 말해줘야겠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이것으로 귀결된다.

그들은 하늘을 등졌으니.

 
Episode2 _ 출발선을 넘고서
작성일 : 20-09-24 07:23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7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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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행의 출발은 왕궁에서 시작되어선 안 된다. 타국에서 뭔가를 눈치챌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든 준비는 왕국에서 조금 떨어진 평범한 마을에서 이루어졌다.

 

 새벽 일찍 일어나 모인 사라와 하온, 그리고 울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나라님께 인사를 보내는 중이었다.

 

 사라는 어제 받았던 왕궁의 극진한 대접 덕에 잔뜩 들떠 있었고, 하온은 아버지가 자신과 동행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기쁘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론 무척이나 걱정되어 밤을 설쳤다.

 

 그들의 옷은 모두 깨끗하고 적당히 화려해 제대로 여행객다운 분위기를 내었다.

 

 이제 그들은 이웃나라로 가족여행을 떠난 이들로 연기해야 한다.

 

 작은 짐수레 안에 그들의 비상식량과 몇 개의 옷가지, 도구, 지도, 노잣돈 등이 실렸다. 가장 중요한 물건인 나라님의 서신은 특수하게 제작된 상자 안에 엄중히 봉인되어, 짐 속 가장 깊숙한 곳에 고이고이 모셔다놓았다.

 

 곧 길을 떠날 전령들에게 나라님은 하나하나 등을 토닥이며 행운을 빌어주셨고, 이제 마지막 차례인 울을 배웅하며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일렀다.

 

 “...행운을 비네.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어. 정말일세. 자네는 내게 형제와 같은 존재 아닌가.”

 

 울은 그 말이 꽤나 떨떠름한지, 비록 내색하진 않았지만 부글대는 속을 억누르면서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한편 나라님의 옆에서는 커다란 짐승이 두 발로 걸어와선 떡하니 서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두 젊은이에게는 너무나 낮설고 요상한 생물체다.

 

 그들의 호기심을 감지한 나라님은 슬쩍 웃어보이시더니, 이를 친히 손짓으로 가리키시며 이에 대해 직접 설명한다.

 

 "여기, 이게 바로 자네들과 동행할 돌가죽이란 짐승이네. 한때 신께서 인간에게 내려주셨던 선물이지. 이것이 자네들과 짐들이 실린 수레를 옮겨줄 거야."

 

 그 돌가죽이란 것은 이름 그대로 회색의 두껍고 단단한 가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 길고 굵은 팔, 엄청난 근육질의 몸 군데군데에는 수북이 털이 자라있었으며, 머리는 큰 뿔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뾰족한 부분이 위로 치솟아 있었다.

 

 등에는 고리처럼 생긴 뿔이 나 있어 뭔가를 걸기에 용이해 보였고, 억센 꼬리는 보기만 해도 힘이 넘쳐흐른다. 그리고 가슴팍에는 너무나 인위적인 커다랗고 둥그런 흉터가 나 있다.

 

 "원래 돌가죽이란 인간을 위해 생겨난 것이야. 자네들의 말에만 복종하고, 인간은 결코 해칠 수 없네. 안심하고 원하는 대로 명령만 하면 돼."

 

 그렇게 작별은 신속하게 마무리지어졌다. 돌가죽의 등에 달린 뿔에 수레가 걸렸고, 돌가죽은 그 위에 세 전령을 모두 태운 채 곧 마을을 빠져나가 지평선 너머로 빠르게 사라졌다.

 

 나라님 역시, 누군가 자신의 신분을 알아채기 전에 재빨리 왕궁으로 돌아갔다.

 

 

 ***

 

 

 곧게 뻗은 길고 긴 도로 위. 덜컹이는 짐수레 위에서 세 사람이 오밀조밀 앉아있다.

 

 묘하게 화기애애한 그들의 분위기는 누가 봐도 이웃나라에 여행가는 가족으로 보일 듯 했다. 아마도...

 

 "그 목걸이 예쁘다. 뭐로 만든 거지?"

 

 사라가 하온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보며 물었다.

 

 목걸이엔 검은색의 보석 같은 것이 달려 있었는데, 보석이라기엔 제대로 연마된 모양이 아니라 그냥 깨진 조각을 사용한 것 같이 투박했다. 이것을 단단한 금속 장식으로 고정해 끈을 달아놓은 목걸이였다

 

 하온은 마침 잘 물었다는듯이 장식을 손으로 들어 그녀 앞에 내밀었다.

 

 "이건 말이야, 흑광석이라고 하는 거야. 평범한 방법으로는 연마를 못 해서 그냥 깨져 있던 자연 상태 그대로 목걸이에 달아놨어."

 

 "에엥? 진짜? 나도 대장장이 아저씨 일을 몇번 도운 적은 있지만, 이 세상에 연마를 못 하는 돌멩이가 있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긴데."

 

 "워낙 진귀한 거거든. 참, 더 신기한 걸 보여줄까?"

 

 하온은 시익 웃고서는 옷에 붙은 장식물 하나를 떼어내 손에 쥐어 높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눈을 꼬옥 감는다. 아주 꽉 감고 집중하더니, 곧 이것을 손에서 놔버렸고, 직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장식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더니, 이윽고 공중에서 완전히 멈춰버리는 것이다. 이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일에 사라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이게 뭐야? 뭘 어떻게 한 거야?"

 

 본인이 해놓고도 꽤 자랑스러운지, 하온은 가슴을 쭉 펴고 설명을 계속한다.

 

 "이 흑광석에 내 정신을 투영하면 강하게 암시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거든. 이런 걸 기적이라고 불러.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적중 하나가 무언가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는 거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기적의 효력이 끝난 옷 장식은 하온의 아래쪽 손에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울이 한마디를 덧붙여 그의 설명을 보충했다.

 

 "이 애가 뽐내는 성격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거지, 실제로 기적을 부릴 정도로 정신이 강한 이는 정말 드물어. 여러 개를 쓸 수 있는 이는 더욱 손에 꼽고 말이다."

 

 그럼 얘는 이런 식의 요술을 여러개 씩이나 쓸 수 있단 말인가? 사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럼 나머지 기적은 뭘 가능케 해줄지를 미약한 상상력으로 가늠해보았다.

 

 

 ***

 

 

 어느 정도 먼 길을 이동한 후, 잠시 쉬기 위해 개울가에 앉아있을 때의 일이었다. 그 발단은 울이 바위에 앉아 쉬다가 동행한 돌가죽에게 일을 하나 시키면서 벌어졌다.

 

 "이봐 거기. 저 냇물 좀 이 병에 담아오게."

 

 "알겠습니다, 울님."

 

 이 자연스러운 회화에 젊은 두 남녀는 화들짝 놀라 돌가죽을 바라봤다. 사라도 하온도 여지껏 이 짐승은 여느 당나귀나 낙타가 그러듯이 침묵으로 주인을 섬기는 가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마······ 말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너무 조용해서 몰랐어요."

 

 "말을 시키셨다면 말했을 겁니다."

 

 심지어 이렇게나 쿨하게 말할줄은 더욱 몰랐는데. 어쩐지 멋쩍어진 사라는 울이 멀리 떨어져 있는 틈을 타 돌가죽에게 변명을 고했다.

 

 "저, 미안해요! 으, 그게······. 솔직히 말하자면, 울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너무 과묵하셔서 말을 걸거나 하기엔 좀 겁났거든요."

 

 옳다구나, 여기에 하온이 뒤늦게 말을 덧붙였다. 기왕 함께 먼 길을 같이 갈 동료인데, 조금 더 친해서 나쁠 것 하나 없지 않은가.

 

 "그럼 이제부터 친해보면 되죠! 혹시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이름은 없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 짐승의 대답은 매우 쿨했고, 단답형 돌가죽의 짧은 대꾸에 기껏 물꼬를 튼 대화는 다시 끊길 위기에 처했다. 재빨리 도로 받아치는 하온.

 

 "어— 그러면 지금 만들면 되죠! 원하시는 이름 같은 거 없으세요?"

 

 "없습니다."

 

 아, 또다시 위기다. 잠깐 머리가 아득해진 하온을 도와 이번엔 사라가 받아쳤다.

 

 "그럼 저희가 지어주면 되죠!”

 

 “말 놓으십시오. 전 노예고, 노예에게 존댓말로 명령하는 주인은 없습니다.”

 

 과연 이 과묵한 돌가죽의 어법은 기껏 친목을 도모하려는 자들에게 있어 어려운 적이었지만(애초에 노예처럼 보이는 화술도 아니었고 말이다), 이에 굴하지 않고 사라는 특유의 무작정 돌진하는 특성을 살려 더욱 그를 밀어붙였다.

 

 “그래? 알았어. 근데 그건 그거고, 일단 이름이 문제인데… 어차피 으흠. 그럼 길가에 있는 뭔가를 아무거나 가리켜 봐봐."

 

 사라가 쿨하게 반말로 말해준 덕분일까, 다행히도 이번에는 이것이 명령이라고 생각했는지 돌가죽은 자신의 눈에 띄는 것을 아무거나 가리켜 주었다.

 

 새빨간 꽃이었다. 사라와 하온의 의논이 시작됐다.

 

 “야 하온, 이게 뭔지 알아?”

 

 "사루비아란 꽃이야. 지금같은 가을에 꽃피는 식물이고 여러해살이인데, 꽃말은—"

 

 그정도의 디테일한 설명을 바란 적은 없는 사라는 손을 휘휘 저어서 주제를 환기시켰다. 일단 돌가죽이 또 나몰라라 하기 전에 재빨리 그의 이름을 붙여둬야 하는 것이다.

 

 "이름을 그대로 따서 그냥 사루비아라 지으면 좀 이상할 텐데. 사람 이름을 그대로 ‘살아’라고 지은 우리 마을사람이랑 다를바가 없어."

 

 "좀만 바꿔보면 뭐가 되겠지. 여기 이걸 이렇게 바꾸면······. 아니 이 글자를 빼면······."

 

 "그럼, ‘사루비’?"

 

 솔직히 그것도 썩 좋은 변주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지만, 뭐 본인 이름 짓는데 코빼기도 신경을 안썼으니 나머지는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자.

 

 더 시간을 끌지 않도록 사라는 재빨리 돌가죽에게 외쳤다.

 

 "돌가죽 씨, 이름으로 사루비는 어때요?"

 

 "······."

 

 그때 그를 바라보던 두 젊은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돌가죽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암만 내가 신경은 안썼대도 이런 이름으로 정말 괜찮은건지’를 심사숙고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드디어 그의 이름, 사루비가 생겨났고, 대화도 좀 더 풍부해지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돌가죽이라 해서 딱히 유머 감각이 없거나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 아니었고, 그저 서로가 말할 생각이 없었기에 긴장 상태에 있었던 것일 뿐인 덕이다.

 

 휴식시간이 지나고 길을 떠날 때가 되자, 그들 역시도 나름대로 친분을 가지게 되었다.

 

 이 만족스러운 결과에 하온은 기분 좋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걸로 알았어요. 뭐든지 대화를 나누기 전부터 겁을 먹으면 안 된다는 걸요, 안그래요?"

 

 그때, 앞장서 있던 울이 수레에 올라타려고 발판을 오르다가 뭔가를 보았다.

 

 "흐억······!!"

 

 그러고는 화들짝 놀라더니 뒤로 넘어졌다. 진중하던 그의 이미지를 깰 정도로 깜짝 놀란 모양이다. 엉덩방아까지 찧다니!

 

 이 모습을 본 사라는 한층 더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 빈틈없어 보이던 사람도 비명을 지르며 넘어질 때가 다 있다니. 하온의 말대로다.

 

 대화도 나누기 전부터 겁을 먹으면 안 돼.

 

 "울 씨, 괜찮으세요? 뱀이라도 나온 건가요? 제가······."

 

 그렇게 울에게 다가간 사라는 수레 안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흐아아악?!!"

 

 화들짝 놀라면서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수레 안에 있던 건 뱀도, 짐승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이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가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그건 50cm 높이의 검고 물컹이는 몸체에, 여기저기 커다란 눈알들이 달려 있고, 한쪽 구석엔 자그마한 입이 달린······.

 

 "넌 또 왜 그러는 거야? 대화도 나누기 전부터 겁을 먹으면 어떡해?"

 

 ······심지어 그 입으로 말까지 하는, 듣도 보도 못한 왕눈이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

 

 

 서신을 전해 주기 위해 사라와 하온 일행이 떠난 이후, 왕궁에 돌아온 나라님에게 한 신하가 찾아왔다.

 

 보아하니 그리 좋은 말을 가져오진 않은 듯하다.

 

 "저 다루가 어리석으신 나라님을 뵈옵니다."

 

 나라님께 인사할 때 나라님 앞에 붙이는 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어리석다고 말하는 것은 곧 군주의 행동이 실수였음을 간언한다는 것. 따라서 이에 걸맞은 말로 대꾸해야 한다.

 

 "짐의 어리석음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우선 제 아무리 재주가 있다고 한들 젊은 나이의 검증되지 못한 자들을 중대사에 사용하는 것이 실수였습니다."

 

 신하 다루가 상당히 강한 어조로 말을 띄웠다. 보아하니 상당한 각오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에 더해 돌가죽은 무슨 생각으로 동행시키신 것입니까? 현재의 정세를 모르지는 않으실 텐데요."

 

 "그게 그리 거슬리는가?"

 

 "당연합니다! 지금 북쪽에서는 돌가죽들이 모여 일으킨 봉기로 인해 모든 나라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왕궁에 있는 돌가죽들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에, 타국에 보낸다니요! 만일 이를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한다면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 돌가죽은 아직 인간에 대한 복종본능이 남아 있다네."

 

 "반란을 일으킨 놈들처럼, 어느 순간 번쩍 눈을 떠서 제 주인을 배반할 수도 있습니다."

 

 "······."

 

 "말해 주십시오. 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불안정한 일당을 보내신 겁니까?"

 

 "자네도 알고 있을 테지. 그 예언자 노파."

 

 "예. 벌써 100살도 훌쩍 넘어 노망난 이 아닙니까? 설마······."

 

 "자네, 죽고 싶은가 보지?"

 

 나라님이 신하를 째려보며 툭 쏘아붙이자 신하는 곧바로 자신이 큰 실언을 했음을 깨닫고 식은땀을 흘렸다.

 

 "말을 가려 하게. 짐을 어릴 적부터 돌봐주신 대모이기도 하시다."

 

 "정말······. 정말로 죄송합니다. 폐하."

 

 "······그래. 요즘 들어 기량이 매우 떨어지셨기에 자리에서 물러나셨던 분이란 건 사실이네. 그런데 어느 날 날 찾아와서는 그 서신을 전해 줄 사람은 그들이어야 한다고 말하더군. 그때는 내가 그 서신을 준비했다는 걸 아무도 모를 때였는데 말이네. 대답이 되었나?"

 

 신하는 더 할 말이 없어 보였으나, 여전히 예언 하나에 국가의 중대사를 맡겼다는 사실이 탐탁지 않아 보였다.

 

 이를 눈치챈 나라님이 신하에게 또 다른 사실을 말했다.

 

 "걱정 말게. 내 그들에게 감시원 하나를 붙였어. 무슨 일이 있으면 대처할 수 있다네······. 내가 미리 안배해 둔 것이 있어."

 

 

 ***

 

 

 갑작스레 나타난 왕눈이 괴물 앞에서 사라 일행은 할 말을 전부 잃었다.

 

 두 젊은이는 물론이요 세상 온갖 경험 다 해본 울조차도 이런 생물은 존재한다는 말조차도 들은 적이 없다.

 

 심지어 그게 말을 한다니. 그것도 저렇게 깐족대면서.

 

 "내가 너희들 눈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전해 줘야 할 아주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맙소사. 반말까지 깠다.

 

 사라는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어제부터 쭉 알 수 없는 일만 벌어졌다지만 이것이 그 알 수 없는 일의 극한을 찍었다.

 

 "니들 똑바로 듣고 있냐? 왜 이리 반응이 시원찮아. 어쨌든······."

 

 빠르게도 본론에 들어갔다. 왕눈이 괴물의 몸이 꿀렁이더니 그 속에서 은색의 짧은 막대기 비슷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걸 꺼낸 왕눈이 괴물은 이를 들어 하온에게 들이밀더니 말했다.

 

 "이 신비하고도 강력한 힘을 가진 창을······. 그대에게 바칩니다."

 

 아하. 이 창을 바치겠다고? 그리 말하니 더욱 이상한 놈처럼 보인다. 그 은색 무언가는 창은커녕 그냥 짧은 손잡이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하온은 이 수상한 선물을 거절했다.

 

 우선 그가 믿을 만한 상대라고 하긴 어렵고, 창처럼 보이지도 않으며, 자신은 창을 쓸 줄도 모르고, 무엇보다 남의 귀중한 물건을 함부로 받을 수는 없다는 합당한 이유였다.

 

 그런데 그 왕눈이 괴물에겐 부족한 이유였나 보다.

 

 전령 일행이 재빨리 마차를 출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왕눈이 괴물은 어느새 따라붙어 마차 위에 타고있었다. 그러고는 하온에게 그 창이라는 무언가를 쥐여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

 

 

 그렇게 세 명의 인간과 하나의 괴물, 그리고 그들을 끄는 하나의 돌가죽은 한데 모여서 목적지를 향해 질주 중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누군가가 그들에게 따라붙어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감시 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감시원마저도 모를 정도로 훨씬 더 멀리에서, 그들이 있을 만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또 하나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곳엔 거대한 몸집의 돌가죽 하나가, 커다란 도끼를 거머쥐고선 조용히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작가의 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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