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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짝반짝 나의 너
작가 : 은하수
작품등록일 : 2020.8.12

"내가..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을게.. 아주 천천히 나에게 와줘."

사랑에 상처받고 이별에 아파한 초아,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승혁.

우리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19
작성일 : 20-09-23 14:30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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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승혁은 차에서 내려 담배를 꺼내 물었지만

 차마 불을 붙일 수 없어 도로 집어넣어 담배 갑을 구겨버렸다.

 

 

 담배를 끊어야겠어..

 풋..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었다.

 

 폐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렇게 금연을 바라실 때도 끊을 생각을 안했던 담배였는데.

 입 맞추다 역한 냄새라도 날까 하는 생각에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하다니.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긴장한 초아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게 두려움의 떨림인지, 설레는 떨림인지, 승혁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대로 두기가 힘들었다.

 

 다시 한 번 달콤한 향기를 깊게 맛보고 싶은 충동이 참아지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던 그는 밀폐된 공간의 어색한 공기를 참을 수가 없어 차에서 나와 버렸다.

 

 

 한번 터져버린 마음은 왜 이렇게 제어가 안 되는 건지,

 저 겁쟁이는 한 발 다가서면 두 발 멀어질 텐데.,

 

 

 탐스러운 입술을 바라보던 시선을 그녀도 느꼈을까?

 마음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부담주지 않겠다고 해놓고 입술부터 들이밀다니.

 

 내가 이렇게까지 짐승이었나?

 

 

 자괴감에 빠진 승혁이 괜히 발끝으로 바닥을 쓸고 있을 때

 초아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초아/ “팀장님..”

 

 

 차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섰다.

 초아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승혁도 따라 미소 지었다.

 

 

 *****

 

 

 늦은 밤 레지던스의 주차장.

 

 

 /승혁/ “조심히 들어가요.”

 

 /초아/ “팀장님은요? 안 올라가세요?”

 

 /승혁/ “먼저 올라가요. 난.. 생각할게 좀 있어서..”

 

 /초아/ “네.. 오늘 감사했어요, 슬리퍼도, 맛있는 치킨도.. 그럼 ..”

 

 

 승혁은 단정한 미소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초아의 뒷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긴 한숨을 내쉰 승혁은 핸들에 얼굴을 묻었다.

 

 

 초아는 집에 들어와 침대에 털썩 몸을 뉘었다.

 

 웃고 있었지만 승혁의 마지막눈빛은 많이 혼란스러워보였다.

 

 

 왜지?

 

 약사주고 별도 보여주고 손잡고 입 맞출 땐 언제고.

 

 왜 자기가 상처받은 얼굴이야?

 

 내가 빨리 예스 안 해서 자존심 상했나?

 

 아니! 아무리그래도 내가 자기 앞에서 다른 남자 때문에 울고불고 못 볼꼴을 얼마나 많이 보였는데 금방 오! 예스! 이러냐고!

 

 그게 아니면., 혹시 키스가 별로였나?

 

 아니, 아니지. 그건 키스도 아니었잖아..

 

 그냥 그새 내가 질린 건가? 첫 데이트에?

 

 

 어느새 또 그의 마음을 재고 짐작하고 계산하는 초아였다.

 

 

 예전엔 남의 눈치 보기보단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자신감이 넘쳤었는데.

 이젠 상대의 작은 반응에도 불안하고 초조해하게 되는 스스로가 싫었다.

 

 

 못났다 강초아..

 

 왜 이렇게 많이 변했냐...

 

 이정훈 나쁜 놈.. 니가 뭔데 날 이렇게 초라하게 만들어?

 

 이래서 내가 무슨 남자를 만나고 연애를 하겠어.. 하...

 

 

 벌떡 일어나 차오르는 눈물과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치려고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들이켰을 때,

 

 

 승혁에게서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미안합니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그저 기다리겠다고 되지도 않는 허세를 부렸네요.

 

 많이 두렵습니까?

 다시 상처받을까봐?

 

 사실은..내가 더 두려워하는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누구를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게 나한테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 없어요.

 

 나에게 사랑은.

 치열한 삶의 현실을 아무것도 책임져주지 않는

 그저 미련하고 못난 감정일 뿐 이었으니까.

 

 내 마음 따위.. 귀 기울여본 적도, 누구에게 줘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

 알 수 없는 감정이 나를 뒤흔드는 지금, 사실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강초아씨를 더 많이, 불안하게, 부담스럽게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못난 그대로, 지금 내 마음을.,.

 

 나는 연애도, 사랑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릅니다.

 그래서 마음 가는 대로 해 볼 생각입니다.

 두렵지만., 한 번 사랑도 해보고, 상처도 받아보죠.

 

 이런 내가 싫은 게 아니라면 도망가지만 말고... 그냥 그대로 있어주겠습니까?

 내가 조금씩 가까이 가 볼게요.

 

 강초아씨.

 오늘부터 1일, 그거 합시다. 우리.

 

 

 

 

 **********

 

 

 

 /재민/ “누구 ? 은주 씨 남자친구? 데이트 온 거에요? 아아 아쉬워라..”

 

 /은주/ “남자친구는 아니고 아는 동생이에요. 선재야, 인사해. 우리 회사 정재민 이사님이셔.”

 

 /선재/ “안녕하세요? 김선재라고 합니다.”

 

 /재민/ “선재씨, 반가워요. 두 분 데이트하는 거 아니면 나도 같이 동석해도 되요? 난 오늘 거제가 처음인데 아는 사람도 없고 좀 외롭네.”

 

 /은주/ “그럼요. 저희가 영광이죠. 선재 너도 괜찮지?”

 

 /선재/ “아.. 네 뭐.”

 

 /은주/ “근데 왜 혼자세요? 아까 같이 계시던 여자 분들은?”

 

 /재민/ “응? 모르는 사람들인데 말 걸기에 그냥 잠깐 인사했어요. 은주 씨가 때마침 아는 척 안 해줬으면 거기 있던 사람들이랑 전부 연락처 주고받을 뻔했는데, 휴. 정말 다행이죠?”

 

 /은주/ “잉? 그게 싫으시면 거절하면 되잖아요. 싫은데 왜 연락처를 줘요?”

 

 /재민/ “하하, 내가 여자들한테는 거절을 못 해서. 그래서 연락처 달라면 주고, 자주 번호를 바꿔요. 그런데 선재 씨는 무슨 일 해요? 여기 사람 아닌 것 같은데, 여행 온 건가?”

 

 /선재/ “저도 서울에서 왔습니다. 곧 군 입대라 지난 학기부터 휴학하고 여기 조선소 현장에서 알바하고 있어요. 숙식 제공에 보수도 많이 준대서.

 저기 근데 실례지만, 얼마 전에 기사에 나오셨던?”

 

 /재민/ “응. 맞아요, 나. 근데 약은 아니고. 나는 진짜로 술만 마셨거든.”

 

 /은주/ “아 그런 거였구나. 괜히 큰 사건에 연루되셔서 억울하셨겠네요.”

 

 /재민/ “아니야, 덕분에 서울 벗어나게 됐으니까.”

 

 /은주/ “그런데 이사님, 모델은 왜 그만두신 거 에요? 한창 인기 많을 때 갑자기 그만두시고 회사로 들어오셨다고 들었는데?”

 

 /재민/ “어릴 때 재미삼아 잠깐 한 건데 뭐.. 그런데 그것도 제대로 하려니 힘들더라고. 아버지가 회사 들어와서 얼굴마담이나 하면 월급 많이 준대서 그만뒀지.

 선재 씨는 정말 대단해요 난 힘든 일은 하나도 못하겠던데.”

 

 /선재/ “저는 월급 거저 주는 재벌 아버지가 안 계셔서요. 제 몸뚱이 하나로 떳떳하게 벌어먹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은주/ “야, 너 말을 왜 그렇게 해?”

 

 

 은주와의 즐거운 데이트를 상상하며 신경 써서 나왔는데, 갑자기 모델 출신 재벌 2세가 끼어들어 은주를 빼앗아 간 것만 같아 기분이 상했다. 혹시 너무 어려 보일까 봐 머리도 넘기고 왔는데.. 왜 스무 살인 나보다 저 아저씨가 더 어려 보이는 것 같냐..

 

 

 /재민/ “아니야, 재밌는데 왜. 나한테 그렇게 바로 앞에서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사람은 이제껏 두 명뿐 이었는데 이제 세 사람이네? 하하하.”

 

 /은주/ “두 명은 누군데요??”

 

 /재민/ “음.. 정승혁이랑 권리나.”

 

 /은주/ “네에에? 저희 팀장님들이랑 친하세요?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에 정 팀장님이랑 나가셨었다고 들었는데 어쩌다 여긴 혼자 오셨어요?”

 

 /재민/ “친하긴. 정승혁 팀장이랑 둘이 식사한 것도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근데 권리나 전화 받더니 나 버려두고 가더라고. 둘이 워낙 각별하셔서..”

 

 /은주/ “에잉? 하하하 아니에요 이사님 오해에요. 두 분이 친구이시긴 한데 사적으로 만나시는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오늘은 아마 강초아 때문 일거에요.”

 

 /재민/ “강초아?”

 

 /은주/ “제 친구이자 기획운영팀 직원이요. 아까 그 친구랑 저랑 권팀장님이랑 셋이 바닷가에서 맥주마시다가 제가먼저 일어났었거든요. 초아가 워낙 술이 약해서 또 뻗었었나 봐요.”

 

 /재민/ “권팀장이랑 술을? 은주 씨 리나랑 친해요?”

 

 /은주/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몇 명 안 되는 팀원들 중 한명이고 같은 숙소에 살기도 하니까?”

 

 /재민/ “숙소? 거기가 어디에요? 나한테 좀 알려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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