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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어
작가 : 단추씌
작품등록일 : 2020.8.26

카메라로 사람의 마음을 찍어 선으로 되돌려 놓는 천사 '미젤링', 삼지창으로 사람의 마음을 찍어 악으로 만드는 악마 '디블'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어."
"나도 당신을 위해 추락하고 싶어요."

서로 반대되는 두 종의 생명들

 
넌 날 왜 사랑하게 됐어?
작성일 : 20-09-23 02:50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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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어느새 아침이 밝았는지 눈을 찔러오는 햇살이 제법 따가웠다. 미젤링은 자연스레 떠진 눈을 비비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어제 황혼이 저물어가는 폐허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어제 그 장소 그대로 있었으며, 옆에는 디블이 자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이 덮쳐올 듯 두려웠지만 정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슬퍼질 정도로 두려웠던 불안은 그저 허상이었던 듯, 두 눈에 담은 세상은 그저 평화로웠다. 한 없이 맑은 햇살이 둘을 내리쬐고 있었고, 누구도 그들을 심판하려 하지 않았다.

 

 실로, 완벽한 아침이었다.

 

 "디블, 디블 일어나봐."

 "으음...왜요 미젤링."

 

 꼭 닫은 두 눈의 속눈썹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햇살이 그의 눈꺼풀까지 들어올리기엔 역부족인 듯 했다.

 

 "일어나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렇겠죠. 당신 잘 때 난 계속 옆을 지키고 있었으니까."

 

 디블은 잠결에 어제 한 일을 나직히 읊었다. 당신 추울까봐 내가 입고 있던 클로크도 벗어주고, 누가 우릴 심판하러 오지 않을까 두려워서 계속 긴장한 채 지켰다구요.

 

 "그러니까 나 좀 자게 해줘요."

 

 디블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젤링의 팔을 잡아 당겼다. 속절없이 끌려간 미젤링은 그대로 디블의 몸 위에 포개졌다. 군살 없이 탄탄한 몸이 그녀를 받쳤고, 잔근육이 돋은 팔은 꼼짝할 수 없이 옭아맸다.

 

 마치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

 

 "진짜 그렇게 계속 잘 거야?"

 "뭐 할 거 있어요?"

 

 미젤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거 있구나?

 

 "하고 싶은 건 있는데..."

 "그런데요."

 "너 피곤하다며."

 

 안 해도 돼. 그냥 자둬.

 

 "자고 있는 네 얼굴 구경하는 것도 꽤 흥미로우니까."

 

 디블 역시 그가 잘생긴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런 맥락이 아님을 눈치챘다.

 

 "나 일어날까요?"

 "피곤하다며."

 "이 얼굴은 다크서클이 생겨도 아름다울 테니까요."

 

 당찬 말에 미젤링은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그게.

 

 "난 당신이 내 얼굴 때문에 사귄다고 생각했는데요."

 "얼굴만 보고 사겼을까."

 "그럼 뭐 보고 사겼는데요?"

 "말하면 일어나기야?"

 "당연하죠. 원한다면 날아줄 수도 있어요."

 

 미젤링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네 매력.

 

 "어떤 매력에요?"

 "그것까지 말한다곤 안 했어. 빨리 일어나."

 

 미젤링은 구속하고 있던 팔을 풀고는 디블의 손을 끌어 당겼다. 그 반동으로 몸을 일으켜 앉은 디블은 미젤링을 보고는 푸스스 웃었다.

 

 "왜 웃어?"

 "좋아서요. 밤새 지킨 보람이 있네."

 "뭐가 좋은데?"

 "그냥 당신이요."

 "풍경도 좋지 않아? 난 일어났을 때 평화로워서 좋았는데."

 "당신이 없으면 비 오는 날보다 못하죠. 차라리 당신과 함께 빗 속을 걷는 게 더 나을 거에요."

 

 한시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애정공세가 행복했다. 세상의 사랑을 다 긁어 준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디블은 내뱉는 말마다 사랑을 가득 담았다.

 

 "넌 날 왜 사랑하게 됐어?"

 "갑자기 그건 왜요?"

 "아니, 네가 말마다 사랑을 담아서 주니까 문득 궁금해져서."

 

 넌 날 사랑하게 된 이유가 뭐야?

 

 -

 

 "내가 대체 왜 너 같은 악마와 사귀어야 하는가?"

 

 그때 당신이 내뿜는 하얀빛에 압도되었던 것 같아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보다 강한 존재를 느꼈고, 그래서 어떻게든 당신을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강한 당신이 우리편이라면 더 좋을 테니까.

 

 그래서 당신한테 접근했어요. 당신의 힘을 우리에게 쏟게 하고 싶어서.

 

 강한 자가 우리 편이라면 악이 더 세상에 널리 퍼질 수 있을 테니까.

 

 ***

 

 "디블!"

 

 그런데 어느 날 당신이 날 주려고 도시락을 싸왔더라구요. 그것도 3단으로.

 

 마치 인간들이 하는 것처럼.

 

 "아 해봐. 이거 내가 밤새 만들었어."

 "...."

 "어때? 맛있어?"

 

 당신 요리를 먹고 칭찬해주길 바라는 눈빛에서 깨달았어요. 당신이 사랑에 빠졌구나.

 

 "맛있어요."

 

 악마들의 본성은 어디 가질 않았고, 그때까지만 해도 난 당신에게 접근한 목적을 잊지 않고 있었죠.

 

 그래서 그때부터 당신을 이용하기로 했어요. 해달라는 건 뭐든지 해줄 수 있게. 그게 악마가 사랑을 다루는 방식이니까.

 

 그 후로 당신은 정말 해달라는 거 다 해줬어요. 집에서 나만 기다리라고 하니까 정말 그래줬죠. 덕분에 천사들의 인원이 보충이 안 돼서 악마들이 판 벌리기 쉬웠고요.

 

 내 일에 신경 끄라고 신경을 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역시 당신은 눈물을 삼키며 들어줬어요. 내가 밖에서 설령 당신의 존재이유와 반대되는 일을 하더라도 이해해줬잖아요.

 

 신경 끄라고 했을 때 당신은 아무렇지 않은 척 알겠다고 했지만 사실 알고 있었거든요. 당신이 그때 엄청 울었다는 거.

 

 그 후로 나 때문에 운 적 많았었잖아요. 근데 난 그게 싫지가 않았어요. 당신을 웃게 할 수 있는 것도, 울게 할 수 있는 것도 다 나니까. 나한테 리모컨 같은 조종장치가 쥐어진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자는 사이에 당신이 사라졌더라구요.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아, 나 이 여자 진짜 사랑하는구나.

 

 보통 때 같으면 사라지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잘 텐데 신경 쓰이더라구요. 심장을 누가 잡아 뜯는 것처럼 너무 아팠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이 나한테 스며들었나 봐요. 그것도 온 몸 구석구석 전체에 싹 다.

 

 그래서 한밤중에 당신 찾으러 나갔어요. 평소 입는 클로크도 안 입고 말이에요. 진짜 정신없이 나가서 미친듯이 찾아 다녔어요.

 

 당신을 찾으려고 이름을 한번씩 부를 때마다 울음이 터져나오더라구요. 진짜 없어진 걸까봐.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그 침묵이 너무 울고 싶었어요.

 

 결국 뒤지고 뒤져서 당신을 찾아냈죠. 기억나요? 교회 담벼락 밑에 주저앉아 있었잖아요.

 

 한밤중에 나와서 간 곳이 교회 담벼락이라는 사실에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안도를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데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당신이 고개를 들었잖아요.

 

 얼마나 울었는지 눈물이 여러갈래로 나뉘어져 맺혀 있었더라구요. 화 내고 자시고 하기 전에 당신부터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당심에게 왜 우냐고 물어봤고,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진정한 당신이 그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요?

 

 "...우리 헤어지자."

 

 그때 알았죠.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그동안 마음을 갖고 놀기만 해봤지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말이 무슨 의민지 몰랐는데 겪어보니까 진짜 심장 찢어지게 아프더라구요.

 

 내 모든 걸 가져가 놓고 어떻게 헤어지잔 말을 하는지...그런데 그 동안 한 짓이 완전히 악마짓이어서 붙잡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어떻게 붙잡아요. 당신이 더 힘들어할 게 뻔히 보이는데.

 

 그래서 헤어지자는 당신말에 수긍만 할 뿐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그리고 집에 가서 많이 울었죠.

 

 매 순간순간마다 당신이 생각나고 그때의 추억과 느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서 죽을 것만 같았어요. 이젠 그때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데 어쩌자고 그렇게 행복해했는지...

 

 과거의 행복이 그때는 참 미치겠더라구요. 너무 행복했단 걸 알아서 그런데 되돌아갈 순 없고 이젠 완전히 지워야 하는 순간이니까.

 

 그래서 당신과 헤어진 순간이 참 죽을 것 같았어요.

 

 -

 

 "이게 전부에요. 당신을 사랑하게 된 이유."

 "그러니까 그냥 스며들었다?"

 "네. 그냥저냥 지나갈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깊숙하게 침투해버렸던 거죠."

 

 미젤링의 표정이 착잡하게 변했다. 끝난 사랑 앞에서 어떤 마음이었을진 설명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그녀 역시 그랬으니까.

 

 끝나버린 사랑이 자꾸만 순간들 속에서 고개를 쳐 들고 나타나서. 그런데 그녀 본인이 이 관계를 끝내버린 걸 알아서 붙잡지도 못해 더 슬펐으니까.

 

 "....미안해."

 "굳이 캐묻지는 않을게요. 대신 그 공백기간만큼 날 사랑해줘요."

 "...너도."

 

 너도 날 사랑해줘. 내가 상처받았던 시간을 보상해주란 말이야.

 

 "알았어요. 사랑해."

 

 디블은 그리 말하며 미젤링의 눈꺼풀에 입을 맞췄다. 말랑한 감촉이 눈꺼풀을 지그시 눌렀다 떨어졌다.

 

 온 몸이 사랑으로 채워지는 기분. 미젤링은 이 기분이 싫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순간을 박제하고만 싶었다. 이 순간이 계속해서 지나간다는 걸 알아서 아쉬웠다. 시간을 박제시키는 능력이 없다는 게 한스러웠다.

 

 '미가한테 부탁하려면 그런 약물을 만들어 주려나?'

 

 그러나 못할 짓이었다. 이 순간을 박제하려고 그녀를 끌어들일 수 없었다. 미젤링 본인의 사랑은 본인의 선에서 끝내야 했다. 그게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무슨 생각해요?"

 "응? 아무것도 아니야. 일어나. 가고 싶은 데가 있어."

 

 미젤링은 디블의 손을 잡아 끌고는 날개를 펼쳤다. 햇살이 비추는 날개가 오늘따라 유난히 환해보였다. 디블은 그런 미젤링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자신의 날개도 따라서 폈다. 태양의 빛마저 흡수시키는 강력한 검은 날개였다.

 

 "내 손 잡고 날아. 떨어지지 말자 우리."

 "그래요. 날 때로 같이 날고 추락할 때도 같이 추락하죠 뭐."

 

 미젤링은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이 꼭 사교계에서 춤을 청하는 남자 같아서 디블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결국엔 그 역시 그녀의 손을 받아 들고는 같이 날았다.

 

 -

 

 한편, 동이 트자마자 천국에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천사들을 소집한 션은 신전에 모인 천사들을 내려다 보았다.

 

 "대체 무슨 일로 부르신 거야?"

 "모르지 나도. 그분의 뜻을 어찌 알겠나."

 "이 아침부터 소집한다는 건 보통 큰일이 아니란 건데 불안하군."

 

 저마다 수군거리며 션이 입을 떼길 기다리는 중, 션은 드디어 입을 뗐다.

 

 "오늘 아침부터, 내가 그대들을 소집한 이유가 궁금하겠지?"

 

 여기저기서 긍정의 대답이 쏟아졌다. 네, 당신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D 구역의 슬럼가를 치기 위함이다."

 

 순간 장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누군가가 발가락 하나만 꼼지락거려도 그 소리가 크게 울릴 것만 같았다.

 

 "고로."

 

 션은 그 침묵을 무참히 깨버렸다.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싫은 천사는 지금 나가라."

 

 충격의 분위기에 쐐기를 박아넣은 말이었다.

 

 -

 

 "....."

 [미가님!!!]

 

 한편, 침울하게 약물을 만들고 있던 미가에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미가가 아끼는 애완동물인 라잇이었다.

 

 "라잇. 미안한데 소리 좀 죽여줘. 내가 너무 힘들거든."

 [션께서 천사들을 소집하셨습니다! 그것도 전투가 가능한 천사 모두를요!]

 "뭐?!"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약병을 놓칠 뻔 했다. 션이 천사들을 소집할 꺼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션...진짜 그렇게까지 악마들이 싫은 거야?"

 

 약병을 쥔 손이 부들거렸다. 너무 충격을 받았을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한동안 없어진 줄 알았던 습관이 또 도질 만큼 이 상황은 심각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긴."

 

 션에게 가야겠지.

 

 미가는 들고 있던 약병을 내려놓고 연구복을 벗었다. 어쩌면 몇 십년만에 처음으로 벗은 연구복일지 몰랐다.

 

 '션...너 거기 딱 기다리고 있어.'

 

 미가는 비장한 표정으로 연구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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