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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16. 끈질긴 추적
작성일 : 16-10-24 18:20     조회 : 594     추천 : 0     분량 : 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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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끈질긴 추적

 

 

  며칠 후, 압록현 관아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며칠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형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소문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은 형을 받기로 한 도둑을 구경하기 위해 얼굴을 내밀었다.

 

 

  도둑은 며칠 전에 압록현으로 들어온 소금장수였다. ‘우불’이라는 이름의 그 소금장수는 ‘사수촌’이라는 산골로 가게 되었다. 날이 어두워 잘 데가 없는 소금장수는 노파의 집에 소금 한 됫박을 주고 묵기로 하였다. 다음 날, 노파는 소금 한 됫박이 부족하다면서 더 달라고 하였다. 소금장수는 줄 수 없다고 하였다. 집 밖까지 쫓아 나온 노파는 며느리가 시집올 때 가져온 가죽신을 훔쳐갔다고 소리쳤다.

 

 

  “사수촌에 사는 노파가 누명을 것이라며?”

  “지가 소금가마니 속에 가죽신을 넣고, 훔쳤다고 소리쳤다면서……”

  “돈이 뭐라고.”

  “돈? 돈 때문에 그랬단 말이여?”

  “압록현에서는 도둑질하면 도둑질한 값의 열 배를 배상하게 되어 있잖아. 그 배상금을 노리고 한 짓 이라잖어.”

  “세상에,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그렇지.”

 

 

  압록현사람들이 얘기한 노파는 관아 앞에 앉아 있었다. 압록현사람들이 수런거리는데도 앉아 있기만 한 노파는 초라한 늙은이었다. 압록현사람들은 흉측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돈 만 아는 늙은이거나 사람을 해하고도 꿈쩍 않는 늙은이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우불’이라는 소금장수였다. 압록현사람들이 듣기로 우불은 노파가 누명을 씌운 것을 알고 있었다.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둑이 되려는 것인지, 압록현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소문대로 노파를 위한 것이라면 정말 괴상한 사람이었다. 압록현의 법에 따라 채찍을 맞은 우불은 평온하였다. 채찍이 더해짐에 따라 일그러지기는 했으나 노파를 원망하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이고 얘야! 아이고 얘야!”

  노파는 바닥에 쓰러진 우불을 부둥켜안았다.

  “객사로!”

  갈구는 옆에 서 있는 재모에게 외쳤다.

  “제 집으로 데려가겠습니다요. 이게 다 저 살리자구 한 일이니까, 제가 정성으로 보살시피고겠구만요.”

  “형편도 어려운 데 객사로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

  “이거라두 안 하면 제가 무슨 낮으로 산대요.”

  노파는 머리를 조아렸다.

  “객사로 데려 가겠습니다.”

  재모는 우불을 빼앗으면서 소리쳤다. 재모는 노파가 싫었다. 노파가 누명을 씌운 것도 싫거니와 마음 편하겠다고 관아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도 싫었다.

  "우불은 제가 데려갈테니까, 할머니는 집에 가서 손자……"

  “댁으로 모셔다드려라.”

  갈구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버지!”

  “어르신이 잘 모신다 하지 않느냐?”

  “대체 왜?”

  재모는 목까지 올라온 것을 누르면서 물었다.

  “어르신에게도 기회를 줘야 되지 않겠느냐?”

  “ 정말로 잘 모시겠구만요. 정말로 잘 모시겠구만요.”

  갈구의 말에 노파는 얼굴이 땅에 닿도록 수그렸다.

  “의원을 데려가거라.”

  “고맙구만요. 고맙구만요.”

 

 

  갈구는 노파를 따라 관아 밖으로 나왔다. 갈구가 우불에게 집행한 것은 형이 아니었다. 막 세상으로 나온 거인을 보여준 것이었다. 앞으로 우불이 어떻게 살지는 아무도 몰랐다. 분명한 것은 노파와 같은 사람을 외면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갈구를 뒤 따라온 군관이 투덜거렸다.

  “뭐가 말이냐?”

  “저 늙은이가 누명을 씌운 거잖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다 알고도 형을 받는답니까?”

  “편치 않아서 그런다지 않았느냐?”

  “왜 그래야 합니까? 그 늙은이가 죽든 말든 왜 그것을 신경 쓰냐고요? 나리도 그렇습니다.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 왜 형을 집행하십니까? 평소 나리의 성격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 아닙니까?”

  “그러게 말이다.”

  정말 군관은 갈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갈구는 냉철한 사람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갈구였다. 안국군이 살해당했을 때도 그랬다. 장수는 전장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사람이 바로 갈구였다. 군관은 참아온 의문을 내뱉었다.

  “왜그러시는 겁니까?”

 

 

  갈구는 대꾸없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무거운 걸음으로 들어온 갈구는 서안 위에 있는 명부를 펼쳤다. 갈구가 작성하다 만 명부는 궁궐을 증축하는 데에 보낼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처음에 갈구도 우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잘못 말한 것은 아닌지, 한 말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우불을 알 수 있었다. 우불은 노파 만 바라본 것이다.

 

 

  갈구가 우불에게 배운 것은 백성들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백성들은 연이어 발생한 우박과 서리로 농사를 망치게 되었다. 상황이 그런데도 왕은 군비 만 증강하려고 하였다. 선비족의 침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증강한 군비는 친위대를 운영하는 재원이 되었다.

 

 

  왕의 무모한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랐는데도 궁궐을 증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삼월에 발생한 지진이 왕에 대한 경고라거나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세상이 되었다거나 하는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죽어나는 것은 백성들이었다. 몇 알 남지 않은 종자는 세금으로 빼앗기고 풀뿌리라도 뽑아올 일꾼들은 공역에 끌려가게 된 것이다. 갈구가 작성하다 만 명부가 그 사람들의 명단이었다.

 

 

  갈구는 한다고 생각했다. 갈구는 혼란할 때에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법을 강화하였다. 또한 일주일마다 구휼죽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근동에서 구휼죽을 준비할 재원이 있는 곳은 압록현이 유일했다. 갈구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갈구가 백성을 봤다면 재원을 생각하지 말아야 했다. 그렇다면 노파와 같은 현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군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 누구라고 하더냐?”

  “그게……”

 

 

  군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가 들어왔다. 역시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 둘을 데리고 들어온 사나이는 검신이 긴 칼을 메고 있었으며 눈 밑에는 초승달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초승달모양의 흉터를 꿈틀거리면서 말했다.

 

 

  “오늘 형을 집행했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지금 어디 있습니까?”

  “먼저 신분을 밝히는 것이 예의 아니겠습니까?”

 

  갈구의 말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가 대동한 사나이들이 나왔다. 그 사나이들은 날렵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갈구에게 다가온 사나이들은 무릎을 꿇리려고 하였다.

 

 

  “멈춰라.”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외쳤다. 무릎을 꿇리려고 한 사나이들이 일으켜 세울 때가지 바라본 사나이는 걸어왔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초승달 모양의 흉터를 비틀면서 말했다.

 

 

  “말 할 수 없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이 놈이 정말……”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앞으로 나서려는 사나이들을 막았다.

  “나는 대왕의 명을 받고 온 친위대장이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의 말에 갈구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갈구는 휘둥그러진 눈으로 ‘친위대장’이라고 말한 사나이를 바라보았다. 눈 밑에 그어진 흉터부터 검신이 긴 칼까지, 세밀하게 바라본 갈구는 어깨를 웅크렸다. 잠시 후에 갈구는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압록현 태수 갈구, 친위대장께 인사드립니다.”

  “그 놈은 지금 어디 있느냐?”

  “신발을 도둑맞는 노파가 은혜갚는 다고 데려갔으니까 사수촌에 있을 겁니다. 그런데 친위대에서 신발도둑은 왜 찾는 겁니까?”

  “신발도둑이라니! 그 놈은 왕좌를 탐한 죄인이란 말이오!”

  “왕좌를 탐해요? 그 소금장수가요?”

  갈구는 머리를 흔들었다.

  “태수는 다루카를 모독한 사건을 모른단 말이오.”

  “다루카라면, 돌, 돌 돌아가신 고추가의……”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갈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나갔다. 뒤이어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가 대동한 사나이들이 나갔다.

  “저 놈이 말한 것이 사실입니까?”

  “그렇다.”

  “그, 그러니까 저놈이 카이라는 겁니까? 안국군을 살해한 놈이라는 겁니까 ?"

  "그렇다."

  "저 놈이 왕손을 잡으러 왔다는 겁니까? 낮에 형을 집행한 왕손을…… ?"

 

  갈구는 대꾸없이 탁자에 앉았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카이였다.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하여 ‘흑사’라고 불리는 카이는 안국군를 찌른 사람이었다. 친위대장으로 왕명으로만 움직이는 카이가 왔다는 것은 왕이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놀라운 것은 우불이 계승자라는 것이었다. 가우사를 들다 실패한 계승자가 바로 우불이었던 것이다. 우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철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불이 무슨 이유로 다루카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우사를 들겠다나고 나선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갈구의 생각이었다. 갈구는 우불이 채찍을 맞는 모습을 떠올렸다. 우불이 채찍을 맞은 것은 노파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노파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채찍을 맞도록 하였던 것이다. 이름하여 측은지심(惻隱之心), 사람이 금수(禽獸)와 다른 것은 측은지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그것은 군주가 우선으로 갖춰야 하는 덕목이기도 하였다. 백성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군주가 다스리는 평안하기 마련이었다.

 

  "가만 있으시겠습니까?"

  옆에 서 있는 군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

  "왕손을 죽이려고 하지 않습니까?"

  "왕손을 믿느냐?"

  "그거야 당연히 ……"

  "병사들을 집결해라."

  갈구는 군관의 대답이 끝나기 전에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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