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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진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작가 : 화산호
작품등록일 : 2020.9.11

“나랑 사귀자!”
진심 1도 없는 고백이란 걸 알지만
커플이 되어 살아남아 우승해야만 끝이 나는 유튜브 인기 방송,
<리얼 청춘 낭만 서바이벌 쇼: 하이틴 스캔들>에 출연하게 된 12명의 고등학생들.
서로의 정체를 살피며 아슬아슬한 연애 서바이벌 게임을 시작한다.

뭔가 유치한 프로그램에 쭈뼛쭈뼛 참가하게 된 권재하!
최대한 존재감 없이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첫 번째 탈락자가 되는 것이 원래 목표였다.
그런데!
왜 나보고 웃어 자꾸!
왜 삼겹살 그거 내 밥에 올려주고 난리야!
분명히 날 좋아하는 게 아니란 걸 아는데
이러면 탈락하기 싫어지잖아.
점점 살아남고 싶어진다고!
다음 라운드에서도 너를 계속 보려면
다른 애한테 고백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진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애에게 그러면 나는 완전 양아치잖아.

 
14. 하루 만에 양아치 다 됐네.
작성일 : 20-09-22 00:11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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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 그 표정이 재밌었다.

 동그란 이마와 똑똑해 보이는 눈이 심각해지고, 눈썹 사이를 찡그렸다.

 문현빈은 그 올록볼록한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서 펴주고 싶었다.

 “그럼, 내가 너한테 고백 하는 건? 그건 돼?”

 하지만 그 표정 뒤에 이런 물음이 되돌아올지는 몰랐다.

 고집스러워 보이는 입매가 당돌했다.

 바보.

 자기가 하는 말이 남자애한테 어떻게 들리는지도 모르면서 저런 말을 하는 재하가 귀엽기도 하고, 다른데 서도 저러겠지 하는 생각에 울컥 짜증도 났다.

 이상한 기분.

 이 이상한 기분 때문에 헛소리까지 해버렸는데 더 나가면 진짜 사고다 싶어 문현빈은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대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재하는 문현빈이 가만히 자기를 지켜보기만 하다가 고개를 가로젓자 확신이 들었다.

 마왕이구나!

 마왕을 찾은 것 같았다.

 남자애한테 이런 말을 하면 싫어하겠지만 문현빈은 정말 예쁘게 생겼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표정과 창백한 인상이 예쁘장한 얼굴과 미묘하게 어우러져서 어쩔 땐 무서워 보였다. 하지만 문현빈의 말과 행동들을 되짚어 보면 겉모습과 다르게 자상하고 배려심이 깊었다.

 그래서 재하는 문현빈이 자신에게 경고를 해주는 것 같았다. 이제껏 모호하게 들렸던 문현빈의 말들도 그러면 전부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티를 내지?

 내가 자기 정체를 알고 처형시키면 어쩌려고?

 “이제 시간 얼마 안 남았어!”

 하지만 문현빈은 재하가 더 이상에 생각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재하는 재빨리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오전 9시 50분.

 “뛸 수 있지?”

 문현빈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재하의 손목을 잡을 핑계를 만들었다.

 

 “우서진 봤어?”

 재하는 강당 앞에서 차해인을 만나자 급하게 물었다.

 “오! 권재하! 이제 권재하 같네.”

 차해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까 이은주랑 야외음악당 무대 뒤쪽으로 가는 것 같던데?”

 “뭐?”

 이은주랑?

 재하는 이은주라는 말에 굉장히 불안해졌다.

 “문현빈이 도와준 거야?”

 차해인은 재하 뒤에 서 있는 문현빈을 흘긋 쳐다보며 물었다.

 “아! 응. 내 교복이 더러워져서.”

 “다행이야. 잘못했으면 추가촬영 할 뻔 했네.”

 차해인이 상냥하게 말했다.

 “응. 완전 민폐 끼칠 뻔 했어.”

 재하는 차해인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도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차해인이 짓궂게 물었다.

 “우서진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어?”

 재하가 불안한 얼굴로 차해인을 보자 차해인이 아깝다는 표정을 했다.

 “김산 때도 그러더니, 우서진까지. 계속 놓치네?”

 어떻게 얘는 다 알지?

 재하는 차해인을 처음엔 신기하게 그러다가 이상하게 마지막엔 무섭게 쳐다봤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빨리 가봐.”

 오전 10시 10분.

 재하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뛰었다.

 

 싱싱하게 뻗어 올라가는 담쟁이 잎사귀들이 야외음악당 무대 뒤쪽을 초록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초록을 배경으로 서있는 키 큰 남자애의 뒷모습이 보였다. 하얀 교복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리고 삐딱하게 서있는 모습이 우서진 같았다.

 “우서진!”

 다행히 혼자였다.

 재하는 서둘러 우서진에게 다가갔다.

 “한참 찾아도 안보이더니 교복 입으러 갔던 거야?”

 우서진의 말에 재하가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오전 10시 16분.

 아슬아슬 했다.

 “나 할 말 있어!”

 재하가 입을 열자 우서진이 먼저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 전에 이거부터. 자! 받아!”

 피아노 건반 무늬의 손수건이었다. 손수건 귀퉁이에는 검정색으로 높은음자리표가 수놓아져 있었다.

 “어?”

 재하가 손수건을 받아 들고 깜짝 놀라자 우서진이 빙긋 웃었다.

 

 아무도 없는 연습실에서 펑펑 울고 있는 남자애가 있었다. 너무 서럽게 울고 있어서 재하는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연습실 입구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봐도, 봐도 악보를 모르겠어.”

 남자애가 콧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합동 연습 때 자꾸 틀려서 지휘자 선생님한테 혼났던 애였다. 남자애는 대금 파트였다. 키가 너무 커서 처음엔 6학년 오빠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재하와 같은 4학년이라는 걸 알고는 놀랐었다.

 재하는 바이올린 케이스에서 손수건을 꺼내 남자애에게 건넸다.

 남자애는 손수건을 받아 눈을 꾹꾹 눌렀다.

 재하는 남자애 옆에 있는 피아노로 갔다. 그리고 남자애가 계속 틀렸던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연주했다.

 “한 번 더 해줘.”

 연주가 끝나자 남자애가 말했다.

 재하는 남자애가 울음을 그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연주했다.

 재하의 피아노에 맞추어 남자애가 연습을 했다. 몇 번의 반복 끝에 남자애가 더 이상 틀리지 않게 되자 재하는 자기가 더 기뻤던 것 같았다.

 

 “그 시립어린이합창단 연주회?”

 재하가 기억을 떠올리자 우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내가 그때 인생의 회전목마를 10번은 친 것 같은데?”

 “7번이야!”

 재하의 말에 우서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근데 이걸 아직 가지고 있었어?”

 우서진이 돌려준 손수건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재하가 물었다.

 “어쩌다 보니.”

 머리를 긁적이면서 우서진이 말을 흐렸다.

 이게 뭐라고.

 우서진이 생각해도 웃겼다.

 너무 가벼워서 아무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손수건 한 장 돌려주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재하에게 손수건을 받고 그 다음 연습 때, 바로 돌려주고 싶었다.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항상 여러 학교 아이들로 가득한 연습실에서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어이없게도 눈치만 보다가 어영부영 연주회가 끝나고 다시 만날 기회는 사라져 버렸다.

 등신 같았다.

 그 때 용기를 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랬으면 저 환한 웃음이 다른 쪽을 향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하는 지금 같은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우서진은 재하가 손수건을 들고 밝게 웃을수록 씁쓸했다. 분하게도 저 웃음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근데 할 말이 뭐야?”

 우서진은 재하가 뭐라고 말 할지 어렴풋이 알면서 물었다.

 “나 마음 바뀌었어. 최종 라운드까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할 거야!”

 혹시라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을까 했던 기대가 무너졌다. 우서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

 “그래? 그럼 열심히 해봐.”

 재하는 우서진의 시큰둥한 반응에 이상하게 마음이 바스락거리기 시작했다.

 “더 할 말 없지?”

 우서진이 돌아서려 하자 재하는 다급해 졌다.

 “너는? 미션 했어?”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던졌다.

 “응.”

 우서진의 무덤덤한 대꾸에 재하는 힘이 빠졌다.

 “아.”

 재하는 이은주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서진 뒤로 이은주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우서진! 이제 다들 모이래!”

 우서진이 이은주 쪽으로 돌아보았다.

 “어? 권재하! 교복?”

 이은주의 보조개가 멈칫 하더니 이내 다시 깊게 파였다.

 “혹시 너 지금 미션 하는 거였니? 어떡해! 내가 방해한 거야?”

 그래 니가 한 마디만 하면 이은주가 아니지.

 재하는 이은주를 똑바로 쳐다봤다. 하지만 락커룸 때와는 달리 이은주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재미있다는 눈으로 재하를 마주 봤다.

 “응! 방해했어.”

 재하는 또박또박 말했다.

 “정말? 너 탈락 하려고 했었던 거 아니야? 왜 갑자기? 김산 때문에? 그럼 김산한테 고백을 해야지 왜 우서진한테 하는 거야? 우서진 이용하는 거야?”

 하지만 이은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재하의 목을 졸랐다.

 아까 자신이 당했던 것을 몇 배로 되돌려줄 수 있는 지금 상황이 손 떨리게 기쁜 것처럼 보였다.

 우서진은 재하가 자기를 찾기 전 이은주에게 들었던 말을 다시 한 번 더 듣게 되자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재하는 우서진이 자기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버리자 머릿속이 다시 쿵쿵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 휘청거리면 쇼한다고 생각할 까봐 재하는 주먹을 꽉 쥐고 버텼다.

 움켜진 손아귀에서 우서진이 돌려준 손수건이 느껴졌다.

 그리고 펑펑 울고 있던 남자애도 떠올랐다.

 이 개떡 같은 서바이벌에 남으려고 그 남자애를 이용할 뻔 했다.

 왜 하필 우서진에게 미션을 하려고 했을까?

 재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서진이 자기에게 자꾸 곁을 내주려 한다는 것을. 그래서 언제든 그 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뻔뻔하게도 그 곁이 항상 자기를 위해 비워져 있을 거라고 계산했다.

 하루 만에 양아치 다 됐네.

 재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 들키니까 할 말 없어? 엄청 착하고 털털한 척 하더니 너 완전 반전이다.”

 “그만하고 가자.”

 우서진이 이은주의 말을 막으며 이 상황을 끝내려 했다.

 하지만 재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가? 그럼 이은주 너 나랑 사귈래?”

 “뭐?”

 “나야 뭐 아무나 상관없으니까. 너희 둘도 어차피 진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커플 노릇 하는 거잖아?"

 “그게 무슨!”

 이은주 얼굴에서 보조개가 사라졌다. 그래도 재하는 멈추지 않았다.

 “이은주 니가 싫으면 우서진!”

 재하는 우서진을 올려다봤다.

 “너!”

 하지만 재하는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우서진이 가로채 버렸다.

 “권재하 나랑 사귈래?”

 “야! 우서진!”

 이은주가 소리 질렀다.

 “이거 룰 어기는 거야!”

 하지만 우서진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재하는 대나무 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 같던 남자애의 대금 소리를 떠올렸다.

 고집스럽게 고집스럽게 박자와 음을 정확하게 외우려 들던 그 남자애의 눈동자를 기억했다.

 그 눈동자에 양아치가 돼서 돌아온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이 재하는 싫었다.

 손수건은 이별의 선물이라더니.

 오늘은 남자애의 눈이 아니라 재하의 눈을 꾹꾹 눌러야 할 것 같았다.

 “미안해! 우리 같이 최종 라운드까지 도전하자고 말하고 싶었는데. 이걸 돌려받고 그럴 순 없겠지.”

 재하는 우서진이 붙잡으려 하기도 전에 뒤돌아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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