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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남자는 신스틸러
작가 : 조윤서
작품등록일 : 2020.9.15

징계 먹은 강력계 여형사 송백설과 영화판의 신스틸러이자 호텔 상속자인 차도현의 수상한 연애.

 
11. 이제부터 터치하려구, 당신의 입술
작성일 : 20-09-21 23:34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6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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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 시원하죠?”

 시동을 건 도현은 안전벨트를 매다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뭐가 말입니까?”

 “에이, 남자가 뭘 그런 걸 가지고 쑥스러워 하나! 빨리 호텔로 갑시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네.”

 “그러시죠.”

 두 사람을 태운 차는 10분도 되지 않아 리조트에 도착했다. 백설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난 좀 씻겠습니다. 이따 거실에서 봐요.”

 도현이 나른한 표정으로 화답했다.

 “그래요, 씻어야죠. 원래 그게 먼저인 겁니다.”

 방문을 닫으며 백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래는 거야. 씻는 게 먼저라니.”

 그녀는 단 몇 초 만에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이거야, 이거! 행복이 뭐 별건가.”

 욕조 안에서 시원한 캔커피까지 마시니 하루 동안 쌓였던 수사현장의 꿉꿉함들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자연스레 건넌방 남자 생각도 났다.

 “씻고 나서 분명 나랑 뭘 같이 할 것만 같은 뉘앙스였는데. 그렇게 핸섬한 얼굴로 들이대면 내가 호락호락 넘어갈 줄 알았냐. 야한 인간!”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오른팔에 물이 닿지 않게 샤워기 헤드의 물줄기를 맞으며 건넌방 여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완력으로 남자를 휘어잡는 줄만 알았는데 웃으면 순수하고 선량해 보여. 입술은 초승달 모양에 볼은 발그레해지고. 근데 아까 병원에선 날 보고 왜 웃은 거지?’

 개운하게 씻고 몸을 말린 그는 흰색 긴소매 티셔츠와 옅은 회색의 실내복 팬츠를 입었다.

 지이이. 지이이.

 나가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액정화면에 ‘이한유’라고 떴다. 도현이 영화판에서 유일하게 터놓고 지내는 독립영화 감독이었다.

 “오랜만입니다, 감독님. 그동안 연락 못 드렸네요. 요즘 바쁘시죠?”

 -안 바빠. 지난주에 영화 쫑냈잖아. 그래, 지금 어디? 술이나 한 잔 먹자고. 요 앞에 곱창전골 잘 하는 집이 생겼거든.

 그가 아쉬움 가득 담은 목소리로 거절했다.

 “안 될 것 같은데요. 저 지금 단양에 내려와 있습니다.”

 -충북 단양?

 “네.”

 -거긴 왜 갔는데? 새 영화 찍나?

 “아뇨, 그건 아니고 쉬러 왔어요.

 -좋겠네! 그럼 잘 쉬고, 올 때 대강막걸리 좀 한 박스 사와. 비오는 날 우리 집 마당에서 파전 부쳐 먹자고. 끊는다.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는 혼잣말을 하며 방에서 나왔다.

 “이번엔 또 어떤 여자를 소개시켜 주려고 그러시나. 하여간 포기를 모르는 양반이라니까.”

 번번이 거절해도 이 감독은 그에게 줄곧 주변 여자를 붙여주곤 했다.

 방에서 나와 스위트룸 중앙의 거실로 가려던 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았다.

 “냉장고에 있는 거 먹어도 돼요?”

 위아래로 검정색 트레이닝복 세트를 차려입은 백설이었다.

 “당연하죠. 다 드셔도 됩니다. 근데 이게 무슨 냄새죠?”

 “아까 편의점 들러서 훈제치킨 좀 샀어요. 갑자기 땡겨서. 먹을 수 있죠?”

 “그럼요. 전 아까 많이 안 먹었습니다. 등 쪽에 신경이 쏠려서.”

 도현이 와인바 테이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근데 냉장고 안에 별의별 게 다 들어있던데! 육포랑 오징어, 먹태, 통조림, 소시지, 견과류, 과일, 콜라, 주스 등등! 지방 호텔이라 그런가?”

 그가 웃었다.

 “그럴리가요, 제가 아침에 나가면서 룸서비스에 부탁한 겁니다. 골고루 좀 채워놓으라고.”

 우와, 그럼 저게 다 공짜란 말이야? 정말로 감탄한 백설이 양손가락 엄지를 쌍으로 치켜세웠다.

 “대박! 차도현 씨 보기보다 많이 촘촘하시네!”

 “우리의 공조수사는 완벽해야 하니까요. 경사님이 수사 외에 다른 걱정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설이 큼지막한 훈제치킨 다리 한 쪽을 도현에게 주었다.

 “공조수사에 대한 열망이 그렇게나 컸어요? 하긴 뭐, 이제부터 나랑 한 배를 탔으니까. 알죠? 형사랑 한 배 타기 엄청 힘든 거.”

 한 배를 탔다고? 도현은 움찔했다. 그날 밤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타던 이 여자의 악마 같은 미소가 떠올라서다.

 [우후, 이 식스팩 좀 봐! 난 형사지만 없다고!]

 [비켜요! 무슨 짓입니까! 내려오라구요!]

 [내가 왜? 빨래판 같고 좋구만.]

 도현은 눈을 살짝 감았다 떴다. 그날만 생각하면 썰물처럼 밀려오는 분노와 수치스러움에 속에서 뭔가가 엎치락뒤치락 요동치는 기분이었다.

 “글쎄요, 그렇게 힘들진 않던데요, 형사랑 한 배 타는 거.”

 “에이, 그거야 내가 많이 양보했으니까 그렇지.”

 백설은 도현이 자신을 보는 눈초리에 원망을 담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유난히 깊고 반짝이는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차도현 씨 분장 지우니까 진짜 잘 생겼네요?”

 “원래 잘 생겼습니다, 제 얼굴.”

 백설은 훈제치킨의 기름기가 묻은 손가락을 쪽쪽 빨며 도현을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아냐, 틀려. 조명이 크게 도와주고 있어! 낮이랑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니까. 그간 여자 깨나 울리셨겠어. 그렇죠?”

 아까 송어양식장에서 이 남자가 날 찔러봤듯이, 나랑 키스 두 번 했다고 여친이 없으리란 법도 없으니까. 슬쩍 떠보는 말에도 그는 넘어가지 않았다.

 “다행입니다. 얼굴로라도 점수 딸 수 있어서.”

 ‘흥, 철벽 치겠다 이거지?’

 하지만 말은 교양 있게 해본다.

 “얼굴로만 치면 뭐, 백 점 만점에 백 이십 점이죠. 자신감을 가져요!”

 “고맙군요.”

 “근데 왜 안 먹어요? 훈제치킨 싫어하시나? 잠복할 때 먹어봤는데 이게 의외로 맛이 예술이더라고요.”

 편의점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도현은 치킨을 입으로 가져갔다.

 “잠복근무 많이 하시죠?”

 “그렇죠, 뭐. 형사 업무의 절반쯤 된다고 할까. 근데 잠복할 때 제일 곤란한 게 뭔지 알아요?”

 “화장실?”

 “아니, 졸음. 화장실은 정말 급하면 어떻게든 다 해결하게 돼있는데 잠은 진짜 못 참아요. 1초 사이에 내가 자고 있더라니까. 그러다 범인 놓치면 아주 환장하죠. 욕은 욕대로 먹고. 스토리작가라니까 알려주는 거에요.”

 눈앞의 이 형사는 묘한 데가 있었다. 발칙하지만 안쓰럽기도 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여자였다.

 “여기선 편히 주무시면 좋겠군요. 아무도 터치하지 않을 거에요.”

 백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딴생각을 했다. 터치란 뭘 말하는 거지……?

 노 알람? 아니면 노 스킨쉽?

 그렇게 생각만 한 줄 알았다. 그런데 단정치 못한 이 놈의 주동아리가 그만 자동적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터치, 안 하시게?”

 헐, 이게 지금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육감적인 이 남자의 입술에다가 안 봐도 느끼할 눈깔을 본드처럼 붙이고서?

 “……해도 됩니까?”

 두 사람의 눈에서 동시에 스파크가 튀었고 도현이 벌떡 일어났다.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자석이라도 존재하는 듯 순식간에 틈이 사라져버렸다.

 이성이 어떻게 핑계를 대든 감성에 있어선 둘은 최고의 찰떡궁합이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도현이 그녀의 양쪽 목 언저리에 손을 올렸다.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백설의 얼굴이 코앞이었다. 그의 손이 목에서 턱선, 볼을 타고 올라왔다. 그리곤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부터 터치합니다. 당신의 입술에…….”

 “얼른!”

 아로마 샴푸 향이 피어오르는 그녀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가 가까워졌다. 보드라운 목덜미에 가 있는 왼손으로 맨살의 따뜻함이 전해져오고, 오른손에 잡힌 그녀의 턱은 저항 대신 원초적인 떨림을 선사했다.

 “으으음…….”

 백설은 저도 모르게 목구멍 깊숙이에서 앓는 소리를 냈다. 때 맞춰 도현이 그녀의 탱탱하고 촉촉한 입술을 두어 모금 막 삼켰을 때였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테이블 위에 놓아둔 백설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가까스로 도현의 품에서 벗어나 휴대폰 액정을 쳐다본 그녀가 매우 불쾌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웬일입니까 변재수 경위님이? 그것도 이런 야심한 밤에?”

 키스의 여운에서 깨어난 도현이 흥미롭다는 듯 서서히 팔짱을 꼈다.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라는 제스처였다.

 ‘송 경사를 처음 만나던 날 들었던 여자 둘, 남자 하나 삼각관계의 바로 그 남자로군.’

 -야심한 밤이니까 전화한 거지. 잘 지내, 송 경사?

 그녀의 미간으로 단번에 주름이 잡혔다. 휴대폰의 송화구를 막고 이빨 사이로 내뱉는 말.

 “이런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같은 놈이!”

 -아메리카, 뭐라는 거야?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는 백설은 꽤 화가 난 듯했다.

 “못 들었음 됐습니다. 전화한 이유나 얘기하십쇼.”

 -이렇게 찬바람이 쌩쌩 부는 거 보면 아직도 나한테 미련 있어. 맞지?

 “하! 미련이 뭐에요? 그거 씹던 껌 이름입니까? 지금 바빠서 이런 시답잖은 얘기 들을 시간 없습니다만.”

 -왜 바쁜데, 토요일 밤에? 징계 먹은 송 경사가 토요일 밤에 왜 바쁘냐구? 딸끅.

 울화가 치밀어 오른 백설.

 ‘으아아, 병신 새끼! 어디서 술 주정이야! 확 죽여 버리고 싶어!’

 이 미친 왕자병 환자 변재수를 어떻게 치워버릴까 하다가 그녀는 충동적으로 도현의 왼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곤 휴대폰을 와인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소리쳤다.

 “왜 바쁘긴요! 지금 막 하려던 참이었으니까. 자기야, 이리 와!”

 백설의 입술이 도현을 향해 돌진했다. 상황을 눈치 챈 그도 씩 웃으며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다.

 ‘날 복수의 도구로 써먹겠다 이거네. 그렇게 원한다면야.’

 도현이 그녀 깊숙이까지 혀를 밀어 넣고 휘젓는 통에 농염한 신음소리가 요란스럽게 터져 나왔다.

 “으으응, 츄우흡, 우후우! 응, 자기야 좀 살살! 으으응…….”

 샤워 후에 풍기는 서로의 에로틱한 살 냄새에 취한 두 사람은 휴대폰을 통해 변재수가 외치는 고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야아아, 송 경사! 너 미친 거니? 지금 어느 놈이랑 하는 거야, 앙!

 “츄훕, 츕. 달링, 한 번 더!”

 이번에도 백설이 도현의 아픈 팔을 또 건드렸다.

 “거긴 아파요! 만지지 마시라구요!”

 -야!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누구랑 만지고 있냐구! 야이, 백설기야!

 흥분한 변재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겼고, 휴대폰 액정 화면도 꺼졌다.

 그제야 백설이 간신히 입술을 떼고 도현으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와인바 테이블 끝에 엉덩이가 닿았다.

 타액이 묻은 입가를 쓱 닦고서 달아오른 볼을 씰룩거리는 폼이 볼 만했다.

 “하아아, 미안해요 섀도우! 하아, 변재수 혼내주려고 그런 건데, 나도 모르게 너무 집중해버렸네. 하아.”

 강한 욕망으로 이글대던 도현의 눈빛과 거친 호흡은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는 동안 차츰 가라앉았다.

 “미안할 것 없어요. 복수에 이용당한 것치고는 달콤했으니까.”

 그는 꽤 쿨한 동작으로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아직도 세게 뛰고 있는 심장과 달아오른 볼이 방금 전 일어났던 썸에 대한 모든 증거였다.

 도현이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하아, 건배, 할까요?”

 “하아, 그, 그러시죠!”

 눈치를 보던 두 사람은 동시에 맥주를 들이켰다.

 맥주 잔 너머로 슬쩍 쳐다본 서로의 두 눈이 마주쳤다. 더 가보지 못한 환희의 세계에 대한 아쉬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

 

 강북경찰서 1층 로비 화장실.

 화장실에서 나오던 박수찬 경사는 거울을 보며 양치질을 하던 변재수 경위와 마주쳤다.

 “오늘 당직이십니까, 경위님?”

 지저분하게 양칫물을 입가에서 줄줄 흘리며 변재수가 씨부렁거렸다.

 “너도 이빨 잘 따까! 아그럼 송배서처엄 돼. 이빠 다 써어서…….”

 오늘 변재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럴 땐 일단 피하는 게 상책.

 “송백설이요? …넵! 알겠습니다!”

 박수찬은 화장실에서 나오며 혀를 끌끌 찼다.

 “뭐래는 거야? 송백설이 어쨌다구.”

 그는 자판기 앞으로 와 주머니에서 동전을 찾으며 중얼거렸다.

 “송 경사가 이빨이 왜 썩냐. 우리 경찰서 통틀어 1등, 작년도 하얀 건치상에 빛나는 화이트 클라스인데.”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박수찬은 심술궂게 웃었다.

 “염병희 순경이랑 싸웠구만. 그럴 때만 질척대지! 그나저나 내 동기 백설이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전화도 안 받고 말이야!”

 

 ***

 

 어느새 평소의 시크한 마스크, 댄디한 스타일의 제스처와 컨디션으로 돌아온 도현이 확대된 휴대폰 속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거 말입니다. 메이드 인 재팬 아래 찢어져서 안 보이는 부분이 뭘까요. 영어인데, 에스에이치아이(SHI), 그 다음 글자가 안 보이네요.”

 백설이 머리를 가까이 가져왔다.

 “회사 이름 같은데요. 브랜드라든가. 삼성 갤럭시, 아이폰 같은 거.”

 “그렇다면 일본제 SHI로 시작하는 회사 브랜드를 리스트업 하면 어떤 단서를 찾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죠.”

 도현은 다른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것도 현장에서 제가 찍은 사진인데 보시죠.”

 “뭔데요? 어디 줘 봐요. ……어, 포크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포크를 주워 올리던 백설이 하필 또 그의 아픈 오른팔을 정통으로 건드리고 말았다.

 “하아…….”

 ‘미치겠군 진짜! 몇 번째야.’

 이번에도 도현이 불현듯 인상을 쓰자 백설이 그를 유심히 살피더니 물었다.

 “이상하네. 아까부터 왜 자꾸 신음소리를 내요? 뭔데요?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죠?”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발뺌했다. 약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은 남자의 쓸데없는 자존심이었다.

 “없는데요.”

 “없긴 뭐가 없어. 송어양식장 나오면서도 그랬고, 아까 나랑 그, 그거 할 때도 그랬고. 그러고 보니 병원도 갔었잖아? 뭐야, 화장실 갔던 게 아니었네! 설사병 아니었어요?”

 이 와중에 도현이 피식 웃었다.

 “그렇다고 말하고 싶네요.”

 “어디, 다친 거죠? 맞죠?”

 그는 할 수 없이 오른팔 소매를 걷어 올렸다. 병원에서 교상 부위를 소독하고 드레싱 한 다음 얇은 거즈로 바람이 통하게만 해둔 상태였다.

 역시나 백설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지더니 진짜 형사로 돌아와 살벌한 목소리로 추궁했다.

 “뭡니까, 이게?”

 이제껏 보았던, 어쩌면 이겨먹을 수 있을 것 같던 여형사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매서운 그녀의 눈과 마주치자 도현은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처럼 저도 모르게 자세를 공손히 하고 대답했다.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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