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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어
작가 : 단추씌
작품등록일 : 2020.8.26

카메라로 사람의 마음을 찍어 선으로 되돌려 놓는 천사 '미젤링', 삼지창으로 사람의 마음을 찍어 악으로 만드는 악마 '디블'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어."
"나도 당신을 위해 추락하고 싶어요."

서로 반대되는 두 종의 생명들

 
왜 나는 널 사랑해버린 거지
작성일 : 20-09-21 22:09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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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저물어가는 황혼 앞에서 나눈 키스는 마냥 달콤하다기보단 조금 짭짤했다. 키스를 하면서도 울고 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완전하게 확인해 버린 지금, 좋아할 수 없단 사실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왜 울어요. 울지 마요."

 "흑...흐윽..."

 

 인간들의 사랑은 달콤해 보였는데 그들의 사랑은 달콤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사랑을 노래하지만, 그들은 사랑을 속삭일 수 조차 없었다.

 

 "대체 왜...나는..."

 

 왜 나는 널 사랑해버린 거지. 백 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흐윽...흑..."

 "쉬쉬, 진정해요. 우리가 잘 이루어 질 수 없단 건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내가 그렇게 고백을 했지만, 잘 이뤄질 수 없단 건 알고 있었어요.

 

 "울지 마요. 제발."

 "난 천사 자격 박탈이야. 그럴 정도로 널 사랑해서."

 

 천사의 본분을 망각할 정도로 널 사랑해.

 

 "너는?"

 

 미젤링은 디블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살풋이 웃으며 땀에 젖어 빛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넘겨 주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여유로워서, 미젤링은 디블의 옷자락을 끌어당기고는 다시 물었다.

 

 "넌 어떠냐고."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내 존재이유조차 지워버릴 정도로."

 

 신께서 날 예쁘게 봐주신다면 언젠가 당신과 함께 천국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요. 이뤄질 수 없는 건 알지만 상상만 해도 좋은 걸요.

 

 "사랑해요. 세상을 다 바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이 갖고 싶은 건 뭐든지 다 가지게 해줄게요. 하늘의 구름이 갖고 싶다 하면 날개가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 모아올게요.

 

 바닷물로 온 몸을 적시고 싶다 하면 제일 깨끗한 바닷물을 구해올게요. 둥근 지구가 맘에 안 든다 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대로 깎아내 줄게요.

 

 비록 내 몸이 다 해지더라도 당신이 시키는 거라면 뭐든지 할 게요.

 

 "그러니까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말아줘요.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들어 줄게요."

 

 제발 미리 단정짓지 말아줘요.

 

 "진짜야? 진짜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해줄거야?"

 "당신이 원한다면요."

 "그러면 내 곁에 있어줘."

 

 내 곁에서 날 지켜줘. 본분을 망각했단 사실이 두려워 어둠 속에 숨어버릴 날, 세상 끝까지 쫓아서 지켜줘.

 ,

 "내가 도망치더라도 내 손을 잡아. 전처럼 놓지 말고."

 "당신이 도망친 곳이 천국이라도 내가 쫓아갈게요."

 

 내가 갈 수 없다 해도 어떻게든 쫓아가서 잡아줄게요.

 

 어깨 위의 책임이 무거워 도망쳐버린 당신을, 끝까지 지켜내 볼게요.

 

 -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란 말이야.'

 

 디블이 사랑에 미쳤다는 건 이미 지옥에 떠도는 소문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슬럼가에서 악마들과 가장 친한 안이 그 소식을 확인 시켜줬었다.

 

 '디블님께서 좀 이상합니다.'

 '왜?'

 '보통은 직접적인 폭력은 쓰지 않으신데 그날만큼은 이상하게 사람 5명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가셨습니다.'

 

 인간들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는 게 그다지 이상하진 않았다만 문제는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했다는 점이었다. 왠만해선 잠잠한 바다같이 행동하는 디블인데 갑자기 그렇게 행동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역시 그 천사가 문제야.'

 

 그 천사가 있고나선 이상한 일들이 자꾸만 벌어졌다. 천사가 침입하질 않나, 디블이 그 천사를 구해가질 않나.

 

 심지어 며칠 전, 지옥의 한 도랑에 버려진 삼지창의 주인 역시 디블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진짜 디블은 본인이 악마라는 것도 잊고 살 것 같았다. 디블뿐만 아니라 천사들의 침입까지.

 

 아무리 지옥에 상주하는 시간이 많은 악마라지만 어쩌다 한번 내려간 슬럼가에서 천사가 발견되었다는 건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이빌은 평소 악마들이 애용하는 신전에 올라갔다. 벽에 달린 여러개의 거울이 그를 비췄다.

 

 "इकट्ठा करो, नरक के राक्षस"

 

 곧이어 거울에서 악마들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붉은 눈을 한 악마들은 저마다 기 센 악마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자들이었다.

 

 "무슨 일이야. 네가 우릴 다 불러내고?"

 "그러게. 인간들 괴롭히느라 바쁘신 양반 아니었나?"

 "...D 구역 슬럼가가 천사들한테 털린 것 같아."

 

 순간 모든 악마들의 눈이 번뜩였다. 이빌은 슬럼가에 잘 내려가지 않는 악마였다 그런 그의 눈에 띌 정도면 이미 천사들이 몇 번 들락날락 했다는 것이었다.

 

 "천사들한테? 그들이 왜?"

 "나야 모르지. 아마도 악마들을 교화시켜 선하게 만들려는 것 같아."

 

 이미 어떤 놈은 넘어갔고.

 

 "상도의 없는 놈들...우리도 천국엔 안 쳐들어가거늘."

 "그게 내가 너흴 불러낸 이유야."

 

 이빌 주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몸을 뭉개는 듯한 위압감에 악마들 모두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린 천사들을 공격한다."

 "천사들을?"

 "슬럼가에 들어오는 모든 천사들을 죽이고, 한 걸음씩 전진하는 거야."

 "위험도가 상당할 텐데..."

 

 "그러니까 슬럼가부터 시작하는 거다. 제일 잘 아는 지역이니까."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레 소환된 것도 모자라 천사들과의 전쟁이라니...아무리 본능에 이끌려 행동하는 악마들이라지만 그들 역시 결정이 쉽지 않았다.

 

 "...천사들을 전멸시키자."

 

 그러나 결론은 이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그들을 전멸시키는 것.

 

 선과 악의 공존으로 세상이 이루어져 왔지만, 이미 상대쪽에서 균형을 깨뜨린다면 구태여 더 약속을 지킬 필요는 없었다.

 

 깨진 균형은 그 무엇보다 지킬 가치가 없었다.

 

 -

 

 {당신의 뜻에 동의하겠습니다. 신중을 기하셨을 테니까요.}

 

 션은 답신을 보고 약간 웃었다. 더 이상 타들어가는 영혼 때문에 고통받지 않아도 될 꺼란 사실이, 어쩌면 해방처럼 느껴졌다. 선과 악의 균형 따위, 깨진 지 오래였으니.

 

 션은 답신을 받자마자 미가에게로 달려갔다.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선 일단 먼저 미가의 약이 필요했다.

 

 "미가!"

 "깜짝이야. 요즘따라 자주 방문한다 너?"

 "너. 어떤 약물이든 만들 수 있어?"

 "내가 못 만드는 약물의 이름은 못 들어봤긴 한데...무슨 약물을 원하는데?"

 "악마를 태우는 약."

 

 순간 미가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왜 네가 그 약을 요구해? 악마를 혐오하기에만 그치면 안 되는 거야? 왜 거기까지 요구하는 건데?

 

 "...뭐에 쓸 건데."

 "알잖아? 그들을 축출하는 데 쓸 거야."

 "안돼."

 

 미가의 말은 단호했다. 션이 무어라 변명할 틈조차 없이.

 

 "왜."

 "선과 악의 균형을 네가 모르면 안 되지."

 "...그냥, D 구역의 슬럼가 놈들을 축출하는 데 쓸 거야."

 "그래도 안 돼. 그들의 삶의 터전이야."

 "제발 솔직해져 미가. 너 역시 그들을 싫어하잖아."

 

 미가의 손이 잠시 멈췄다. 싫어한다...싫어한다라...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내가 그들을 싫어한다고 해서 그들을 해칠 권리는 없지."

 

 션은 미가가 처음으로 고지식해 보였다. 천국에서 현역으로 일하는 천사들 중 두 번째로 연로한 천사인 건 알고 있었지만 한번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지금의 미가는 완전히 벽 같이 느껴졌다.

 

 "선과 악의 균형을 해친 건 그들이야. 인간들은 날마다 더 악해져 가고 있다고!"

 "그건 신께서 심판하실 일이야. 네가 할 일이 아니라고."

 "아니, 신 역시 내가 그들을 축출하길 원하실 거야."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션은 악을 혐오하는 단계가 이미 지나 완전히 멸해지길 원하고 있었다.

 

 "어찌됐든 날 네 의견에 끼워팔지 마. 난 안 할 거야."

 "....타 버린 영혼의 나이가 몇살이었는지 알아?"

 

 션은 저번에 봤던 영혼의 나이를 생각했다. 15살. 자신이 처음 이 직무에 발령받았을 때 나이였다.

 

 "열다섯살이었어. 자살했다는 이유로 지옥으로 끌려가 이곳에서 소멸됐고."

 "...."

 "천국의 규율 중에는 자살이 용납되지 않으니까 그 아이가 들어올 곳이 없었던 거야."

 "그래도..."

 "더 이상 이런 사례들을 두고 봐? 인간들은 어찌되든 그냥 악하게 살란 말이야?"

 "그러려고 천사들도 보냈잖아."

 "인간은 연약한 존재기 때문에 다시 악해져. 천사들의 인원은 충원도 안 돼서 올라올 때마다 불만을 쏟아내는 소리가 들리고."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천국에 올라오는 천사들이 전해주는 얘기 몇몇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으니...

 

 "미가 제발..."

 

 션의 음성이 무척이나 간절했다. 많이도 안 바래. 딱 한 곳만. 제일 악질적인 곳만 없애겠다는 거야. 억눌린 말들 속에서 그 동안 참아왔던 션의 분노가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 했다.

 

 "...딱 한 곳만이야. D 구역의 슬럼가. 이 이상은 안돼."

 "그럴 작정이었어."

 "...빠른 시일 내로 보낼 테니 이만 돌아가봐."

 "알았어. 최대한 빨리 부탁해."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자 미가는 순간 옆에 있던 의자에 무너져내렸다. 열다섯 살의 자살...소멸된 영혼...슬럼가의 소멸을 원하는 천사. 뭐 하나 충격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하아..."

 

 미가는 떨리는 손으로 옆 협탁에 놓인 병 하날 집어 들었다. 연구실 여기저기 놓인 의자와 협탁,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수많은 약병들.

 

 이 모든 게 옛날, 미가가 휴식을 취하더라도 바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인테리어였다. 천사들이 원하는 약물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소망이...이 인테리어가, 이렇게 숨통을 조여오는 양날의 검일 줄. 과거의 미가는 알지 못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선과 악의 균형을 맞춘다는 게...왜 이렇게 힘든 거야. 많은 거 안 바라고 그냥 균형 하나 맞추자는데...그게 왜 안 되는 거야. 대체 어느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거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그 옛날 선대 천사들이 얼마나 완벽하게 첫번째를 맞추려고 투쟁했는지...그걸 봐왔기에 그분들의 노력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미가는 협탁에 놓인 약물들 사이, 하얀빛을 내는 병 하나를 열었다. 천사들이 마시는 술이라 불리는 이 물은 마시면 졸음이 몰려와 잠에 빠져들고, 그동안 기억만 남기고 고통은 없애준다 한다.

 

 옛날에 선물받아 한번도 손대지 않았던 술이었다. 잠에 빠지는 시간도 아까웠을 뿐더러, 술이라는 명칭 자체가 그녀의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오늘만큼은 차라리 여기에 의존해 보고 싶었다. 지금 그녀에게 벌어진 상황이, 약물 하나를 만드는 데 따르는 책임이 유독 무거워서 차라리 그냥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만 싶었다.

 

 지금까지 현역으로 일해오면서 무언가를 숱하게 책임져왔던 삶이었지만, 이번만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아예 무언갈 소멸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게, 그녀로서는 참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미가는 잔에 술을 따라 입가로 가져갔다.

 

 -

 

 똑똑-

 

 "누구세요?"

 "접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에 션은 문을 열었고, 열린 문 앞엔 지온이 서 있었다.

 

 "직접 대면하는 건 처음이죠. 지온이라 합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의 요청에 긍정적인 답신을 보낸 천사가 이 천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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