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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2. 옥패, 그...놈?
작성일 : 20-09-21 17:56     조회 : 166     추천 : 0     분량 : 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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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으음~ 가을 꽃내음이 좋구나.”

 

 올해 열일곱의 계비, 김성희는 오늘 기분이 좋았다. 왕이 죽은 세자를 추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자가 선택되었다. 권력에는 욕심도 없는데다가 툭하면 아프다는 핑계로 입궐하지도 않는 또 다른 왕자, 이청이었다. 허수아비로 주무르기에도 더없이 좋은 제물이었다.

 

 “마마.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래?”

 “마마께서 기쁘시니, 소인도 참으로 기쁘옵니다.”

 

 성희의 지밀상궁인 편상궁은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성희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지 않기 위해 온갖 아양을 떨었다.

 

 “오라버니는?”

 “즉위식 준비로 분주하시어-”

 “내가 오라는데?”

 “그것이...”

 

 편상궁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 좋던 기분이 단 1각(*15분)도 버티지 못했다.

 

 “당장 만나야 한다 하지 않았느냐?!”

 

 편상궁은 손을 휘휘 저으며 뒤에서 따라오던 나인을 급히 성희의 오라버니에게 보냈다. 그녀의 오빠 김구준은 도승지로 그는 왕의 최측근이었다. 구준의 선택이 세자를 바꾼 것과 다름없었다. 그것이 반증하듯 그는 나라의 실세였다.

 

 동궁전. 그 현판 아래 처소를 쓸고 닦는 궁인들은 평소보다 매우 분주해보였다. 어린 생각시들은 열을 맞추어 마루를 이리저리 주욱 닦아나갔다. 십대의 나인들은 꾸밈에 여념이 없었다. 오랜만의 외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두 들떠 있었다.

 

 “우리도 세책방(*책 대여점) 가볼까?”

 “책도 안 보는데 무슨 세책은.”

 “소문도 못 들었니? 백씨네 책방. 거기 가면, 운명의 상대를 점지해준다잖아.”

 “궁녀가 무슨 운명의 상대?”

 “주상전하 올해 춘추가 예순 일곱이다. 이렇게 젊고 예쁜데, 마냥 독수공방은 아깝잖아. 그리고 차라리 중궁전에 찍혀서 출궁하는 게 낫잖아. 산이 봐. 잘생기고, 자상한 사내 만나서 혼례도 하고. 부럽지 않아?”

 “치...”

 

 그때, 그들이 있는 방의 문이 벌컥 열렸다. 이들의 상전인 상궁이 소리쳤다.

 

 “서둘러라! 일각(*일분)도 늦어서는 아니 된다.”

 “예. 마마님.”

 

 상궁의 재촉에 궁녀들은 일제히 방에서 나와 마당 앞에 모였다. 동궁전의 드넓은 마당엔 큰 연이 있었다. 왕실의 귀한 이들만 타는 귀한 연이 나온 것은 반 년만이었다. 정훈세자가 죽고, 윤희와 성이 출궁한 지가 6개월이 흐른 것이었다.

 

 “가자.”

 

 죽은 정훈세자의 뒤를 이어 지목된 왕의 둘째 아들, 이 청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10여 년 궐 밖 생활로 자유를 누리던 그였다. 그가 선택된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아내가 없다는 것이었다. 청의 아내가 죽은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그것이 그가 세자가 된 가장 큰 이유였다.

 

 ***

 

 경기도 관찰사 김청원의 집 사랑채. 청원은 입궐할 준비에 한창이었다. 청원의 아내는 청원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었고, 청원은 꽤 긴장한 듯 보였다.

 

 “이번에 눈도장 잘 찍으셔야, 다음 인사 때-”

 “걱정 마. 이 자리 이상은 돈으로도 안 된다니까?”

 “영, 안 드는 것도 아니랍디다.”

 “누가?”

 “보명회에서 들었어요.”

 

 보명회. 일명, 보배스럽고 세상 이치에 밝은 부인들의 모임이었다. 종2품 이상의 정부인, 정경부인쯤 되는 여인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잘나간다는 부인들이 모였으니, 정치 1번지 소식이 모이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끼고 싶어도 끼지 못하는 모임의 회원인 것만으로도 큰 재산이었다.

 

 “쯧! 여자들끼리 모여서 뭘 안다고.”

 “그 바깥양반들 관직이 그냥 나오는 건 줄 아십니까? 에휴~. 뭘 모르면-”

 “거, 참!”

 “예. 다 됐습니다. 서두르셔요.”

 

 가장 아끼는 옷을 꺼내 입은 여덟 살의 유아가 방방 뛰어다니며 아버지가 계신 사랑채로 향하고 있었다. 유아의 걸음은 언제나 총총 걸음이었다. 유아를 낳은 어머니가 생을 달리한 후로, 계모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걸음소리를 줄이던 것이 버릇이 된 지도 어느덧, 3년이었다.

 

 “아가씨~”

 

 연실은 아침부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했다. 퉁퉁한 덩치의 연실에게 김유아의 몸종 일이란, 버거운 일이었다.

 

 “조신하게요. 네?”

 “알았어. 조신하게.”

 

 몸종 연실의 말에 유아가 뒤꿈치를 들고 걸었다. 문제는 속바지가 다 보이게 치마도 번쩍 든 것이었다.

 

 “어이구. 언제 조신해지실꼬?”

 

 연실의 하루는 이렇듯 매일이 전쟁이었다. 발랄해도 너무 발랄한 주인과의 전쟁. 유아가 사랑채 앞에 서서 청원 부부가 하는 대화소리를 엿들었다. 아버지 몰래 나가서 세자 행차길 구경을 하기 위해서였다. 엿듣는 자세가 하루 이틀 솜씨는 아니었다.

 

 “그 모임에서 난 소문 중에 8할은 맞더라니 까요?”

 

 유아는 문짝에 찰싹 붙어서 대화를 엿듣다가, 이복 오라버니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연실이 오는 것을 보고 한참을 불러댔는데도, 엿듣는 것에 심취했던 터라 듣지 못했다. 연실은 죄인마냥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야! 뭐해?”

 

 유아가 화들짝 돌아봤을 때, 두 오라버니들이 팔짱을 끼고 유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 얼굴들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도둑년마냥 뭘 엿들어?”

 

 둘째 오라버니가 피식하고는 말했다.

 

 “또 도망가려고?”

 “아니라니까? 쉿!”

 “쉬~잇! 내가 들어줄 줄 알고? 어머니! 어머-아악!!”

 

 유아는 재빨리 사랑채 계단을 씩씩하게 내려와서는 둘째 오라버니의 정강이를 발로 까버렸다. 둘째 오라버니는 다리를 부여잡고 동동 뛰었다. 두 오라버니는 열여섯 살과 열네 살로, 하루도 유아를 내버려 둔 적이 없었다.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었다. 남보다 못한 원수였다.

 

 “야악!! 너!!”

 “그러게 내가 조용히 하랬잖아, 돼지야.”

 “뭐? 돼지? 이 쬐끄만 게!”

 “메~롱!”

 “너, 일루 안 와?!”

 

 동동 구르는 둘째 오라버니를 대신해, 첫째 오라버니가 연실을 잡으려 할 때였다. 아버지 청원의 헛기침소리가 들렸다. 둘째 오라버니는 먹기를 좋아해 연실이 만큼이나 퉁퉁했다. 덕분에 언제나 유아에게 당하고도 따라가지 못했다.

 

 “에헴~!”

 

 청원의 헛기침소리에 첫째 오라버니가 연실 잡는 것을 포기하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밤새 밖에서 놀다가 들어왔으나, 마치 일찍 일어나 아버지를 배웅하기 위한 척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첫째 오라버니는 열여섯임에도 벌써부터 술맛을 알고, 여인을 알았다. 둘째 오라버니는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렸다.

 

 “스읍~! 아... 저게 진짜! 오늘 보이기만 해봐. 아주 머리털을 밀어버릴 거야. 옷도 다 찢어버리고, 자는 이불에다 오줌을 갈겨 버릴 거야.”

 “쉿! 아버지 나오셔.”

 “아~ 짜증나.”

 

 유아는 쪼르르 달려가 부엌으로 숨었다. 덩치 큰 연실이 유아의 뒤를 따르려니 아침부터 땀이 줄줄 흘렀다. 연실이 그토록 거침없이 숨을 고름에도 유아는 말했다.

 

 “빨리 구경 가자.”

 “오늘 거기 가면, 깔려 죽어요!”

 “가자~아!”

 

 그때, 유아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은 이 집 노비들이었다. 부엌에서 주걱을 들고 후다닥 나오던 말순어매가 주걱을 휙 뻗었다. 덕분에 유아의 걸음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잠깐 멈추시요잉!”

 “엥?”

 “아가씨. 걸음이 상당히 다급하네요잉?”

 “어매. 나, 백선생한테.”

 “안되구만유. 큰마님 아심 지들 다 죽어유.”

 “안 죽잖아. 거짓말.”

 “어허~ 아가씨. 지가 거짓부렁보다 더 무서운 걸 뵈 드려유?”

 

 유아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작전을 바꾸었다. 고개를 치켜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촉촉이 적시고는 말했다.

 

 “우우웅~ 어매~에~”

 “어허~ 참. 고로코롬 애교를 부리면, 지가 어쩐대유?”

 “한 번 마~안~. 나, 급하다구우~.”

 “또 경을 치시려고.”

 “어매가 둘러서 변명해주면 되잖아. 응?”

 “그게 어데 하루 이틀인가유?”

 

 유아가 시무룩해지자 일하던 노비들이 모두 몰려왔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죄다 몰려왔다. 연실은 이마를 짚었다. 또 시작이었다. 말순어매가 한숨을 푹 내쉬자 말순아비가 째려보았다. 말순아비가 유아에게 달려와 안색을 살폈다.

 

 “오매~ 우짜쓰까? 뭐하는거여?”

 “이 판국에 나가신다고 안 혀요. 이번엔 참말로 다리뭉둥이 부러진당께요?”

 “주인마님 돌아가실 적에, 자네헌티 아가씨 잘 부탁헌다고 그랬냐, 안 그랬냐?”

 “그 야그를 왜 한 대유?”

 “아가씨가 아무리 자네 젓 먹고 자랐기로서니, 진짜 우리 새끼여? 감히!”

 “이러고 또 나가시믄, 당신 궁둥짝에 남아날 살점이 없소. 그건 아시우?”

 “노비 궁둥짝이 거기서 거기지! 어쩌자고 또 아가씨를 울려?!”

 

 주위에 노비들이 이 부부의 싸움을 말렸다.

 

 “쉬잇! 조용히 해! 아직 영감마님 입궐도 안 하셨어. 다 들리겠네.”

 “그래. 그만 해. 아가씨. 이번은 좀 참으셔요. 오늘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유아는 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그냥, 스승님께 여쭤볼 게 있어서 그런 건데...”

 

 그 말에 노비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들 중 누가 배움이 있으며, 지식을 나눌 수 있겠는가? 말순아비가 유아의 편을 들었다.

 

 “연실이가 따라가면 되니께, 갔다 오셔라. 대신에, 해가 지기 전에는 꼭~ 들어오셔야 합니다. 아셨지유?”

 “응!”

 “말순아부지!”

 “쉿! 큰마님 듣것다.”

 

 유아는 말순아비의 볼에 입을 쪽 맞추었다.

 

 “아비, 고마워~ 꼭 해지기 전에 올게!”

 “히히히히! 잉~ 약속은 꼭 지키셔야지라~. 이번엔 진짜로 큰마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당께요. 지 죽일라믄 늦~게 들어오셔라.”

 

 유아가 쪼르르 달려 나가자 그리고 곧바로 사랑채에서 청원과 청원 아내가 나왔다.

 

 “다들 왜 모여 있어? 일들이 한가해?”

 

 청원 아내가 모여 있는 노비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 말에 노비들이 바퀴벌레 흩어지듯 후다닥 사라졌다. 반면 두 오라버니들은 공손하게 청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입궐하십니까, 아버지?”

 “그래. 일찍 일어났구나?”

 “오늘 중요한 날이 아닙니까? 당연히 배웅을 해야지요.”

 “기특하구나.”

 

 청원의 아내는 아들들의 행색에 단박에 알아차렸으나, 눈빛으로만 두 아들들에게 경고를 주었다, 하나는 분명 계집질을 하다 왔을 것이고, 하나는 한창 자다가 형의 발길질에 겨우 일어났을 터였다. 눈치 빠른 말순아비는 계단을 올라가 청원의 신발을 탈탈 털어서 신발 신는 것을 도왔다.

 

 “이제 입궐하십니까?”

 “그래.”

 “도성에 사람들이 어찌나 몰렸는지, 새벽부터 운종가가 시~꺼먼 것이 오매~!”

 

 말순아비는 아주 실감나게 고개를 저으며 사람이 많아 괴로웠음을 얼굴 표정으로 담아냈다.

 

 “그러냐? 유아는, 또 나간 건 아니겠지?”

 “아휴~ 뭘 그런 끔찍한 말씀을 하신대유? 아가씨는 하도 쬐깐해서 나가면 깔려 죽는당께요?”

 “조신하게. 응? 제발 잘 좀 붙잡고 있어.”

 “예~ 암만유~.

 

 ***

 

 윤희와 성의 집.

 

 “언즉신실(言卽信實). 말은 믿음이 있고, 진실해야 하니.”

 

 이 성은 사랑채에서 스승, 채우겸과 마주 앉아 소학을 공부 중이었다. 책을 바라보는 눈은 맑고 컸다. 오뚝한 코와 넓은 미간은 그의 미색을 더욱 아름답게 돋웠다. 빛에 따라 빛나는 피부가 더욱 맑고 고왔다. 더불어 책을 읽은 음성은 우렁차고 맑았다. 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던 윤희에게 상궁이 다가왔다.

 

 “마마. 어찌 매번 기둥에 숨어 들으시옵니까?”

 “어디서든 무슨 상관이냐. 참으로 영롱한 소리를 가지셨지, 세손은?”

 

  윤희는 성의 스승이 올 때만 기둥에 몰래 기대, 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겸이 윤희와 마주하는 것을 상당히 꺼려했기 때문이었다.

 

 “스승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하문하십시오.(물어보십시오)”

 “오늘은 숙부님께서 입궐하시는 날이라 들었습니다. 가보면 안 됩니까? 위험합니까? 숙부께 누를 끼치는 일입니까?”

 

 어린 성의 스승이자 정훈세자의 벗이었던 우겸은 은은한 미소 짓기가 버릇이었다. 우겸은 어린 성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나만 물어보실 줄 알았더니, 답을 몇 가지나 드려야할지?”

 “한 지붕아래 같은 핏줄이며, 제 숙부십니다. 헌데, 이런 역사적인 날을, 제가 보지도 못합니까?”

 

 그러자 스승, 우겸은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났다.

 

 “흠... 책에서 찾을 수 없는 답이라면, 경험이 좋은 스승이지요.”

 “지금? 지금 말입니까?”

 

 어린 성이 벌떡 일어났다. 기대감에 눈빛은 다시 초롱초롱 빛났다.

 

 “밖에 있는가?”

 

 우겸의 부름에 내관, 차봉수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세손께서 바깥으로 갈 채비를 하셔야하니, 돕게.”

 “예?”

 “어서 서두르게. 이러다 늦어.”

 “하오나, 이를 주상전하께서 아시는 날엔...”

 “스승이 제자에게 배움을 주려하는데, 무엇이 잘못인가? 서두르게.”

 

 ***

 

 유아는 연실과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매번 이러고 싶으세요?”

 

 연실은 매일 도둑처럼 집을 오가는 일이 싫었다.

 

 “아니.”

 “그럼, 좀 쉽시다.”

 “오늘은 특히 나가야 해.”

 “왜요?”

 “즉위식 구경 가야지.”

 “우리가 안가도 사람들 길거리에 깔리고 깔렸어요. 우리까지 길거리 안 채워도 된다니까요?”

 “절호의 기회야.”

 “무슨-”

 “쉿!”

 

 연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옆구리에 찬 주머니에서 옥패를 꺼내 보였다.

 

 “제가 이걸 아직 버리질 못하겠어서...”

 “헙! 미쳤어, 미쳤어! 그걸 왜 아직도 갖고 있어?”

 “어이구~ 이 귀한 옥을 어떻게 버려요? 그것도 왕족꺼 라는데?”

 

 유아는 벌쩍 뛰며 연실의 손에 있는 옥패를 빼앗으려 바동거렸다. 유아보다 키가 큰 연실은 손을 쭉 뻗어 들어올렸다.

 

 “내 놔~아?”

 “말 들어요. 응?”

 “이게 진짜!”

 “아님, 이거 들고 고대~로 백선생한테 가요?”

 “야! 치사하게.”

 “쉿! 조용히 하세요. 마님한테 들키면 어쩌시려고?”

 “좋은 말 할 때, 줘.”

 “이거 없음, 제가 아가씨를 어떻게 움직이겠어요.”

 “주라~아~. 그 날 왕족하고 만났다는 거 들키면, 나 진짜 혼나. 김척론자 못해!”

 “아가씨는 저한테 마지막 남은 유과 같은 존재에요.”

 

 아른거리는 눈빛으로 연실이 유아를 바라보았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하고 있네.”

 “참 달콤하고 이쁘고 좋은데, 고 마지막 그걸 딱! 한 입 안 먹으면 속이 답답하고, 또 먹자니 먹고 나서도 뒤돌아서서 또 아른거리고.”

 “그래서 뭐! 유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답답해서 내버려두고 싶은데, 또 뒤돌아서면 걱정되고, 날 매번 시험에 들게 만들고. 저 이러다가, 수명 줄겠어요. 제명엔 못 살아요~”

 “그니까, 내 놔~.”

 “싫어요. 못 가요.”

 

 ***

 

 성의 방 안. 바깥 외출 차비를 마친 성을 보던 우겸이 살짝 갸웃했다.

 

 “허리춤에 매일 있던 옥패는 어쩌셨습니까?”

 “아, 그거요? 이제, 좀 아끼려고요. 아바마마 유품인데...”

 “부적 같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그랬죠. 한때는.”

 “가시죠."

 

 성은 우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봉수가 성의 곁에 걸으며 속삭였다.

 

 “몰래 나가셨다가 잃어버렸다는 말씀은 차마 못하시네요?”

 “쉿! 내가 그 놈을 딱 발견하는 순간, 역모죄로 잡아넣어 버릴 거야.”

 “그보다 먼저, 옥패를 찾으시는 것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좀 찾아. 따라오지 말고.”

 “제가 무슨 수로요? 그 아이 얼굴도 모르는데?”

 “설마, 팔아버리고 그런 건 아니겠지?”

 “해서, 그쪽부터 알아보고 있습니다.”

 “진짜?”

 “한낱 백성이, 그 귀한 옥패를 어찌 알아보겠습니까?”

 “하... 그 쪼만한 놈 잡히기만 해봐.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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