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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녀는 독신주의
작가 : 서도
작품등록일 : 2020.8.26

N포시대에 많은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요즘, 지담은 악바리 근성으로 다행히 취업에는 성공...그러나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 건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안하는 그녀다. '그래, 사랑따위만 하지 않는다면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건 평생 없을 일이야'라고 다짐하며 일에만 집중하는 지담에게 두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한명은 오랜친구 다른한명은 새로운 남자! 과연 지담의 다짐은 지켜질 수 있을까?

 
23. 내 여자한테서 떨어져
작성일 : 20-09-21 13:44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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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내 여자한테서 떨어져

 

  수훈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기분이 나빴던 강현은, 밀려드는 환자 덕분에 기분 나빴던 것도 잠시, 정신이 없이 진료에 몰두했다.

 

 그래도 뿌듯한 마음으로 마지막 환자를 진료하고, 진료실을 정리했다.

 

 1층으로 내려와 보니, 식당은 사람들로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수훈의 음식 솜씨가 좋긴 하나 보다.

 

 왠지 식당 들어가기가 껄끄러워진 강현은 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 들어가고 뭐해?”

 

 뒤를 돌아본 강현은 자연적으로 눈이 초승달이 되었고, 입은 귀에 걸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지담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안 보여서...”

 

 강현은 수훈이 신경 쓰여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고, 세윤이 앞서 들어가는 바람에 들어갈 타이밍을 놓쳤다.

 

 근데 당연히 식당 안에 있을 줄 알았던 지담도 보이지 않았기에 들어가기가 더 꺼려졌던 것이다.

 

 “뭐? 내 친구들 다 알잖아... 뭘 새삼스럽게 낯을 가려?”

 

 하고 식당을 들어가려는데,

 

 “선생님, 이 아저씨가 선생님 남편이에요?”

 

 6~7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지담에게 대뜸 물었다.

 

 그 맹랑함에 강현은 그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 그건 왜 묻는 건데?”

 

 남편이라는 꼬마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지담은 다시 꼬마에게 질문을 했다.

 

 “저 아저씨가 선생님에게 당신이라고 했잖아요... 여보, 당신은 결혼해야 할 수 있는 거라고 우리 엄마가 말했는데...”

 

 “음~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여보, 당신 할꺼야”

 

 강현이 지담 대신 말했다. 지담은 그런 강현을 쏘아보고 있었지만...

 

 “정말요? 지금은 아니에요? 다행이다”

 

 “뭐?”

 

 왠지 이 꼬마에게 당한 것 같아 어떨떨한 강현은 꼬마를 황당하게 쳐다봤다.

 

 “선생님 이 아저씨랑 결혼하지 말고, 꼭 저랑 해야돼요, 알았죠?”

 

 “음~ 우리 민준이 어른 될 때까지 선생님이 기다려야겠네...큭큭큭”

 

 하고 꼬마에게 미소를 날렸고 강현에게는 실소를 터트리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하~” 이젠 하다하다 이런 꼬마까지...

 

 강현은 이마에 손을 얹고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

 

 수훈은 봉사활동이 끝날 무렵 지담에게 할 말이 있다며 상담실에서 잠깐 만나자고 했다.

 

 뒷정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상담실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난 이대로 포기를 못 하겠어... 아니, 포기가 안돼”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수훈이었다.

 

 “네 마음... 받아 줄 수 없다고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그리고 나 사귀는 사람 있는 거 너도 알잖아”

 

 지담은 이 순간 강현이 고마웠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이럴 때 쓰이니까....

 

 “난 그 사람과 네가 사귀는 거 못 믿어... 그리고 그 사람도 못 믿어... 뭘 믿고 그 사람에게 너를 보내 주냐고”

 

 다소 높아진 음성에 지담은 할 수 없이 수훈에게 비수를 꽂는 말을 해버렸다.

 

 그래야 수훈이 마음 정리가 쉬울 것 같아서...

 

 “보내 주다니... 우리가 무슨 사이라도 돼? 착각 하지마... 너와 난 친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니야... 그리고 내가 선택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함부로 말하지마”

 

 지담에게 이런 말까지 들을 줄은 꿈에도 생각못한 수훈은, 또 한 번 무너지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왜....왜 나는 아닌 거야?”

 

 수훈이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지담에게 물었다.

 

 “널 친구로서만 생각하니까”

 

 단호한 대답이었다.

 

 사실, 지담은 항상 그에게 친구라고 말했었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마음을 키워온 건 순전히 수훈 자신의 몫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수훈은 이 마음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차라리 서 철벽으로 돌아와라... 나한테 오라는 말 안할께... 그 남자한테만은 가지마라... 서지담...”

 

 수훈은 마지막 절규처럼 지담에게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하~ 강 수훈... 이제는 친구로서도 보지 말자”

 

 지담이 싸늘하게 한 마디 내뱉고는 일어나 가려는데, 수훈이 그녀의 팔을 잡아 자신을 보도록 돌려세웠다.

 

 그리고는 와락 껴안으며, 두 눈을 꼭 감고는

 

 “제발...한 번만 날 봐주면 안 되는 거야?”

 

 지담은 수훈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나 그럴수록 수훈은 더 세게 그녀를 안았다.

 

 “이거 놔! 놔 달라고...강 수훈!! 이거 놔...제발”

 

 그때 상담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강현이 들어왔다.

 

 “내 여자한테서 당장 떨어져!!”

 

 수훈은 피식 웃으며, 그제 서야 지담을 놓아주었다. 그러나 그녀를 놓아줌과 동시에 강현의 주먹이 수훈의 얼굴을 강타했다.

 

 “윽...”

 

 수훈이 짧은 신음 소리를 내며 강현을 노려보았고, 강현은 그런 수훈의 멱살을 잡고는,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그에게 경고했다..

 

 “다신 이런 식으로 내 눈에 띄지마!”

 

 그리고는 지담의 손을 잡고 나갔다.

 

 2층으로 올라오던 친구들이 강현의 무서운 표정을 보고는 상담실로 뛰어 올라갔다.

 

 “괜찮아? 입술에서 피나... 잠깐 기다려 구급상자 가져올게”

 

 세윤이 급히 진료실로 향했다.

 

 그사이 친구들은 상담실을 정리하고 수훈을 앉혔다.

 

 “너 마음 정리해...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도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수훈에게 말했다.

 

 “........”

 

 “그리고 지담이를 위해서도 네가 네 마음 정리해야돼”

 

 입가에 약을 발라주면서 세윤이가 도윤의 말을 뒤이어 입을 열었다.

 

 세윤은 그렇게 말하고는 도윤과 상우를 내보냈다.

 

 “왜... 네가 보기에도 내가 그 자식보다 못하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나만...마음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비교가 어딨어? 너도 충분히 매력있어”

 

 그 말에 수훈은 서글픈 미소를 지어보였다.

 

 “도대체 그 남자 뭘 믿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이해가 안가...”

 

 “사랑은 시간이 중요하지 않아....난 지담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난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놈이야?”

 

 “그래...”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세윤의 말에 수훈은 황당했고 궁금했다. 왜 자신은 지담을 행복하게 할 수 없는지...

 

 “제일 중요한 지담이의 마음이 너는 아니라잖아, 그리고..휴~~너...지현이가 왜 갑자기 휴학했는지 알아?”

 

 이 상황에서 지현이 얘긴 왜 나오는지 수훈은 알 수 없다는 듯 세윤을 쳐다봤다.

 

 “아버지 사업실패로 그런 거잖아”

 

 수훈은 지현에게 등록금이며, 생활비를 도와주었지만, 더 이상은 초라해지기 싫다며 휴학을 하고 연락을 끊어버린 그녀를 원망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남자친구인 자신에게 보이기 싫었을 거란 생각을 어렴풋이 했기에 지금은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세윤의 입에서 지담의 얘기가 아닌 지현의 얘기가 나오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다는 아니야...”

 

 “그럼 뭐가 더 있다는 거야?”

 

 “그래... 지현이도 지담이도 절대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난, 네가 제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게 뭔지 말해...이 시점에서 지현이 이름까지 거론되는 거 보면 심각한 얘긴 것 같은데?”

 

 “지현인 아버지 사업실패로 휴학 아니, 학교를 그만둘 위기까지 왔지만, 네가 도와줘서 잘 해결 됐었지... 근데 네가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에 지현이 집까지 다 도와줬다며?”

 

 “그랬지... 근데 그게 뭐? 남자친구로서 힘이 돼준 것 뿐이야”

 

 “넌 그렇게 순수하게 생각했지만, 너희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 안 하신 것 같아... 지현일 너희 집 배경을 보고 접근한 꽃뱀쯤으로 생각하신 모양이야...”

 

 “뭐? 꽃뱀?”

 

 수훈은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래... 너희 어머니가 지현이를 찾아와서 너랑 헤어지라고 하셨어... 지담이와 난 우연히 두 사람을 목격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세윤은 수훈의 어머니가 그래도 친구 어머니이기에, 지현에게 했던 행동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수훈에게 말했다.

 

 “뭐, 뭐라고? 그럼 지현이가 휴학 후에 연락을 끊은 것도 다 우리 어머니 때문이라는 거야?”

 

 “그래...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마라고 하셨으니까....”

 

 “그럼 지담이는 우리 어머니가 그런 분이라는 걸 알고 날 피하는 거야?”

 

 “............”

 

 “말 못하는 거 보니까 그런 거구나....하하...그런 거라면 나하고 헤쳐나가면 되는 일인데....”

 

 “그게 아니잖아... 지담인 널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생각 안 하는데, 넌 왜 지담이가 너랑 같은 마음일 거라고 착각을 하냐고! 으휴~너도 알면서 그걸 인정하기 싫은 거지.... 그런거지?”

 

 “...........”

 

 세윤은 그 마음을 안다는 듯이 수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담이는 널 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너희 어머니께서 만나자고 했을 때, 거절하지 않고 나간 거야”

 

 “어머니가 지담이도 만났어?”

 

 놀란 눈으로 수훈은 세윤에게 되물었다.

 

 “그래...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날은 지담이 혼자 나갔다가 아파서 쓰러졌는데 거길 지나가던 이 선생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간 거밖에....”

 

 세윤이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지담이가 쓰러졌다는 말에 수훈이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었다.

 

 “쓰러지다니!! 우리 어머니가 무슨 짓이라도 한 거야!”

 

 수훈은 어머니가 지담에게 무슨 짓을 했을까 봐 겁이 났다.

 

 “그건 아닌 것 같아... 지담이가 혈압이 좀 떨어져서 쓰러졌던 거 같은데....”

 

 거기까지 말하고 세윤은 수훈을 흘깃 쳐다보고는 말끝을 흐렸다.

 

 자신의 어머니가 그런 짓을 했을 리가 하는 표정으로 하얗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훈은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

 

 옛 여자친구도 모자라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지담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핑계가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다.

 

 정말 이제는 그녀를 놓아야 하는 걸까...... 수훈은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수훈아...지담인 상처가 많아... 그래서 이제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세윤은 수훈에게 애원하듯 부탁했다.

 

 그러나 수훈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은 듯, 망연자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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