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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작은 화면 속의 아이돌
작가 : 레마
작품등록일 : 2020.8.18

어릴 때부터, 자신이 춤추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기 좋아하는 '하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도 춤을 추지만, 주변 또래가 추는 춤은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을 '자신이 춤의 재능이 없다.'라고 생각하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하늘은 인터넷 크리에이터, Noeym(노윰)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녀를 동경하여 인터넷 투고를 준비하는데...

 
01 - 나만의 색을 찾아서. -1
작성일 : 20-09-20 20:0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9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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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침, 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하늘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잠에서 깨자마자 느낀 것은 항상 같은 방에서 일어났다느니, 오늘이 금요일이니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게 아니다.

  어제 있었던, 부실에서 쫓겨난 사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하늘은 휴대폰에 최근에 저장한 동물 사진들로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

  슬프지만 마냥 슬퍼할 수도 없었다.

  지금 당장 거실로 나가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면 항상 웃는 얼굴이어야만 한다.

  침대에서 일어난 하늘은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강하게 쳤다. 혹시 밖에서도 들릴지 걱정할 정도로 말이다.

  “...좋아.”

  거실에 나가니, 엄마가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항상 평일에는 하늘이 일어나기도 전에 아빠가 직장에 나가기 때문에, 그 전부터 아침을 준비하는 게 일상이다.

  “웬일이야? 항상 어기적대며 일어나지도 않더니.”

  “응. 어제 너무 피곤했나 봐. 바로 눈이 떠졌어.”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온 하늘은 곧바로 소파에 가서 앉았다.

  어제 있던 사건 때문에 눈이 떠지긴 했지만, 역시 아침에는 약한 체질이라 쉽게 평소처럼 활발하게는 변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양분 삼아 천천히 일어나려 했다.

  “해바라기도 햇빛 받아 쭉쭉 크는데, 왜 쟤는 크지를 않는지 모르겠네.”

  갑작스러운 공격에 하늘은 소파 뒤를 쳐다봤다. 식탁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아빠가 보였다.

  “그건 아빠 유전 때문이거든!”

  “그래도 아빠는 한국 평균 이상이거든. 근데 넌 아니잖아.”

  “그래서! 키 작은 게 죄야? 게다가 그렇게 작지도 않거든!”

  하늘은 언제나 웃고 있다.

  화난 듯이 말하고 있어도,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부녀는 웃고 있었다.

  유전이라면 유전이다.

  그들의 그런 미소에 가끔 엄마는 둘에게서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밝은, 행복한 부녀의 대화였다.

  “...근데, 왜 아빠가 있어?”

  “응. 회사 짤렸어.”

  “진짜?”

  “뻥~이야.”

  하늘의 얼굴이 구겨진다.

  아빠한테 놀림 받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당할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나아지지 않는다.

  “얘도 참. 그걸 믿고 있니. 휴가랜다. 왜 하필 지금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일하는데 힘드니까 쓰는 거지. 휴가를 뭐, 특별한 날에만 써야 하나.”

  “그럼 쉬지만 말고, 하늘이 데리고 어딘가 놀러 가요.”

  “그럴까?”

  아빠가 하늘이를 보면서 얘기하자, 하늘이의 얼굴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치 꼬리가 있으면 신나게 흔들고 있을 것 같은 얼굴로 말이다.

  “진짜?”

  “근데, 너무 귀찮다.”

  아빠의 시선이 다시 휴대폰으로 향한다.

  아빠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하늘은, 소파에서 내려와 천천히 아빠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지 말고 놀아줘~.”

  “넌 친구도 많잖아. 친구들이랑 놀아.”

  “친구들이랑은 매일 같이 노는걸. 아빠랑도 같이 놀고 싶어.”

  하지만 아빠의 고개가 하늘의 반대편으로 향한다.

  “에~이. 놀아~줘~.”

  그것을 하늘은 거절하는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지만. 그녀는 모를 것이다.

  이렇게 매달리는 하늘의 태도에, 아빠의 얼굴이 일생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알았다, 알았어. 그럼 영화나 보러 가자.”

  “진짜? 야~호!”

  엄마 쪽에서는 그런 둘의 모습이 잘 보였지만, 굳이 부녀의 장난에 끼지는 않고 아빠와 비슷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은 축복받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그것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고 있었다.

  하늘은 어렸을 때부터 춤을 아주 좋아했다.

  유치원 때의 장기자랑부터 시작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들이 앞에서 춤을 추면 모두가 하늘에게 미소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하늘은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멈추지 않고 춤을 계속 추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사건이 일어났다.

  부실에서, 당연할 것만 같던 미소가 사라진 공간을 만나게 되었다.

  미소가 당연하던 하늘에게 그 정적과 분노는, 그녀의 마음에 응어리지기 충분했다.

  “얘는, 밥도 안 먹고 멍하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하늘은 학교에 가야 하니 씻고, 갈아입고 한 후에 식탁에 앉았다.

  하지만, 계속 어제의 일이 머릿속에 남는다.

  어제의 신해가 한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가 된다면, 그것을 고치고 신해에게 가서 사과를 하든, 자신의 실력을 다시 보여주든 할 텐데,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소속사 오디션 본 거는 어떻게 됐어? 붙었어?”

  엄마는 기대감을 품고 하늘이에게 얼굴을 내밀며 물어봤다.

  하지만, 하늘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메일도 안 오는 거 보면 떨어진 거 같아.”

  하늘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약간 아쉬운 것 같이 얼굴을 살짝 찌푸리기는 했지만, 언제나의 미소는 잃지 않았다.

  대신, 그런 하늘의 말에 엄마와 아빠는 크게 안타까워했다.

  “솔직히, 오디션에서 실수해서 그렇게 기대는 안 했어. 말도 제대로 못했고.”

  “그래도 그렇지.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문자 하나는 남겨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가길 잘했네. 그런 곳은 애초에 자기네 얘들에게도 불친절할 거야.”

  엄마는 물론, 아빠도 하늘을 놀리지 않고 옹호해주었다.

  하늘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그 행동들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고마워, 근데 너무 일반화시키는 거 아니야? 사람이 많아서 일일이 못 보내는 거겠지.”

  “에이! 됐고. 다음은 또 어디야. 멀어도 데려다줄게.”

  아빠의 말에 하늘은 미소를 지었다.

  집에만 있으면 하늘은 언제까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하지만, 슬슬 대학도 생각하고 직장도 생각해야 하는 나이에, 언제나 부모님과 붙어서 살 수만은 없다.

  어젠가는 또 신해와 같은 갈등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늘은 금방 지은 미소를 금세 지웠다.

  “아니, 당분간은 안 하려고. 실력이 부족해서 실력을 늘려야 될 것 같으니까.”

  “실력은 무슨 실력. 너보다 실력 안 좋은 것들도 잔뜩 있구만.”

  “아니야. 다들 나보다 예쁘잖아.”

  “예쁘긴 얼어 죽을. 너보다 못생긴 것들도 잔뜩 나오더만.”

  “못생기다니, 다들 열심히 하고 인기 있어서 아이돌을 계속하는 건데.”

  “인기는 무슨 인기? 인기 없는 것들도 뻔뻔하게 TV에 잘만 나오더라.”

  “하지마! 창피해! 아빠 나 놀리고 있는 거지?”

  “창피는 무슨 창피! 네 엄마가 나한테 고백했을 때가 가장 창피...”

  “그만해요! 좀!”

  점점 커지던 아빠의 언성은 결국 엄마의 등짝으로 마무리되었다.

  분위기가 점점 고조 되었다가 때린 것이라 그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는지, 아빠는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고 식탁에 머리를 박았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엄마는 무시했다.

  “하늘아. 혹시나 얘기하는데, 포기한 건 아니지?”

  “포기? 아니, 전혀.”

  “그래. 마음 같아서는 하늘이가 공부 열심히 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엄마도 아빠도 바보라서 하늘이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 그래도 최소한, 하늘이의 꿈은 지켜주고 싶어. 어렸을 때부터 계속 춤도 좋아하고,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는 하늘이를 계속 보고 싶어. 그러니 포기하지 말아줬으면 해.”

  엄마는 식탁에 팔꿈치로 몸을 기대며 하늘을 쳐다봤다.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하늘을 걱정하는 엄마의 얼굴이었다.

  하늘은 설마하니 들켰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어제 있었던 일들을 적어도, 부모님 앞에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런 근심을 어느샌가 들켰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하늘은 웃었다.

  부모님에게 숨기는 것은 있어도, 거짓말로 얼버무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아니, 전혀. 나는 계속 춤출 거야. 그리고 아이돌도 될 거야. 그러니 계속 노력할 거야.”

  “그래? 그러면 됐어.”

  엄마는 가끔 부녀의 미소를 보면 자신만 소외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하늘이 바라본 엄마의 미소는 전혀 부녀에게 꿀릴 것 하나 없는 화창한 미소였다.

  가족은 닮는다고 했다. 이제는 엄마도 충분히 하늘에게 미소를 전염시킬 수 있는 훌륭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하늘아 걱정 마라. 만일 아이돌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빠가 퇴직금 죄다 쏟아붓고, 대출까지 받아서 소속사를 열어주마.”

  “안돼! 그러다가 실패하면 우리 거지 되잖아!”

  “우후후. 그러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도록. 실패하면 너는 하늘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이 되는 것이니까.”

  “싫어! 회사 이름 너무 촌스러워! 차라리 영어로 해.”

  자신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하늘이지만, 그래도 계속 춤을 추게 되는 계기가 이곳에 있었다.

  언제나 응원해주는 부모님과, 그로 인해 열심히 노력하는 하늘.

  대화하는 동안에도 하늘은 계속 신해의 얼굴이 떠올라 불안에 떨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런 불안은 모두 날아갔다.

  이 집안에 걱정 따윈 없었다.

  만약에 생긴다고 해도, 나머지 가족들과 대화하는 동안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니 하늘에게는 당연했고, 그 당연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그 분위기를 강요한다.

  행복, 그 하나만을 위해서 하늘은 미소를 짓는다.

  아무리 신해가 거부해도, 하늘에게서는 그 미소는 빠질 수가 없는 요소다.

  그래서 하늘은 그 미소를 잃을 수도 없는 것이다.

 

  가족들에 의해 우울했던 기분은 풀렸지만, 자신감까지는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직설적으로 신해에게 재능이 없다고 들으니, 하늘의 오랜 시간의 노력이 거절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도 하늘은 멍하니 바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춤을 못 춘다고 들었으니 노력은 해야겠지만, 노력해도 더 나아질까 라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지금까지 아이돌이 되는 것 이외의 생각을 심히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주변에서는 아이돌이 되는 것을 딱히 막지 않았고, 무엇보다 하늘이 자신도 자신의 미래는 아이돌밖에 없을 거라 생각해 왔다.

  그런 당연했던 미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늘아!”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하늘에게 다급하게 다가왔다.

  평소라면 밝은 미소로 대답해주었을 테지만, 그 친구의 얼굴이 조금 심각했기에 하늘은 인사하는 것도 잊고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너, 동아리에서 쫓겨났다매.”

  “...어떻게 알았어?”

  “지금 sns에 너랑 신해 이야기로 어젯밤 불탔어. 도대체 뭔 일이 있던 거야?”

  하늘의 친구, 민아는 마치 자신의 일인 것 마냥 하늘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하늘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화제의 주인공인 하늘이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그 반에 있던 아이들 대부분이 하늘에게 시선을 쏟아붓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대상자인 하늘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걱정해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어떻게 설명하기에도 애매했기에, 하늘은 뒷머리를 긁으며 어정쩡한 미소로 얼버무리려 했다.

  “뭐, 동아리가 나한테 잘 안 맞는 거 같아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아.”

  하늘의 미소는 여전했다.

  순간 민아도 그런 하늘의 얼굴을 보고, 별것 아닌 건가 생각하기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늘은 자신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가려 했지만, 아직 사실확인을 하지 못한 민아가 다시 그 앞을 막았다.

  “신해 걔가 또 꼬장부린 거지?”

  “...꼬..장?”

  “심술부린 거잖아. 갑자기 너한테 화낸 거잖아.”

  하늘은 아니라고 말하려 하다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확실히, 춤을 추다가 갑자기 하늘에게 달려오며 화를 낸 것은 맞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늘이 입을 다문 데는 이유가 또 있었다.

  민아가 하늘을 위해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직 어제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기에, 지금 그녀가 좀 무서웠다.

  “민아야 진정해. 민아가 생각하는 것만큼 큰일은 아니야. 나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 그러니 민아가 그렇게 화낼 필요는 없어.”

  “...미안해.”

  민아는 그제야 자신의 표정을 깨달아 고개를 숙였다.

  하늘의 인생에서 분노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절친이 화를 내고 있었다는 것에 반성한 것이다.

  대신, 하늘을 위해 내고 있던 화가 풀리지 않았기에, 민아는 그대로 하늘에게 달려들어 꼭 껴안았다.

  “아이고! 우리 불쌍한 것! 어디 가서 욕먹고 다닐만한 아이가 아닌데! 아이고!”

  “어...엄마? 이것 좀 놔 줘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꼭 엄마한테 전화해, 응? 당장 달려가서 누구든지 발로 차버릴 거니까.”

  “응. 고마워.”

  하늘은 생각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신해의 화를 돋우었고, 더 이상 같이 있다 해도 팀에 폐가 되니 쫓겨났다. 하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민아는 신해가 나쁘다고, 하늘은 잘못한 것 없다고 말해준다.

  하늘이 잘못이 없다고 말해주는 것은 기쁘다. 자신을 위로해주는 말이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신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 하늘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현재 교실에는 신해 얘기가 종종 들려온다.

  동아리에서 쫓겨난 사람이 하늘이 처음은 아니었고, 신해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 보니, 신해의 여론은 최악에 가까웠다.

  그녀가 나빴다고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별로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 친구들은 그녀를 이렇게 말한다. ‘짜증 나고 재수 없는’이라고 말이다.

  이 때문에, 2학년의 여동생이라고 불리며 귀여움을 받는 하늘이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이미 여론은 신해가 잘못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여론을 하늘은 깨닫지도 못했을뿐더러,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하늘이 축복받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지켜주는 친구들도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더러운 환경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야?”

  쉬는 시간, 하늘은 멍하니 수업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방금 민아가 다가오면서 말한, ‘어떡할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글쎄, 당분간 춤을 쉬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

  “뭐? 쉰다고? 너한테서 춤을 빼면 뭐가 남는데?”

  “남아! 아무리 내가 바보라도 남는 것은 많아!”

  다행히도 아침처럼 민아는 하늘을 대신해 화는 내지는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에, 평소와 다름없는 농담.

  덕분에, 신해 때문에 심란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근데, 진짜로 쉴 거야? 오디션은 어쩌고.”

  “나, 그건 거 같아. 전문가들한테도 오는...그...슬립인가? 슬로우?”

  “슬럼프 말이지.”

  “어! 그 슬럼프. 그래서 당분간은 생각에 좀 잠겨 보려고.”

  하늘과 민아는 나란히 의자에 앉아, 교실 안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그들은 모두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분위기를 하늘은 자신에게 맞춰보았다.

  과연 자신이 뛰놀고 싶은가? 아니면 염색과 네일아트를 하며 꾸미고 싶은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도 좋고, 교실 밖으로 나가 복도를 거닐다 와도 좋을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많은데, 하늘은 굳이 민아의 옆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그것이 하늘이 생각에 잠긴 이유다.

  “나는, 내가 아이돌이 되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

  “그럼! 당연하지. 이렇게 귀엽고, 열심히 하는 얘를 안 뽑아주면, 도대체 누굴 뽑는데.”

  “고마워. 근데, 그게 아니야. 나는 정말로 아이돌이 되고 싶은 건 아니야.”

  “...뭐?”

  서로 나란히 보고 있던 시선에서, 민아는 너무 놀라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그런 민아의 시선에 눈치채지 못한 하늘은 계속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너, 1학년 때부터 계속 아이돌 된다고 노래 부르며 다녔잖아.”

  “그렇긴 한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그냥 춤을 추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지.”

  “...그게 아이돌 아니야?”

  “근데, 춤추는 직업은 꽤 있잖아. 댄스 다이어트 강사도 있고, 치어리더도 있고. 심지어 백댄서가 되면 노래도 안 불러도 되고.”

  “그렇긴 하지. 너 노래만 부르면 까마귀가 되니까.”

  “까마귀?”

  민아의 말에 하늘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시간이 좀 지나,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하늘은 그대로 민아를 껴안으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 그렇게 노래 못 부르는 거 아니거든!”

  “하하하! 또 속네, 또 속아.”

  “이리와! 아침에 아빠한테도 놀림 받았는데, 너까지 이러기야?”

  “어쩔 수가 없다. 그게 네 운명이니까.”

  “아오!”

  웃음소리가 한가득 교실에 차오른다.

  둘은 지쳐서 숨이 가빠질 때까지 웃었다.

  덕분에 수업에 들어온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하늘과 민아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수업이 시작되고서, 하늘은 바보라는 타이틀을 벗겨내기 위해, 더 이상의 고민은 하지 않고 수업에 임하려 했다.

  비록, 멍하니 있으나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별 차이 없지만, 그래도 필기는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때, 하늘의 허벅지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잠깐 울린 것이니 문자라고는 생각했다. 수업시간에 휴대폰 사용은 금지라는 학교 규칙을 지키기 위해 굳이 꺼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 울린다. 그 때문에 하늘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한테 들킨다는 두근거림을 품고, 조용히 몸을 숙여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자, 미리보기 메일에 민아의 이름으로 20통이 넘는 문자가 전송되어 있었다.

  획하고 민아의 자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휴대폰을 들고 손가락으로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당당하게 보내고 있는 민아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왜 수업시간에...”

  하늘의 성격상, 나쁜 짓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초조했다.

  하지만 저렇게 급하게 보내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거니, 하늘은 칠판으로 돌아 서 있는 선생님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몰래 휴대폰의 잠금을 열었다.

  처음에 속은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최근 온 문자가 전부 ‘ㅇ’으로, 문자 횟수만 늘릴 뿐인 의미 없는 문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문자는 제대로 된 문자들이었다.

  [그런데 춤추는 걸 보여주는 거면 굳이 TV가 아니어도 되잖아?]

  [하늘이는 크리에이터란 직업 알고 있어?]

  하늘에게는 생소한 직업이었다.

  ‘크리에이터’, 만일 이 단어가 영어라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인가? 정도는 금방 의심해 볼 수 있었다.

  하늘은 열심히 수업해주시는 선생님을 위해, 아주 잠깐만 문자를 확인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민아의 질문을 무시하고 그냥 주머니에 넣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대답하고 수업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손가락을 빨리 놀렸다.

  [그게 뭐넫?]

  그 문자를 받은 민아는 순간 뭔가 했다. 하지만 금방 의미를 깨달을 수 있어 곧바로 답장했다.

  [영상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 요즘 돈도 꽤 벌고 있다고 해서,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야.]

  하늘의 입장에서는 문자 보낸 지 몇 초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업에 집중하면서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금방 민아에게서 답장이 올라왔다.

  “...얘는 전부터 생각했는데, 타자 엄청 빨리 치네.”

  마음속으로 감탄하면서 하늘은 그에 대한 답장을 친다.

  [대단하네.]

  그 단답을 본 민아는 멍하니 화면을 들여다 봤다. 후에 또 어떤 문자가 이어질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문자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말을 그리 길게 쓰는지 궁금해서 민아는 하늘이 있는 자리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칠판에 시선을 집중한 채, 손에서 휴대폰을 놓고 있는 하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끝?”

  너무나도 반사적이었다. 그것뿐이냐면서 하늘에게 돌려줘야 할 말을, 문자가 아닌 육성으로 내뱉고 말았다.

  상당히 커다란 음량에, 교실 전체가 민아에게로 시선이 향한다.

  그 안에는 선생님과 하늘도 포함되어있었다.

  “뭔 소리야?”

  선생님의 물음에 민아는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금방 깨달을 수 없을 정도로, 민아의 의문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에? 아...아뇨. 잠깐 잠꼬대를...”

  교실이 점점 웃음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만큼 민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웃음은 선생님에게도 전염되어, 인자한 미소로 민아를 그렇게 나무라지는 않았다.

  “그래? 그럼 잠 좀 깨게 세수나 하고 와.”

  “아, 예. 죄송합니다.”

  웃음소리가 계속 퍼지는 교실 안에서 민아는 천천히 교실 밖으로 나간다.

  그 상황에서, 하늘은 이 일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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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2 - 부조화의 삼원색 - 7 2020 / 9 / 30 259 0 7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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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1 - 나만의 색을 찾아서. -7 2020 / 9 / 28 243 0 6803   
7 01 - 나만의 색을 찾아서. -6 2020 / 9 / 27 237 0 6059   
6 01 - 나만의 색을 찾아서. -5 2020 / 9 / 26 255 0 4122   
5 01 - 나만의 색을 찾아서. -4 2020 / 9 / 26 257 0 7351   
4 01 - 나만의 색을 찾아서. -3 2020 / 9 / 23 248 0 5943   
3 01 - 나만의 색을 찾아서. -2 2020 / 9 / 22 255 0 7496   
2 01 - 나만의 색을 찾아서. -1 2020 / 9 / 20 270 0 9867   
1 01 - 프롤로그 2020 / 9 / 18 408 0 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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