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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국가의 아이돌
작가 : 김민관
작품등록일 : 2020.9.19

국가비밀기관 KSA 요원이었던 이시아는 은퇴 후 아이돌을 하게 된다.

 
음악에는 삶이 들어가 있다.
작성일 : 20-09-20 16:09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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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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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꾼다. 자신에게 있는 것은 데저트 이글 50AE 모델 한 정과 7발이 들어있는 탄창 하나와 단검 한 자루.

 

  적의 수는 대략 10명에서 15명. 가지고 있는 총알의 개수 보다 적이 더욱 많은 상황이다. 살아야 한다. 일단 빛을 없앤다. 총알 한 발을 사용하여 조명을 끈다. 남은 총알은 여섯 발.

 

  갑작스러운 어둠에 적들은 혼비백산이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알을 사용하여 적 세 명을 죽인다. 적들은 총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다. 죽어있는 적의 총을 빼앗아서 쓰고 싶지만 거리가 멀다. 다가가면 무조건 죽는다. 

 

  사격이 멈춘다. 어둠 속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왔으며 적 중 한 명이 나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려고 다가온다. 엄폐물 사이로 다가오는 그 순간 적 한 명을 낚아 채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푹 푹 푹

 

  총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다. 단검으로 죽여야 한다. 빠르게 속전속결로 급소를 정확히 노린다.

 

  갑작스럽게 동료가 어둠 속으로 끌려가더니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고 비명소리가 끊긴다. 

 

  동료의 죽음으로 아직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안 적들은 조용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들의 숨소리 하나하나가 다 들린다. 가만히 있으면 당한다. 먼저 공격해야 한다. 

 

  자신의 권총을 허리 춤에 꽂고 죽은 적의 총을 든다. 다행히 탄창은 30발 전부 들어가 있다. 방금 난사 후 탄창을 갈아 끼운 모양이다. 

 

  총을 장전한다. 

 

 찰칵

 

  서로의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공간에서 장전 소리는 너무 컸다. 적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서로가 죽음을 각오했다. 먼저 움직이면 죽는다. 이제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것은 오직 심장이 뛰는 소리 뿐. 

 

  자신의 심장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꿈에서 깬다. 

 

  아직 깜깜한 밤이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이 그녀의 방을 비춘다. 꿈이었다. 머리는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몸은 아니다. 손은 덜덜 떨리고 있다. 옷 또한 땀이 흘러 축축했다. 

 

  이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서랍에서 약을 꺼내서 물과 같이 삼킨다. 그러니 좀 진정이 되는 모양이다.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문다. 

 

 "다 끝났어. 이제 이시아는 없어... 한채림만 있을 뿐이야."

 

  했던 말을 반복하고 반복한다. 마치 자기 최면을 거는 것 같다. 그렇게 해는 떠오르기 시작했다. 

 

 

 4화. 음악에는 삶이 들어가 있다. 

 

 

 "거기서 더 동작을 강하게 해줘야지!"

 

  김은정은 이시아를 전담 지도하고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시아의 실력은 일취월장 해졌다. 이제 무리하면서 춤을 강제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보면 자연스럽게 몸이 따라가는 정도가 되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시아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어렸을 때부터 준비해온 연습생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이 정도 무리함은 감수해야 하는 그녀였다. 

 

 '확실히 재능이 있어... 근데 그게 단순히 춤의 재능이 아닌 다른 무언가인 것 같은데...'

 

  이시아를 바라보지만 도통 그 재능의 정체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똑 똑 

 

  누군가가 문을 노크하고 들어온다. 

 

 "김은정 선생님!"

 

 "어! 수진쌤!"

 

  '유수진' 2000년 초반 당시 실력파 아이돌로 데뷔 후 승승장구 한 그녀는 회사와의 관계 문제로 결국 그룹이 해체됨에 따라 2010년부터 KMK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게 되었다. 지금도 꾸준히 음반을 내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헐... 유수진이라고?'

 

  이시아가 좋아하는 아이돌 '소녀들'의 리더인 유수진은 전원 실력파였던 그룹에서 가장 노래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녀는 이시아에게로 다가온다. 이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안녕! 네가 한채림이니?"

 

 "안녕하세요. 연습생 한채림입니다."

 

  이시아는 그녀에게 90도 배꼽 인사를 한다. 격식을 차린 그녀의 행동에 유수진은 크게 당황한다.

 

 "그러지마 채림아~ 편하게 해 편하게."

 

  이시아가 고개를 들면서 유수진의 얼굴을 보는데 곧 40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관리를 잘한 건지 원래 동안인 건지 전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교복만 입혀 놓으면 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선생님은 채림이의 보컬을 맡게 될 '유수진'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해."

 

  유수진이 손을 내밀자 이시아는 땀에 젖은 손을 닦은 후 인사를 받아들였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훈훈한 광경을 보니 김은정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랑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렇게 서로 으르렁 거리다니 유수진 선생님이랑은 처음 보자마자 이렇게 화기애애 하다니.

 

 "야! 한채림! 너 나랑 만났을 때랑은 반응이 다르다?"

 

  김은정은 뾰로통해져서 이시아의 볼을 잡고 댕긴다. 

 

 "아아아아 쌤! 쌤은 유수진 선생님처럼 다가오지 않으시고 공격적으로 다가오셨잖아요."

 

  이시아는 김은정이 꼬집은 볼을 양손으로 붙자고 하소연한다. 그 말을 들은 유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시아의 말에 동의를 해준다.

 

 "확실히... 김은정 선생님이 성격이 파워풀 하시지..."

 

 "수진 쌤!"

 

  이시아는 한 달간 춤을 배우면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배웠다. 춤 관련하여 김은정 이외에 KMK에 속한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고 김은정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현역 댄서들도 만났다. 그녀는 임무를 위해서 여러 거짓 신분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었다. 정보를 위해 사람에게 다가갔으며 사람에게 멀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이 진심으로 움직인 적은 없었다. 마음이 진심으로 간다는 것은 임무에 실패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임무의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 그녀가 임무가 아닌 꿈을 위한 일로 사람들을 만나니 과거랑은 전혀 다른 감정들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고 진심으로 감동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 또한 자신의 벽을 허물고 사회로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이시아는 샤워를 한 후 유수진이 있는 음악 연습실로 발걸음을 욺 겼다.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니 수진이 앉아있었고 그녀는 이시아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춤 연습 끝나고 바로 오라고 해서 많이 힘들지?"

 

  이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유수진은 웃는다. 

 

  그녀는 이시아가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이자 가장 존경하는 가수이다. 임무에서 복귀를 해서도 그녀의 노래만 들었으며 그녀가 나온 방송까지 다 찾아봤다. 말 그대로 찐 덕후다. 그런 그녀가 지금 자신 앞에 있는 것이다. 

 

 "김은정 선생님에게 채림이에 대해서 많이 들었어. 흡수율이 엄청 빠르고 집중력이 아주 어마 무시 하다면서."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이시아를 부끄럽게 만든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이런 칭찬을 해주다니. 감정을 내세우면 안되는 일을 했던 그녀는 이제 감정을 내세워도 그 누가 뭐라 하지 못했다. 

 

 "유수진 선생님... 저 실은 선생님 팬이에요."

 

 "아 진짜?"

 

 "네! 선생님 나온 방송은 다 찾아봤고요. 노래도 엄청 많이 들었어요."

 

 "아직도 날 좋아해주는 팬이 있다니 부끄럽네..."

 

  유수진은 진짜 부끄러운지 볼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 누가 그녀를 곧 40대를 앞둔 연륜이 있는 가수라고 생각할까?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10대들이랑 다를 바가 없는 소녀 그 자체였다. 

 

 "그럼 내 노래 중에 무슨 노래가 가장 좋았어?"

 

  이시아는 곰곰이 생각한다. 유수진은 수많은 노래를 냈다. 모든 노래가 그녀한테는 명곡이었다. 그 중 하나를 꼽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고르라고 한다면 고를 수 있다. 좋은 노래 사이에서도 낭중지추인 노래는 있기 마련이니깐. 

 

 "다 좋은 노래지만 굳이 뽑자면 3집 수록곡 '마음이 가는 데로'가 가장 좋아요."

 

 "내가 불렀던 노래 중에서 가장 밝고 샤우팅이 넘치는 노래지."

 

  유수진은 한번 불러 보라고 이시아에게 권유한다.

 

 "그럼 그 노래 한번 불러볼래? 나도 채림이의 실력에 대해서 알아야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지."

 

  수진은 반주를 튼다. 오디오에서 반주가 흘러나온다. 이시아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분명 밝은 노래다. 하지만 그녀가 부르니깐 어딘가 쓸쓸해진다. 노래 안에는 슬픔이 숨겨져 있었다.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는 그런 슬픔. 

 

  이시아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임무를 할 때도 쉴 때도 그녀는 항상 흥얼거렸다. 누군가 보면 그녀를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그녀는 임무 중 사람을 사살할 때도 흥얼거렸으니깐.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사이코패스라고 하였다. 임무긴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을 노래까지 부르면서 저렇게 즐겁게 하다니. 하지만 그녀에게 흥얼거림 즉 노래는 자기최면이었다. 자신이 아직 인간이라는 자기최면.

 

  그런 자기최면을 위해 부른 노래는 너무 슬펐다. 어느새 유수진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자신의 노래 중 가장 밝은 노래가 이렇게 슬프다니. 

 

 "그만 채림아 그만..."

 

  수진은 시아의 노래를 중단시켰다. 기교나 실력은 프로에 비해서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는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아니 심금을 울렸다는 표현이 과연 정확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노래는 듣는 이에게 슬픔, 외로움, 생존 등의 너무나 어둡고 다가가기 무서운 그런 감정들을 전파 시킨 것 이였다.

 

 "...그 정도로 못 불렀나요?"

 

  노래를 중간에 중단시켜서 시아는 자신의 노래 실력이 너무 한심해 멈춘 걸로 착각하였다.

 

 '얼마나 못 불렀으면 사람이 울 정도야?'

 

  춤은 결국 근육의 흐름이다. 근육의 흐름을 이해하고 보고 따라 하면 된다. 하지만 노래는 다르다. 음에 대한 재능이 있어야 따라 가능하다. 이시아는 자신이 나름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수진의 그런 반응에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수진은 눈물을 닦으며 시아에게로 다가왔다. 그 후 말 없이 안아주었다. 

 

 '이 포옹의 의미는 답이 없으니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라는 그런 의미겠지?'

 

 "도대체 무슨 삶을 살아온 거야 채림아..."

 

  예상치 못한 수진의 말은 시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무슨 삶을 살았냐니? 자신의 정체를 알아버린 걸까? 그럴 리가 없다. 예술은 자신의 감정을 담는다. 그 감정에는 자신이 여태까지 살아온 삶도 포함이 된다. 그녀는 노래만 듣고 나의 삶을 유추해낸 것인가?

 

 "너에게 어떤 과거가 있는지 묻지 않을게... 이미 노래로 충분히 들었어."

 

 "이제부터 내가 너에게 즐겁고 밝은 노래를 가르쳐줄게."

 

  수진의 온기가 시아에게 넘어온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 울어준 적이 있었던가? 있었을 것이다. KSA동료들은 가족 이상의 전우들이었으니깐. 하지만 그들은 눈물 따위는 흘리지 않는다. 감정이 이미 없다. 아니 있을 것이다. 그 감정을 보이지 않게 어딘가 숨겼을 뿐. 그들은 눈물을 흘려주지 않는다. 그들이 건네준 것은 다 쓰지 못한 총알 뿐. 

 

  군번줄 같은 것도 없다. 그들의 유품은 다 쓰지 못한 총알 뿐이다. 그 유품마저 살기 위해 자신이 써야만 한다. 그런 삶을 살아왔다. 겨우 노래 따위로 나의 삶을 관통해버린 것인가? 내 노래에는 그들이 담겨 있었던 것인가? 

 

 '어?'

 

  시아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녀에게 눈물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재빠르게 눈물을 닦고 수진을 밀쳐낸다.

 

 "선생님 저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너무 긴장했나 봐요."

 

  그녀는 빠른 걸음걸이로 문을 나선다. 

 

 "선생님 그리고 너무 감성적이신 것 아니에요? 제가 그냥 발라드를 좋아해서 그렇게 부르는 거지 뭐 거창한 과거가 있는 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수진은 시아를 쳐다본다. 시아는 해맑게 웃고 있다. 수진은 부끄럽다는 듯이 웃는다.

 

 "뭐야? 그런 거였어? 선생님이 나이가 들더니 괜히 주책 부린 거였네."

 

 "이거 너무 부끄러운데.  혼자 오바하더니 덥다. 채림아 혹시 화장실 갔다 오는 길에 탕비실에서 물 좀 가져다 줄래? 냉장고 안에 보면 있을 거야."

 

  시아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고 나간다. 닫힌 문을 보며 수진은 속삭인다.

 

 "거짓말..."

  

  누군가 데스크에 무언가를 물어본다.

 

 "혹시 한채림 연습생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직원은 수혁을 보더니 되묻는다.

 

 "누구시죠?"

 

 "아 저 그게 한채림 연습생 친척 오빠 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KMK엔터테인먼트가 보이자 잠시 들린 그였다.

 

 "죄송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증명할 만한 것이 없으면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사촌이다 뭐다 하면서 사칭해가며 따라다니는 파파라치들이 너무 많아서요."

 

  수혁은 이시아가 벌써 만나기도 힘든 연예인이 된 것 마냥 신기해 하였다.

 

 "아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수혁이 돌아가려고 하자 누군가 뒤에서 그를 불렀다.

 

 "수혁씨!!"

 

  김현승였다. 

 

  그는 수혁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였다. 옆에는 비서로 보이는 듯한 인물이 있었으며 바쁘게 일을 하던 것처럼 보였다.

 

 "여긴 어쩐 일이예요?"

 

 "아... 그게 지나가는 길에 채림이 좀 잠시 볼까 해서 왔는데 힘들 것 같더라고요." 

 

 "왜요? 무슨 문제가 있어요?"

 

 "관계 증명이 안되면 힘들다고 해서요. 그냥 나중에 보려고요."

 

  현승은 이내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는 수혁의 손을 잡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수혁씨가 채림이 사촌오빠인걸 아는데 무슨 문제가 있어?"

 

  수혁은 그런 그의 호의에 부담감이 느껴져 슬그머니 손을 빼면서 사양한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여기도 규칙이란 게 있는데..."

 

  그런 그의 손을 현승은 더욱 꽉 잡는다.

 

 "내가 여기 사장이야 수혁씨! 채림이는 지금 8층 음악실에 있으니깐 지금 바로 올라가 봐요."

 

  그는 직원에게 자신이 보증한다면서 얼른 출입증을 달라고 하였다. 직원은 황급히 출입증을 건네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내가 안내해 줄 텐데 오늘은 내가 좀 바쁘네. 나중에 시간 나면 꼭 한번 와요. 내가 연예인들 구경시켜줄게."

 

  현승은 호탕하게 웃으며 수혁에게 인사를 한다. 수혁은 정중하게 90도 인사를 하며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가 시아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출입증을 찍고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8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누군가가 복도를 빠르게 뛰어가고 있었다. 이시아였다. 빠르게 뛰어가서 잘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확실히 울고 있었다.

 

 '설마 이시아가 질질짜는거야?'

 

  그에게 있어 이시아는 투쟁 그 자체였다. 평생을 투쟁을 위해 살아왔으며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돌아오기 힘든 전장과 임무 속에서 언제나 살아 돌아온 그녀였다. 투쟁이란 무엇인가? 

 

 [명사] 1. 어떤 대상을 이기거나 극복하기 위한 싸움.

 

  그렇다. 투쟁의 삶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항상 이겨왔다는 것이다. 승리의 방법이 멋지기 만한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비겁하게 때로는 ‘비겁’이란 단어 조차 용납이 안되는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그녀는 항상 이겨왔다. 그런 그녀가 울고 있다니 KSA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기에 웃음부터 나오는 수혁이였다.

 

 '엌ㅋㅋㅋㅋㅋ 얼마나 못해서 갈굼 당했으면 이시아가 울면서 뛰쳐나가냐?' 

 

  그녀가 우는 상황을 굳이 유추해 보자면 연기하고 있다 라는 것 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참 컨셉 웃기게도 잡았네. 28살 먹고 혼자서 성장 아이돌 드라마 찍고 있네.'

 

  김수혁은 그런 그녀를 놀려주기 위해 그녀를 따라갔다. 이시아는 아무도 쓰지 않는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를 놀래주기 위해서 걸을 걸이를 죽이며 소리를 죽인다.

 

  문에 다가가자 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급하게 들어가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아 있었다. 수혁이 살짝 열린 문 사이로 들여다보니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으...으아아...아아아..."

 

  누군가 들으면 괴성이라고 착각할지 모르는 이 소리는 분명 그녀의 울음 소리였다. 과거 훈련을 받는 도중 그들의 동기 한 명이 죽은 적이 있었다. 분명 감정을 없애버리는 법을 배운 후였다. 그런데도 슬픔이라는 감정이 흘러나왔다. 

 

  감정을 분출하는 법을 모르는 이에게 감정이 흘러나오면 그는 어떤 소리를 낼까? 우는 방법을 모르기에 아니 지워버렸기에 울지는 않는다. 그저 괴성을 지를 뿐이다. 

 

  눈물이 멈추지 가 않는다. 소리가 멈추지 가 않는다. 누군가의 한 마디가 투쟁 그 자체였던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연기로 울라면 그녀는 얼마든지 울 수 있다. 하지만 연기와 실제 상황은 다르다. 

 

 "미안해.. 혼자 살아남아서 미안해... 혼자 이렇게 살아남서 미안해..."

 

  어둠속에서 벽 한쪽에 기대 몸을 웅크린다. 울음을 내지 않기 위해서 주먹으로 입을 막는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눈물을 닦는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막으면 막을수록 닦으면 닦을수록 더욱 커져만 갈 뿐이다.

 

  수혁은 문 옆 벽에 기대 조용히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거였어.'

 

 "내가 죽었어야 했어... 난 살아남았으면 안됐던 거야."

 

 '너 아니면 누가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난 죽어야 해."

 

  수혁은 그저 울음소리를 듣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감정을 품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요원들은 복귀 후 PTSD를 겪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그게 당연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녀는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참고 또 참고 있었던 것이다. 죽은 전우들을 위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몸과 정신을 더욱 혹독하게 사지로 내몬 것이었다. 

 

  수혁은 말없이 복도를 나서 건물을 나왔다. 건물을 나와 어딘가 통화를 건다. 

 

 "국장님. 김수혁입니다."

 

 "시아에게 주시려는 임무 제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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